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자 : 2005년 2월 28일
§ 산행코스 : 진틀-백운암 갈림길- 주능선 헬기장- 상봉 - 신선대 - 병암계곡 - 진틀
§ 산행시간 : 3시간 16분


07:30 진틀
08:20 묘지
08:37 백운사 갈림길
08:42 백운암 갈림길
08:48 주능선 헬기장
09:21 상봉
09:39 신선대
10:09 병암계곡 삼거리
10:46 진틀



사실상 올 겨울의 마지막 산행일인 2월의 끝날을 하루 앞두고
곡성 동악산의 청계동과 사수암을 더듬어볼까...
아니면 청소골의 계족산-깃대봉-갓걸이봉을 빙~ 돌아볼까 고민하고 있던 차, 함께 하기로 한 양반이 백운산을 가잔다.

딱 한번 정상을 밟았던 백운산.
호남정맥의 끝을 화려하게 마무리 짓는 산임에도 나의 뇌리에는 별로 인상깊게 각인되어 있지 않은 산이다.
옥룡, 봉강, 어치, 금천 등 어디에 견주어도 손색 없는 4대계곡을 품고있는 명산임에도 불구하고,
조계산과 함께 내고장 순천에서 가장 찾기쉬운 근교산임에도 불구하고
수 십리밖 다른 산들보다도 소홀 했던 것은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받은 역차별이라고나 할까.
어쨋든 나보다 더 소홀한 바쁜청년님 덕에 이번 겨울은 백운산에서 배웅하게 되었다.

몇 해전 산하를 휩쓸고간 태풍 루사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옥룡계곡의 상류를 향해 쏘렌토 한 대가 맑은 공기를 가르며 질주하다 멈춰선 곳은 진틀마을.
오늘은 야간근무 들어가는 날이라 긴 산행은 무리일것 같아 정상만 가볍게 다녀오기로 하고 진틀마을로 들어가는 길 중간에 있는 초입으로 들어섰다.

쓰레기장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을 넘자 병암계곡을 따라 콘크리트로 포장된 하얀 길이 기억을 가물가물하게 만든다.
"몇 년 전엔 없었던 것 같은데..."
잔설이 약간 남아있는 길을 조금 따르자 산행로는 계류를 건너 포장길로 이어지고, 산비탈엔 개설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임도가 능선을 향해 있었다.
헷갈리기 시작...
분명 계류를 건너 포장길로 이어진 길이 맞는것 같은데 백운산 초짜 바쁜청년님이 임도쪽에 메달려 있는 두어개의 표시기를 보고 그쪽으로 방향을 잡자고 고집을 피운다.
최,강,조...3대고집의 하나인 조고집을 꺽을 힘도 없고 능선으로 올라도 길은 있겠다 싶어서 바쁜청년님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고 임도를 오르자 고로쇠약수 채취용 호스가 임도를 가로질러 진틀마을을 향해 뻗어있다.
지금은 한참 고로쇠철이라 백운산 자락의 계곡에는 각지에서 찾아든 사람들로 여름철에 버금가는 활황기를 맞고 있었다.

능선에 이르러 임도를 버리고 능선을 따라 이어진 가느다란 길로 접어들었다.
상태로 보아 지정 등산로가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잔설위로 찍힌 발자국이 사람이 다녔음을 증명하였기에 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주릉에 이를 것으로 생각되었다.
좁고 가느다란 길이지만 알아볼 수 없을만큼 희미하지는 않아 길을 잃을 염려는 없고, 능선상에는 아카시아나무가 많은 산죽군락과 노루의 등처럼 부드러운 황갈색 능선, 진달래 군락 등이 차례로 나타나 무료하지 않은 오름길이 계속된다.

 

산죽군락을 뚫고..
  

노루등
 

50분쯤 지나 능선상의 조그만 봉우리에 이르자 묘 한기가 자리잡고 있고,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아마 상백운암인듯 싶은 암자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길은 좀더 뚜렷해지고 등산로에 쌓여있는 눈도 제법 많다.
백운사 갈림길과 백운암 갈림길이 몇 분의 차이를 두고 연이어 나타나고, 이어서 헬기당이 있는 주능선에 이르렀다.

 

곳곳에 남아있는 잔설
 

날씨가 흐려 또렷한 조망은 어려웠으나 상봉, 또아리봉, 도솔봉 등 백운산의 주요 봉우리들이 희미하게나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김밥으로 간단한 아침을 때우고 얼어붙은 주능선을 따라 상봉에 오른다.
거친 암봉으로 이루어진 백운산 상봉(1218미터)의 표지석은 예전의 날카롭고 조그만 것 대신 커다란 표지석이 새로 세워져 있다.
정상의 조망 역시 좋지 않아 섬진강의 푸른 물도, 남해의 올망졸망한 섬들도, 제철소의 굴뚝에서 올라오는 연기도 보이질 않는다.

 

주능선의 헬기장에서 바라본 상봉과 신선대
 

백운산 상봉
 

신선대 위에서
 

 

백운산에서 수려함이 그래도 좀 낫다는 상봉~신선대 능선.
두 개의 조그만 철계단을 건너 신선대에 오른 다음 다시 되돌아 내려와 병암계곡쪽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미끄럽고 가파른 길을 내려오자 산비탈엔 고로쇠 약수 채취용 호수가 거미줄처럼 깔려있고 저마다의 나무에는 서너개의 가느다란 호스가 마치 링겔주사처럼 꽂혀있다.
"꿀~꺽"
요즘 고로쇠 약수의 신빙성에 상당한 의문이 들지만 저건 진짜라 생각하니 나도모르게 침이 삼켜진다.

 

고로쇠 나무에 꽂혀있는 채취용 호스


병암계곡으로 내려서자 상봉으로 오르는 길과 만나게 되는데 원래 이길을 이용해 상봉으로 올라야 했었는데 우리가 길을 잘못들었던 것이다.
맑은 물이 청아하게 흐르는 계곡을 따라 내려오던 중 처음으로 올라오는 산행객들과 마주친다.
하나같이 부시시하고 얼굴에 통통함이 배인걸 보니 간밤에 어느 산장에서 고로쇠와 고스톱, 주로 고자 들어가는걸로 실컷 즐기다가 느지막히 일어나 산행에 나선것 같다.
몇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산장을 지나 콘크리트길을 따라 내려오다 계류를 건너 처음 시작했던 길과 만나니 잠시 후 진틀마을 진입로에 닿게 되었다.

"4월쯤에 형제봉에서 노랭이봉까지 종주 한 번 하자."
"그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