생강나무 가지에 머무는 봄빛.

“저기 사탕 좀 드세요.”
“어머, 이를 어째...”
안민고개에서 만난 아주머니 두분에게 사탕을 블쑥 내미니 분들의 얼굴이 금새 환애지며 밝게 피어오른다.

제발 얼굴 좀 보자며 오라는 큰형수님의 부탁과 진해 웅산의 시원한 조망이 눈에 아른거려 무친김에 제사 지낸다고 겸사 겸사로 창원행을 결행했다.
동안 수술 후유증으로 힘들어 하던 곁도 이제는 웬만한 먼길 행보에도 그만그만 하기에 오랜만에 즐거운 나들이가 성사된겄이다.

일요일 아침.
일찌감치 보따리 둘러메고 나서니 형수님이 아침은 챙겨야 된다며 성화 셨지만 퍼뜩 웅산을 대하고픈 맘에 배부르면 못 걷는다는 핑계로 편의점에서 김밥 한줄 달랑 넣고 안민 고개로 줄행랑을 놓는다. 서두른다고 했건만 고개 쉼터 손바닥 만한 주차장엔 벌써 반넘어 차량들이 줄지어 도열해 있다.
만만한 봇짐 둘러메고 생태교 위로 올라서니 아주머니 두분이 수건을 마치 차도르 같이 뒤집어 쓰고는 오시기에 화이트 데이라며 사탕을 드리니 그럴 수 없이 좋아 하신다.
이후 만나는 여자분마다 3월의 산타크로스가 되어 사탕장사를 자처하니 묻어오는 기쁨은 측량할수 없이 크고 흐뭇하다.

생태교를 지난 길은 웬만한 축구장 만큼이나 널찍하게 잘 정비된 공터를 지나고 공터위의 산불 감시 초소는 제멋에 한가롭다.
진해 창원 시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산인만치 능선 등날과 널찍한 우회로가 벚꽃나무와 함께 잘 정비 되어 있으나 그만큼 제살이 베이고 깎인 산의 아픈 흔적이 역력해 한켠 애처러운 맘 숨길수 없다. 한고비를 딛고서니 해병혼이라고 씌인 글자위에 시루봉이 여인의 젖꼭지처럼 오똑하고 국가 시설물이 들어선 불모산은 내키지 않은 왕관을 쓴 듯 덤덤해 뵌다.
뒤돌아 서면 고래등 같은 장복산이 운치를 돋우고 진해만의 탁트인 전경과 창원시의 여유로움이 한껏 받쳐주는 조망이 폐부를 갈라 놓은 듯 시원하다.

이어 큰 기복없이 이어지는 느긋한 능선길은 알프스의 어느 산자락을 밟는 듯 넉넉해 진작 찾지 못함을 절로 한탄케 한다.
군데군데 드러나는 암릉과 키작은 진달래의 자태는 사이좋은 이웃같이 도란도란해 불을 뿜듯 만개 하는 날엔 달래는 고운 연화대가 되고 바위는 온화한 부처로 누부시게 단청이 되리라. 솔향기 알싸한 세침데기 능선을 지난 길은 누구 엉뎅이 같은 두루뭉술한 바윗길로 올라서고 숨이 가빠 올즈음 그럴듯한 나무 계단이 시작된다.
그리고 웅산 3대명물(시루봉,웅상교, 거시기 바위) 중 첫 번째인 거시기 바위가 나온다.
아무리 봐도 희한한게 거시기 바위 바로 앞의 머시기 굶은 안에 물까지 품고 있어 더욱이나 얼굴 발개지는 상상의 나래를 부채질 한다.
숫기없는 곁과 같이 산행을 했더라면 이걸 가지고 한나절은 요긴하게 소일거리로 써먹을 수 있을텐데 없으니 아싑기만 하다.

거시기 바위를 지난길은 완만하게 퍼져올라 불모산 삼거리를 이룬다.
불암산, 화산, 굴암산으로 이어지는 북동릉이 펑퍼짐하게 복스럽고 웅산은 벌써 자빠지면 발에 채이는 곳으로 성큼 다가서 있다.
길은 우편 정남향으로 이어진다. 등허리에 제법 후줄근한 땀을 적시게 하는 봄볕은 대지의 기운을 일깨워 비탈진 나무 그루그루에도 초록의 기운을 잉태 시켜 녹음청산이 멀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
춘광에 한껏 다사로워진 길은 제법 턱진 바위를 지나 웅산의 또다른 명물 현수교에 닿는다.이높은 산중에 이런 다리가 있다는게 쉽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웅상교의 절묘한 아취에 빠져 한참을 어린애 같이 다리위에서 노닥 거린다.
웅상교를 뒤로 한길은 곧 우뚝한 웅산과 정면으로 맞딱 드린다.
그러나 아쉽게도 등산로 아님 이라는 통행금지 표지판이 길을 막고있다. 분명 봉우리 중간에 외가닥 로프도 뵈고 길도 선명 하건만 안전사고를 염려한 당국의 고육책인 겄같아 조금은 서운하다.
차라리 길은 열어두고 노약자 통행불가 라는 경고판을 세웠으면 어땠을까 ?
정사에서 보는 일망무제의 근사한 조망이 못내 아쉬웠지만 관리기관의 처사에 중뿔나게 나서고 싶은 맘도 없는지라 웅산 사면길로 시루봉을 찾아 나선다.
물결치듯 흐르는 길은 담배 두어대 태울 참에 너른 개활지로 나서며 마치 중동이 부러진 바벨탑 같은 멋진 곰메바위를 일궈 놓는다.

시루봉을 엮은 자연의 경이에 감탄하며 인간의 허욕과 이기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시루봉 계단을 뒤로하면 상당한 경사도를 가진 내리막이 관절을 위협하며 아래로 쏘아간다.
능선 생태 재활을 위해 안부에서 왼편 우회로를 이용할겄을 당부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그대로 직진해 내려간다.
가파른 길을 내려선 안부에는 풍호동으로 떨어지는 길과 함께 멋스런 정자가 쉼터 구실을 톡톡히 한다. 천자봉으로 설렁설렁 내려서니 공깃돌 같은 봉우리 두엇을 지나 고아한 흥취가 절로이는 아늑한 솔숲으로 연결되 우쭐우쭐 어깨춤이 절로인다.
근데 바로 등로 옆에 웬 젊은 남녀 한쌍이 야릇한 포즈로 서있다. 깜짝 놀라 뒤돌아 서려 했으나 저쪽도 날 본겄 같아 애써 무안함을 감추며 내려선다.
그러나 그건 애정 행각이 아니라 남자분이 여자분의 배낭을 고쳐메주고 있던 겄이였으니....
개눈엔 뭐 밖에 안보인다더니 그짝인가 보다.

철탑이 선 야트막한 봉을 지나면서 길은 너덜 비슷하게 바뀌어 시원찮은 발목을 힘들게 한다. 천자봉의 전위격인 무명봉의 위용을 보고파 우회로를 버리고 암릉을 힘겹게 오른다.
근데 두어평 남짓한 정상은 서쪽 끝이 깎아지른 천길 낭떠러지라 소름이 오싹 돋는다.
평소 우리 향골 모산재의 천읍단애에 은근한 자부심을 지녔었는데 이곳의 절벽은 온몸에 한기가 절로 느껴질 정도로 섬뜩하다. 가히 진해의 하프돔이라 부르기에 주저되지 않는다.
여기 하프돔에서의 조망의 압권은 단연 아침에 올랐던 안민고개에서 웅산으로 치달은 울울한 능선이 제일이다.
야트막한 고개에서 점점이 고도를 높여가는 성벽같은 능선의 준가는 넓진 않지만 야무지고
높진 않아도 옹골차다. 하프돔의 감흥을 갈무리 한 채 천자봉으로 스럼스럼 오르니 노오란 생강나무 꽃이 봄의 전령사로 지친 길손을 반겨준다.

정상 바위에 앉아 생강나무 꽃향기로 노곤함을 달래는데 갑자기 귀가 먹먹할 정도의 산불
예방 안내 방송이 귀청을 찢는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겄이 불조심이긴 하지만
반복해서 계속 나오는 방송은 또다른 산중공해로 제몫(?)을 다하는 것 같아 속이 편치 많은
않다. 견디다 못해 도망치듯 시루봉으로 달아난다.
하프돔 언저리를 굼돌고 철탑을 지나 정자로 되흘러 드니 많은 사람들로 인해 시골 장터 같이 부산스럽다. 시루봉 역시 인파로 북적여 미련없이 웅산을 바라 길을 재촉한다.
웅산 비탈길을 오르다가 탁주에 삶은 돼지고기로 호사를 하는 인심 좋은 꾼들의 틈에 끼여
넉살 좋게 두어잔을 잘 얻어마시고 쉬엄쉬엄 걸으니 어느덧 안민 고개가 지척에 걸려있다.

고갯마루엔 수많은 차량들로 뒤엉켜 북새통을 이루고 집에 가는 길은 멀기만하다.....

2004년 3월 14일. 끝

#각 구간별 도달 시간
*07시 40분...안민 고개
*09시 10분..불모산 삼거리.
*09시 20분..웅산
*09시 40분...곰뫼바위
*10시 43분...천자봉
*12시 04분...다시 곰뫼바위
*12시 54분....불모산 삼거리.
*14시 20분...안민고개.

<생강나무 가지에 머무는 봄빛>

산에 올랐읍니다.
온산을 휘감은 운무는
가슴 한자락 서늘히 다가오며
설레임을 던져 놓습니다.

산에 올랐읍니다.
찬란히 떠오는 태양은
아기의 붉은볼 마냥
싱그럽게 너울 거립니다.

산에 올랐읍니다.
비탈진 능선길 찾지 않는 곳에
함초롬이 생강나무 꽃망울이
여리게 피어 올랐읍니다.

그렇게 봄은 오나 봅니다.
그렇게 봄은 오나 봅니다..


▣ 산그림자 - 안녕하세요.^^ 산그림자 입니다.. 님의 모습을 바라보니 반가운 마음 그지 없습니다.. 한 걸음에 달려가서 포옹이라도 해야 할것 같습니다.. 니므이 싱그럽고 감미로운 글을 대하니 참으로 감사드림니다..
^^감사 합니다. 님도 좋은 산행 하시길..

▣ 산그림자 - 언제나 건강하신 발걸음하시며 정다운 마음의 글을 듬북 안겨 주시기를 소망하여 봅니다.. 물론 님의 곁님의 건강하심을 기원하며.. 산그림자 올림.. ^^

▣ 이수영 - 진맹익님.. 구자숙님이 님의 소식이 궁금해 글까지 올렸는데 물론, 아시고 계시겠지요? 님을 사랑하는 우리 산하 가족들 모두는 님의 근황을 몹씨 궁금해 했답니다. 추측컨데 곁님의 수술 때문 인듯 하여..모두들 걱정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곁님이 무사하시고 님의 산행기를 보니 너무도 반가워서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마치 양창순님이 몇달동안 안 보이시다가 나타난 것 처럼요..님도 이제는 한국의 산하에서 없으면 안되는 公人입니다.
^^님의 좋은 산행기 잘 보고 있읍니다. 감사 합니다.

▣ 山용호 - 마치 사진이 삽입된 산행기 같아요..재미잇게 읽고 갑니다..
▣ 진맹익 - 먼저 우리 한산 가족 여러분께 심려 드림을 진심으로 사과 드리며 불혹에 걸맞게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 하겠읍
▣ 진맹익 - 니다. 여러분의 염려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 빵과 버터 - -사부님께서 돌아오시다- 진맹익님. 사모님께서 편치 않으신가보다 라고 추측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이제 먼길 행보를 하실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그동안 궁금했구요...저는 진짜 맹렬하게 익산하시며 쓰시는 글에 매료됐었는데 이제 갈증이 좀 가신것 같습니다. 하고싶은 얘기, 듣고싶은 얘기들 아껴 두었다 야금야금 꺼내먹지요....정말 반가워요.
▣ 김정길 - 고학 독학을 하다가 결국 가방끈이 길지를 못한 탓이어서 그런지, 소직히 나는 어느누구이던 배울 점이 있으면 존경하고, 사람까지 좋으면 사랑을하는, 밝혀졌다시피 못나고 작은, 그러나 검정색 안경을 끼고 다니던 시절에는 별명이 박정희 였던 김정길입니다. 님의 소식이 끈어진 뒤로 맹익님 특유의 달콤한 산행기가 아쉬운 것은 차지하고, 곁님이 어떻게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연락처도 없고 알아 볼 방법이 없으니 지리에 밝고 사람 잘 찾아내는 나의 특기로 합천 땅을 뒤적여 볼까, // 몺이 얄미운 사람 !
▣ 김정길 - 자기 현실이 아무리 어렵고 세상만사가 캄캄해 보여도 한국의산하에서 당신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동지들의 마음을 그리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면 어느누구 한 사람에게 힌트라도 남기는게 도리라고 봅니다. 혹여 치료비 때문에 절망 상태라면 모금 운동이라도 한판 벌려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도대체 상황도 모르고 연락처도 없으니,
▣ 김정길 - 간밤에 산행기 뜨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열어 보았고 반가운 마음에 당장 답 글을 몇 줄 두둘기다가 괫심했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으로 미루고 지워버렸었으며, 지금에야 진정을 하고 다시 올립니다. 앞으로는 제발 그러지는 맙시다. 이번 진맹익님의 경우를 거울 삼아, 앞으로 산행기를 올리시는 일이백 명의 가족들끼리는 싸이버상의 인연이지만 친목회 회원처럼 상부상조하며 살아 갈 것을 감히 제안합니다. 곁님의 쾌유를 간절히 빌면서... 김정길 올림.
▣ 신경수 - 진맹익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더니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요 내일이 아니라 때로는 잊고살고 때로는 관우 같으신 님을 상상하며 별의별 못된 생각도 했었더랬습니다 그동안 곁님은 물론 두예삐와 맹익님 몸과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나요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이리 구수한 산행기 가지고 나타나셨으니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잠수하는 일이 없기를 산신령님과 모든 신과 산천초목에게 기원드립니다 곁님 더욱더 건강하시기를 바라며 도움 한번 드리지 못한 신경수가 올립니다
▣ 권경선 - 생강나무 꽃망울과 함께 돌아오셨습니다. 힘드셨던 겨울지나고 이봄처럼 가내 평안하시고 예전의 밝고 정감넘치는 산행기 기대하고 싶습니다. 반갑습니다.
▣ 구자숙 - 어젠 지척에 계셔도 글로만 접했던 이송면님을 처음으로 만나 사패산에서 도봉산까지 연계산행을 하면서 님의 소식을 두루 했습니다. 염려와걱정이되신 이동준님과도 통화만 했지요 진맹익님 소식이 계시면 어서 상봉하여 비슬산을 함께 걸어보자구요.휠이 님께전해졌나보군요.무던히도 애타게 기두렸는데요...산하의 대구가족이라는 것의 소중함이 드디어 오늘 17일 산행기로 접하니 너무 감사하여 가슴이 찡합니다. 시간이 허락 하시면 한메일을 한번 열어보시지요. 어서 빨리 사모님이 쾌차하시길 산신령님께빌겠습니다.두예삐도 물론 새학기에 잘지내겠죠????(코스모스 올림)
▣ 윤도균 - 진맹익님 그동안 맘고생 하시느라 한국의 산하를 두문불출 하셨네요 참으로 애석하게 생각을 합니다 하루속님 님의 인생에 동반자이신 사모님께서 훌훌털고 일어나 다시돌아온 한국의 산하 장고가 되어주십시요 두분의 인고를 가슴깊히 공감합니다 왜 그런지 가슴이 싸하네요 더욱 열심히 아내에게 희망이되고 위로가되고 따스한 봄빛이 되어 드리세요 하산하실때 생강나무 꽃 한가지 선물하시지 그랬어요 두손모아 사모님의 쾌유를 빕니다
▣ 산사랑방 - 반갑습니다. 생강나무의 봄빛을 몰고오신 지맹익님! 그동안 소식이 궁금하던차에 산행기를 접하니 봄의 화사한 색깔보다도 더 반갑게 느껴집니다. 곁님도 이제 많이 회복되셨다니 내일처럼 기쁘네요.. 두 예삐들도 건강하지요.. 작년에 오르려다가 벚꽃에 빠져 오르지 못한 시루봉.. 오늘은 생강나무 향기에 취해 봅니다.
▣ 산사랑방 - 에구~~ 또 오타
▣ 진맹익 - 여러분의 질책 편달에 송구한 마음 이기지 못하며 남도 모임에서 따로 사죄 드리겠읍니다. 그때 뵈옵기를 감히 청하며 청죄계사를 올립니다.
▣ 이송면 - ....그렇게 봄은 오나 봅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나무가지에 ... 겨울내 내린 눈이 얼음되어 산님들 발걸음 질척거리며 잡는 .... 진달래 개나리 끝가지 망울진 봉오리들이 봄이 내곁에 살며시 와있음을 알려주듯... 그렇게 봄은 오나 봅니다. 님! 양반은 못되겠습니다. 16일 코스모스님과 님 이야기를 한동안 하였는데.. 온갖 추즉과 함께.. 염려하던 님의 반쪽께서 많이 회복하셨다니 무엇보다 반갑고... 원래 호랑이도 제말 하면 온다더니.. 아마 그래서 그런가 님 산행기를 보니 참 반갑습니다. 간혹 산하에서 종종 뵈올수 있으면... 남도 모임이 언제 있나요?.. 반가운 술잔 기다려 집니다.
▣ 김석기 - 안녕하세요. 김석기라고 합니다. 진맹익님의 구수하고 해학스런한 산행기가 그리웠는데 곁님께서 편찮으셨군요. 건강을 찾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이제 봄기운이 넘치면 가족과 함께하시는 산얘기 많이 들려주세요. 곁님의 조속한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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