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태산 876m


  

위 치 : 충청북도 단양군 어상천면

산행일자 : 2004년 10월 22일/나 홀로

 

◐삼태산 가는길

08:30 풍기출발

09:06 단양

09:30 어상천면 도착

 

◐산행기록

09:54 어상천 농협 출발

10:04 묘지 뒤 오솔길(등산로 입구)

10:17 임도 만남(단산중 900m, 용바위골 290m 이정표)

10:26 용바위골(단산중 1.2km, 정상 1.4km 이정표)

11:39/12:23 삼태산 정상

12:56 임도(일광굴 1.4km 못 미친 곳)

13:16 아스팔트 도로

13:40 농협 도착

 

◈ 단풍을 찾아 떠난 단양의 삼태산

아쉬운 가을은 이제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데 토요일, 일요일 연이은 집안 대소사로 꽉 짜여진 스케줄은 산행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몇 일간 속을 끓이다 결국은 또 연차휴가를 신청하였다.


 

집안의 모임이나 큰일이 있을 때면 더욱 바빠지는 아내를 두고 홀로 떠나려니 미안한 마음 앞서지만 그보다는 산행하고픈 마음이 더 앞서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단양을 향하는 잠깐의 시간동안 오늘 계획된 산행지 말목산의 차량회수 문제가 다시금 머리를 어지럽힌다.

어떻게든 부딪혀보면 해결이 되겠지 생각하며 떠나온 길인데...


 

왠지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며 자신감이 없어 어쩌면 큰 고생을 할지 모른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산행지를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단양 IC를 빠져나와 갓길에 주차한 후 지도를 뒤적이며 다른 산행지를 급하게 찾다보니 삼태산이 눈에 들어온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언뜻 보았던 산...

삼태기를 세 개 엎어놓은 듯 하다하여 삼태산 이라고 부르며 누에가 기어가는 형상이라 하여 누에머리산 이라고도 부른다는 산....

그래! 등산객들에게 덜 알려진 산에 가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고 어쩌면 진짜 숨겨진 좋은 산일수도 있을거야....

차량회수 문제로 갑자기 산행지를 바꾸고는 단양시내를 지나 지도에 표시된 길을 따라 어상천으로 차를 몰아갔다.


 

막상 어상천에 도착은 했지만 등산로 입구가 어디인지 확실치 않아 삼태산 바로아래 마을에서 차를 타고 임도를 한 바퀴 길게 돌아보지만 등산로 이정표가 보이지 않으니 오리무중...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어상천 들녘은 가을걷이가 끝난 밭들이 진한 황톳빛 속살을 드러내 놓고 있어 황량한 느낌이 든다.

한가로이 괭이로 밭을 가는 노인에게 어렵사리 등산로를 물어보지만 역시 확실한 대답은 없고 다만 농협 앞에 가면 등산 안내판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농협에 차를 주차시키고 길 건너편에 있는 반가운 등산안내도를 살펴보니 등산로의 윤곽이 대충 그려지는 것 같다.

다시 마을로 들어서며 제일 먼저 우측 산 쪽으로 난 농로를 따라 100여m를 걸으니 길옆에 묘지 1기가 있고 묘지 뒤엔 산으로 향하는 오솔길이 보인다.(시그널은 없음)


 

저 길을 따라가면 능선에 오를 수 있겠지.

오솔길로 접어드니 울긋불긋 조금은 철이 지난 듯 보이는 단풍 터널이 너무도 좋게 이어져있어 등산로이기 보다는 왠지 명상의 길, 사색의 길을 걷는 느낌이 든다.


 

10여분 이어지던 사색의 길은 다시 임도를 만나고, 그 곳엔 또 다른 등산안내도와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으니 여태 확신이 없었던 등산로에 대해 이제부터는 확신을 가지고 본격적인 산행길을 열어간다.


 

오늘 하루 나 이외에는 아무도 찾는 이가 없을 것 같은 삼태산 등산로엔 홀로 걷는 이의 부지런한 발길 따라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질 뿐.

금세 용바위골에 도착하니 산행인을 위한 배려로 만들어 놓은 쉬어가기 좋은 정자가 산객을 맞이하지만 홀로 걷는 산객을 유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자를 외면하고 우측으로 나무토막을 이용해 계단을 만든 급사면을 곧바로 치고 오른다.

힘든 걸음에 금세 땀이 온몸에 흐르기 시작하고 조금씩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거친 숨소리가 느려진 발자국 소리와 묘한 대조를 이루며 용소골 계곡을 타고 번져 나간다.


 

어느덧 통나무 계단이 끝을 보이자 등산로가 수월해지고 제법 흐르던 땀과 거친 숨소리도 잦아들기 시작한다.

다시 여유를 찾은 산객에겐 사각거리는 바람소리도 들려오고 좌측으로 한참 불타오르는 단풍으로 뒤덮인 정상의 화려한 모습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 이래서 가을산이 좋은가 보다.

물론 또 겨울이 되면 멋진 눈꽃과 은백색의 겨울산이 좋다고 할테고,

봄이 되면 푸르른 생명이 움트는 신록의 봄산이 좋다고 할테고

여름이면 야생화의 천국인 여름산이 좋다고 할테지만

지금은 가을산이 좋다.


 

아름다운 색감으로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만드니 좋고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어서 좋고

왠지 모를 묘한 분위기에 누구라도 쉽게 시인이 될 수 있어서 좋으며

시원한 바람에 하늘거리는 갈대와

이리저리 바람에 흩어지는 따갑지 않은 햇살이 있어서 더욱 좋다.


 

홀로 하는 산행에 힘든 걸음 쉬어갈만도 하련만 왠지 쓸쓸함이 더 묻어날 것만 같아 그냥 부지런히 걸으니 어느 덧 정상이다.

굴참나무가 주위를 에워싼 정상엔 다른 산에선 못 보던 나무식탁이 두 개 놓여있다.


 

배낭을 벗어놓고 지친 몸을 의지하니 사방 굴참나무 잎의 은은한 단풍이 무아지경에 빠지게 만든다.

지금 내가 영화 속 한 장면이나 멋진 사진 속에 들어와 있는 건 아닐테지...

울창한 굴참나무 덕에 조망은 좋지 못하지만 아름다운 단풍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그늘진 식탁에 홀로 앉아 점심을 먹는 사이 서늘한 바람에 땀이 식어 제법 한기가 느껴진다.

서둘러 식사를 끝내고 방명록에 사인을 한 후 하산길을 찾으니 의외로 길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정표가 변변하지 못해 제일 쉽게 보이는 길인 어상천 방향과 반대로 난 길을 잠시 걷다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은 느낌에 되돌아와 물푸레나무 군락지 쪽으로도 내려가 보지만 길의 흔적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제천 사는 친구에게 어상천 면사무소 전화번호를 물어 면사무소에 전화를 하니 올라 왔던 길로 내려오던지 중간 길로 내려오라는 말만 반복한다.

어떤 길이 중간 길이냐고 물어도 그냥 중간으로 오면 된다는 대답만하니 묻는 나만 답답하다.


 

할 수 없이 전화를 끊고 다시 한 번 정상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니 짐짓 올라오는 길의 갈림길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어상천 쪽으로 난 등산로가 혹시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미덥지 않지만 조금 내려가 보기로 하고 길을 따라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내려가니 내가 올라온 능선과는 확실히 다른 능선으로 길이 이어져있는 것이 아닌가?

정상에서 바로 열려있는 길을 선입견으로 아니다 생각하여 시간을 허비해 버린것이다.


 

내려서며 보이는 용바위골쪽 능선은 온 산을 뒤덮은 단풍으로 더욱 아름답다.

내가 저 단풍 숲 속을 걸어왔단 말인지...

보기에는 좋으나 꽉 찬 나무들로 시야가 가려 사진을 찍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계속되는 굴참나무의 수수하면서도 아름다운 단풍은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지만 다시 시작되는 급경사의 하산길에 온 신경을 집중하니 제대로 감상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그렇게 30여분 조심스럽게 내려서니 마을에서 이어지는 임도를 만난다.


 

벌써 다 내려왔다 하며 아쉬운 마음에 임도 한 켠에 설치된 등산로 표지판을 보니 아니 이럴수가?

정상에서 넓은 공터와 일광굴 쪽으로 한바퀴 돌아오려 했는데 마을로 바로 내려오는 지름길로 내려온 것이다.

지도를 보며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상에서 처음 진행하던 뒤쪽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그냥 따라 갔으면 되는 것을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하다 제일 짧은 코스로 내려온 것이다.


 

애초부터 말목산을 가려던 계획을 변경해서 등산로에 대한 상세한 정보나 그 어떤 준비도 없이 즉흥적으로 삼태산에 온 나 자신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으니 어찌 하겠는가.

이제 임도만 따라 내려가면 되니 사실상의 등산은 끝난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하며 조금 더 내려오니 임도에서 오솔길로 들어서는 하산로가 보인다.


 

빨리 끝난 산행에 아쉬워하던 나는 하산로가 어디로 연결 되었는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오솔길로 접어드니 임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꼬불꼬불 등산로가 이어져있다.

마을로 가지 않는 것만은 확신하지만 끝까지 가보자하며 부지런히 따라 가보니 등산을 시작하던 마을과는 꽤 멀리 떨어진 듯한 아스팔트 도로로  내려 선다.


 

순간의 선택이 이렇게도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아스팔트 도로를 20여분 이상 걸어서 처음 출발 한 농협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충분한 준비없이 갑자기 찾아온 삼태산이어서 등산로를 다 돌아 보진 못했지만 나름 대로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보낸 하루였던 것 같다.


 


 


 


 

등산로 입구에 있는 수수밭


  

등산로 입구에서 본 삼태산(제일 우측 묘지에서 등산 시작)


 
 


 

삼태산 정상


 


 


 


 

능선에서 본 어상천면


 


 

삼태산 정상의 모습

 


물푸레 나무 군락

 


용바위골 능선


 


 


 

 


 

 

 


 

정말 오랜만에 보는 정겨운 풍경이죠?


다시 한번 되돌아본 삼태산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