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05.2.19 (토)   날씨: 아침 비눈후 맑음

 

일행 : 고주 & 망태 & 술독

 

산행경로 : 구파발삼거리(08:30) → 백화사입구(09:00) → 가사당암문(10:30) → 용출봉(11:00) →용혈봉(11:10) → 증취봉(11:20)→부왕동

               암문(11:30) → 나월봉(11:50) → 나한봉(12:10) → 칠성봉(12:20) →청수동암문(12:25) → 문수봉(12:30) → 중식 및 휴식 →

               대남문(13:40) → 대성암 → 증흥사지(14:05) → 비석거리(14:20) → 중성문(14:30) → 대서문(14:55)  → 산성매표소(15:10) →

               구파발삼거리(15:30)

 

 


꿩대신 닭이라 했던가...
전날 금요일오후 내내 기상정보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설악산 무박산행 출발여부로 조바심을 냈었고
결국 가슴까지 쌓인 폭설로 설악산행이 아쉽지만 취소되었다
대신 토요일 일찍 우리의 본거지인 북한산을 돌기로 하였다

 

집을 나설때 진눈깨비 비슷하게 흩뿌리더니 구파발에서 일행과 합류할때는
함박눈이 제법 세차게 퍼붓는다

비록 모두들 손꼽아 기다리뎐 심설 무박산행이 취소되었지만
함박눈이 내리고 있는 오늘 북한산이 어느정도나 아쉬움을 달래줄수 있을런지....

 

<백화사입구에서 보는 의상봉 &  백화사매표소>

 

 

백화사매표소에서 기한이 끝나버린  3만원짜리「1년회원권」 갱신신청을 하고
선량한 표정의 매표소 영감님로부터 눈길 안전산행에 유의하라는 당부를 들으며
본격적인 등로로 접어 들었다

 

1㎝ 안팍의 눈으로 덮혀있는 등로에는 앞서간 발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우리가 첫발자국을 남기는 셈인것이다
이렇듯 북한산에서 잠시동안이지만 오가는이 없이 우리일행만 호젓하게 산행하기는
참으로 오래인듯 싶다

 

<소나무 가지엔 눈꽃이 소담스레 피어있고>

 

30분여 올랐을때부터 뿌옇던 하늘의 눈발이 멎고, 점차점차 선명하게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오늘따라 우리동네 아파트단지가 더욱더 가깝게 다가 보인다

 

“나는 복 받은놈...” 하며 혼자 피식 웃어본다
1년반전 지금의 아파트에 이사왔을때 무엇보다도 거실창에 온통 들어찬 북한산 자락을 보고는
살아있는 한폭의 산수화라며 아내와 나는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모른다
그리곤 이따끔, 거실창에 서서 북한산에서 떠오르는 아침 붉은해를 즐겨 맞이 하곤 해왔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무렵 가사당암문에 도착하였고
여기부터는 지루하지 않은 룰루랄라 놀메놀메 능선길...

 

<가사당암문 과 용출봉의 잔설>

  

 

용출봉에서 바라보는 강아지 바위는 거기 있으되 쌓인눈 때문인지 자태가 희미하다
용출봉 계단을 내려설때야 비로소 처음으로 산객의 무리와 마주친다

 

나월봉 능선길은 조망과 스릴과 묘미가 북한산의 백미...
하지만 쌓인눈과 빙벽길을 감안 아래쪽 우회등로를 택했다
때론 등로을 벗어나 눈속에 발이 빠지며 헤메기도 했지만
사각거리는 눈을 밟는 재미에 지루한지도 몰랐다

 

나월봉 정상아래쪽에 설치된 나월봉표지 말뚝은 있으나 표지판이 없어졌다
“어느 몹쓸놈의 소행인가???”
의아해하며 길을 이어 갔으나 나한봉도 형편은 마찬가지
아마도 관리공단측에서 표지판을 바꾸려 일제히 표지판을 제거 한듯하기도 하다

 

<긴급수배....  말뚝은 있으되 표지판은 간데없고 (나월봉 & 나한봉)>

   

 

산속의 날씨란 변화무쌍 하다지만 오늘은 특히 심하다
엄동설한의 매서운 칼바람이 몸을 가누지못할 정도로 몰아 치는가하면
어느쯤에서는 봄날인가 할정도로 평온하고 따사롭기 그지없다

 

능선을 치고 도는 골바람에 흩날리는 눈가루가, 상기된 빰에서 녹아 차라리 시원스럽다
살을 에이는듯 매섭던 칼바람의 위력은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견딜만큼 부드럽게도 온몸을 휘감는다
이미 저편에 다가온 새로운 계절을 암시하는듯 싶다

 

암문과 봉우리를 지날때마다 다시금 바라보고 확인하는 백운대쪽의 삼각봉우리는
희끗희끗 하얀눈을 품은 자태로 그 어느때보다 선명하게 가깝게 다가온다

 

문수봉에 올랐으나 깃대에 태극기가 없어 서운했고
세차게 몰아치는 칼바람때문인지 산객들도 머무르지 않아 쓸쓸해 보인다
저아래 대남문 주변에서만 여느때와 같이 사람들로 북적이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청수동암문 &  문수봉 깃대엔 태극기가 증발하고> 

 

 

북한산에서는 집에서 가까운 지리적 여건으로 시간의 여유로움이 자랑거리...
우리는 문수봉 바로아래 양지바른 둔덕에 터를 잡고 사제 막걸리를 곁들여 점심식사를 했다
아주 한가롭게...그리고 얼큰하게...

한기를 느끼고서야 일어나 하산을 시작한다

 

<대남문 전경>

 

대남문 앞에서는 사람들과 비둘기들이 함께 어울려 더불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다가가도 일단의 비둘기 무리들은 자기들의 성찬을 즐기느라
자리를 내어줄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산성계곡쪽으로의 하산길은 응달이어서
지난주 내린 많은양의 눈이, 오늘 내린눈과 함께 보존이 잘되어 있다

 

<잔설이 그대로 남아 있어 흥이 절로난 하산길... 산성계곡>

 

적당히 뽀드득거리며, 쿠션감과 함께 아이젠에 걸치는 사각거리는 촉감도 기분이 좋다

이렇듯 상쾌하고 괜시리 즐거운 기분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도대체 모를 진정....
차라리 설악산이 아니여도 좋았다
오늘의 산행정도라면... 일행 모두 흡족해 한다

 

하산길에 두시간 남짓 선그라스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귀가후 잠자리에 들무렵  콧잔등이며, 빰이며, 후끈거려 연고를 발라야 했으며
다음날 아침에 보니 선그라스 자국이 선명할 정도로 얼굴이 타 있었다

 

<비석거리 & 중성문>

 

 

겨울의 끝자락에서...  잔설이 생생한 눈길산행...  

 

새삼 북한산의 소중함이  새록새록 느껴지는 그런... 날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