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의 성지산~청량산~무주호

1:25,000지형도=적상. 무풍

2005년 2월 3일 목요일 맑음(-8~5도)   일출몰07:29~17:58

코스: 괴목마을11:30<2.7km>성지산13:00<2.8km>안부14:30<3.3km>청량산전위봉16:20<2.8km>옥소골16:50<2.0km>무주전력홍보관17:20

[도상13.6km/ 5시간 50분소요]

지형도    지형도
 

개요: 덕유산국립공원 향적봉(1610.6m) 북쪽의 두문산(1051.3m)에서 북진한 국립공원의 막내둥이 적상산(1034m)은 단풍명산으로 너무 유명하다.

그러나 두문산에서 북동쪽으로 갈레쳐 나간 김해산(836.8m)~성지산(992.2m)~청량산(1122.7m)~깃대봉(1055m)~백운산(1010m)~나제통문구간은 그 길이만해도 약 18km에 달하지만 국립공원 치고는 별로 알려지질 않았다.

970m봉서 본 지나온 길...저 뒤론 향적봉이    970m봉서 본 지나온 길...저 뒤론 향적봉이   
 

전라북도 무주군 적상면의 괴목마을에서 대호산 경유 성지산으로 올라 설천면과의 경계선 따라 북진하면서 깃대봉쪽의 분기봉인 청량산까지 갔다가 무주호반으로 내려서는 이번 구간은 비록 거리는 짧지만 향적봉을 뒤로하는 장쾌한 능선 산행이다.

동쪽으론 거칠봉(1177.6m)을, 서쪽으론 적상산을 좌우로 동행하면서 진행하면서도 거친 암봉 세군데를 돌아나가는 아기자기한 코스다.

 910m봉서 본 가야할 청량산      910m봉서 본 가야할 청량산
  

지금껏 무명봉으로 불리어오다가 최근에 산 북쪽의 청량마을과 청량재에서 따 온 청량산에서의 하산은 여러방면으로 갈리는데 주로 교통이 편리한 나제통문까지 이어가기 산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코스 동쪽의 원당천과 서쪽의 무주호에서 빠져나온 물들은 무주 남대천 따라 금강으로 흘러들어 서해에서 짠물과 만난다.

대호산 오름길에 본 무주호   대호산 오름길에 본 무주호
 

가는길: 중부고속국도 덕유산 나들목에서 19번도로 사산삼거리로 치목터널을 빠져나와 727번 지방도상의 괴목마을에 내리면 적상면에서 들이 가장 넓고 괴목이 많은 살기좋은 마을이라는 괴목마을 표석이 반긴다.

적상산을 뒤로하고 산길 초입으로 들면 큰호랑이가 자주 출몰했었다는 대호산으로 오르는 길엔 낙락장송 아래 절벽 조망터가 있어 적상산과 향적봉을 바라보기에 좋다.

오름길에 본 향적봉     오름길에 본 향적봉
 

오름길에 본 단지봉     오름길에 본 단지봉
 

대호산엔 삼각점이 없지만 성지산엔 [무주306]삼각점이 있고 향적봉에서 두문산을 경유하여 성지산까지의 날등길은 등산로가 뚜렷한 걸로 봐서 소리소문없이 많은 분들이 찾아들었음을 알 수 있다.

서쪽의 적상산과 동쪽의 거칠봉이 훨씬 더 낮아보이는 착시현상속에서 북진하는 날등길은 뚜렷한 특징없이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는데 910m봉 가는길엔 해묵은 사각블록의 [국립공원]표석이 하나 있어 여기가 덕유산국립공원구역임을 알리고 있다.

910m봉서 본 거칠봉    910m봉서 본 거칠봉
 

910m봉서 본 원당천 뒤로 백두대간   910m봉서 본 원당천 뒤로 백두대간
 

암봉으로 이루어진 910m봉에 서면 사방의 조망이 훤히 트이다가 백운산(혹은 장자골)으로 내려서는 안부에는 수많은 리번이 내걸려서 일반산행은 대체적으로 이 안부에서 내려서는 걸로 마무리 짓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코스는 괴목마을서 종착점까진 고작해야 8.8km의 거리밖에 안되고 별다른 특징도 없어 단순히 적상산. 거칠봉 바라보기 산행으로 만족해야만 한다.

970m봉서 내려본 백운산과 장자골과 무주호    970m봉서 내려본 백운산과 장자골과 무주호
 

쳐다 본 970m암봉    쳐다 본 970m암봉
 

그러나 청량산까지 진행하는 날등길엔 등산로는커녕 고도감이 있는 암봉들이 자주 나타나서 한참씩 우회를 해야만 하는 고충이 따른다.

안부 이후의 첫 970m봉 암봉에 서면 뒤편으론 향적봉까지, 진행방향으론 청량산까지 조망되고 좌우의 적상산과 거칠봉을 둘러싼 협곡. 지능이 적나라 하다.

970m봉서 본 적상산    970m봉서 본 적상산
 

970m봉서 본 청량재    970m봉서 본 청량재
 

계속되는 암봉에서 970m봉은 오른쪽으로, 990m봉은 왼쪽으로 우회를 해서 올라가다가 1040m봉에 맞닥뜨리면 한참을 오른쪽으로 우회를 해야만 한다.

보조자일도 필요없고 산길도 없지만 산죽을 비롯한 혼합림으로 구성된 날등길엔 태고적인 원시성이 그대로 살아있어 오지산행을 즐기기엔 안성마춤이다.

돌아본 990m암봉    돌아본 990m암봉
 

 990m봉서 본 무주읍     990m봉서 본 무주읍
 

한참을 우회해야하는 1040m암봉   한참을 우회해야하는 1040m암봉
 

[국립공원]표석은 970m봉과 990m봉 사이에 하나 더 있고 1040m봉 직전에도 하나 더 있다.

산죽을 헤치고 펑퍼짐한 육산의 1100m봉에 오르면 최고봉으로 보여도 정작 최고봉은 200m 전방의 청량산(1122.7m)이고 산죽과 벌목이 뒹구는 정상에 가면 1998년도에 재설한 [무풍21]삼각점을 확인할 수가 있다.

 990m봉서 본 청량산 정상     990m봉서 본 청량산 정상
 

펑퍼짐한 1100m봉    펑퍼짐한 1100m봉
 

하산은 동북쪽의 깃대봉~백운산을 거쳐 나제통문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서북쪽의 청량재에서 북쪽의 청량마을로 하거나 남쪽의 옥소골로 한다.

옥소골로 하산할 경우 청량산에서 남서릉을 타면 날등길이 잘 나 있고 옥소골에서 무주호반까지는 포장도로여서 소형차의 출입이 자유롭다.

돌아본 옥소골    돌아본 옥소골
 

산행후기:덕유산 국립공원은 널리 알려진 향적봉에서 남덕유까지의 주능선보담도 지능 지곡이 훨씬 더 아름답고 훌륭하다는 걸 아는이는 드물다.

몇년 전 백두대간중에 안성 매표소에서 쫓겨나자 후퇴하는 척 하고는 송장날망~망봉~동엽령으로 우회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그 코스에 홀딱 반해서 두고두고 다시 가고픈 코스로 기억되고 있다.

 설화-1     설화-1
 

그 때 눈여겨 봐두었던 명천계곡 건너편의 삿갓봉 서북능선상의 시루봉(1105.4m)을 비롯한 장쾌한 지능선은 오늘 가는 코스 동쪽의 원당천 건너 거칠봉(1177.6m)과 함께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다.

3년 전 덕곡제에서 검령 오른쪽의 날등을 타고 올란 적이 있었는데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길도 없는 날등엔 송림과 산죽이 빼곡해서 허리까지 차오르는 심설속에 허우적 대면서도 오지산행의 희열을 만끽 했었다.  

설화-2    설화-2
 

내 경험상으로도 그랬지만 아직도 오지로 남아있는 덕유산의 지능지곡은 험난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악천후일 경우 이 산속에서 죽은 사람만 해도 수십명은 넘을 것이다.

오죽하면 자타가 공인하는 대전의 유종선씨가 작년 9월에 무주 설천의 깃대봉과 백운산의 등하산로 네군데를 정리하는데 다섯 번이나 올라야 했을까!

설화-3   설화-3
 

설레는 마음으로 단체산행틈에 끼여서 임진왜란 때 추풍령전투에서 장렬하게 사망한 三怪 장지현을 기리기 위해 괴목 세그루를 심었었다는 괴목마을에서 산행은 시작됐다.  

간밤에 신설이 내려 푹신푹신한 오솔길도 대호산의 암반지대에 이르자 아이젠을 착용해야만 했다. 대호산까지가 좀 힘들었지 이후론 아주 수월하게 성지산에 올라섰다.

설화-4   설화-4
 

오늘 일정을 살펴보니 단축코스 없이 도상 8.8km로 잡아놓았길레 걸음만 빨리하면 청량산까지도 다녀올 수 있겠다싶어 성지산까지 함께했던 일행들보다 앞서가기 시작한다.

910m봉을 지나치면서 중식중인 선두 대장께 양해를 구하고 앞장서자 안부에서 뒤쫓아온 건각 세명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처음부터 암봉의 연속이고 산길도 전혀 없다.

설화-5    설화-5
 

어쨌던 젊은 그들은 앞장서서 러쎌도 잘 해 주고 내가 처지면 기다렸다가 함께 해주어서 고맙기 그지 없는데 혹여 나 때문에 그들의 진행에 방해나 주지 않을까 조바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위험지역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1040m봉에서 뒤쫓아 온 건각 한명이 더 붙어 일행은 다섯명으로 불어났다. 그나저나 심설산행이 너무 힘들었던지 청량산을 목전에 두고 그들은 하산을 서둔다.

설화-6  설화-6 
 

시계를 보니 네시 이십분! 젊은 그들은 청량산은 포기를 하고 벌써 저만치 앞서 내려가고 있다. 내 생각엔 청량산 찍고 날등타고 내려가면 훨씬 수월하겠지만 독자행동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

그들의 러쎌 덕분에 예까지 무사히 따라온 나로선 내 주장을 내세울 수 도 없다. 이미 우리는 늦어도 17시까지는 내려가야만 할 시각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설화-7   설화-7
 

뛰어가기 시작하는 그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으로 뒤쫓는데 마침 그들은 계곡에 맞닥뜨리면서 뭉기적거리기 시작한다. 겨우 계곡을 벗어나 오른쪽 날등으로 붙었다.

그 길은 내가 처음에 예측했던 청량산 남서쪽 지능선 날등인 것이다. 어쨌던 그들은 또 달리기 시작한다. 나도 덩달아 뛰어야만 했다. 드디어 옥소골 합수지점에 도착하자 지금은 잡목으로 무성한 옛사람들의 삶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결빙   결빙 
 

그러나 그 길에서 앞서가던 한분이 나 뒹군다. 바삐 내닫다가 마을사람들이 처 놓은 쇠그물에 등산화가 걸려 넘어졌는데 주위에는 산토끼를 잡기위한 작은 올무도 자주 눈에 띈다.

달리기를 한 결과 정상에서 주차장까지 심설속을 한시간만에 도착했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고,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는 색다른 경험의 하루였다.

겨우살이 열매   겨우살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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