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찾아 떠난 영남알프스


ㅇ 언제 : 2004. 08. 26 ~ 28(2박 3일)
ㅇ 어디로 : 표충사 - 사자평 - 재약산(1박) - 천황산 - 능동산 - 석남고개 - 가지산(2박)
                - 아랫재 - 운문산 - 딱밭재 - 팔풍재 - 억산 - 석골사
ㅇ 누가 : 아내와 나
ㅇ 왜 : 영남 알프스 7개봉 2차 구간 종주 완료 및 가을 냄새가 그리워서...


휴가를 내서 1박 2일로 다녀 오려던 계획이
출발하는 당일 이부자리에서 들은, 오늘 비가 온다는 예보를 TV에서 하는 바람에
그럼 내일 가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이불속에서 뒤척인다.

그런데 비 온다던 날씨는 점심을 먹고 난 후에도 비가 올 날씨는 아닌 것 같다.
부랴 부랴 배낭을 챙겨 버스를 타고 표충사로 향한다.

표충사에 도착하니, 오후 3시 45분.
등산화 끈을 졸라 메고 영남 알프스 2차 종주를 시작한다.

영남알프스 7개봉 종주를 마음 먹고,
지난번 7월에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을 1박 2일로 1차 완료하고
이제 남은 구간을 돌면 끝나는 2차 구간 종주이다.

표충사 뒤 계곡을  따라 사자평을 향해 출발한다.
계곡은 수량이 많고 물이 깨끗하다.
여름이면 맑고 깨끗한 시원한 계곡으로 유명하고,
가을이면 계곡을 따라 아름다운 단풍으로 유명한 이곳이다.
물론, 사자평의 억새는 너무나도 유명한 곳이지만 이젠 조금 그 명성이 퇴색한 느낌이다.

 
▲ 표충사에서 재약산 오름길의 흥룡 폭포

오름길의 아름다운 계곡에 땀을 씻으면서 쉬엄 쉬엄 오르니 홍룡 폭포가 나온다.


▲ 층층 폭포

이어서 층층 폭포,
2개의 폭포 사진을 찍느라 한시간 정도가 소비된 것 같다.



날은 사자평에 도착하기전에 이미 어둑 어둑해 졌다.
해드랜턴을 켜고 컴컴한 산길을 올라 재약산 도착 15분 이전 거리에서  
우리의 보금자리를 틀었다.

출발과 오름이 힘들지만 이 시간만큼은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된다.
사방은 어둡지만, 가슴이 뻥 뚤리는 시원함과
잠시나마 세상사를 잊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일것이다.

마음을 덜기 위해,
수련원에서 시간과 돈을 투자 해 가며 수련하는 회사 동료를
부러운 마음으로 본 적이 있는데,  난 이 산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  예로부터 약초가 많이 있는 산이라고 해서 재약산이라고 했다는...

다음날, 편안한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침을 해 먹고 재약산을 오른다.
처음 1박 2일의 계획이었다가 2박 3일로 늘어났지만,
이 기간 내내 영남알프스의 억새와 시원한 바람,
운치 있는 산세와 파란 하늘은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다.


▲  재약산에서 천황산 가는 길의...

재약산을 지나, 천황산으로 가는 길의 막 피기 시작한 억새는 지금이 한창인 것 같다.
붉은색의 억새와 푸른 색의 억새가 뒤섞여 바람에 나부끼고,
햇 살이 은 빛으로 물결을 만들어 주는 모습은 장관이라는 표현만으로는 아쉬움이 있다. 

이 억새 숲에서 이런 폼 저런 폼 다 잡아 보지만,
이런 풍경에 영 포즈가 어울리지 않는다.
좀 밝고 환한 모습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하지만...


▲  재약산에서 천황산 가는 능선 -보이는 봉우리가 천황산(사자봉)


▲  사자평의 억새 - 지금이 한창 보기 좋습니다.












▲  첩첩 산중 - 멀리 밀양시가지가 보입니다,  천황산 오름길에서


▲  산오이풀


▲  천황산(?) - 사자봉이라는 정상석이 있었는데...


사자봉이 천황산으로 정상석 이름이 바뀌고 난 후,
이 정상석을 외면하는 산객들이 많다고 한다.
일제의 잔재라고 하는 천황산의 이름을 고집하는 사정이 따로 있느지는 모르겠지만,
볼 때마다 아쉬움이 있다.

이 곳에서 몇 년전 영남알프스 파노라마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
요즘, 산 사이트 곳곳에 이 사진이 올라 있는 것을 보고
반갑기도 하지만 출처없이 도용됨이 씁쓸하기도 하다.

  

문제의 이 사진 -영남알프스 파노라마 사진 보기






▲  능동산 가는 길에서 본 남명 마을


▲  샘물상회 근방의 산상 화원 - 외국 국화라는데 이름은 루드베키아

천황산을 지나, 능동산으로 가는 길의 능선에서 샘물상회 방향을 보니,
유채꽃밭인 듯 한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띈다.
가까이 가 보니, 샘물상회에서 가꾸어 놓은 외국 국화 종류의 꽃이라는데
지금 한창 자태를 뽐내고 있다.


▲  뒤에 보이는 봉우리는 재약산








▲  샘물상회에서 동동주에 도토리 묵으로...

또 한차례 꽃 밭에서의 폼 잡기가 끝 난 후,
동동주와 도토리 묵으로 목을 축이고 상회 뒤 편으로 나 있는 능동산으로 가는 능선을 탄다.


▲  파란 가을 하늘....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덕에 이 길은 억새가 사람키를 넘고,
무릎 아래가 보이지 않을 만큼 수풀로 길을 덮고 있다.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고 얼굴엔 미소 가득이다.


 

초원에 묻힌 듯,
목동의 가슴 마냥 어리고 싶다.
시원한 가을 바람처럼,
새 털 같은 마음이고 싶다.
언제나 한결같은 저 여유있는 능선처럼
넓은 마음이고 싶다.



▲ 능동산 가는 길의 쇠점골 약수터

임도와 산길을 번갈아 가다 보니,
쇠점골 약수터가 땀으로 범벅이 된 우리를 반긴다.
풍부한 수량에 물 맛까지 일품이라...
등목에 물로 할 수 있는건 모두 다하는 사치를 즐기고
샘터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능동산으로 힘차게 오른다.


▲  능동산 - 능선길이 재미있는 멋진 산입니다.


배내고개와 가지산 이정표에서
우린 가지산 쪽으로 직진한다.

석남 고개를 지나 중봉에 힘겹게 오르고 앞을 바라보니 가지산이다.
거의 10시간을 걸어서일까?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이 자리에서 주저 앉고 싶다.
그래도 오늘의 목적지인 가지산까지 사력을 다해 오른다.


▲  가지산의 일몰





헬기장에 텐트를 칠려고 했으나,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가지산 대피소옆에 자리를 잡았다.

영남알프스의 두 번재 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
5시에 맞춰 놓은 알람에 눈을 떠서 밖을 보니 사방이 온통 안개로 하얗다.
오늘도 일출이 틀렸나 보다 하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가 6시에 밖을 나가 보니
한 시간 전과는 다른 세상이 눈 앞에 펼쳐저 있다.

깨끗한 물로 금새 닦아 놓은 듯이 푸른빛으로 싱그러운 산군과
파란 가을 하늘, 새 털 같은 운해가 새 아침을 축복하고 있다.
일출을 쉽게 포기한 내가 후회스럽지만 이미 지난일이니...


▲ 영남알프스의 최고봉 가지산


▲  가지산의 아침 - 아랫재 운문산 방향


▲  가지산에서 본 가을 하늘



 





가지산에서 증명을 남긴 후,
운문산을 향 해 잘 가꾸어 놓은 듯한 능선길을 걸어간다.
길 옆엔 반짝이는 억새도 있고
숲으로 만들어진 아늑한 터널도 있다.
햇 살을 받아 한층 더 빛이 나는 초록이 다음에 또 이 길을 약속하게 만든다.


▲  푸른 초목으로 만들어진 능선길


▲  정말 감동의 물결을 이루는 억새의 향연


▲ 보기 좋은 전망대에서






▲ 물봉선


▲ 황금 마타리


▲  아랫재에서 심심이골으로 3분 거리에 있는 샘터

두시간여의 능선길을 갈 때 쯤,
아랫재가 나오고 우린 심심이골 방향에 있는 샘터를 찾았다.
머리며 얼굴이 미남 미녀가 되는건 물이 있기 때문이리라.
어제의 쇠점골 샘터에 이어 오늘 또 우린,
산중의 사치를 한 껏 누린다.


▲  샘터에서 본...



한 시간여를 샘터와 아랫재에서 노닐다가
코 앞에 태산처럼 높아 보이는 운문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아무리 높아 보여도 못 오를리 없는 이치를 확인하고
서둘러 상운암으로 향한다.

 


▲ 운문산 정상


▲ 며느리밥풀


▲  운문산에서 억산 중간에 있는 범봉


▲  왼쪽이 재약산 오른족이 천황산
 

▲ 참꿩의 다리


▲ 닭의장풀

 
▲ 둥근이질풀

상운암에서 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억산을 향해 출발한다.
딱밭재까지는 쉬엄 쉬엄 능선길이고,
팔풍재로 가는 중간에 범봉을 오르는 코스가 조금 숨이 차는 듯 하다.
팔풍재에서 배낭을 벗어 놓고 억산을 오른다.


▲ 개인적으로 산 이름이 마음에 드는 억산

막바지 힘을 다해 억산에 오르니 계획했던 영남알프스 7개봉 종주가 무사히 끝난다.
구만산까지 갈 생각에 1박을 더 할려고 아무리 계산을 해 봐도
쌀이 없어서 여기서 이번 장정을 끝내기로 한다.

일요일 집들이 행사가 있다고 문자를 보낸 형님의 역할이
2박 3일로 마감하느데 크게 작용하기도 했지만...


▲ 석골사 바로 밑에 있는 석골 폭포

다시 팔풍재로 가서 배낭을 메고 대비골로 해서 석골사로 하산한다.
대비골이 끝날 때쯤 운치 있고 물 좋은 계곡에서 알탕을 즐기고
석골사 석골 폭포에서 마지막 샷 수십장을 날린다.
 


▲ 둥근 달이 - 원서리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처음 1박 2일의 일정이 2박 3일로 늘어나고
사진을 찍고, 엉뚱한 사치에 신경을 쓰느라 시간에 쫓겨 힘이 든 산행이였지만,

실비단 같은 폭포의 사진도  원 없이 찍고,
은 빛 출렁이는 억새, 높은 파란 가을 하늘,
재약산 천황산을 배경으로 사자평의 아름다운 노란 화원 등등...
영남알프스 종주를 위한 산행이였지만,
성큼 다가온 가을맞이 산행이라는 생각이 더 짙은 멋진 산행이었다.

산행전의 피로에 늘어진 나의 모습은, 온 몸은 뻐근하지만,
원기 왕성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 온 것 같아서 
더욱 이번 산행을 더 즐겁게 돌아볼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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