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빠진골~수곡골)

1:25,000지형도=대성

2004년 7월 18일 일요일 흐렸다 맑음(22~31도)  일출몰05:28~19:43

코스: 거림11:00<2.0km>자빠진골초입11:40<1.5km>1210m봉이정표13:00<1.0km>한벗샘경유 헬기장13:30<3.5km>양진암경유 윗대성 민박집16:00<2.0km>의신삼거리경유 대성야영장17:00

[도상10km/6시간 소요]

거림에서 대성교까지     거림에서 대성교까지
 

개요: 지리산국립공원 주능선상의 영신봉에서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과 하동군 화개면을 가르는 지리산 남부능선의 삼신봉가는 길 중간지점에는 한벗샘이 있다.

이 한벗샘의 동쪽에 있는 거림골의 지계곡인 자빠진골로 올라 서쪽의 수곡골로 내려가는 이번코스는 비록 도상10km의 짧은 거리지만 해발550m에서 계속해서 1230m봉까지 치올랐다가 해발300m대까지 내려가는 벅찬 코스이다.

영신봉쪽에서 내려다 본 남부능선    영신봉쪽에서 내려다 본 남부능선
 

서쪽의 수곡골은 1952년 1월중순 10여일간에 걸친 수도사단과  빨치산의 최후격전지로 마을은 불타고, 총 맞아죽고, 굶어죽고, 얼어죽고...., 그래도 남은 빨치산들이 수곡골을 타고 올라 자빠진골로 자빠져가며 퇴각했던 지역이다.

반세기가 흘러간 역사의 현장엔 울창한 수림과 두툼한 이끼로 흔적을 지우고  별로 찾아드는 이 없는 적요 속의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다.

자주 나타나는 수곡골의 작은 폭포    자주 나타나는 수곡골의 작은 폭포 
  

남부능선 동쪽 산청군의 자빠진골 계곡수는 덕천강~남강~낙동강이 되어 남해로 빠지는데, 서쪽 수곡골물은 화개천따라 섬진강이란 이름으로 남해로 흘러들어 양쪽 계곡물은 다시 만난다.

화개천 이쪽 저쪽의 산릉    화개천 이쪽 저쪽의 산릉
 

가는길: 거림에서 반시간 정도 올라가면 구조번호[03-03]이 주요 포인트다.

여기서 왼쪽으로 잘 살피면서 10분정도 가면 계곡쪽으로 희미한 산길이 나타나는데 징검돌을 건너가면 자빠진골에서 흘러내려온 계곡물이 작고 아름다운 폭포로 떨어져서 거림골로 빠져드는 걸 볼 수가 있다.

자빠진골 초입     자빠진골 초입
  

오름길은 폭포옆으로 잘 나 있는데 자잘한 너덜밭의 이 길은 워낙 미끄러워서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

가끔씩 산길이 끊어지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무조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 해발900m쯤 도달하면 짙은 산죽속에서 등로는 사라지는데 이럴 땐 되돌아나와 오른쪽으로 산길을 잘 살펴야 한다.

 무척 미끄러운 자빠진골 오름길     무척 미끄러운 자빠진골 오름길
 

여의치 않으면 곧장 치올라서 산죽속을 빠져 나오면 남부능선상의 [세석산장대피소5.5km/청학동4.5km]이정표가 있는 1210봉으로 올라서게 된다.

여기선 세석산장쪽으로 반시간정도 가면 도중에 하동쪽으로 잘 나 있는 단천골 하산길을 지나쳐서[한벗샘400m/청학동.../세석...]이정표에 당도하게된다.

이번 코스의 중요 포인트   이번 코스의 중요 포인트
 

여기서 맞은편의 봉우리로 올라서는 도중에 왼쪽으로 안내문이 내걸린 걸 볼 수가 있는데 여기가 바로 수곡골로 내려서는 초입이다.

만약에 여길 놓쳤거나 아니면 일부러라도 지근 거리의 작고 오랜 헬기장에 올라 지리산 주능선의 장쾌한 파노라마를 감상하고 되짚어 내려와 수곡골과 단천골을 갈라내는 단천지능선으로 내려선다.

짙푸른 이끼의 수곡골  짙푸른 이끼의 수곡골 
 

능선길을 10분정도 내려와 하산길은 오른쪽의 수곡골 상층부로 급격히 떨어지는데 수곡골은 자빠진골처럼 그렇게 미끄럽진 않다.

계속 이어지는 너덜밭엔 짙푸른 이끼가 두툼하게 깔려서 초록색 양탄자를 밟고가는 듯 푹신푹신하긴해도 혹여 이끼가 찢겨질까 무척 조심스럽기도 하다.

 양진암     양진암
 

원시림 양탄자길을 한시간정도 내려가면 낡고 허름한 황토색 도단으로 지어진 양진암에 당도하게 된다.

이후론 너덜은 사라지고 싱그런 초록잎새사이로 계곡따라 유순한 하산길이 이어지고, 작은 폭포 자주 눈에 띄는 계곡길을 따라가노라면 옛 수곡마을터를 두번 지나서 수곡폭포 아래로 내려선다.

수곡폭포    수곡폭포
 

높이 10m, 폭7m정도의 무재치기 폭포를 닮은 아름다운 수곡폭포를 감상하고 내림길을 재촉하면 수곡골은 짙은 수림속의 협곡으로 모습을 감춘다.

산길은 오른쪽으로 휘어지면서 윗대성마을 민박집이 바라보이는 언덕을 너머서 대성골을 횡단해야 하는데 수심이 얕고 물살은 느리지만 반드시 등산화를 신은 채로 건너야 한다.

민박집    민박집
 

민박집은 사철 행락객으로 붐비고 막걸리를 비롯한 먹거리 또한 풍성하다.

내삼신봉이 꼭지점을 이룬 남부능선 연릉을 바라보며 반시간정도 덕평능선 아랫부분으로 에돌아 나가 [공비토벌최후격전지2.8km/의신1.1km]이정표 뒷길로 내려가 대성교에서 산행을 끝낸다.

하산지점    하산지점 
 

산행후기: 장마가 걷히기를 기다렸다가 올라가는 자빠진골은 소리소문으로 찾아든 꾼들로 해서 제법 산길이 닳았고 오름길엔 고로쇠 수액 채취용 호스들이 어지러이 흩어져서 눈살 찌푸리게 한다.

나중에사 알았지만 우리 일행도 세명이나 자빠졌었다고 하니 지리산 숱한 계곡을 들락거렸어도 여기만큼 미끄러운 지역은 처음 경험이다.

 자빠진골의 흰꿩의다리     자빠진골의 흰꿩의다리
 

상층부로 올라서자 사라진 등로 찾느라 다들 뿔뿔이 흩어지고 가끔씩 나타나는 하늘금을 바라보면서 무조건 계곡따라 올라가다가 그마저 없어지자 키를 훨씬 넘기는 산죽을 헤치며 천신만고 끝에 능선상의 이정표로 올라섰다.

그러나 짙은 가스로 인해서 현위치 확인이 안되길레 지도 정치를 하고 세석쪽으로 향했더니 도중에 뚜렷한 하산로 하나 서쪽으로 잘 나 있다.

헬기장의 물레나물   헬기장의 물레나물
 

방향각을 맞추고 보니 단천골 하산로임이 분명하다. 확신을 가지고 좀 더 진행 했더니 한벗샘 이정표가 반기길레 우리는 그 자리에 퍼질러 앉아 식사부터 하고 본다.

잠시후 선두팀이 청학동쪽으로 향했다가 되돌아 와서 갑자기 식구는 불어나고, 일부는 우리와 함께 하고 선두팀은 먼저 내려가게 했다.

수곡골 상단의 분재같은 일월비비추   수곡골 상단의 분재같은 일월비비추
 

투박하던 자빠진골과는 달리 수곡골은 내림길 내내 폭신거리는 양탄자 이끼를 밟고 내려간다.

주위론 산수국들이 많이 피어나서 짙푸른 이끼 위에서 현란한 자태를 뽐내고 꽃보다 예쁜 버섯들이 자주 눈에 띈다.

노란난버섯(?)    노란난버섯(?)
 

싱그런 활엽수림지대를 반시간 정도 내려가자 키작은 산죽밭 속으로 산길은 잘 나있고, 그 길을 수월하게 내려와서 양진암에 도착했다.

암자 입구를 작은 철망으로 막아 놓았지만 그 위를 넘나들면서도 거기 자라고 있는 더덕 한 뿌리는 아직 아무의 눈에도 띄질 않아서 다행이다.

더덕...보기만 하고, 뽑지는 말자!    더덕...보기만 하고, 뽑지는 말자!
 

스님 한 분이 계시는지 섬돌위엔 작은 슬리퍼 한 켤레 놓여있고 깃동잠자리 한 마리 작은 막대기에 올라앉아 꼼짝을 하질 않아 초라한 암자와 힘께 한 폭의 정물화를 대하는 기분이다.

저 암자도 반세기 전 국방군에 의해 소실 된 것을 누군가 저렇듯 허름한 양철도단으로 얼기설기 지어서 새삼 동족상잔의 상채기를 보는 기분이다.

수곡골의 비자나무 열매     수곡골의 비자나무 열매
 

조용히 그 곳을 빠져나와 계곡따라 내려가자 갑자기 다락논처럼 생긴 초원지대가 나타나기에 유심히 살폈더니 이 곳이 수곡마을 옛터임을 알 수가 있다.

이곳을 본거지로 보급투쟁을 했던 빨치산들은 묘비명 하나 없이 스러져 흔적도 없는데 무심한 계곡수는 유장하게 흘러내리고 있다.

붉은목이버섯   붉은목이버섯과 민달팽이
 

무심코 길을 걷다 계곡을 벗어나자 누군가 친절하게도 작은 철조망으로 가려 놓아서 되내려 왔더니 계곡따라 산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드디어 수곡폭포에 도착해 위에서 내려다 보기도 하고, 밑으로 내려와 위로 쳐다보기도 한다. 도장골의 와룡폭포를 닮았는가 하면 치밭목 아래 무재치기 폭포를 닮았기도 한데 물보라가 날려서 더위를 식혀준다.

숲속의 비짜루  숲속의 비짜루 
 

폭포에서 멀어지자 산길은 산비탈따라 비스듬히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수곡골과는 멀어지는데, 그러고보니 오늘의 이 수곡골에선 돌돌거리는 물소리 외엔 아무소리도 들은 기억이 없다.

숲 속의 새소리는커녕 지난주까지만 해도 시끄럽기만 했던 매미울음조차 사라졌으니 그 참, 이상하다. 그래서 수곡골은 물소리만 통곡을 하는 계곡인가?

고목속의 좀나무싸리버섯   고목속의 좀나무싸리버섯
 

초반의 거림골은 바짓가랑이 적시지 않고 스틱받침으로 건너 뛸 수 있었는데, (거기서도 계곡이 무서운 몇 명은 그냥 발길 돌리기도 했지만...) 지금 맞닥뜨린 이 대성골은 등산화를 신은체로 건너야 한다.

옛날 비오는 날의 운문골에서도 경험 했지만 잔잔한 물살도 자칫 미끄러지면 동동 떠내려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족제비눈물버섯  족제비눈물버섯 
 

대성 민박집엔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동동주를 권한다. 양진암에선 얼린 수박을 권하더니...! 체면 불구하고 한잔 쭈~욱 들이키니 마음이 느긋해진다.

민박집 마당의 수로옆에 분재처럼 심어 놓은 저 꽃 이름은 무엇일까! 주인께 물었더니 그도 알 순 없고, 누군가 곁에서 고란초라고 하지만 확인이 되질 않고 있다.

 민박집 마당의 칼란코에(?)     민박집 마당의 칼란코에(?)
 

낯익은 길을 따라서 [공비토벌최후격전지.../..]이정표에 도착하여 그 뒷길로 내려가도 되지만 좀 더 진행하여 덕평봉 하산루트 고갯마루에서 내려가 아까 그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하자 봉분 없는 커다란 묘 한 기 누워있다.

굵은 돌로 축대를 쌓고 둥그런 형태의 풀 한포기 없는 그 무덤은 내원사능선에서 자주 봤던 예의 빨치산 장교의 것임에 틀림 없다.

 흰테꽃구름버섯    흰테꽃구름버섯
 

오분 후 쯤, 빨치산 장교무덤 한 기를 더 지나서 한 바탕 급박하게 내리쏟다가 함안조씨 무덤앞에서 계곡쪽으로  갈레길이 하나 더 있다. 초입지점의 야영장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옛 대성길인 이 곳을 빠져 나와서 진입로 펜스의 [자연생태계복원을 위하여...]안내문을 돌아보며 마침표를 찍었다.

옛대성길의 애기꾀꼬리버섯(식용)   옛대성길의 애기꾀꼬리버섯(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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