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동부능선......때묻지 않은 산과 계곡



언제:2004.7.25(일)   흐림

어디로: 달농마을-어래산-하설산-매두막봉-문수봉-계곡

얼마나: 4:40-17:20 (12시간 40분).... 식사 2끼, 널널 휴식시간 포함



새벽 4시40분, 달농(월농)마을의 새벽공기는 상쾌하다.

마을을 가로질러 개울 따라 오르는 길은 점점 좁아져 이내 사라져버리고
헤드랜턴에 의지한체 잡풀들을 헤치고 올라 능선 상에 다다른다.

보통은 능선까지가 고비이고 능선에 오르면 조금은 편한 길이 이어지지만
오늘산행은 그렇지가 않다.

가파른 능선 길은 끝날 줄을 모른다.

그야말로 코를 박고 가는 길이라고나 할까.

초반이기에 체력의 여유가 있는 게 다행이다.

어느 사이에 날은 밝아오고 조그만 돌탑이 정상을 지키고있는
어래산 정상(808m)에 다다른다.

출발한지 한시간 소요 된 것 같다.



한숨을 돌리고 조금 쉬었다가 다음 목표인 하설산을 향해 출발한다

한없는 내림 길에서 멀리 솟아있는 가야될 산은 점점 높아지는 기분은
이번 산행 내내 계속된다.

날은 그다지 덥지 않고 더욱이 능선이라 해도 하늘이 거의 가려지는 숲길이라
여름 산행으로 적당한 것 같다.

어래산 출발한지 한시간 후에 하설산 정상(1028m)에 도착한다.

여름에도 눈이 있다는 하설산 정상은 정상석 대신 정상 표지판이 나무에 걸려있고
사방을 빙 둘러싼 수목들 때문에 조망은 할수 없지만 야생화들이 많이 피어있다.

이곳에서 아침상을 펼친다.

비를 각오했지만 안 맞아도 된다는 안도를 하며 여유 있는 아침을 먹는다.



하설산에서 매두막봉 가는 길도 커다랗게 내리친 다음 오름 길이다.

졸음이 걷잡을 수 없이 쏫아 진다.

. 그냥 길옆에서 한잠 자고 싶지만 갈 길도 멀고 뚜렿한 등로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희망사항이다.

드디어 매두막봉 정상(1100m), 응두봉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워낙 사람의 발길이 드믄 탓인지 바닥에 눌러놓은 낡은 매두막봉 표지판
(광인님 사진을 보니 대구 산악회에서 나무에 걸어 놓은 표지판)이 아니라면
알아채지 못할 것 같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한다.

급하게 내려서니 잡풀 가득한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 지나 아무 생각 없이 급한 내리막길을 한참을 내려오는데 뭔가 이상하단다.

나침반 방향이 자꾸 멀어진다고.......

이미 고도를 200이상 떨어트린 지점에서 멈춰 서서 3개 방향으로 수색조가 나가고,
결국 위쪽으로 올라갔던 부리부리님 조가 미처 놓쳐 버린 길을 찾았다는 연락이 온다.

다시 헬기장까지 이동, 방심하여 놓쳐 버린 길을 찾아 내려온다.

오도현 안부에 도착, 힘들다는 문수봉 오름 길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다.

알바에 기다린 시간까지 1시간 정도 지체 됐단다.

문수봉에 도착했을 때는 매두막봉을 출발한지 알바 포함하여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문수봉(1162m)은 오늘 산행 코스중 최고봉답게  정상석도 제대로 서있고 멀리 백두대간
줄기가 보이기도 했지만  밀려오는 구름으로 시원스럽게 터지는 월악의 전경 조망은 불가능했다.



이제부터는 힘든 길은 별로 없다고 하지만  오늘 처음 신은 새 등산화와 내 발이 궁합이
잘 안 맞는지 물집도 생기고 발톱이 무지하게 아파 온다.

대미산 가는 내림 길 도중에 줄 곳 뒤로 쳐진다.

급기야 대미산을 포기하고 중도에 용하구곡으로의 탈출을 결심한다.

물론 대미산은 다음 대간 길에 어차피 가야할 산이기에 결정은 좀더 쉬웠다.

문수봉에서 약 30분 정도 내려선 999봉 가는 길 안부에서 점심을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대원들과 헤어져 희미한 흔적을 쫓아 내려선다.

나를 위해 기꺼이 같이 동행해주신 유케이 님이 정말 고맙다.

길의 흔적은 거의 없고 어두컴컴한 내림길에 가끔씩 나오는 낡은 표지기가 무척이나 반갑다.

계곡은 물이 마르고 지도상에 있는 30m 와폭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둡고 깊은 계곡을 얼마나 내려왔을까 넓은 계곡이 시작되고 그 계곡을 따라 한없이
내려오니 부리기재 쪽에서 내려오는 커다란 계곡과 만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천연계곡, 물은 유리알이다.

탈출한지 2시간 3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4시간이 넘게 소요됐으니......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가슴속 찌꺼기를 깨끗이 정화시키는
뿌듯한 또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어둠을 뚫고 어래산 들머리로


어래산 정상(사진이 이것 밖에 없어 죄송)


하설산 정상 표지판


하설산 정상


버섯 같은데......


동자꽃 군락


빽빽한 능선 수목


희미한 능선길


매두막봉 정상 표지판


까치발로 서야 볼수있는 월악


매두막봉 아래 헬기장(요주의)


문수봉 정상


멀리 마루금을 긋는 백두대간


구름속으로 사라지는......


산사태가 난듯


하늘을 향해 두팔을......


물 마른 거친 계곡


계곡

















멀리 보이는 문수봉


희미하게보이는 월악 영봉 실루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