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초순에 갔었던 제부도를 잊지 못 해 올 가을도 제부도에 한번 쯤 가 보려고 벼르고 있던 중에 10월 21일(목요일)을 가는 날로 정하고 가벼운 산행지를 경유하여 가려고 의왕시의 모락산을 산행지로 결정한다. 모락산은 도심에 위치한 산으로서 높은 산은 아니지만 육산과 악산의 재미가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8시 10분에 집을 나와서 오이도행 4호선 전철을 타고 인덕원역에 하차하니 9시 40분이다. 4번 출구로 나와서 버스 정류장에서 4424번 버스를 타고 대여섯 정류장 만인 안양 남초등학교 앞에 하차하니 9시 50분. 육교를 건너서 오던 길로 되돌아가 서울 외곽 순환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계원 조형 예술대학 정문이 나온다. 대학 좌측의 담을 따라가도 되고 대학으로 들어가서 후문으로 나와도 된다. 대학 정문으로 들어가서 5분 만에 후문으로 나오니 이 쪽에서 바라본 모락산은 아담하고 유순한 육산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좌측의 무덤을 끼고 포장도로를 걸으니 보리밥마을이 나오고 보리밥을 파는 식당 사이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니 표고버섯 재배건물이 보이는 모락산 들머리에 도착한다.


 


계원 조형 예술대학 후문 앞에서 바라본 모락산.


 


표고버섯 재배건물 좌측의 모락산 들머리.


들머리에서 4분 만에 보리밥고개에 도착하고 우측의 등로를 보고 나서 직진하는 길로 가니 나무벤취 두개가 설치돼 있고 명상의 숲까지 340 미터라는 이정목과 함께 또 다른 등로가 보인다. 나무벤취에서 잠시 쉬다가 처음 본 등로로 오르니 갈림길이 나오고 좌측으로 갈라지는 길은 아까 본 이정목을 따라 올라오는 길이다. 그러니까 두 길이 일이분 만에 만나게 되는 것이다. 등로를 십분 가까이 오르니 체력단련장이 나오고 그 옆으로는 바위전망대가 있다. 바위전망대에서 잠시 조망을 하다가 걷기 편한 지릉길을 지나서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십분이 채 못 돼 계원 조형 예술대학 후문의 우측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사거리 안부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다시 4분 만에 두 번째 사거리에 도착한다. 이 산은 서울의 용마산이나 아차산처럼 동네 주민들이 애용하는 산이라서 그런지 평일에도 사람이 많이 보인다. 두 번째 사거리를 지나서 7분 만에 두 번째 바위전망대로 오르는 나무계단을 만난다. 나무계단을 다 오르니 매봉과 청계산, 국사봉, 바라산, 백운산이 조망된다. 이쪽의 산들을 모르지만 전망대에 설치된 친절한 안내도를 보니 어디가 어느 산인지 잘 알 수 있다.


 


보리밥고개.


 


체력단련장 우측의 첫 번째 바위전망대.


 


걷기 편한 지릉길.


 


두 번째 바위전망대(왼쪽 위)로 오르는 나무계단.


바위전망대에서 조망을 즐기다가 다시 등로로 오르니 5분 만에 로프를 잡고 오르는 세 번째 바위전망대에 닿는다. 그 곳에 오르니 백운호수와 아까 올라온 보리밥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이 곳에서 갖고 온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먹으며 20분 정도 쉬다가 내려와서 등로를 진행하니 수분 만에 사인암에 닿는다. 그러나 사인암이라고 불리우는 유래는 적어 놓지 않았다. 다시 등로를 진행해서 4분 만에 좌측의 절터 약수터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직진하여 오르막을 오르니 무덤이 보이고 무덤 좌측의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고인돌과 전승기념비가 있는 쉼터에 닿는다.


 


세 번째 바위전망대.


 


세 번째 바위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백운호수.


 


세 번째 바위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보리밥마을.


 


사인암.


 


쉼터의 고인돌.


그 곳을 지나니 정자가 나오고 태극기가 휘날리는 정상이 보인다. 지릉길에 이어 암릉길을 오르니 태극기가 설치된 정상에 닿고 태극기 아래에 모락산 - 해발 385 미터라고 표기돼 있다. 그런데 실제의 정상은 이 곳이 아니라 10 미터 정도 더 가서 우뚝 서 있는 바위다. 이 곳이 아무래도 일이 미터는 더 높게 보인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모락산 정상부.


 


태극기가 있는 모락산 정상부 - 해발 385 미터.


 


실제의 모락산 최정상인 바위.


정상에서 LG 아파트 쪽으로 내려가는 남서릉은 보리밥마을에서 올라온 길이 육산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변화무쌍한 암릉길로 변한다. 정상에서 15분 쯤 내려오니 타원형 모습의 특이한 돌탑이 보인다. 돌탑을 지나 수분 만에 안전장치가 잘 설치된 긴 암릉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닿는다. 이 암릉이 다른 산들과는 다른 모락산의 특별하고 아름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곳이다. 암릉의 아래로는 도시의 전경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나무계단과 로프 등의 안전장치가 잘 설치돼 있어서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돌탑.


 


암릉의 정경 1.


 


암릉의 정경 2.


 


암릉의 정경 3.


 


암릉의 정경 4.


암릉에서 느긋하게 조망을 즐기다가 암릉을 내려오니 산은 다시 유순한 육산의 모습으로 변한다. 지릉길을 천천히 내려와서 LG 아파트 입구의 모락산 날머리에 도착하니 13시 32분. 날머리 옆에 있는 약수터의 물을 일단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수질검사 결과를 보니 부적합이라고 기재돼 있다.


 


LG 아파트 입구로 내려가는 길.

 

 

LG 아파트 입구의 모락산 날머리.


 

 

오늘의 산행로.


날머리 우측길로 50 미터 쯤 내려가니 버스정류장이 있고 그 곳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범계역에서 내려 전철로 금정역까지 가서 금정역 건너편에서 십여분을 기다려 제부도 입구로 가는 330번 버스를 탄다. 버스카드로 1300원이 결제된다. 14시 20분에 출발한 버스는 1시간 20분 만인 15시 40분에 종점인 제부도 입구에 도착한다. 등산복 차림으로 섬에 들어가자니 좀 어색했지만 걸어서 제부도로 들어간다. 마을버스가 있지만 배차간격이 넓고 신뢰할 수가 없어서 걸어서 30분이 걸리는 바닷길을 걷는다. 그러나 비릿한 갯내음을 실은 바닷바람을 오랜만에 맞으며 걸으니 마음이 한결 상쾌해진다. 모락산에 오를 때에는 맑았던 날씨가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로 변해 있다. 30여분을 걸어서 바닷길을 건너고 다시 15분을 더 걸어서 어선 선착장에 도착한다.


 


제부도 입구.


 


열려 있는 바닷길.


 


30분을 걷는 바닷길.


 


어선 선착장.


어선 선착장 주변을 맴도는 갈매기들의 비상이 흥미롭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가슴이 툭 트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니 온갖 시름이 다 가시는 듯하다. 날씨만 맑다면 더 좋았을 텐데 잔뜩 구름이 낀 하늘을 쳐다 보니 저녁 달빛같이 희미한 해가 구름 사이로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15분 쯤 선착장 위에 있다가 해변산책로로 걸음을 옮긴다. 좌측으로는 바위 절벽, 우측으로는 해변과 드넓은 수평선이 펼쳐져 있다. 작년에 왔을 때에는 완공되지 않아서 중간에 산책로의 다리가 끊어져 있어서 왔었던 길로 되돌아가야 했었는데 오늘 걸어 보니 다리가 다 완공되어 횟집촌까지 연결돼 있다. 15분 쯤 인공구조물인 해변산책로를 걷다가 횟집촌에 도착해서 다시 바로 계단을 내려가서 해변의 모래사장을 걷는다. 비릿한 갯내음과 함께 저 멀리 매바위가 보인다. 모래사장을 30분 쯤 걸었을까, 매바위에 닿는다. 매바위 주변을 20분 쯤 거닐며 해변의 거치른 정경을 즐기다가 횟집촌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쉽게도 일몰시간이 다 됐는데 잔뜩 흐린 날씨 탓에 낙조는 커녕 저녁 노을도 볼 수 없다.


 


어선 선착장의 갈매기 1.


 


어선 선착장의 갈매기 2.


 


해변산책로 1.


 


해변산책로 2.


 


해변산책로 3.


 


해변산책로 4.


 


해변산책로 5.


 


매바위.


횟집촌의 한 횟집에서 자연산 우럭 한 마리를 주문한다. 생선회도 좋아하지만 곁들이 안주(스끼다시)를 골고루 먹는 즐거움에서 해물 뷔페 같은 생선회는 참으로 매력적인 음식이다. 산낙지와 개불부터 낙지찜, 새우찜, 골뱅이찜, 맛살찜, 가리비회, 키조개회, 멍게, 꽁치구이, 호박절임, 과일 샐러드, 칡국수무침, 국수말이, 조개탕 등 이십여 가지의 곁들이 안주를 먹으니 우럭이 나오기도 전에 가지고 온 오디술 한 병이 절반 이상 비워진다. 우럭까지 먹으니 따로 식사를 하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먹다 남은 생선회를 포장해 주더니 차로 제부도 입구까지 태워 준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마침 대기하고 있던 330번 버스로 금정역까지 가서 전철로 집에 도착하니 22시 30분 경이다. 산행과 섬으로의 여행, 생선회의 뒷풀이로 오랜만에 즐거운 외출과 포식을 한 행복한 하루였다.


 


제부도의 횟집촌.


 


횟집에서... 1.


 


횟집에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