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 휘날리는 광교산


그동안 열심히 산에 다녀서인지 주변에 소문이 나고.. 부서에서도 산꾼으로 인정을 해 준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특히 고참들이 산에 가자는 열정이 대단하다.
내 산행을 방해받지나 않을까 하는 고민 끝에 산우회를 만들었다.
그 첫 산행으로 워밍업이라도 할 겸 해서 가까운 광교산으로 향한다.
산행코스 및 시간은 경기대 서문(10:50) -> 형제봉(12:00) -> 비로봉(12:40) -> 정상(시루봉)(13:00) -> 억새밭 -> 상광교동(14:30)


부서 산우회를 만든지는 한달이 지났다. 그리고 첫산행을 2월 26일날 하려고 했으나 참석인원이 적어 오늘로 연기했다.
산행에 참석한 사람은 여섯명.. 그런대로 한팀이 꾸려진다.
기상을 보니 운이 좋으면 눈산행을 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잔뜩 기대를 하고 아침을 기다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부터 확인을 하는데.. 이런.. 눈 그림자도 안보인다.
동해안에는 폭설 주의보가 내렸다는데...낮에 눈발이 날린다니 그것만이라도 기대할 수 밖에...

산행은 여섯명이 모두 모인 10시 50분에 경기대 서문에서 시작한다.
주말이고 시내 근처의 산이라 공용주차장이 꽉 찰 정도로 산을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경기대 서문에서 형제봉까지는 간간이 언덕 수준의 가벼운 능선길이다.
그럼에도 오랫만에 산을 찾는 분들이라 그런지.. 거리가 벌어진다.
맨 뒤에서 걸으며 뒤 떨어지는 사름들을 챙긴다.
형제봉에 도달한다. 두개의 봉우리가 사이좋은 형제처럼 나란히 있다.
형제봉 오르기 직전의 바위와 두개의 밧줄이 그나마 광교산도 산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형제봉 (2005.03.05)


형제봉 (광교산에도 이런 고난이도의 코스가..) (2005.03.05)


형제봉에서 본 비로봉과 광교산 능선 (2005.03.05)


형제봉에서 먼저 온 일행을 보내고 뒤쳐진 한사람을 기다린다.
산에서 5분거리는 꽤 멀다. 뒤에 모습이 보이지 않던 사람도 5분여 만에 도착한다.
형제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로 응달이라 아직 얼음이 녹지 않아서 미끄럽다.
그리고 비로봉까지는 다시 오르막..
막 오르막이 시작하려는데.. 왼쪽에 우회길과 비슷한 비뚤이길이 나타난다.
아까부터 뒤로 쳐지던 그 분이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자기는 비로봉을 우회해서 시루봉으로 온단다.
비로봉으로 오르막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한 분이 중턱에서 다시 오른쪽 우회로로 빠진다.
그럼 아까 왼쪽의 우회로는??
아뿔사 그 분은 아무래도 하산길로 들어선 것 같다.

형제봉에서 40분만에 비로봉에 도착한다. 위에는 팔각정이 있고.. 광교저수지와 수원시내가 눈에 들어온다.
지나온 형제봉의 응달은 하얀 눈이 쌓여있다.


비로봉에서 본 형제봉과 지나온 능선 (2005.03.05)


비로봉을 지나고 (2005.03.05)


비로봉에서 다시 20분을 걸어 시루봉에 도착한다.
먼저 온 일행이 벌써 기다리고 있다.
기념사진을 한장 찍고 주변을 돌아보는데.. 날씨가 흐려서 조망이 좋지 않다.
서서히 허기도 지고.. 점심 먹을 장소를 찾아 빠르게 정상을 내려온다.
노루목에 오니 반딧불이 휴게소가 있다. 바람도 불고 해서 휴게소 안에서 점심을 먹는다.

누군가에게 전화가 온다.
아까 일찍 우회로로 빠진 분.. 벌써 하산했단다. 언제면 내려올 수 있냐고..
한시간 이상 걸리면 집에 먼저 간다고..
오늘은 억새밭을 거쳐서 백운산까지 갔다가 되돌아서 억새밭으로 하산하기로 했는데..
모처럼 첫 산행인데.. 먼저 가랄 수도 없고..

아쉽지만 계획을 바꾼다. 억새밭에서 하산하기로..
점심을 마치고 억새밭으로 향하는데.. 하늘도 무심하지 않으시지..
갑자기 눈발이 날린다. 이럴땐 어른이 따로 없다. 모두가 기뻐하고..
가까이 통신탑과 백운산이 보이지만.. 억새밭을 지나 상광교동으로 하산한다.


눈발이 휘날려서 한장 (2005.03.05)


억새밭 갈림길의 돌탑 (2005.03.05)


먼저 내려온 분이 포장마차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둘러앉아서.. 막걸리 한잔에.. 이런 저런 얘기.. 여럿이 함께하는 산행의 또 다른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