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육산 - 예봉산


이번 겨울에는 눈 산행을 한번도 하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내려있다. 방송에서는 영동지방에 대설이 내렸다고 나오고..
참을 수 없는 산꾼이 어느 산으로 갈까 고민했다.
북한산?? 검봉산?? 검단산?? 수락산?? 결국은 가까운 양평의 예봉산으로..
친구가 운길산까지 종주하자고 자신감을 내 비치지만.. 지난 여름의 힘들었던 기억에 쉽게 동의할 수 가 없다.

산행코스 및 시간은 팔당역(13:00) -> 예봉산(14:40) -> 팔당역(16:30)


계곡을 지나 능선으로 오르는 길 (2005.02.19)


8개월만에 예봉산을 다시 오른다.
그때는 한 여름이었는데.. 지금은 한 겨울..
팔당역 근처의 상팔당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출발이 늦어서 시간은 오후 1시를 지나고 있다.
계곡으로 오르는데.. 날씨가 따뜻해서 인지 계곡에 얼음이 없다.
주변에는 눈이 약간 쌓여 있는데.. 등산로의 눈은 모두 녹아버렸다.

내심 실망을 하며.. 그렇다고 아니 오를 수도 없고.. 꾸역꾸역 오른다.
이미 내려오는 사람들도 많다.
한달만의 산행이라 그런지.. 쉽게 숨이 가빠진다.
계곡이 끝이 나고.. 예봉산의 남쪽 능선으로 오르는 오름길이 나타난다.
계곡에서와는 다르게 조금 올라오니.. 눈이 꽤나 많이 쌓여있다.
친구 왈.. "이 정도면 눈산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드디어 전망이 확 트이는 능선에 오른다.
뒤로는 검단산이 보이고.. 앞으로는 예봉산 정상이 보인다.
10여분을 더 오르니 정상이다.


정상에서 본 남한강, 북한강, 용문산, 백운봉 (2005.02.19)


지난 여름 정상에서 본 남한강, 북한강, 용문산, 백운봉 (2004.06.12)


운길산 능선 (2005.02.19)


지난 여름 운길산 능선 (2004.06.12)


정상에서 (2005.02.19)


하산길 능선 (2005.02.19)


1시간 30여분만에 정상에 오른다.
날씨는 따뜻한 데 바람이 매섭다.
360도 몸을 돌려가며 여기저기 전망을 감상한다.
지난 여름에는 초록으로 물들었던 많은 나무들이 가지만 앙상하게 겨울 육산의 속 모습을 보여준다.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 않던 곳들까지도 잘 보인다.

이게 겨울산행의 매력 아닌가?
동쪽으로 멀리 용문산과 백운봉이 보이고.. 그 앞으로는 꽁꽁 얼어붙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모습도 보인다.
북쪽을 향하니.. 가까이 운길산 능선과.. 멀리 눈 덮힌 많은 능선들이.. 무슨 산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다시 서쪽으로 서울을 지키는 북한산과 도봉산.. 불암산과 수락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우뚝 솓은 검단산이..

낮은 산 치고 이렇게 전망이 좋은 곳도 많지 않으리라..
지난 여름에 보았던 막걸리 아저씨가 오늘도 정상에 있다.
막걸리 한잔 반에 얼큰함을 느끼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하산을 시작한다.

운길산은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하산은 지난 여름 올랐던 코스.. 오늘 올라 온 반대 방향이다.
하산길에는 응달이라 올라 온 길 보다 훨씬 많은 눈이 쌓여 있다.
지난 여름의 기억을 되새기며 계곡으로 들어선다.

그러나 다른 길.. 눈앞에 보이는 한강과 팔당대교를 위안삼아 하산한다.
도중에 라면도 끓여먹고.. 막걸리에 취함에 더해서 라면을 안주로 소주까지.. 내려오니 4시가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