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출 산

2008년 11월 18일 불의 날 ( 안성 한솔 )

날씨 : 맑고 추움. 시계는 양호



 
 


 

흔적 : 도갑사-미황재-향로봉-구정봉-천황봉-광암터-광암골-관리사무소주차장 (4시간 26분)



 
 
@ 베틀굴 앞 능선에서





@ 10:26 주차장에 내려서





@ 바짝 마른계곡을 옆에 끼고





@ 거목 팽나무





@ 가을인 줄 알았는데...






@ 일주문



 

@ 일주문 현판





@ 해탈문 들어서며





@ 늦가을 산사 도갑사





@ 에구 첫눈@@@





@ 나 보기가 즐거운 걸음이시면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 미왕재 마지막 오름 계단





@ 11:46 미왕재에서













@ 억새 너머로 잔잔한 산그리메

















@ 구정봉 가는 길













그대 화려하게 치장했던 옷 알뜰히 벗어내리고
어느새 裸身이되어 그 산비탈에 추위를 껴안고 섰네요
아직은 가을인 줄 알았는데...
밤새 살짝 뿌려 논 雪이 겨울이라고 우기니 어쩝니까
겨울입니다
몇 달 깊은 잠에 빠져야겠네요
이른 봄 기지개 켜며 긴 하품 빼문 마른 풀들이 언 땅을 뚫고 고개 내밀 때 까지.









산비탈 돌고돌아 향로봉 앞에 섭니다
언제나 빛을 등지고 캄캄한 얼굴만 보여주는 향로봉이 오늘따라 더 시린 몸으로 다가옵니다
산도 때로는 돌아누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젖은 몸 말리려면 햇볕보다 더 좋은 건 없잖아요

오늘 내 몸은 해바라기 되어 따스함 따라 돕니다
양지편에 서면 한 없이 포근해지니 아닌게 아니라 겨울은 겨울인가봅니다





춥다고 건너 뛸 구정봉이 아니지요
구정 그 작은 돌리네 속에 얼음도 있고 눈도 있어 거기에 삶은 팥 큰 수저로 푹 떠 담으면 영락없는 팥빙수입니다
바람재에서 퍼 올리는 바람이 냉골입니다.
손도 시리고, 귀도 시리고, 아무리 풍광에 홀린 마음이라도
시린 몸을 참을 길이 없어 이 좋은 仙堺를 두고 떠나야함이 많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 봉우리를 벗어나도 또 다른 신의 세계가 펼쳐지니 품었던 마음 살며시 벗어놓습니다





적당히 띄우고서 바라보는 향로봉이 더 멋지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 안에서는 그 품과 모습을 담기는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그를 떠나 거리를 두고 바라봄이 진경인 듯 싶습니다





@ 잠든 거북은 눈화장?





@ 12:35 구정봉에서





월남저수지와 경포대계곡이 내려다보입니다





@ 놀라움@@@










@ 경탄@@@







@ 천황봉






아이들이 장난감블록으로 쌓은 성처럼 군데군데 돌무더기가 무덤을 이룹니다







@ 맑고 푸른 바람이 구정봉에 섰네











@ 사람&





@ 누구군??





@ 디딜방아 왼쪽 끝을 힘차게 밟으면?





@ 회칼로 장난 친 흔적





@ 베틀굴이 품은 것들





@ 동석









@ 바람재
바람이 잠시 마실을 갔나봅니다
볕 바른 언덕배기 따사로움이 느긋한 걸음 걷게합니다
이른 봄 볕이 그리운 그 마음 벌써 들게하니 겨울에 겨우살게 되는건 아닌지...
추위를 몹시 타는 체질이라서.
그렇다고 맨날 구들장 짊어지는 건 한사코 싫고.





구정봉 둘레에 아름다운 돌성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합니다





@ 바람재 오름





경포대로 가는 길엔 막바지 단풍이 남아있습니다









@ 바람재 뒤돌아보다





@ 베틀굴을 바라보고 있는 남근석





@ 역쉬!!





@ 하늘을 보고





@ 받들어 돌@@@





@ 남근석을 품은 암릉 사이로





@ 천황봉 오름에서




@ 쉬어 가는 곳에서





@ 경포대 사면으로 흘러내리는 기암들









@ 상고대도 추위에 떨고





@ 게으런 넘 뒤뚱거리며





@ 13:50 천황봉





@ 강도 보이고





@ 천황봉에서 사자봉, 매봉을 내려다보다

선경에 묻혀 몸이 날아다니다시피 합니다
마음으로 들어오는 억센 기쁨이 몸을 띄우는 것이지요
힘든 오름에도 스프링이 제 구실을 합니다

느긋한 걸음임에도
노닥노닥 게으른 마음임에도,
몸이 가벼우니 시간은 느림보입니다 드문일이지요

날마다 이랬으면...합니다
시간을 늦출 수 있을만큼 몸이 빨라져서 더 많은 시간을 누리기 위한 욕심이 슬며시 고개들었던 날입니다





@ 호남정맥길 따라





@ 광암터로 내려서며





@ 흐미 난 몰러





@ 통천문





@ 헌다리 버리고 새로 만든 현수교 허공다리





@ 석릉





@ 하늘 향한 힘찬 돌기





@ 바람골





@ 잠시 숨어들었다





@ 너희들도 보았어?

눈만 들면 경이로움이 철철 넘치는 산입니다
아무에게나 자랑하고 싶은 산이기도합니다
올해만해도 이 산에 두 번 들어왔습니다
덕분에 길가에 돌멩이 하나하나 까지 낯익어 맨날 만나는 친구 만난 듯 편안합니다

오늘 따라 보여주지 않던 먼 데 그림까지 속속들이 보여주니
지난 봄 그랬던 것처럼 '아무래도 나는 이 산에 다시 와야겠다'고 혼자 중얼거립니다





@ 천황봉 방울새 왈 난 모르겠는디?





@ 그저 바라보기만 했을 뿐





@ 천황님 멋져부러





@ 14:33 육형제 바위





@ 고소공포증






@ 흐미 살떨려





@ 책바위
그런데 집 나온 아이의 두려움 같은





@ 가을이 떠나며 남겨 준 선물





@ 마지막





@ 천황봉 직전에 바람재 내려다보다





@ 남근석 부근에서 베틀굴 바라보며



 

@ 15:12 주차장에서

함박눈 소복히 암릉을 덮은 날, 절벽에 매달린 노송에 눈이 치렁치렁 매달린 날
미끄럽다 호들갑 떨며, 시린 손 호호불며, 이 산의 겨울 얼굴을 보고싶습니다.

경포대 계곡 비탈진 곳에 얌전히 고개 숙인 얼레지 눈 뜨는 그 봄날에 다시 그 길 오르고 싶습니다
너무 자주 만나 식상할 때까지 이 산의 얼굴 대하고 싶습니다

이 산은 대한민국의 자랑입니다
어머니 품 지리산도, 경외의 얼굴인 설악산도 자랑이지만 말입니다

처음 월출산을 만난 날의 감동을 떠올리며 혼자 즐겁습니다

어느날 홀로 떠난 산행에서 산행로의 걸음이 너무 짧아서 길을 벌고자 차도 멀미내며 구불구불 돌아가던 그 고갯길을
넘고 다시 버스를 타기 위해 고갯길을 되돌아오는데 버스 정류장 거의 다 와서 짚차가 저를 부릅니다
왠일인가하여 고개를 돌리니 스님이 어디까지 가냐며 동승을 허락합니다

결국은 염치 없는 동승의 길에 스님이 이런 물음을 던지십니다. "어떤 즐거움으로 세상을 살아가냐구요?"
답은 해야는데 선뜻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혹시 실례가 되는 답이 되면 어쩌나 싶어 생각해보지 않아 대답하기가 좀 그렇다고했지요
사실은 마음 속에 늘 자리잡은 '산'을 감출 수가 없는데 숨긴거지요
'산'을 너무 사랑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을 숨긴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