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

1:25,000지형도=용화. 궁촌

2005년 1월 20일 목요일 맑음(-8~-2도)   일출몰07:39~17:43

코스: 한천주차장11:00<2.0km>삼거리11:30<2.5km>민주지산13:00<2.7km>석기봉14:30<1.5km>삼도봉15:00<0.9km>삼마골재15:30<4.8km>주차장16:30

[도상14.4km/ 5시간 반 소요]

지형도    지형도
 

개요: 충북 영동군의 민주지산(1241.7m)에 올라 전북  무주군과의 도계선따라 동남진하면서 석기봉(1200m)에 오른후 삼개도가 만나는 삼도봉(1177m)에서 한천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이번 코스의 산들은,

백두 대간 부항령~질매재구간의 중간지점 삼도봉에서 서북쪽으로 가지쳐 나간 1,000m를 넘기는 육중한 산세로 소백산과 더불어 겨울설경으로 유명한 산이다.  

민주지산서 본 석기암봉방면    민주지산서 본 석기암봉방면
 

태종14년에 조선을 팔도로 나누면서 경상, 전라, 충청의 분기점이 된 이후로 줄곧 삼도봉이라 불려지는 삼도봉엔 지금도 삼도민의 단합 상징물이 있다.

기이한 돌이 있다는 석기봉 아래 샘터에는 고려시대 작품으로 여겨지는 三顔磨崖佛이 있는데 최근 개념도에는 삼두마애불로 표기를 해서 혼선을 가중시킨다.

삼안마애불   삼안마애불
 

산높고 골깊으면 명산대찰이라 했는데 이들 산 주변으론 충청도쪽의 물한계곡가에 자리잡은 1972년에 창건된 자그마한 절 황룡사가 고작이다.

그러나 경상도쪽의 해인리라든가 파천리가 불교용어이고 전라도쪽에도 마을이름이 대불리라든가 아랫중고개 윗중고개란 지명이 있어 한 때는 이 지역에 불교가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황룡사    황룡사
 

이번코스 동쪽의 물한계곡물은 초강따라 금강으로 흘러들고 서쪽의 용화천, 남쪽의 내북천은 무주 남대천 따라 금강에서 만나게 된다.  

남한에서 한강. 낙동강 다음으로 큰 강인 4백10km의 금강은 전라북도 장수에서 발원해 전북과 충남지역을 휘돌다가 강경에 이르러 해마다 10만마리 안팎의 철새들이 찾아들고 있는 금강하구로 빠져든다.

석기봉서 본 물한계곡    석기봉서 본 물한계곡
 

가는길: 경부고속국도 황간 나들목에서 49번도로 하도대교를 건너 한천 주차장에 내리면 쫙 펼쳐진 부챗살 중앙에 물한계곡이 흘러내리고 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20여km를 흐르는  물한계곡엔 옥소폭포, 은주암폭포 등의 비경과 숲이 어우러져 여름철엔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많은 인파로 북적거리기도 한다.   

들머리 물한계곡    들머리 물한계곡
 

황룡사 입구의 물한계곡 안내문에서 오른쪽으로 난 비포장길을 반시간 정도 오르면 울창한 낙엽송지역을 벗어나면서 잣나무숲에서 산길은 양쪽으로 갈리는데 이정표엔[삼도봉3.6km/석기봉5.0km/민주지산2.8km]로 표기되 있다.

왼쪽은 미나미골로 해서 삼도봉 가는길이고 오른쪽은 쪽새골로 해서 민주지산 가는길인데 민주지산쪽으론 안내문이 자주 나타나서 수월하다

갈레길 삼거리    갈레길 삼거리
 

삼거리에서 한시간 반정도면 주능선 안부로 올라서게 되는데 여기선 오른쪽으로 10분거리의 민주지산 정상에 당도할 수 있다. 정상석에는 [석기봉2.2km↔각호산3.4km]로 음각해 놓았다.

정상에서 각호산 방면으로 오분만 내려가면 최근에 가설한 무인대피소에 땔감과 난로가 있어 눈보라 강추위를 녹일 수가 있다.

민주지산 정상       민주지산 정상 
 

민주지산서 본 각호산 방면    민주지산서 본 각호산 방면 
 

민주지산서 본 무지막골    민주지산서 본 무지막골
 

민주지산서 본 석기봉 방면   민주지산서 본 석기봉 방면
 

안부로 되내려와 석기봉을 향하는 첫봉우리엔 [제6지점]구조위치 표지판(043-119)아래로 물한계곡 하산로 표시가 잘 되있다.

계속되는 날등길에서 조망이 트이질 않다가 1150m봉을 넘어선 내리막길에선 석기봉은 물론이고 그 뒤편으로 이어지는 백두 대간의 대덕산까지 바라볼 수 있다.

덕산재넘어 대덕산까지 조망    덕산재넘어 대덕산까지 조망
 

땡겨본 대덕산(오른쪽)    땡겨본 대덕산(오른쪽)
 

그러다가 석기봉 초입에 들면 직등길과 우회로(안내문 있음)로 나뉘는데 직등길은 암릉길이고 우회로는 완만해서 악천후일 경우 우회로를 따라야 한다.

우회로는 윗중고개에서 올라오는 석기봉 동쪽지능선으로 올라서게 되는데 지능선을 넘어면 아랫중고개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게 된다. 이 길은 불교전성기때 삼안마애불 찾아오는 옛길인 것이다.

지나치기쉬운 삼안마애불 바위    지나치기쉬운 삼안마애불 바위 
 

삼안마애불바위는 자칫하면 놓치기 쉽다. 그냥 봐서는 평범한 바윗덩이에 불과하지만 마침 그 아래로 약수가 흘러나와 찾기가 수월하다.

오랜 풍상에 마모가 심한 마애불을 자세히 살피면 좌정한 부처님의 존안 위에 존안이 있고 또 그 위에 존안이 있어 삼두마애불로도 불려지지만 조금만 외경심을 갖는다면 얼굴안(顔)자의 삼안마애불로 호칭해야 마땅하다 하겠다.

 석기봉 정상     석기봉 정상
 

마애불을 떠난 석기봉 오름길은 제법 가파르지만 수월하게 올라설 수 있다. 암봉으로 형성된 고스락에 오르면 사방으로 훤히 뚫려서 어느방향이라도 막힘이 없다.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산야는 물론이고 나아갈 방향으론 백두 대간의 장쾌한 주능선이 김천 황악산에서 달려와 대덕산~덕유산으로 끝없이 이어가고 동쪽으론 지리연릉이 아슴프레하다

석기봉서 본 민주지산~각호산   석기봉서 본 민주지산~각호산 
 

석기봉서 본 백두 대간 부항령방면    석기봉서 본 백두 대간 부항령방면
 

석기봉서 본 백두 대간 질매재 방면    석기봉서 본 백두 대간 질매재 방면
 

석기봉 정상에는 사각 나무기둥에 1180m로 표기해 놓았고 로프잡고 내려선 암봉 아래의[민주지산2.9km/삼도봉1.4km]이정표를 지나치면 팔각정으로 지은 무인 대피소가 있는데, 대피소라기보담 그냥 쉼터에 불과하고 조망도 별로다.

급경사를 내려선 안부에는 물한계곡 은주암골로 내려가는 길목에 이정표 방향지시가 있다.

석기봉서 본 삼도봉    석기봉서 본 삼도봉
 

삼도민 화합탑   삼도민 화합탑 
 

석기봉에서 반시간이면 삼도봉에 닿을 수 있다. 삼도봉 바로 아래의 널따란 헬기장에 도착하면 삼도 화합 조형물이 멋지게 클로즈 업 된다.

삼도봉에선 백두 대간길 질매재방면(동북쪽)으로 향하다가 황룡사방면의 미나미골로 내려서게 된다.

그 길은 너무 넓고 벤취와 평상이 곳곳에 있어 쉬어가기에 좋고, 한시간 반이면 황룡사 경유 한천주차장으로 내려설 수 있다.  

삼마골재    삼마골재 
 

산행후기: 눈산! 하면 떠올리게되는 산은 태백, 소백 다음으로 민주지산이다. 그래서인지 민주지산은 교통도 편리하고 초보자들을 위한 단축코스를 내기가 수월해서 자주 들락거렸었다.

팔구년전만해도 울퉁불퉁한 비포장길로 물한계곡에 들어서면 산 자락마다 더덕을 비롯한 산나물이 지천이었더랬는데 지금은 옛날 얘기가 되고 말았다.

쪽새골의 결빙     쪽새골의 결빙
 

이미 일곱차례나 들락거린 이 지역에서 종주는 한번도 이루어지질 못했었다. 각호봉 따로, 삼도봉 따로, 민주지산 따로, 석기봉 정상은 한번도 밟아보질 못했었다.

단체팀을 이끌고 올 적마다 노약자들을 모시고 짧은코스로 내려와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오늘은 비록 각호봉은 생략했을지라도 민주~석기~삼도봉 연계산행을 할 수가 있어 그 기쁨은 유별나다.

고드름폭포     고드름폭포
 

7년전 공수부대 특전단이 심설속에서 6명이나 죽어나갈 정도로 폭설과 강풍으로 유명한 민주지산이 오늘은 눈이 별로 없다.

주능선으로 붙어봤자 발목도 빠지질 않아서 아이젠 없이도 마음놓고 뛰어다닐 수가 있었다.

민주지산에 올라 7년전의 조난사고 이후로 영동군에서 설치했다는 무인 대피소를 둘러보고싶지만 다른 분들의 싸이트에 상세히 소개되서 일부러 가 볼 필요는 없겠다.

설화    설화
 

어쨌던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가야만 했다. 그래야 사진 한 장 더 건질 수 있고, 대간과 호남정맥을 완주한 준족들로 구성된 오늘 이 팀에서 낙오만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엊저녁의 폭음으로 화장실 몇 번 들락거리다가 겨우 지사제로 봉합한 내장 속에는 내용물이 거의 바닥 난 상태이지만, 배낭 속엔 먹거리가 있으니 가는데까지 버텨보는 것이다.

석기봉 가는길     석기봉 가는길
 

석기봉 오름길에 우회로 표시기가 눈에 들어온다. 불과 사흘전에 다녀온 1월18일자 한국의 산하 산행기에 올라온 산정인님의 멋진 그림 [삼안마애불상]이 떠올라 이 참에 확인을 다짐해 본다.

직등 암릉길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개념도에는 석기봉 남서쪽 하단에 표기되어 있어 우회로를 따르면 틀림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애불 약수    마애불 약수 
 

유심히 살피면서 진행하지만 어째 불길한 예감이 든다. 어디 안내문이라도 없나 두리번거리는데 마침 물바가지 하나 놓여진 약수터가 눈에 들어온다.

샘물은 얼어붙었지만 호기심에 안쪽을 기웃거렸더니 제법 넓은 공간은 정돈이 잘 되있다. 뒤편에서 인기척이 들려와 돌아보니 일행중 한 분이 반반한 대리석 위에서 중식을 들고 계신다.

1월18일자 한국의 산하 산정인의 글에서 퍼온 사진    1월18일자 한국의 산하 산정인의 글에서 퍼온 사진
 

안녕하세요, 이제 식사하십니까? 아 예, 점심은 드셨어요? 여긴 따뜻하고 참 좋네! 화답하신다. 그 순간 그 분의 머리위로 삼안마애불이 뚜렷이 떠오르는게 아닌가!

야, 그 참!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온다.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셔터 눌러보지만 녹아 버린 눈 때문에 뚜렷한 형체는 담아낼 수가 없다.

석기봉 고스락   석기봉 고스락
 

찬 바람 몹시 불어대는 석기봉엔 오래 머물 수 없다. 하산길 반대편에서 젊은이 세 분이 올라오길레 인사 나누며 한쪽 옆으로 비껴 섰다가 단숨에 삼도봉에 도착하고보니 감회가 새롭다.

육년전 무더운날 백두 대간 종주길에 여기서 한참을 쉬어갔기 때문이다. 그 당시엔 디카도 없었고 누군가 한방 눌러주면 감지덕지 했었는데 그 당시의 모습과 비교해보니 빨리간 세월에 내가 너무 늙었다.

1998년 7월 중순    1998년 7월 중순
 

2002년 시월달에 대간을 역순으로 한번 더 타면서 이 앞에서 찍었던 많은 사진들은 컴퓨터 조작 미숙으로 한꺼번에 다 날렸다.  그래서 이 한 장의 사진은 더욱 소중하다.

눈에 익은 그 길을 달리고 달려서 한시간만에 황룡사에 당도하여 카메라 이리저리 들이대자 누군가 한 분 창문 빼꼼히 열고 내다본다. 간단한 목례로 거길 빠져나와 오늘 하루를 접는다.

 물한계곡의 결빙    물한계곡의 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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