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자 : 2005년 3월 어느날
§ 산행코스 : 주차장-사수암폭포-능선-성남재-배넘어재 삼거리-동악산-삼인동 갈림길-주차장
§ 산행시간 : 5시간 11분

 

# 총 산행시간 : 6시간 18분
사수암계곡 주차장(10:25)-사수암폭포(10:38)-지능선(11:34)-주능선(11:43)-성남재(12:03)-589봉(12:17)-동악산*배넘어재 갈림길(13:19)-동악산*청계동 갈림길(13:40)-점심(14:50)-정상(14:55)-사수암*삼인동 갈림길(15:24)-사수암폭포(16:28)-주차장(16:43)

 

야간근무가 끝나고 쉬는 날이라 잠자는 것도 잊고 집을 나섰다.
오후에 서쪽지방부터 눈이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던 터라 산행지를 가까운 동악산으로 잡았지만 아침의 하늘은 맑기만 하였다.
동악산과의 인연은 몇 해전 의상봉에 가려다 비도 오고 차도 고장나고 하는 바람에 갑자기 오르게 됐던 형제봉과 지난해 12월 다녀온

최악산일 뿐 아직 정상과 연을 맺지는 못했다.

 

동악산 산행은 도림사에서 시작해 동악산~배넘어재~형제봉을 돌아 다시 도림사에 이르는 원점회귀 코스가 주로 이용되지만, 코스가

다양하므로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도림사 코스보다 더 즐거운 산행을 얼마든지 할 수가 있다.
그 중 가장 권장할 만한 코스가 청계동의 사수암계곡에서 왼쪽 능선을 타고 올라 정상에 들렀다가 배넘어재와 형제봉을 거쳐 도림사로

내려오는 코스인데, 부처바위를 지난 후 길상암터로 내려오지 않고 험로라고 표기된 암릉(일명 공룡능선)을 타고 내려와 배넘어재로

오르는 계곡삼거리에서 청류동계곡을 타고 도림사로 하산하는 것이 암릉산행을 동반한 묘미를 만끽할 수 있어서 좋다.
자가용을 이용했을 때 차량회수가 여의치 않지만 곡성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해결된다.

 

 청색 : 산행코스, 녹색 : 권장코스

 

오늘은 일단 위의 코스는 접어두고 사수암계곡을 따라 성남재로 올라 동악산과 삼인봉을 경유해 청계동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현 문화재청장)님의 말마따나 우리나라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답게 언제 찾아봐도 아름다운

섬진강변을 따라 이어진 17번 국도를 달리다보니 어느새 찾아왔는지 봄기운이 살며시 기지개를 펴고 있음을 느낀다.

 

곡성읍을 지나서 섬진강 상류의 다른 이름인 순자강을 따라 입면쪽으로 이어진 지방도를 타고 가다 청계교를 지나 곧바로 좌회전하여

사수암계곡으로 들어섰다.
매표소는 아마도 피서철인 여름에만 운영을 하는지 아무도 없고 포장이 안된 주차장의 한쪽에는 큼지막한 정자가 한동 서있다.

 

넓은 오솔길을 따라 조금 오른뒤 깔끔한 다리와 홍수에 쓸린듯 굵은 바위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석축을 번갈아 건너자 사수곡 최고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매끄럽고 넓은 암반위를 흐르는 옥수와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하나하나가 절경을 연출하고 있는 바위들, 그리고 동악산의 수려한 산세를 배경으로 미끄러져 내리는 사수암 폭포의 비경은 삼남의 제일이라는 청류동계곡(월봉계곡)의 암반을 능가할 정도다.
사수암 폭포의 상부에 걸터 앉은 널찍한 바위는 몇 명이서 모여앉아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곁들여도 좋고, 십년지기와 바둑을 한 수 둬도 좋고, 서너명이서 둘러 앉아 고스톱을 쳐도 그만이라 여름철이면 서로 차지하려고 전쟁이라도 한판 치뤄야할 것 같아 보인다.

 

사수암폭포와 계곡 그리고 고리봉 조망

 

사수암폭포 아래서 이정표가 동악산을 안내하고 있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계곡을 따라 오른다.
폭포 주변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주변 산세와 어우러진 계곡미에 취해 길이 희미해지는 것도 모르고 어느새 계류가 갈리는 곳에 이르렀다.
오른쪽 계곡길이 좀 뚜렷하다 싶어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보니 그동안 길안내를 하던 모 산악회 표시기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점점 희미해져 가던 길이 끝내 사라져버리고 만다.
능선으로 오르면 길이 있을까나 싶어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보지만 낮게 자란 소나무가 진행을 방해하는지라 다시 골짜기로 내려와 하는 수 없이 계곡을 따라 헤쳐 올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 잡목이 없고 낙엽이 푹신푹신하게 깔린 골짜기라서 오르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왼쪽 등성이에 보이는 바위지대에 올라서면 주변 산세가 대충 어림잡힐듯 하여 그곳으로 올라서니 아니나 다를까 사수암 계곡이 내려다 보이고 섬진강 건너로 뾰족하게 솟아있는 고리봉도 한눈에 들어왔다.
소나무숲 사이로 가파른 비탈을 10분 정도 치고 오르자 묘 한기가 자리잡고 있는 주능선의 야트막한 봉우리에 이른다.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이 나올새라 이곳의 위치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소나무숲 때문에 조망이 좋지 않아 자세한 위치는 알 수가 없으나 아직 성남재를 지나치지는 않은것 같다.

 

왼쪽 동악산 방향으로 능선을 타고 조금 가다보니 섬진강과 그 옆에 자리잡은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이 보이고, 멀리 설산과 산성산,

추월산 등 전남북의 경계를 이룬 산들이 조망되는 거대한 암릉이 나타나고 곧이어 멋드러지고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와 샘터,

그리고「매봉 0.6킬로미터」 라고 표기된 낡은 이정목 있는 성남재에 이른다.
성남재라고 표시된 것이 없으니 정확히 말하면 성남재라고 생각되는 곳에 이른것이다.
사수암계곡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나 찾아 보았지만 사람이 다닐만한 길은 보이지 않는 것이 등로를 잃고 헤메일만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성남재에서 부터 589봉을 지나 배넘어재와 동악산 입구 삼거리까지는 능선 주변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제법 많이 쌓여있는 긴 능선이라 완만함에도 불구하고 꽤나 시간이 걸리었다.
갈림길에서 정상 입구의 또다른 갈림길 까지는 가파른 암릉길도 있고 잔설과 빙판으로 된 미끄러운 길이어서 약간은 조심스럽다.
반대편(정상쪽)에서 암릉을 우회하는 철계단을 따라 이쪽으로 오는 두분의 산님들을 피해 암릉을 타고 올라서자 지나온 능선과 오른쪽

능선 사이로 깊숙히 파고든 사수암계곡과, 정상과 형제봉 능선에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청류동계곡이 남북으로 번갈아가며 보인다.

 

동악산 입구 삼거리에서 정상쪽으로 약간 진행하다가 형제봉과 험로(일명 공룡능선)가 잘 조망되는 곳에 자리를 펴고 한 시간이 넘게

점심시간을 갖는다.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버너가 수명을 다해가는지 산행을 할수록 화력이 떨어지는것이 조만간에 쎈놈으로다가 새로 장만을 해야 될썽 싶다.

 

부실한 철계단과 암릉이 약간의 긴장을 주는 가운데 반주로 마신 양주의 효험이 서서히 나타날쯤 되니 3미터 정도 되는 돌탑이 서 있는

정상에 이른다.
특이한 것은 보통의 산들이 주릉을 양 옆으로 뻗어내리고 정상을 우뚝 솟아 올려 놓은데 반해 동악산 정상은 주릉에서 벗어나 있어서

외딴 섬 같은 느낌이 든다.

 

동악산 정상부 암릉으로 오르는 철계단과 하산길 암릉

 

정상에서 다시 되돌아나와 삼인동과 청계동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섰다.
원래 계획은 촛대봉과 삼인봉을 넘어 청계동(곡성읍에서 오다보면 사수곡 이르기 전에 소류지가 있는 조그만 계곡)으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시간도 꽤 되었고 계획했던 코스보다 사수암쪽 능선의 경치가 더 나을 것 같아 계획을 수정하여 사수암계곡으로 내려서는 길로 방향을 틀었다.

 

사수암폭포까지 한 시간이 넘게 뻗어내린 길은 하산로보다는 등로로 이용함이 더 나을것 같은 가파르고 험한 바윗길이다.
그 만큼 볼거리도 많아 섬진강과 건너편 고리봉이 마주보이고 기묘하게 생긴 바위와 암릉도 심심찮게 나타났으므로 동악산 산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최상의 코스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마주한 사수암폭포.
크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금강산의 구룡연도 설악산의 가야동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좀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해도...
올 여름에는 이리로 피서를 올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