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14 적석산(積石山 497m) - 경남 마산시. 고성군

산 행 일 : 2004년 3월 7일 일요일
산행횟수 : 초행
산의날씨 : 맑음
동 행 인 : 김정수. 박상식
산행시간 : 3시간 17분 (식사 휴식 1시간 14분포함)

일암저수지 <0:43> 420봉 <0:10> 적석산 <0:38> 서쪽 끝봉 <0:32> 일암저수지

100년만의 3월 폭설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는 중부지방의 소식이 가슴 아프나 순천 남부지역
에서는 쌓인 눈을 볼 수 없다.
산행지를 제암산으로 정했는데 "눈길을 걷는 것이 좋더라"는 친구 말대로 눈이 있을지 모르겠다.

출발하기 직전 "적석산에 다녀오자"는 진주 친구의 전화를 받고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하니
"산이 낮아 금방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친구를 바라보니 망설이는 듯 하다 순천IC 쪽으로 방향을 틀어 "출발한다"는 연락을 취했지만 예
기치 않은 산행이다 보니 적석산에 관한 정보가 하나도 없다.

진주 시내 대로변 대형슈퍼에 들어간 친구 땅콩을 기다리던 중 마침 등산복 차림의 두 남자가 보
여 적석산을 묻자 차번호를 보고 "남자여자 짬봉으로 운동하러 다니는 산인데 먼 곳에서 왔으니
웅석봉을 권하고 싶다"며 "우리도 늦으막하게 운동 삼아 방어산에 간다"고 한다.
"야. 잘못 온 것 아니냐?"
"아무려면 동네 뒷산을 소개하겠냐. 일단 가보자"
땅콩의 안내를 받으며 진주 시가지를 벗어난 2번 국도는 4차선 확포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일
부 개통된 구간도 있었다.

마산 진전면으로 들어서 조금 가다 우측으로 올려다 보이는 서너 개의 고만고만한 봉우리가 적석
산이라고 해서 마을길을 따라 저수지 뚝방전 밑에 이르자 길가에 차들이 세워졌고 일암소류지 뚝
위가 바로 주차장이었으며 대략 50여대, 주차도 쉽지 안했다.
산불감시초소 문턱에 입산자 명부가 펼쳐졌으나 사람이 많아서 신경 쓸 겨를도 없는 것 같고 등
산안내도를 살펴보니 도솔암 쪽으로 정상을 오르는 코스 거리가 1.1km에 불과했다.

10 : 45 산불감시초소 옆으로 난 콘크리트길은 도솔암 까지 이어졌는데 그냥 스쳐 계단처럼 납작
한 돌이 듬성듬성 깔린 등산길을 따르다 오른쪽 바위와 잇닿은 스레트 지붕을 인 산신각도 지나
곧 이어 '정상 0.8km * 일암저수지 0.3km' 이정표를 보았다.

11 : 08 '현위치 7-1. 쉼터바위'에 바위가 없다.
10여m 밑을 지나 오를 때 밥공기 만한 구덩이에 물이 얼어있는 작은 바위를 봤는데 그 것인가?
등산로는 상당히 가파르고 이른바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복장, 심지어 구두를 신은 사람도 있고
내려오는 사람이나 올라가는 사람이나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눌지도 모르니 이런 때는 흐름에 따
르는 게 상책이다.

처음으로 맞는 암벽 색깔이 붉은 빛으로 일부러 그려 놓은 듯하고 참나무류 사이를 오르다 본 소
나무가 울창한 왼쪽 봉우리가 오른쪽 암봉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능선으로 올라 왼편 넓은 암반 절벽에 소나무 봉우리로 갈 수 있는 길이 보이자 뒤쳐진 털보를
두고 땅콩과 둘이 약속이나 한 듯 내려섰다.

11 : 31 소나무 사이의 전망 좋은 절벽바위로 올라서니 정상 부근이 기막힌 모습으로 다가서고
고성 좌우로 남해가 조망되어 "멀리 찾아온 보람이나 있을까?" 했던 못된 선입감이 부끄러웠다.

11 : 42 능선에 닿았을 털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감흥에 취해 사진도 찍으며 머물다 돌아섰다.
11 : 48 능선 갈림길. '↑ 정상 0.1km * ↓ 옥골저수지 2.0km * → 일암저수지 1.0km'

11 : 52 바로 앞에 있는 20철계단도 타고, 암벽을 이리저리 돌아 오른 정상이 주는 즐거움을 무슨
말로 표현하겠는가.
작은 광장이라고 해도 무리 없을 정도로 널찍하고 남쪽으로 층층을 이룬 마당 같은 암반들, 서쪽
으로는 또 다른 암봉들이 줄섰고 곳곳에 자리한 수많은 사람들, 사방팔방으로 트이는 경관, 진주
에서 만났던 사람 말대로 적석산 산행을 포기했더라면...?
역시 산은 산이고 높낮이 등을 따지지 않는 내 산행방식이 옳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1995년 1월 1일 마산 만보산악회에서 세운 '적석산 일명 적산. 497미터' 정상표지석을 살펴보고
먼저 와서 좋은 자리를 잡고 있는 털보 옆으로 다가가니 "의리 없다" 나무란다.
낯선 곳이다 보니 남동쪽 바다건너 하늘 금을 그린 산줄기가 거제도 산 군으로 추측되고 서쪽으
로 연화산과 와룡산이 있겠지만 구별할 수 없으며 "길만 있다면 돌아 내려가면 좋겠다"는 봉우리
는 깃대봉이라 했고 그 오른쪽으로 멀리 보이는 산이 여항산이라 한다.

12 : 45 일암저수지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으니 구경하며 쉬엄쉬엄 걷기로 했다.
산 이름 그대로 차곡차곡 쌓아진 암벽을 따르다 굵은 와이어가 설치된 비좁은 암벽 사면을 돌아
철사다리(19칸)를 내려서 일암저수지가 표기된 이정표를 보니 정상방향은 1.5km, 진행방향은
2.0km로 한 바퀴 도는데 3.5km가 되는 셈이다.

지리산 통천문 같은 바위굴은 협소해서 오가는 이들이 서로 양보해야 소통이 원활하고 안전 파이
프가 설치된 지점을 내려서면 '현위치 7-다' 표지와 '소나무 쉼터 0.7km'를 알리는 이정표도 있다.
여기서 머물고 저기서 머물고 털보와 땅콩은 수시로 모델을 자청했는데 필름을 여분으로 가져오
길 잘했다.

13 : 23 서쪽 끝 봉우리.
정상으로부터 0.5km도 안될 것 같은 거리를 32분이나 보내며 걸었으니 알만하지 않은가.

13 : 30 남해안쪽을 한 번 더 둘러보고 숲속으로 들어섰다.
도솔암 코스와 달리 송림이 울창하고 고성군 구만면으로 갈리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자 질펀한 길이 나오는가 싶더니 앞에서 혹은 뒤에서 진땅에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들이 심심찮
게 나와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14 : 02 일암소류지(저수지).
산행-또는 산책-을 마친 여인들과 아이들이 묵혀진 논둑에 파릇파릇 돋은 쑥을 캐는 모습이 정
겹고 어떤 이들은 무넹기를 넘쳐흐르는 물로 진흙 투성이가 된 신발을 닦느라 분주하다.
산세, 숲 그리고 조망 등 만족스러우나 산행시간이 너무 짧은 게 흠이라면 흠이어서 뒤에 알아보
니 원점회귀 산행으로도 보다 긴 코스가 있었는데 준비 없이 나선 것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 山용호 - 오래전에 옥수골에 올랏던 기억이 새롭네요..낮지만 참 조은산이죠..늘 즐산하세요.
* 반갑습니다. 팔영산 해탈이 안부를 묻고 처음이군요. 사람과 산에 산행기가 채택된 것을 늦게나마 축하 드립니다. (님의 뒤에 팔영산엘 갔었는데 해탈이는 행방불명 되었다고 했으며 흰 개들만 있었습니다)
▣ 고향생각 - 여항산 아래의 유년시절, 어느해 봄소풍으로 올랐던 산이군요.먼길 걸어서 국민학생 수준에 맞게 쉬운길로 올랐다 내려왔던것 같았는데 아기자기 좋은길도 있나 보군요.거기서 난생 처음 수평선이라는걸 눈앞에 바라보던 산골소녀의 감격이 지금 생생히 되살아 나는군요.그 모든것에서 너무도 멀리 와버린 지금 아주 오래된 기억의 밑바닥에서 아름다운 보석 하나를 찾아주신 님의 산행기 잘읽고갑니다.
*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지만 고향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항상 건강하십시오.
▣ 김정길 - 친구님 넘 좋은 산 다녀오셨네요, 적석산 정상 주변 끝내주재? 나도 고성땅에서는 적석산을 으뜸으로 칩니다.
* 사전 정보 없이 찾아가 두루 살펴보지 못한 것이 조금은 섭섭했지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연화산에 비하면 금강산이 따로 없었고... 즐거운 산행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