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한 왕복 산행기
일시; 13-15
동행: 본인 (40대 중반. 아들 중2. 후배 30대 중반)
코스: 13일 04:20 성삼재-> 연하천(조식)->벽소령(중식)->세석( 휴식)->17:10 장터목(1박)->장터목(조식)->세석-> 벽소령(중식)-> 연하천(휴식)->17:15뱀사골(2박) -> 반야봉일출(06:30) -> 노고단(중식)-> 15:00성삼재
배낭: 본인 약 19kg. 후배 13kg. 아들8k
산행: 용산발 22시50기차가 출발하면서 우리는 차내를 둘러 보았다. 평일인데도 선반위에는 큼직한 배낭들이 가끔 있어서 나는 속으로 내심 안심을 하였다 사실 이번 종주가 초행이라 많이 긴장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옆줄에 앉으신 분께서 후배의 배낭을 보시며 중주하는 사람의 배낭이 너무 무겁다는 것이 아닌가! 그럼 난 어떡하라고 .
새벽 03:20 기차는 역에 도착을 하고 버스를 이용하려다가 초행에 장터목까지 당일에 가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들의 충고가 생각이 나서 택시를 이용했다. 사실은 일행이 3명이라서 합승할 분을 미리 말해 두었었는데 아무 연락이 없어서 망설이고 있는데 한분이 합승을 원해서 어렵지 않게 성삼재에 도착을 했다. (04:10경) 성삼재의 새벽공기는 싸늘했고 우리는 서둘러서 윈드재킷을 껴입고 노고단 대피소를 향해서 출발을 했다
하늘에서는 별이 쏟아지고 아들녀석은 말없이 가슴에 별을 담고 있었다.노고단 대피소에서 집사람이 싸준 햄버거 하나씩 먹고 노고단을 향해 출발하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사실 이번 여름에 종주를 준비해서 노고단까지 왔었는데 태풍 메기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노고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빠르다. 바람은 매섭게 불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잘 만들어진 등산로 때문에 마음이 편안했다 노고단을 지나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이 줄어들었다.
돼지령을 지나올 때 하늘에 떠있는 조그마한 달과 함께 빛나고 있는 별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가시던 50대 등산객께서 아들녀석을 보시며 체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하신다. 아닌데? 이녀석이 한여름에도 집에서 북한산 백운대를 18km 왕복하며 멀쩡했던 녀석인데 , 나중에 연하천에서 쉬면서 물어보니 졸려서 그랬다는 말을 듣고 안심이 되었다. 임걸령에 도착할 때에는 날이 밝아서 랜턴을 껐다. 그곳에서 물 한모금씩 마시고 물을 보충한 후  출발했다. 노루목을 지나고( 반야봉은 돌아올 때 들리기로 했다) 삼도봉을 지나서 토끼봉에서 후배와아들녀석이 피곤한것 같아서 행동식으로 에너지 보충을 했다. 토끼봉에서 연하천까지의 길은 산책로같은 느낌을 주었고 연하천에서 우리는 아내가 준비해 준 햄버거로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내와 통화를 했는데 아내는 회사 산악회와 함께 설악산에 가기로 했는데 피곤해서 일어나지 못한 바람에 함께가지 못하고 작은 아들녀석과  경춘선 타고 강촌을 간다고 한다 얼마나 아쉬운지 다음에 아내를 데리고 설악산에 꼭 가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연하천에서 늕은 조식을 끝내고 출발을 하려는데
산장지기가 벽소령에 물이 부족하니 물을 채워가라고 한다. 그래서 준비해간 지퍼백에 3리터정도 물을 담아서 가는데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다. 참고로 산에 갈 때 위생봉지와 지퍼백을 가지고 가면 자바라물통 대용으로 훌륭하게 사용된다. 그런데 벽소령에 도착하니 어떤 분이 물을 떠오는 것이 아닌가!  물이 좀 부족한것을 오해했던것 같았다. 벽소령에서 중식을 끝내고 가는길에 돌아오면서 먹을 식량을 좀 은닉하고 출발하려는데 후배와 아들녀석이 먼저 갈테니 따라오라고 한다. 식량을 은닉하고 후배일행을 따라가기 위해서 부지런히 가는데 한참을 가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다른 길로 갈리가 없지만 평소의 속도면 이미 만날만한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두팀을 추월한 후 덕평봉에서 후배와 아들을 만날수 있었다.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속도를 많이 낸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 후배에게는 큰 실수였다. 그때 오버페이스를 한것이 세석에 가기전에 있는 170여계단에서 큰 부담이 되었다. 세석에 도착한 후 약간의 휴식후에 출발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세석에서 장터목까지 어두운 후에 산행을 하지 마라고 한 이유를 알았다. 주능선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다음에 아내와 함께 백무동->세석->장터목->천왕봉->장터목->배무동 코스를 데이트를 해야겠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후배는 너무 힘들어 했다. 그래서 아들녀석에게 후배의 배낭을 지게하고 후배에게는 아들녀석의 배낭을 지게했다.  군말없이 후배의 배낭을 짊어진 아들녀석이 너무도 고맙고 대견했다. 마침내 장터목에 도착(17:10) 자리배정을 마치고 후배와 아들녀석에게 휴식을 하라고 한 후 랜턴과 카메라를 챙겨서 천왕봉으로 향했다. 천왕봉일몰을 담고 싶었다. 제석봉을 지나면서 만나는 고사목들은 참 마음의 아픔을 새기게 해주었다 . 오르는 길에 내려오는 두사람을 만났는데 한사람의 발걸음이 좀 불편해보였다. 장터목출발 40여분만에 천왕봉에 올랐다! 아쉬움이 많았다. 다른 나라처럼 큰 나라가 아닌데, 가슴에 안고 살아가도 안스러운 땅인데 86년에 자전거로 전북김제에서 시작해서 전주-> 하동(이곳이 고향임)->부산->울진-> 영주->금산-> 전주->군산-> 서천->대천-> 천안->과천-> 남태령으로 일주를 마치고 서울 경기도 경계에서 느꼈던 안타까움이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천왕봉에서 또다시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하루를 함께했던 태양이 반야봉 너머로 지고 있었다.
하산 하는 길에 올라갈 때 보았던 분들을 만났다 벌써 산장에 도착했을 시간인데 한 사람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다. 올라갈 때 스틱을 가지고 갈걸  하는수 없이 함께 내려오기로 생각을 했다. 어두워지고 있었고 두 사람이 랜턴을 하나만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헤드랜턴을 손에 들고 앞에서 비추면서 내려오는데 두 사람이 참 좋은 친구 같았다. 삶의 여정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중의 하나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산장이 보이는 곳에 왔을 때 먼저 가라는 성화에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산장으로 내려와서 하루의 여정을 정리했다.
14일, 바람소리에 잠이 깨었다. 누군가가 비가 온다는 것이다. 순간 하루의 일정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일출은 포기 한다고 해도 오늘 뱀사골 대피소 까지 가야하는데. 6시에 나가보니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천지는 온통 안개에 쌓여있고 성난 바람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8시에 천왕봉을 향해 출발했다. 제석봉을 지날 때쯤 상고대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출에 대한 보상이였을까?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함께 천왕봉에 오른 후 내려오는 길에 밀려가는 구름사이로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고 멀리 단풍이 아침 햇살을 받아서 순조로운 하루를 말해주는 듯 했다.
어제 오후의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지리의 큰 감동을 마음에 가득 담고서 겨울과 가을이 공존하는 절대자만이 만들어 줄수 있는 환상의 세계를 산책을 했다
장터목에서 아침식사를 한 후 09:45분에 하루의 여정을 시작했다. 다행이 지난밤 휴식후에 후배의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연하봉을 지날 때 기온이 많이 올라서 따스한 기분마저 들었다. 촛대봉을 지나 세석평정을 지나면서 후배는 철쭉이 필 때쯤 다시 오고싶다는 말을 했다. 세석에서 약간의 휴식을 한 후 벽소령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난 후 연하천으로 가던 길에 성삼재까지 동행했던 분을 만나.무척이나 반가워서 악수를 나누었다. 연하천에는 신입사원연수로 보이는 청년들 수십명이 보였다. 연하천부터 약간의 계단이 생각나서 아들녀석의 배낭을 내 배낭과 함께 짊어지고 아들녀석보고 둘이서 후배의 배낭을 함께 교대로 지라고 했는데 후배는 끝까지 자기가 지고 가겠다고 해서 아들녀석은 토끼봉을 오를 때까지 맨몸으로 따라오면서 나와 후배의 간식을 챙겨주었다. 토끼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한 무리의 고등학생을 만났는데 연하천까지 간다고 하기에 얼마남지 않았다고 격려해주었다.
17:5분 뱀사골 내려가는 길에 도착 후배와 아들녀석은 산장으로 내려가고 나는 랜턴과 카메라를 가지고 삼도봉을 지나 반야봉을 올랐다. 삼도봉 오는 길에 나무계단을 오르는데 시간을 재어보니 7분 30초정도 걸려서 그 내일 일행과 새벽에 오를 만 하다고 생각되었다.    
뱀사골 갈림길에서 반야봉까지는 약 45분 걸렸고 별로 어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적게 소요되어서 일몰을 기다리면서 고향쪽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섬진강건너편에 있는 백운산이 마치 고향집 마당에서 보는 것처럼 가까이 있었고 소년 시절 자주 올랐던 회남재와 시루봉이 눈앞에 아련거렸다.
마침내 해는 하루를 마감하기 시작했고 나에게 반야낙조를 선물해주었다 하산하는 길에 랜턴 불빛이 너무 희미해져 있어서 약간은 당황했었다.배낭안에서 스위치가
켜져있었던 것 같았다. 카메라후렛쉬에 있던 건전지로 교체하고서 산장에 돌아오니 산장지기의 말이 한시간 반이 걸린다는 소리에 후배가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었다. 산장에는 실내 취사장이 만들어져 있었고 그 안에서 여러명의 고등학생들이 식사를 하느라고 무척 소란해서 정중하게 조용히 해 줄 것을 부탁하자 조용해졌다. 전날 천왕봉에서 놓친 일출을 보려가자고 제안했을 때 후배와 아들녀석이 기꺼이 동의를 했고 후배와 잠자리에 든 후 별을 담으려고 몇컷을 찍었는데 노출시간이 길어서 별이 흐르고 말았다
아직 난방이 되지않아서 추위에 잠을 깨어보니 12시 였다. 배낭을 조심스럽게 꺼내서 옷을 몽땅 겹쳐 입고 내 침낭은 펼쳐서 후배와 아들녀석을 덮어주니 조금 편하게 잠을 자는 듯했다. 새벽 04시 혼자서 조용히 일어나서 취사장으로 가서 물을 끊이면서 밤하늘에 있는 별들에게서 그립고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들의 기쁨 삶을 소원했다
04:30 후배와 아들을 깨워서 따끈한 핫초코 한잔으로 몸을 녹인 후 05:00반야봉을 향했다.
후배의 아픈 무릎을 생각해서 좀 일찍 출발을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가져갔던 뜨거운물로 핫초코를 한잔씩 마시면서 일출을 기다렸다. 마침내 하늘은 점점 붉은 색으로 변하고 불덩어리가 힘차게 솟아 올랐다
반야에서의 일출 후 뱀사골에서 한가한 아침을 끝낸 후 계단을 아들녀석이 내 배낭을 지고 계단을 오르겠단다. 기쁘고 대견했다. 화개재를 오를 때에는 후배가 내 배낭을 메고 아들이 후배 배낭을 메고 나는 아들녀석의 배낭을 메고 공포의 계단을 올랐는데 이번 산행으로 나는 세번 왕복 후배와 아들은 두번을 왕복했다. 임걸령에서 1.5리터 물병두개와 500cc서너개를 채운 후 노고단산장에 도착 중식을 한 후 성삼재로 가는 길에 전망대에서 멀리 섬진강을 바라본 후 성삼재에서 15:20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 16:20 구례구행 버스를 타고 역에 도착하여 재첩국으로 이른 저녁식사를 한 후 18시 무궁화에 몸을 실었다.
이번 여행에서 지리산은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주었다. 많은 선배들의 조언과 도움이 그것이었고 예상치 못했던 일출, 일몰,상고대,단풍, 후배와의 우정, 아들과의 사랑. 겸손함…
나에게는 지리산은 어머니 같다. 사십중반이 된 지금 갈수록 어머님이 소중하며 내게 안식을 주는 것처럼 어릴 적 회남재에서 바라만 보던 지리산은 지금 내게 항상 꿈꾸는 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