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40   지리산 九龍瀑布(440m) - 남원시 주천면

산 행 일 : 2004년 7월 31일 토요일
산의날씨 : 맑음. 오후 흐리고 한 때 소나기
산행횟수 : 초행
동 행 인 : 부부산행

산행시간 : 5시간 06분 (식사 휴식 2시간 18분포함) ⇒ 삼곡교 <0:12> 구룡교 <0:08> 영폭교
<0:06> 유선대 <0:09> 지주대 <0:17> 비폭동 <0:28> 구룡폭포 <0:07> 구룡정 <1:21> 삼곡교
산행거리 : 5.3km(+α) ⇒ 삼곡교 <2.65> 구룡폭포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인해 열대야 현상까지 발생하니 밤 잠 이루기도 쉽지 않고 시원
한 곳에서 일하는 아내는 집에만 돌아오면 냉방병 증상인지 몰라도 통 맥을 못쓴다.
이러한 처지인지라 동호인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정맥종주도 당분간 순연했으니 무모한 산행
은 자제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 여겨져 뱀사골에 들어가 상태를 봐서 토끼봉에 오른 후 숨은 비
경을 둘러볼 셈으로 집을 나섰다.

"토끼봉이고 뭐고 깊은 계곡에서 쉬었다오면 안될까?"
구례가 가까워지자 지레 겁을 먹은 듯한 아내 눈을 보니 나도 생각이 달라져 성삼재 넘기를 포기
하고 남원방향으로 직진하였다.
고기리에서 60번 지방도를 타고 험한 고개를 내려오다 춘향묘 조금 전 삼곡교 정자 앞의 구룡폭
포 안내팻말을 본적이 있어 계획을 바꾼 것이다.
19번 국도상의 밤재터널을 지나 천왕봉휴게소에 잠시 들린 후, '육모정' 안내표지를 보고 오른쪽
길로 빠져 북부관리소 매표소에 닿게되는데 휴게소에서 4km 남짓 되는 거리이다.

구룡계곡은 용호구곡 또는 구룡폭포라고도 하는데 이처럼 이름을 달리하는 것은 옛날 음력 4월
초파일이면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아홉 군데 폭포에 한 마리씩 자리잡아 노닐다가
다시 승천했다는 전설 때문이라 한다.
그 제1곡은 매표소 조금 못 미친 곳에 있는 송력동폭포를 말하는데 흔히 약수터라 불리며,
제2곡은 매표소를 지난 높이 5m의 암벽에 이상만이 썼다는 '용호석문'이란 글이 음각된 절벽 아
래 흰 바위로 둘러싸인 못을 말한다.
민가와 음식점들 뒤에 있을 송력동폭포는 그냥 지나쳤고 길 왼쪽 바위 글도 차창 밖으로 내다보
고 역시 길 아래에 있을 못도 둘러보지 않은 체 춘향묘 앞에 이르러 차를 세우려다 제3곡인 학서
암, 삼곡교를 건넌 작은 공간을 가까스로 차지하였다.

09 : 05 '한국의 명수(名水)' 표지석과 '↑정령치 12.0km * ← 구룡폭포 2.65km *↓육모정 0.3km'
이정표를 확인하고 정자로 내려가니 다리 밑에는 벌써 여러 가족이 자리잡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느라 신바람이 났다.
물은 그리 맑아 보이진 않으나 바위를 돌고 돌며 수많은 폭포를 이룬 물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잘 정비된 길가 곳곳에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판소리를 배워요' 등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배울 수 있는 유익한 팻말이 세워져 있다.
학서암에서 300m쯤 오르면 구시처럼 바위가 패여있고 건너편 작은 바위는 중이 꿇어앉아 독경하
는 모습 같다하여 서암이라고 하며 구시소로 더 알려진 제4곡은 내 눈으로는 쉽게 찾을 수 없다.

09 : 27 구룡교를 건너면 '이후 3km내 화장실 없음' 팻말이 있는 깨끗한 화장실이 있고 암벽에
설치된 철계단과 고랑을 가로지른 철근 바닥인 작은 다리를 지나 계곡과 잠시 이별하지만 경쾌한
물소리는 여전히 들린다.
09 : 35 영폭교를 건너 3분쯤 가면 폭포가 1.95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있고 '사랑의 다리'를 건너
면 지리산 요소요소에서 볼 수 있는 팻말인 '지북21-03'이 있다.
    
09 : 45 제5곡, 바위에 금이 많이 그어져있어 선인들이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이 있으며 임진왜란
때 조경남(趙慶南) 장군의 전승지로도 유명하다는 유선대(遊仙台) 물가로 내려가 주변 바위를 자
세히 살펴보았지만 불규칙적인 선들만 있다.
오른쪽 너덜을 따라 가면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시퍼런 소가 있고 '수영금지' 팻말이 계곡을
가로지른 줄에 매달렸으며 벼랑 위에는 유사시 구조용으로 사용하려는 튜브 한 개가 보인다.

09 : 54 유선대로 부터 0.3km 거리의 제6곡 지주대(砥柱臺).
구룡산과 그 밖의 여러 갈래 산줄기에서 흘러내린 계곡 물이 모두 합류하는 지점으로 기암절벽이
마치 하늘을 떠받치듯 솟았으며 예로부터 아홉 마리 용이 모이는 장소라고 하나 구름다리 앞의
암벽은 나무로 인해 사진에서와 같은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다.
양 계류 오른쪽 계곡에 설치된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 계곡을 버리고 20m쯤 가면 '↑ 구룡폭포
1.05km * → 구룡폭포 삼거리 0.9km' 이정표가 발길을 멈추게 하나 합수점에서 헤어진 계곡을 찾
기라도 하듯 낮은 능선을 오르면 이내 깊숙이 내려다보이고 산 사면을 타고 가는 길에 안전대가
없어 상당히 위험한 지점도 있어 주의를 게을리 해선 안된다.

10 : 11 제7곡 비폭동(飛瀑洞). 거의 90도 각도로 깎아지른 듯한 문암이라는 암석층으로 이에 속
하는 산이 반월봉이고 층층 암벽을 타고 떨어지며 생기는 아름다운 물보라가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모습과 같다고 하는데 차마 눈을 뗄 수가 없어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깎아지른 암벽을 피해 오른쪽 직각으로 방향을 튼 급경사 길엔 굵은 와이어가 걸렸고 노송이 뿌
리박은 암봉으로 기어올라 이제는 계곡을 향해 90도 꺾어 안전대와 철계단 등을 타고 계곡 가까
이 다가서다 다시 급경사 길을 오르는데 오늘 산행중 가장 힘든 코스였다.
와이어, 수십m 간격으로 곳곳에 설치된 목제계단과 다리, 철계단과 다리를 지나고 안내팻말이 없
는 제8곡인, 계곡을 가로질러 우뚝 서 가운데로 뚫린 구멍을 물이 통과해서 석문추 또는 경천벽
이라 부르는 곳을 확인하지 못하고 무심결에 지나치고 말았다.

10 : 45 구룡폭포. 직폭도 와폭도 아닌 부드러운 경사를 이룬 2단.
바닥 판자 두어 군데 구멍이 뚫려 위험천만인 출렁다리가 걸렸고 먼저 와 자리잡은 사람들을 보
니 이상하게 산행차림이 아니었으며 다리건너 '구룡폭포 해발 440m. ↑ 운봉 5.0km *↓ 육모정
2.9km' 표지를 보고 철계단을 타고 오르니 더 나아갈 수 없는 종점인데 남자 셋이 보인다.
하단부로 내려오자 서둘러 물가로 다가간 아내 표정이 시원찮다 했더니 물이 맑지 않고 미지근해
서 아예 등산화를 벗고 카메라만 둘러맨 체 바위를 타고 조심스럽게 폭포 정상부로 올라갔다.

아∼ 폭포 위의 평지를 이룬 물가 풍경은 보지 안했어야 좋았다.
수많은 자동차, 유원지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 모습.
땀을 줄줄 흘려가며 큰 기대를 걸고 찾아온 폭포, 차갑고 깨끗한 물에 발 담그고 푹 쉬었다 가려
던 꿈은 허무하게 무너져 버리니 더 머무르고 싶은 생각이 달아나 버린다.
이정표가 있는 길을 타고 조금 오르면 비포장 길이 나오고 볼폼없는 구룡사(현판이 없어 물어보
았다)의 염불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고 계곡 쪽으로 가자 옛 선비들이 시를 쓰며 즐겼을
구룡정이 변해버린 세상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며 바위틈 등에는 무속인 들의 흔적이 산재해있다.
  
11 : 45 구룡정 옆 암자에 "공부하러 왔다"는 젊은이로부터 얼음물 한 사발을 얻어 마시면서 "너
무 소란스럽다"는 말을 들으니 공감이 간다.
뒤도 안 돌아보고 구룡폭포 앞 출렁다리를 건너고 올랐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다 양갈래 계류 출
렁다리를 건너기 전 왼쪽으로 희미한 길이 보여 조금 들어가자 계곡으로 떨어졌다.
12 : 28 바위를 이리저리 비집고 50여m 오르니 그늘 있는 기막힌 장소가 나왔으며 폭포쪽 물과
는 달리 물이 거울 같이 맑고 차기는 얼음물 같으며 내 키 만한 폭포도 있어 아내 입이 함박만해
지고 밥 먹을 준비는 하지 않고 신부터 벗더니 물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더니 "에라 모르겠다" 아예 옷을 입은 체 물 속으로 풍덩 들어갔고 폭포 물을 맞으면서 "세
상에서 제일 기분 좋은 맛사지를 받아 보라"며 손짓한다.
'이래도 되는 건가...? 하긴 나만 도덕군자인척 해봤자 오히려 못난 측에 속하게된다. 그래 잠시라
도 삼복더위를 잊고 구룡폭에 빠져보자'
"어이구 시원타. 이빨이 덜덜거리네" 이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13 : 42 갑자기 날이 수상해지자 다시 삼곡교를 향해서 출발.
14 : 00 영폭교를 지날때 소나기가 쏟아지고
14 : 21 삼곡교로 돌아오니 가라고 가랑비가 내린다.
"기왕 공원입장료를 냈으니 선유폭포를 둘러보고 정령치도 넘고 성삼재를 거쳐 내려가자고"  
아내 대답은 필요 없이 고갯길을 한참 오르자 길 왼쪽에 '구룡폭포 입구' 표지가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서있고 '입장권 검표, 매표소'를 지나 1분쯤 오르면 선유폭포 안내판이 있으며 길가에서 20m
쯤 거리에 '지리산에서 빼어난 절경중의 하나로 매년 칠월 칠석날이면 하늘에서 아리따운 선녀들
이 내려와 목욕하며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에 취해 즐겁게 놀았다'는 선유폭포가 있다.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장소에 진을 친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 한 판 찍은 후 되돌아 내려
와 씩씩거리며 힘겹게 오르는 포터 꽁무니를 따라 갤로퍼도 술 취한 사람처럼 좌우로 비틀거리며
정령치를 향해 올라간다.



                    삼곡교 앞의 구룡계곡 표지석과 이정표


                              계곡가의 정자와 삼곡교


                  사랑의 다리를 배경으로


            유선대 위의 깊은 소 - 벼랑에 튜브를 마련해 놓았다.


                             작은 폭포가 무수히 많다.


                    계곡 벼랑을 피해 오르는 급경사 바윗길


                        비폭동의 폭포


       구룡폭포. 물이 미지근하고 깨끗하지 못했다.


                구룡폭포 상부. 철계단 종점


                      구룡폭포 상부에서 내려다 본 모습


                          출렁다리 건너에 있는 이정표


                영폭교를 지나면서 부터 소나기가 쏟아졌다.


               내친김에 선유폭포도 둘러보고


10분 단위로 주차비가 가산되는 성삼재와 달리 무료인 시암재에서 잠시 머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