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넘긴 10월 12일(화요일)의 새벽은 마른 하늘에 소리 없는 번개만 여러번 번쩍하다가 천둥과 번개가 다시 여러번 치고 나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밤잠을 자고 일어난 후의 아침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구름 한점 없이 맑게 개인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 하늘이 창 밖으로 보인다. 산행의 충동이 일어나 식사를 하고 산행 준비를 한다. 어차피 늦었으니 먼 산은 가지 못 하고 서울에서 가장 산행시간이 짧고 가까운 불암산을 택한다. 불암산은 작년 11월에 당고개역에서 천보사를 통해 올라서 정암사 쪽으로 하산하여 상계역에서 귀가한 적이 두 번 있다. 그 때는 단풍이 진하게 들어 있었지만 올해는 불암산에서 화려한 단풍을 감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오늘의 산행은 불암산과 수락산을 종주하기 전에 불암산의 등로를 확인해 본다는 의미도 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13시 45분에 집을 나와서 전철을 갈아 타고 중계역 2번 출구로 나오니 14시 15분이다. 그 곳에서 선답자의 산행기를 참고하여 원암유치원 앞의 불암산 들머리에 도착하니 13시 47분이다. 중계역에서 30분이 넘게 걸렸다. 원암유치원 좌측의 들머리에서 산길을 오른다. 산길의 우측으로 나아가니 콘크리이트 포장도로가 나오고 산길보다 무척 가파른 포장도로를 오르니 학도암으로 오르는 돌계단이 보인다.


 

 

원암유치원 옆의 불암산 들머리.


 


들머리의 산길에서 바라본 불암산.


 


학도암으로 오르는 돌계단.


 


학도암.


15시 1분에 학도암에 오르니 암자는 평범한데 그 뒤로 돌계단을 통해 오르는 마애관음보살좌상의 부조와 약사전은 평범함을 넘어서 비범한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학도암의 샘터에서 볼밸브를 열고 샘물을 마시니 미지근하고 그리 물맛이 신통치 않다. 학도암에서 10분을 머물다가 학도암의 우측에 있는 숲길을 통해 다시 제 2의 불암산 들머리로 진입한다.


 


약사전.


 

 

약사전 내부.


 


마애관음보살좌상.


 


학도암 우측의 불암산 들머리.


학도암에서 30분간의 등로는 무성한 나무와 수풀에 그늘진 가파르고 비좁은 숲길이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살랑대는 소리만이 귓전에 들리고 산들바람이 땀을 식혀 준다. 15시 41분에 바위전망대에 도착한다. 구멍이 기묘하게 뻥뻥 뚫린 기암괴석이 보이고 도봉산과 북한산의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지며 그 밑으로는 아파트단지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그 곳에서 5분 정도 머물다가 나무계단을 오르니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자신이 지나쳐 온 길이 천병약수로 가는 길로 표기돼 있고 우측에서 돌계단을 통해 올라 오는 길이 학도암으로 가는 길로 표기돼 있다. 좋은 길을 놓아 두고 험한 길로 올라 왔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오른 길과 다른 갈래길이 있나 보다.

삼거리에서 다시 지릉길을 6분 정도 오르니 옛날에 봉화대가 있던 장소인 헬기장에 도착한다. 정상까지 940 미터가 남았다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헬기장에서 걷기 편한 지릉길을 8분 정도 걸으니 깔딱고개가 나타난다. 깔딱고개에서 태극기가 휘날리는 불암산 정상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여승이 쓰는 모자인 원뿔 모양의 송낙을 닮은 특징적인 봉우리이다.


 


봉화대(헬기장).


 


봉화대(헬기장)에서 깔딱고개로 가는 지릉길.


 


깔딱고개.


 


깔딱고개에서 바라본 불암산 정상.


깔딱고개부터는 암릉길이다. 완만한 암릉길을 상쾌한 마음으로 여유있게 오르다가 8분 후에 거북바위에 도착한다. 왜 거북바위라고 하는지 자세히 살펴 보니 측면에서 비스듬히 올려다보면 위쪽으로 거북의 머리가 보이고 그 밑의 둥그런 부분은 거북의 등껍질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거북바위에서 좌측의 로프지대로 올라서 아까 지나쳐 온 봉화대(헬기장)를 뒤돌아 본다. 저 봉우리 위에서 완만한 지릉길을 내려 와서 깔딱고개로 온 것이다.


 


불암산으로 오르는 암릉길 1.


 


거북바위.


 

 

지나쳐 온 봉화대(헬기장)가 있는 봉우리.


 


암릉의 로프지대 1.


거북바위를 통과한 후의 암릉은 대체로 좌측으로는 로프가 설치돼 있어서 안전한 편이고 우측으로는 릿지를 해서 올라야 하기 때문에 위험이 다분히 도사리고 있으므로 릿지 경험이 없으면 삼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로프지대를 오르니 군데군데 소나무가 멋진 풍치를 자랑하는 한국 특유의 암릉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암릉을 올라서 두 번째 로프지대를 통과하고 나니 줄을 잡고 오르는 곳이 나온다. 줄을 잡고 올라 서니 마지막으로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릿지를 해야 하는 곳이 나온다. 장소가 비좁아 배낭을 벗어서 먼저 올려 놓고 손으로 바위의 날카로운 부분을 잡고 오른다. 아주머니들이 어떻게 내려갈지 쩔쩔매다가 익숙한 사람의 코치를 받고는 잘 내려 간다.


 


불암산 정상으로 오르는 암릉길 2.


 


올라 온 암릉을 내려다 보며...


 


불암산 정상으로 오르는 암릉길 3.


 


불암산 정상으로 오르는 암릉길 4.


 


암릉의 로프지대 2.


 


줄을 잡고 오르는 곳.


그 곳을 통과하니 드디어 지적삼각점이 설치된 불암산 정상이다. 시계를 보니 16시 42분. 일반적으로 불암산의 높이가 508 미터라고 하는데 철판에 507 미터라고 표기된 정상은 바람이 매섭게 몰아친다. 암릉을 오를 때부터 바람이 심하게 불었는데 정상에서는 더 강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온다. 간식과 차가운 음료수를 먹다가 추위를 느껴서 갖고 온 오디술을 가볍게 두 모금 마시고 치즈 한 조각을 베어 문다. 속은 따뜻해지는데 겨우 두 모금에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른다. 불암산 정상에서 해발 479 미터의 석장봉과 수락산이 뚜렷이 보인다. 그리고 오늘 하산하기로 한 방향의 불암사가 내려다 보인다. 불암산 정상에서 15분 정도 머물다가 16시 47분에 석장봉을 향해 내려 간다.


 


불암산 정상 - 508 미터.


 


불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석장봉과 수락산.


 


오늘의 하산예정지인 불암사.


 


석장봉의 거대한 슬랩.


 


불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수락산.


 


불암산 정상 바로 밑의 암릉.


로프를 잡고 내려 가서 8분만에 석장봉 위로 오른다. 이 곳에서도 바람이 매섭게 불어 약간 달아 오른 취기를 말끔히 가셔 준다. 그리고 수락산 밑자락의 보기 싫게 뚫린 터널 두 개가 흉물스럽게 내려다 보인다. 약 5분간 석장봉에서 주위를 조망하다가 불암동으로 하산하기 위해 불암산으로 되오른다. 로프지대를 올라서 다시 아까 열심히 올라 왔었던 암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 와서 깔딱고개에 도착하니 17시 38분이다.


 

 

석장봉 정상.


 


터널 공사를 하고 있는 수락산 밑자락.


 


석장봉에서 바라본 불암산 정상.


 


불암산의 거대한 슬랩.


 


석장봉에서 불암산으로 되오르는 로프지대.


깔딱고개 좌측으로 불암동 하산로가 보인다. 그 곳으로 내려 가니 돌밭길이 이어진다. 돌밭길을 내려 오니 18시 정각에 불암사까지 200 미터, 매표소까지 400 미터라는 표지판이 보여서 안도감이 든다. 7분 정도 더 내려 가서 불암사로 들어 간다. 대웅전과 그 밑의 석탑이 보인다. 그리고 대웅전으로 올라 가니 그 뒤편에 학도암과 같이 불상의 부조가 있다. 그리고 그 부조 위의 언덕에는 석탑이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불암사에서 10분 정도 머물다가 불암동 약수터가든을 지나서 불암동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18시 40분이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정차한 1225번 버스를 타고 태릉입구역까지 가서 전철로 갈아 타고 귀가하니 19시 50분이다.


 


깔딱고개의 불암사 하산로.


 


불암사 하산로의 돌밭길.


 


불암사의 대웅전과 석탑.


 


불암사의 석불상 부조.


 


석불상 부조 위의 석탑.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