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시작 13시간째 ( 오후 3시 )

 

우당탕 콰탕탕

세번째 미끄럼이다.

선배는 하체가 완전히 풀려 백련사 까지 오는 동안 두번이나 엉덩방아를 쪘다.

그러고도 모자라 주차장까지 다 와서 또 무너진다.

두다리가 하늘로 솟고 손에든 폴 대가 사방으로 날아간 대단한 엉덩방아다.

< 저충격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

절뚝 거리며 일어난 선배는

연방 투덜댄다.

 

2시간 전 드디어 향적봉에 올랐다.

향적봉 바로 밑에 있는 대피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따듯한 물로 한기를 추스린 후 무리 없이 정상을 밟았다.

눈보라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는 없었지만 정상의 기운이 온 몸에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누군가 옆에서 덕유산을 말했다.

 

덕유산 별거 아니네

산세도 완만하고

 

<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난 대화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봤다.

 

눈만 안오면 얼마든지 가겠다 ..그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무주리조트 관광객들이었다.

난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거저 올라온 그들이 산을 알리 없었다.

 

산은 공평하다.

산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하루의 반이 소요된 우리에게는 눈물겨운 감동을 주었고 그들의 정기를 나누어 주었다.

하지만 불과 20여분 만에 이곳을 밟은 이들에게는 아무런 느낌도 주려하지 않았다.

산은 산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만 산으로서 자리했다.

 

힘든 사람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하라는 대장의 안내가 있었지만 여기까지 버텨온 22명중 아무도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다음번에는 지리산 어뗘? 

엉덩방아에서 어렵게 일어난 선배를 보고 최형사가 약을 올렸다 .

 

가야지 ..가자구 . ㅎㅎㅎㅎ

선배가 억지 웃음을 지었다.

 

버스가 무주구천동을 빠져나가기 무섭게 우리는 하나둘 부족한 잠 속에 빠져들었다.   

 

---------끝-------

 

그동안 열심히 보아 주신  한국의 산하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여러 에피소드를 소설처럼 연결하는 형식의 산행기.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여러곳에 기고했던 산행기를 비롯하여

앞으로도 좋은 산행기를 한국의 산하에 많이 올릴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