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남부릉의 두 지능선[선유동능선~쇠통바위능선]


 


 

<구간별 시간대>


 

- 07:50 선유동입구 들머리출발

- 08:30 묘지봉우리

- 08:54 650봉

- 09:30 우회로삼거리

- 10:00 무멸봉정상

- 10:35 전망대봉

- 11:30 1121봉

- 12:00 선유동계곡 하산길

- 12:20 남부주능선

- 12:30 독바위 헬기장

- 12:50 식사 끝

- 13:12 쇠통바위

- 13:20 능선들머리

- 16:20 사리암터안부

- 16:30 두 번째안부

- 16:45 세 번째안부

- 17:00 하산완료


 


 

▶ 산행일자 : 2005년 02월 10일(설 연휴) - 날씨 : 맑음


 

▶ 산 행 지 :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 산행코스 : 선유동입구~650봉~1121봉~계곡삼거리~남부릉~쇠통바위~능선분기점

             ~단천분기점~700봉~사리암터안부~선유동매표소

◎ 산행거리 : 약 12Km(도상거리)

◎ 산행시간 : 약 9시간(휴식/식사 포함)


 

▣ 참가인원 : 총 3명(장군봉 산구름 이한성)

<산행경로> - 다운받아 크게 보시면 잘 보실 수 있습니다.


 


 

<산행기>


 

잠결에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뜬다. 언뜻 시계를 쳐다보니 04시5분, “아니 이럴 수가?!” 04시까지 만나기로한 산구름님인데 그의 전화를 받고 이제 막 일어났으니..., 큰일 났다! 새벽 일찍 일어날 거라고 엊저녁 아무준비도 안 해놓고 잔 것이 문제다. 일단 산구름님께 좀 기다려달라는 말을 했지만 대체 뭣부터 해야 할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세수고 뭐고 생략하고 허둥지둥 옷부터 주서 입는다. 당연 밥도 못 쌌고 겨우 배낭만 챙겨 매고 부리나케 집을 뛰쳐나온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예정시간보다 30분이나 늦었다.


 

2월 10일, 민족고유의 설이 9일이면 바로 그 다음날, 천금같은 보너스휴일을 맞는다. 그동안 꼭 해보고 싶었던 지리산코스 한 바리를 하고자 산구름님과 장군봉님이 진즉에 약속이 되어 있었건만 새벽에 일찍 만나기로 한 것이 그만 이렇게 된 것이다. 소중한 시간 30분을 허비하게 되어 두 분께 미안할 따름이다. 차는 약 3시간여를 달려 산행들머리에 도착한다. 화개면 대성리, ‘왕성초등학교 의신분교’를 지나 선유동매표소 100m 못 미친 지점, 바로 갓길에 주차공간이 좀 있는 이곳이 우리가 올라갈 들머리다.(07:50)


 

좀더 쉬운 들머리는 범왕리와 대성리가 갈리는 삼거리, 즉 신흥마을 다리를 건너 팔각정을 보고 오르는 계단길이 있지만 난 굳이 능선의 끝자락이 이곳이라 여기고 이곳 들머리를 오르기로 한다. 길옆 작은 밭대기를 넘어가면 절개지 흙 비탈이 눈에 들어온다. 오를 곳은 유일하게 이곳인데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아 망서러지는 곳이다. 하지만 막상 이곳만 올라서면 그런대로 갈만한 능선이 나온다. 초반 지리산특유의 거친 바위더미가 두 군데나 나오지만 그냥 타고 넘으면 되고 급사면을 한차례 짓쳐 오르면 언덕바지 고스락에 닿는다.


 

방향을 우측으로 잡아 한번 더 비탈을 오르면 국립공원 시멘트말뚝을 만나고 약 35분 만에 팔각정에서 올라오는 뚜렷한 산길을 만난다. 거기서 조금 더 오르면 바로 묘지봉우리에 오른다.(08:30) 한차례 땀을 닦아내고 한숨을 돌려본다. 오후부터 날씨가 좀 풀린다는 예보지만 지리산자락은 여전히 춥다. 머리카락에는 금방 얼음이 맺히고 얼굴을 감싸는 차디찬 공기는 오히려 상쾌함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지리산의 찬 공기를 나는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마음의 숙제로 묻어두었던 이곳, 두 동반자와 함께 가는 이 길이 가슴 벅차다.


 

산길은 제법 모습을 드러내고 즉시 봉우리를 향한 오름이 시작된다. 중간 중간 시멘트 말뚝이 마치 삼각점처럼 박혀있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올랐다 내려섰다, 산죽사이 길은 아슬아슬 사라졌다 나타나고.., 약 25여 분만에 아주 인상 깊은 봉우리 한곳에 오른다. 공간은 좁지만 상당히 가파르게 올라온다. 기분은 마치 1000고지라도 올랐는가했더니 산구름님의 GPS상에 나타난 고도는 겨우 ‘650봉’이란다.(08:54) 산길은 우측 급경사로 떨어진다. 멀리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촛대봉이 잘 보이는 곳에서 걸음을 멈춘다.

첫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리주릉의 모습입니다.

  <좌측으로 희끄므리하게 보이는 곳이 삼정마을이고, 오른쪽 위 하얗게 보이는 곳이 촛대봉입니다.

  실제로 눈으로 볼 때는 날씨가 좋아서인지 아주 가까이 잘 보였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보는 느낌이 많이 떨어집니다.>


 

아침도 안 먹고 나온 여파가 이쯤에서 배가 고파온다. 촛대봉을 바라보면서 빵과 우유로 아침을 대신한다. 바람이 부는 자리라 그런지 잠시 멈춰선 시간에 금방 손이 시렵고 추워져서 얼마 머물지 못하고 그냥 출발한다. 겨울산과 추위, 좀 추워야 겨울 맛이 난다고 하는 겨울, 어쩌면 지금의 지리산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봉우리하나를 넘자 길옆에 허물어져가는 무덤 1기를 만나고 산길이 갑자기 좋아지면서 곧 삼거리를 만난다.(09:30) 봉우리를 우회하는 큰길(직진)과 의문의 좌측 길이 갈리는 삼거리다.


 

큰길을 따라도 되지만 좌측 길로 들어선다. 능선으로 직접 오르는가했더니 길은 왼쪽 사면으로 빠져나간다. 어디로 연결되는 길인지 의문만 남긴 채 두길 중간 날등을 향해 오른다. 급비탈산길이 잠시 이어지는가했더니 이내 우거진 산죽길에서 길이 흐지부지해진다. 가파른 경사도에다 바닥에 눈마저 미끄러워 산죽을 움켜쥐고 통사정을 하며 올라가야 했다. 힘들게 한번 치고 나니 다시 사면에 우회길이 보이는데.., 이건 또 뭐야? 다시 직진! 이왕 올라 친 것, 계속 봉우리행을 고수 한다. 또 한번 가파른 토끼길을 치고 오르니 꼭대기는 맹탕이고 조금 내려온 곳에 반반한 우회길이 올라오는 삼거리를 만난다.(10:00)


 

예전에 달아놓은 ‘대구산사람들’ 표지기를 만나니 새삼 반갑다. 길은 한동안 완만하게 이어진다. 거의 미지의 길이나 다름없는 이런 곳을 두 파트너가 다 좋아하지만 특히 장군봉님께서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같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길을 얼마나 갔을까? 다시 희미한 갈림길이 보이는 지점에서 아까처럼 왼쪽 봉우리를 향해 오른다. 오늘은 봉우리만 만나면 무조건 올라가기로 작정을 한다. 힘들게 오른 봉우리는 과연 댓가를 제공하는 듯 공터는 좁지만 지리주릉을 바라보는 조망이 천하일품이다.(10:35)

 <장군봉님과 필자> 올라온 능선을 뒤로 하고 포즈를 잡았습니다.

  <여기가 두번째 전망대입니다.

  좌측으로 우회하지 말고 직접 치고 올라와야만 이곳을 오를 수 있습니다.>


 

노고단 반야봉 촛대봉 천왕봉 등., 두드러진 봉우리들이 한눈에 관망되고 서북릉 최고봉인 만복대도 보인다. 좀더 멋진 조망을 즐기라고 햇볕마저 비쳐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주릉을 배경으로 사진하나 찍어주겠다는 산구름님의 배려에 둘이 몸은 멋지게 잡았는데 이런! 디카가 얼어서 작동을 안 한단다. 에잉~ 둘은 입맛만 다시고는 그냥 내려온다. 전망대에서 내려온 곳은 오늘 유일하게 보는 인위적인 상징물인 고로쇠물통이 보인다. 이 고로쇠 물통이 보이는 곳이 바로 국사암능선 갈리는 우회길이며 중요 표적이 되는 곳이다.

  앞에 바로 보이는 능선이 범왕능선입니다.

  <좌측이 목통마을이고 우측이 삼정마을입니다.>


 

싸리잡목 숲으로 희미한 길이 이어진다. 따스한 햇볕이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어인지 마음은 한결 편안한 상태다. 보이는 경관들이 하도 아까워 설 연휴를 잘 쉬고 있을 호연지기에게 전화를 걸어 현지직송으로 경관을 배달해준다. 보내기는 열심히 보냈는데 물건(?)을 잘 받았는지 모르겠다. ^^* 산행시간 약 3시간이 지나가는데 아직도 주릉은 아득하게 보인다. 가능한 산길을 탐닉하듯 알뜰히 걸으니 시간이 더 걸리나보다. 간혹 산길이 불확실한 곳도 있지만 그래도 길 흔적은 꾸준히 이어진다.


 

이렇다할 특징 없이 소강상태를 보이던 산길이 서서히 험해지면서 소규모 암릉지대를 만난다. 좌측으로 우회하게 되어있었지만 길 없는 곳을 치고 올라본다. 바위와 쓰러진 나무들을 딛고 봉우리에 올라서니 역시 예상대로 멋진 조망이 펼쳐진다. 그리 넓지 않은 바위공간이지만 사발팔방 거침없는 조망이 압권이다.(11:30) 이 주변에서는 제일 높은 봉우리 같은데 아마 이곳이 ‘새이봉(1121)이 아닐까 추정을 해본다. 이번에는 사진도 잘 찍히고 따듯한 양지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봉우리를 내려온다.


 

이상하다! 오를 때는 길이 없었는데 내려올 때는 길이 보인다. 다시 산죽길이 이어지고 완만한 오름길에는 가벼운 바위길이 계속 이어진다. 저만치 파란 하늘금에 맞닿아있는 주능선 봉우리도 이제 한결 가까이 다가와 있다. 전망봉우리에서 약 30분을 진행한 지점에 왼쪽 편에 하산길 하나가 열린다. 여러개의 리본이 펄럭이는 이곳이 선유동계곡 빠지는 삼거리다.(12:00) 이제 주릉은 손에 잡일 듯하고 여기서 20분을 치고 오르니 길이 반질하게 나있는 남부능선이다. 지금 막 넘어온 쪽에는 작은 출입금지간판이 붙어있다.(12:20)

  뒤 돌아서서 바라봅니다.

  <상불재에서 내려 앞에 보이는 능선이 주변의 조먕에 비해서 조금은 특이하게 보입니다.

  오른 쪽 봉우리에는 헬기장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우측으로 더 내려가면 불일폭포입니다.

  저 편 뒤로 남부능선 끝자락인 원강재, 활공장, 성제봉, 임도도 보입니다.

  사진에서는 그저 모습만 보입니다.>


 

현 위치는 우측아래에 상불재가 있고 왼쪽 삼신봉방향 10분만 가면 헬기장에 닿는 그런 위치다. 이제 남부능선에 붙었으니 조금가다 식사를 해결하고 쇠통바위 들머리를 찾아 들어가면 된다. 꼭 10분 만에 이정표가 있는 헬기장에 도착한다. 우측 철조망 막아놓은 곳으로 내려가면 멋진 독바위가 있고 청학동으로 하산이 가능한 곳이다. 남부능선상에 중요한 위치가 되는 이곳 헬기장공터, 평소에 많은 산객들이 쉬어가는 장소로 이용된다. 바닥에 하얀눈이 깔려있지만 우린 한쪽 귀퉁이에서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진다.(12:50)

  남부주릉에 올라 이정표가 있는 헬기장으로 이동하는 중에 독바위를 바라봅니다.

   <독바위도 일부 눈에 쌓여 하얗게 보입니다.

   청학동으로 올라오는 길목에 묵계제도 보이네요.>


 

식사를 끝내고 꼭 22분 만에 거대한 쇠통바위에 닿는다.(13:12) 우측 구멍이 뻥 뚫려있는 이곳으로 청학동이 보인다는 바위, 마치 자물쇠를 열어 들어가는 쇠통을 닮았다하여 ‘쇠통바위’라 부른다. 바위를 조금 지나 길을 살피고 있는 도중에 오늘 유일하게 맞은편에서 오는 산객 두 분을 만난다. 백무동에서 올라와 쌍계사로 간다고 하는 이분들, 이 시간에 참 많이도 걸었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그들과 헤어지자마자 바로 들머리에 닿는다. 그러니까 쇠통바위에서 약 150m 진행한 맞은편에 출입금지 간판 있는 곳이 초입로다.(13:20)


 

이 능선은 지형도상으로 보아 쇠통바위와 같은 선상에 놓여있는 관계로 통상 ‘쇠통바위능선’이라 부르는 곳인데. 막상 현장에 와보면 능선이 약간 어긋나있음으로 이점 감안을 하여 입구를 찾아야한다. 초입로에 들어서자 다시 정겨운 토끼길(?)이 이어진다. 지리산의 토끼길을 찾아다니는 토끼같은 산꾼들은 이런 토끼길에 매료되어 지리산에만 오면 산토끼가 되는 많은 토끼매니아(?)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 중에 하나가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 자신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쓴웃음 지어본다.


 

초입에 들어서자 얼마안가 바위군들이 나타난다. 능선만을 고집한다는 생각으로 거의 날등을 타고 넘는다. 운행은 더뎠지만 그렇게 큰 무리 없이 산길은 이어졌고 약간의 조심운행으로 거의 통과가 가능했다. 표지기는 간간히 보이는데 그나마 본인의 표지기가 온전하게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니 기분은 가히 나쁘지 않다. 약 40여분동안을 큰 고도격차 없이 산길이 이어지다가 능선하나가 분기되는 분맥지점에 선다. 딱히 연결되는 길은 안 보인다만 능선이 빤히 보여 그리로 간다면 충분히 갈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곳이다.

  <쇠통비위능선의 분위기, 이런 바위군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분맥지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으며 그것은 좋은 시계확보와 산구름님의 GPS의 역할이 일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은 가능한 현 위치를 분명히 하려고 수시로 위치파악을 해보는 입장이다. 지금까지의 산길은 과거에도 다녔던 기억이 있던 터라 큰 문제없이 진행했지만 하산시작 약 1시간10분 남짓 지났을 무렵, 문제의 갈림길 나타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14:33) 바로 왼쪽에 능선하나가 살포지 이어지는 것 같은데 길은 없다. 산구름님의 표지기(조페산악회) 하나 걸어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래로 내려서본다.


 

2~3분정도 내려갔을 때, 나는 그만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다. 발아래 엄청난 절벽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분명히 능선은 눈앞에 보이는데 낭떠러지가 워낙 높아 이어길 방법이 없다. 에고 뜨거라! 하는 마음으로 되돌아온다. 표지기 회수하여 좋은 길로 진행해본다. 하지만 그 길은 자연스레 북쪽으로 치우치니 제 방향이 아니다. 과거 잘못 진행하여 단천골로 빠진 그 길이 분명한 것 같은데..., 혹 돌아가는 길이 있나싶어 좀더 진행을 해보니 좌우로는 절벽이고 지형의 생김 상 도저히 돌아갈 그런 길이 아닌 것 같다.


 

위치파악은 됐는데 능선을 잇지 못한다? 그럴 수야 없지 않는가! 그렇다면 결론은 뻔하다. 그냥치고 내려갈 수밖에.., 회수했던 표지기를 다시 달고 재차 그리로 내려간다. 이번엔 낭떠러지 왼쪽을 크게 돌아 무조건 치고 내려오니 절벽 밑 안부에 내려선다. 올려다본 절벽이 엄청나다. 지리산 특유의 거무튀튀한 바위벽이 족히 25m는 되어 보인다. 그냥 보면 숲길 같은데 이런 곳에 이런 큰 절벽이 있다니.., 지리산은 알다가도 모를 산이다. 아마 이런 매력이 지리산을 찾게 만드는 이유가 아닌가싶기도 하다.


 

이제까지 간간히 보였던 표지기도 이곳에서부터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곳, 이 능선을 누군가가 이었을 텐데..., 이렇게도 흔적이 없을 수 있을까? 어쨌든 완전 백지 같은 길을 우린 걷게 된다. 앞 봉우리를 올라서니 다시 바위절벽이다. 이리 내려설까 저리 내려설까 기웃거리다가 안전한 곳을 찾아 내려선다. “보래이! 일루 내려가모 안되나?” 가끔 위험한 곳에서 고집을 피우는 장군봉형님을 만류하느라 애를 먹는다. 그는 이런류의 산길이 좋다며 마치 어린애 같은 마음이 된다.


 

격한 바위지대가 좀 잦아질 때쯤 휴식을 취한다. 산행시간이 2시간이 다되어가는데 아직도 고도가 1000을 유지하고 있다는 산구름님의 말에 “이거 정말 진도 안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저 아래 단천마을 보이고 덕평능선자락에 붙어있는 의산마을, 그리고 대성골의 대성마을도 보이니 어느새 기분은 다 내려온 기분이 든다. 언제부턴가 바위길이 사라지고 흙길이 살포시 나있는 산길이 이어진다. 이때부터 산길좌우로 신비의 식물이라는 겨우살이가 자주 보인다. 하지만 나무가 워낙 높아 모두 그림의 떡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쏟아지고 고도는 700대로 떨어진다. 단천마을이 폴짝 뛰면 닿을 것 같은 위치에 와있다. 하지만 능선끝자락은 아직도 저 골짝 끝으로 한참 이어진다. 좌측(남쪽)편엔 우리가 올랐던 선유동능선이 멋진 모습으로 우리와 마주한다. 저곳을 아침에 올랐다 생각하니 마음 흐뭇하다. 700봉에서 아래로 내려갈 때, 엄청난 양의 겨우살이가 지천으로 늘려있다 모두 너무 높이 달려있어 만만한 것이 하나 없다. 한 두어 번 나무에 올라갔다 내려오니 힘이 빠져 그만이다. 겨우 2개 정도 따서 배낭에 넣고 장사 끝이다.

  부지런히 내려오니 웬 텐트가 보입니다.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버섯 철은 지났는데...?>


 

하지만 장군봉형님은 아직도 영업중인지 저걸 그냥 어떻게 못해서 안달이다. 아무데나 마구 올라가려는 형님을 붙잡느라 여기서도 애 좀 먹는다. “지가 무슨 청춘이라고(요건 속으로 한 말임)” 700봉에서 한번 빠지니 길 없는 안부에 닿고 다시 살짝 올랐다 재차 빠지면 뚜렷한 사거리 안부다.(16:20) 좌측이 ‘사리암터’가는 길이고 우측이 단천마을 길이다. 이곳까지 오는데 무려 3시간이나 걸렸으니 한낱 지능선 치고는 결코 만만한 능선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안부사거리에서 오르자마자 널따란 헬기장을 만난다.


 

길은 동네 야산수준이고 진도도 상당히 잘나간다. 첫 안부에서 약 10분 만에 두 번째 안부를 만나는데 조금 전보다 더욱 확실한 사거리가 나있다. 왼쪽 사리암터로 내려가면 아마 쇠통바위 작은능선이 끝나는 지점을 만나지 않을까 짐작된다. 약 15분 뒤에 다시 묘지가 있는 세 번째 안부를 만나는데 이곳에서 매표소로 가지 않으려면 우측 길로 내려가면 될 것 같다. 다시 솔 갈비 푹신한 길을 올라 15분 더 가면 도로가 보이고 바로 선유동계곡 끝에 떨어지면서 오늘계획한 산행이 모두 끝이 난다.

   < 선유동매표소와 도로보수공사 현장>


 

국립공원매표소는 도로보수공사 때문에 길 건너편으로 옮겼으며 우리가 내려올 때는 근무자는 없었다. 늘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두 능선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산행이다. 과거 선유동능선은 기상악화로 인해 국사암능선으로 하산했으며, 쇠통바위능선은 큰 절벽근처에서 길을 잘못 빠져 단천골로 하산했던 과거 일례가 있던 곳이다. 오늘 두 군데를 한번에 묶어서 숙제를 해결했으니 나로서는 참으로 보람찬 산행을 한 셈이고 쟁쟁한 두 산꾼(산구름: 조폐산악회회장, 장군봉: 1대간 9정맥 단독 연속종주)역시 만족했다니 영광이라 할 수 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