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매화산(남산제일봉)과 神靈 가야산 이어 오르기

  

 


2004. 10. 24.(일)

오전 : 청량사-남산제일봉-치인리 해인사.  아내와 함께 산행

오후 : 해인사 경내-마애불 석상-가야산 정상-칠불봉-백운동. 혼자산행

 

 


-지도-


 

                              <사고목격>

 

아침 7시경. 새벽을 가르고 해인사 IC를 통과하니, 게으른 가을 아침은 여지

껏 희뿌연 안개구름에 덮혀 있다. 추수를 끝낸 농지의 허전함은 한편 평온과

여유로움으로 느껴지는가 싶더니 맞은 편 차도의 가로수와 전봇대 한개가 꺾

어져 갑작스런 사고를 짐작케 하는 긴장을 유발한다.

 

사륜 구동차는 시커멓게 찌그러져 논바닥에 굴러 연기를 내고 있고, 세 사람

이 우왕좌왕한다. 차를 세워 사람의 안위를 확인하니 사고자 한명이 팔을 다

친 채 서있고 가족인 듯한 두 사람이 뒤늦게 연락받고 온 듯하다. 목숨을 부

지한 젊음이 다행스럽다. 온전히 살아남은 저이는 어떤 교훈을 얻고 살아갈까.


 

                              <청량사에서>

 

산행 전에 사고를 보면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지나 노란 아침 햇살이 가득한

청량사에 드니 이내 상쾌하게 기분전환이 된다. 절 뒤편의 암봉에 단풍이 드

니 가을 깊은, 이른 아침의 사찰의 멋을 한층 돋운다.

 

매화산의 가을 사진이 없어 허전하던 차에 이번 주 산행지는 쉽게 결정되었

다.  매화산 산행은 필름카메라에 삼각대까지 챙겨 느긋하게 시작하였다.

 

1. 느긋하게 단풍구경과 촬영을 하다가 백운동으로 가서 목욕 한 후에 수도-

가야 종주팀을 환영해 주는 것.

2. 매화산을 오른 후 가야산을 이어 종주팀과 같이 하산하는 것.

 

어느 것이나 다 좋은 선택일 것이다. 수도-가야산을 어렵사리 종주해 본지라

수도-가야를 종주하는 지인들이 예사롭지 않게 맘에 쓰인다. 그래서 어떤 식

으로 만나보기로 작정했다.


 

-아래사진2 : 이른 아침, 청량사 입구-



-아래사진3,4 : 아침햇살의 청량사-

 


 

 

        <가야산을 보면서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다.>

 

청량사를 오른쪽에 두고 잠시 오솔길을 걸어 땀이 송송 맺히는 싶으면 길은

더욱 가파라져 20분 정도 경삿길에서 쉬임없이 호흡을 가쁘게 하여 능선의

안부에 도착한다. 안부에는 북쪽으로 농산정으로 가는 길은 폐쇄된 지 오래

고, 휴식은 예전과 같이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공터에 자리한다.

 

집사람이 더디게 오르는 틈을 이용해 동쪽 암봉 끝으로 가보니 휘감아 도는

등로의 맛이 보통이 아니다. 겁도 없이 암봉의 끝마루 매달려 오르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어지럽다. 아침안개 위에 솟은 비슬산 능선이 감탄스럽다.

 

-아래사진5 : 동릉의 끝에서-

 

-아래사진6 : 되돌아본 암봉-



 

남산 제일봉 쪽은 서릉으로 뻗어있다. 다시 안부로 돌아와 집사람과 따뜻한

커피를 나누고 가야산 조망을 즐긴다. 가야산 등로와 서장대, 서성재, 만물

상, 백운지구, 해인사등의 위치를 가늠하며 성큼 내려선 단풍과 겨울채비를

하는 산정의 모습에서 무상함의 도리를 본다.

 

-아래사진7 : 가야산-

 

  

안부에서 서쪽으로 아기자기한 암봉, 침니, 순한 암릉을 거치면서 정상으로

향하는데 그 속도의 완만함이 지겨울 지경이나 되도록 살피고 보고 또 보고

살피고 하여 옛 아쉬움을 달랜다. 두 번 온 이곳 매화산 봄 산행에서 안개와

뿌연 습기 때문에 도대체 조망이란 것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래사진8 : 남산제일봉으로 향하는 능선-

 

 

-아래사진9 : 사람과 산, 봉우리 꼭대에 선 사람의 머리위로 멀리 비슬산릉이 길게 뻗어있다.-

 


-아래사진10 : 아기자기한 산릉-

 

 

            <수도산-단지봉-가야산 능선을 한눈에>

 

오를 때는 몇 사람 없이 호젓한 산행으로 출발했건만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

이 모여있다. 눈에 익은 꼭대기 바위에서 수도산-가야산 능선을 되짚어보며

지금 열심히 땀 흘릴 종주팀의 위치를 가늠해본다.

 

수도산은 현 위치에서 정확히 단지봉에 가려 중첩된 위치라 보이지 않는다.

2시간이 더 걸리는 수도산-단지봉 능선이 중첩되어 보져도 단지봉-좌일곡령

 뚜렷하고, 목통령과 분계령은 뒤로밀려 희미하고 앞의 깃대봉 능선에 살짝

가린다. 

  

두리봉이 겨우 솟아보이고(그 끔찍하게 높아 보이던 두리봉이 여기서는 안

타깝게도 밋밋하게 보인다.) 부박령은 거의 평탄한 안부처럼 보이며 이어

가야산 정상이 미끈하게 솟아 오른다.

 

부박령에서 가야산 이르는 능선의 매끄러운 솟음이라니......

실제로 부박령에 서서 마지막 피치를 올려야할 가야산을 바라볼 때는 목이

꺽어질 정도로 올려다 보이는 직벽이요 은산철벽 같아 보였다. 이렇게 멀리

남산제일봉에 서서 바라볼때는 얼마나 부드럽고 미끈한 능선의 이음인지......


 

-아래사진 11,12 단지봉-가야산 능선-

 

  

 

                    <매화산을 내려서서 치인리로>

 

정상을 내려서서 점심식사를 할 곳을 찾아 남쪽 조망을 살핀다. 잠시 매화산

의 매화산봉(954.1봉) 쪽으로 진행해보았다. 등로는 의외로 잘 나있지만 아쉽

게도 입산금지 폐쇄등로다. 정상조망을 한 컷의 사진을 찍고 되돌아 나온다.

 

두무산, 오도산, 비계산, 의상봉이 보이는 남쪽 조망...... 그리고 금귀산, 보해,

흰대미산 이어 수도산까지 이어지는 서쪽 조망.... 비슬산이 멋진 동쪽 조망까

지 눈에 담으니 시원키가 그지없다.

 


-아래사진 13 : 남릉 쪽에서 바라본 남산 제일봉-



치인리 방향의 하산길은 순한 산책로와 같아서 많은 인파들이 끊임없이 올라

오고 있다. 등산복 차림이 아니어도, 어린 아기들도 업히거나 안기거나 졸졸

따라서 정상까지 가는 모습들이다. 엄청난 관광객과 유산객들이 단풍 구경을

위해 몰려들어 해인사 일대와 청량사일대, 백운동 지구전체가 차량진입이 잘

안될 정도란 것을 치인리로 내려서서 곧 알게된다.


  

-아래사진 14.15 : 하산길-



 


-아래사진 16 : 치인리 여관촌의 어느 한 숙박지의 뒤켠에서 본 가을-

  

 

          <치인리에서 집사람과 각기 다른 행로를>

 

치인리에 도착하니 11시 반. 매화산을 오르내리면서 4시간여가 걸렸다. 수도

-가야 종주팀과 이른 아침에 통화했을 때 출발이 너무 늦어 6시 경에 시작

을 하였다는 전갈만 미리 받았다. 그렇다면, 준족들이니까 6시경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든다. 시간대별 중간지점을 파악할려고 했으나 통화가 되

질 않는다. 사실 수도-가야 구간 내에서 나도 한번도 통화를 성사시켜본 곳

이 없었다.

 

사실 은근히 걱정되는 바도 있다. 아침 6시면 너무 늦다. 가야산 정상까지만

해떨어지기 전에 오르면 비교적 안전한 야간산행을 할 수 있지만 혹 무슨 일

이라도 생겨 능선 상에서 지체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해님과 통화되어 일부 중간탈출을 하였다고 하는 소식을 접했다. 예상보다

어려운 산행을 하고 있는 듯했다. 백운동에서 기다리니 가야산으로 올라가보

기로 결연히 마음을 굳혔다.

 

걱정스럽긴 하산을 한 나도 마찬가지다.

12시-한시 사이에 출발을 하여 가야산을 오르고 백운동으로 내려서면 대여

섯 시간을 소비할 텐데  자칫하면 종주팀을 놓치고 나만 홀로 뒤쳐저 야간

하산을 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들었다.


  

일단 택시를 타고 홍제암 입구까지 가서 나는 내리고, 아내는 청량사 입구로

차량회수를 하러 가서 백운동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짐을 풀어 카메라, 삼각

대를 빼고 물을 보충했다. 혹 종주팀들이 나처럼 오아시스를 갈구하는 목마

름이 있으면 유용할 터. 2500 cc를 채웠으나 짐은 너무나 홀가분하다. 간식

은 옛날에 먹던 추억의 샤니 크림빵 한 개와 양갱 초컬릿 만으로 구성하고

윈드자켓, 구급함, 헤드랜튼 등 필수장비로만 배낭을 메어보니 날아갈 듯하다.

 

택시를 탔다. 기사는 오늘 너무 번잡하다고 혀를 내두른다. 헝제암 입구까지

는 택시만 들어간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청량사까지는 진입이 잘 안될 것 같

아 걱정스러웠지만 용감한 아내의 상황대처를 믿는다.

 


                 <마애불상까지 한시간 걸려>


 

12시 25분. 가야산 등산을 시작한다. 등산 경력 이후, 가장 늦게 출발하는

당일 산행이다. 1430 미터의 산을 오후에 출발하는 첫 경험이니 단단히 각

오를 해야할 터인데 이상하리만큼 담담하고 자신이 있다.


 

근자에 들어 나도 모르게 산행패턴이 한단계 상승된 것을 느껴왔다. 늘 긴장

과 조바심을 하던 것이 녹아들고 거리와 체력에 대한 한계를 제한적으로 판

단하고 있었는데 지치는 것도 덜하지만 무엇보다 회복이 빨라 먼거리를 무난

하게 다닐 수 있게 된 것 같다.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으니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눈에 익은 등로가

쉽게 쉽게 지나간다. 종주팀을 못 만나도 할 수 없다. 그냥 내 산행에만 집

중하자.... 마애석불에 도착하니 정확히 한시간 걸린다. 평소에 비해 엄청난

(?) 속도다. 참배객 틈에 끼어 예를 올리고 왼쪽 길로 접어드니 아내의 전화

... 잘 통하지 않아 문자메시지로 받아보니 백운동에 잘 도착했다고 한다.

 


 

                       <인연의 솔나루님>

 

해인사로 내려서는 또 다른 갈림길 삼거리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충분히 쉰

다. 내려서는 방향으로 우측 갈림길은 막아둔 지 어언 삼사년을 훌쩍 지났다.

처음에는 아쉽더니 이제는 그런대로 긍정적인 생각도 든다.

 

곧 이어 1000 미터의 고도에 이르면 경사가 계속 급해진다. 걸음이 무거워

천천히 걷다가 배가 고파 빵을 꺼내 먹는다. 등산로 한쪽에 퍼질러 앉아 50

0원짜리 빵을 우거적우거적 먹는 품새가 좀 불쌍해 보이겠지만 맛은 달기가

그지없다. 요리조리 베어 먹을 곳을 봐가면서 먹는데 아쉽게도 턱없이 모자

란다. 끙!

 

다시 종주팀과 통화를 시도하니 역시 안된다. 간단히 음성녹음을 넣어두고

헉헉거리며 오르다가 가쁜 숨을 돌려 아래로 내려보는데 시선하나가 웃음

으로 마주친다.


 -....??!!

-혹시, 한국의 산하에 산거북이님이 아니신지요??

-(이런!! 이게 무슨일이래??) 아.. 예.. 그렇습니다만 어찌 아시는 지....(당황)

-(웃음) 이수영님을 마중 하러 가시나보죠??

-(띠~용!! 이게 무슨 조화인가... ) 예?? 아...니, 어떻게 아시죠??

 

아무리 산하의 산행기와 댓글들을 꼼꼼히 본다해도 얼굴을 어떻게 알며(배낭

에 산하패찰도 없었다), 더구나 이수영님과 사적인 친분(고교 선후배)까지 파

악하고 있는 것 같고, 수도가야 종주팀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으며, 거기에 이

수영님이 합류하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니.....

 

이 분이 사람인지 혹 도사인지 사람으로 변한 그 무엇인지 어안이 벙벙한데

아까 전화하는 모습과 혼자서 중얼거리는 내용을 잠시 들었다고 하였다. 그래

도 그렇지 이수영님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는데. 그분의 출발지만 묻고 거의

아무 이야기를 건넬 수가 없었다.

 

한참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가,

 

- 저.. 솔나루라고 합니다. 이수영님께 안부전해 주세요.

-(변함없이 또) 아...예. (솔나루?? 기억이 없다. 나중에 내려와서 아내에게 물

어보니 당장에 안다. 이수영 선배와 야생화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주로 알켜

주는 분이라고 하였다.)

 

나중에 이수영 선배님을 만나 이야기를 전했더니 반색과 아울러 너무 놀란다.

그럼 그분이 여성이란 말인야?? 난 남자인줄 알았는데..... 너무 놀란다. 세상

에 신기한 일도 여러가지다.


 

                  <가야산 우두봉 정상에 도착하다>

 

1100 미터 높이부터는 웅장한 가야산의 바위봉의 위용에 새삼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엄청난 바위덩이가 하나의 산을 이루며 부근에 1430미터 이르는 높

이가 없이 홀로 솟구쳤으니 가야산의 자태는 어디에서나 우뚝해 보인다.

 

지리산에서나 덕유산에서, 비슬산에서나 팔공산에서...수도산에서 보는 가야산

의 신령스러움은 찬연하다고 까지 표현된다. 나는 이 가야산의 아름다움에 반

해 한동안 가야산을 보기위해 비슬산 지리산 덕유산에 올라 행복감에 젖기도

하였다.

 

-아래사진 : 가야산 바라보기-

  

- 덕유산에서 본 가야산-


  

-수도산에서-

  

-비슬산에서-

  

  

오르다보니 솔나루님과 인사 없이 헤어지고 가야산 정상에 오르니 2시45분.

걸린시간 2시간 20분!!

가문의 영광이 따로 없다. 남들이야 평균적으로 오르는 시간이 지만 비교적

가벼운 행장으로 사진을 찍지 않고 오르니 한시간 이상 단축된다.

 

아무리 계산해 봐도 종주팀과 만나기는 아직 이른 시간이다. 수도-가야능선

이 가야산 암반으로 오르는 입구에서 자리를 잡고 하염없는 조망을 즐겼다.

내가 밟아보았던 수도-가야의 능선길이 하나씩 하나씩 짚어진다. 벌써 추억

이 되었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산정의 나무들은 이미 이파리를 다 떨구고 1000미터 고지대로 단풍이 완전

히 밀려났다. 산허리에 단풍을 둘러친 모습이 세월의 흐름을 컬러로 표시하

는 듯하다. 회갈색 산정은 과거, 울긋불긋한 단풍지대의 현재와 아직 초록인

산아래의 미래가 차례로 펼쳐진다.

 

한시간이 꿈결처럼 흘러도 부박령에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우여곡

절 끝에 중도탈출한 운해님과 연락이 되었다. 먼저 하산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니 삼십분만 더 기다리다가 내려선다. 만약 종주팀들과 늦게 만난다고 해

도 하산의 걸음을 따르지 못하면 나 혼자 뒤쳐저 야간산행을 해야 하는 불

상사(?)를 면키 위해서.....

 

느긋하게 하산해야 혹 도중에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려서다

보니 자연히 걸음이 빨라져 후닥닥 내려선 느낌이다. 정확히 한시간 21분만

에 백운동 매표소를 통과한다. 가문의 겹경사다.^^ 나중에 회식자리에서 난

이제 더 이상 산거북이가 아니라고 머쓱한 자랑을 하니, 이제 산사람이 됐다

며 추켜세운다. 그래도 실은 산거북이 스타일이 좋다.^^

 

발목이 문제가 되어 중도에서 탈출하여 미리 도착한 운해님등과 만나 즐거

운 시간을 보내니 7시 즈음하여 종주대가 도착한다. 모두 무사히 도착하여

반갑고 기쁘다. 즐거운 저녁을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시간이 부족하

다. 갈 길이 멀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의 만남을 기약한다.

 

수도-가야팀이 가야산 정상에 오를 즈음에 매화산 거쳐 가야산 정상에 오른

산거북이와 만나는 깜짝 이벤트는 성사하지 못했지만 백운동에서 다시 산하

가족을 만나니 돌아오는 길이 기쁨으로 충만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