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악산(등선봉-청운봉-용화봉)......................넋 잃고 길 잃고 만보계 잃고

 

날짜: 2004/09/12(일)

동행: 여여와 마눌(최원철, 안귀여루)

날씨: 흐린후 비

산행경로

강촌교-408-570-등선봉(632)-청운봉(546)-용화봉(645)-636-635-상원사우측능선-삼악산장

산행거리: 8.5km (?)

산행시간(총 7시간 50분, 휴식포함)

0850 강촌교

0918 전망바위

0933 408봉

1030 450봉(5분휴식)

1100 570봉(삼익좌봉)

1130 등선봉(623)

1200 616봉

1240 청운봉(546)

1350 용화봉(삼악산 645)

1400 636봉(30분점심휴식)

1430 하산시작

1640 삼악산장


 

↗붉은점선이 일반적인 산행로. 흰점선이 여여가 간길

 

1.중미산에서 삼악산으로 급변동.....


 

태풍이 아니라 열대성 저기압이라나? 토요일 일요일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방송에서 연일 떠들어댄다. 맞을 확률 50%지만 하여간 날씨가 좋을 확률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춘천에 있는 우리나라 100대 명산의 하나라고 알려져 있는 “삼악산”에 가고 싶어 계속 벼르고 있었는데 요번에도 비가 오면 다음으로 미루어야할 것 같아서 흥이 별로 나지 않는다. 비가 오면 바위산은 미끄러워 그렇고................. 애라! 통방산으로 해서 중미산으로 육산종주나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지도까지 복사해 챙겨놓았는데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웬걸 하늘은 군데 군데 파랗게 보이고 운전대에 앉아서 마음을 고쳐먹고 삼악산이 있는 강촌으로 급하게 핸들을 돌린다. 마눌이 “중미산 간다며 왜 이리로 가요?”라고 물어 비가 그쳐 삼악산으로 기수를 돌렸다고 이야기하니 의암호가 내려다보이는 삼악산에 대한 기대가 크단다. 앞으로 닥칠 고난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촌 가는 경춘가도는 비 예보 때문인지 한가하고 평화롭다.

  

↗경춘가도에서 본 삼악산

 

2.강촌교에서 408봉으로


 

강촌에 도착하니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강촌교 육교정류소 앞 공터에 주차하고 등선봉을 향해 오른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보면 오금이 저리고 사추리가 떨리는 상황은 아니지만 가슴이 서늘한 풍광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것은 주관적인 표현이고 나같이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아마 예상치 않은 난관이 있을 거라고 미리 생각해 둔다. 가파른 육산을 오르는 기분으로 408봉에 오른다.

  

  

↗408봉 직전 전망바위


 

3.무릅을 굽히게 하는 암릉과 숨막히는 절경


 

408봉을 지나고  450봉으로 향하는 길은 우회로와 암릉길이 공존한다. "이제 시작이군....흠~“ 하면서 암릉으로 올라가지만 좌측이 단애 절벽 천길 낭떠러지............결국은 바위에 무릅을 굽히고 만다.................바위 몇 개를 타보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우회로로 돌아 내려와 다시 나타나는 암릉에 다시 붙는다. 암릉에 오금이 저리면서 기대니 저 멀리 아래 북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반대편에 검봉이 뾰족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다. 날씨는 맑고 바람이 많이 분다. 계속 나타나는 암릉을 따라 오르는데 내가 먼저 오르고 아래 따라오는 마눌은 ”나도 올라갈 수 있어요?“라고 묻는 형국이다. 다리가 닿지 않아 배를 깔고 끙끙대며 오르는데........ 산행시간을 기록하려고 목에 걸었던 볼펜이 뻐적! 소리를 내며 바위에 부딪혀 으스러져 버리고 만다. 나의 강한 뱃살로 볼팬을 부러뜨린 것이다. (아니.. 바위를 오르려면 다리로 올라야지 배때기로 오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지만 오금이 저려 다리가 올라가지 않으니 할 수 없다. 사람 의 신체는 참 신비하다. 다리가 올라가야 바위 위를 오를 텐데  오금이 저리면 다리는 완전히 남의 다리다.

  

  

↗408봉 지난 암릉에 올라 

 


 

4.전화번호부에 맞은 납작 개구리


 

부들부들 떨며 암릉에 겨우 올라와 좌우 경관을 보니 천지 사방이 탁트여 아무 막힘이 없다. 내가 올라와도 괜찬다는 말에 급기야 마눌은 사추리(?)가 떨리는지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전화번호부에 맞은 개구락지 폼으로 바위에 납작 엎드려버린다.  좌우 낭떠러지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서지도 못한 체 완존히 배를 바위에 비비면서 기어 올라온다. 나도 식겁했지만 마눌의 모습을 보니 웃지 않을 수 없다. 둘다 눈물이 날정도 웃다가 다시 오르는데................거의 수직 밧줄에다 위험구간이라고 쓰여 있지만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 식으로 그냥 오른다.  거의 반쯤 초죽음이 되어 570봉에 도달한다. 570봉은 삼악좌봉이라고도 하는 것 같다. 삼악이란 좌측으로부터 등선봉-청운봉-용화봉 의 세봉우리를 의미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등선봉(632)도 아니고 570봉이 삼악 좌봉이라니....그러면 중봉은 어디고 우봉은 어디란 말인가????.....

  

↗다리를 펴지못해 생기는 납작 개구리 형상

  

  

↗맞은편 436봉과 검봉

  

  

↗북한강




 ↗아슬아슬

  

 

↗유격훈련

  

  

↗위험지대도 간이 부어 "돌격 앞으로!"

  

    

↗칼등에 베이지 않을까?

  

↗570봉 가는 길

  

  

↗좌측 아래 408봉 우측 450봉



↗570봉의 다른 이름



5.등선봉 오름길에 역도산이 되다.


 

570봉에서 등선봉 오르는 암릉길도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계속되는 칼날의 암릉을 넘어가야하는데...........거의 수직경사면의 밧줄이 걸려있어 여기는 마눌을 먼저 올려 보내야 할 것 같아 밧줄을 잡고 오르라 하지만 마눌은 밧줄만 잡고 있지 오르질 못한다. 팔힘이 약해서 그런가? 마눌의 궁**를 받히고 힘을 써보는데 에구구구! 마눌의 입에서는 연신 신음이 터져나오고.......나도 밑에서 젖먹던 힘을 다 써본다........(어휴! 그러기에 방** 살 좀 빼라고 했잖아......)나타나는 암릉을 기어오르며 바위에 앉아 멋들어진 풍광에 감탄사를 연발하다보니 어느새 삼악중에 하나인 등선봉에 도달한다.

  

  

  ↗암릉

  

 

↗조심조심

  

↗아찔~ 어휴 무서워


 

↗오도가도 못하는

  

  

↗팔힘을 요하는

  

  

↗먼저 올려줬더니....


 

6.청운봉 가는 길에 살모사를 만나고


 

앞쪽으로는 616봉이 그 너머로는 가야할 삼악산 봉우리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등선봉에는 인천에서 왔다는 남자분 일행 7~8분이 막걸리를 마시다 같이 한잔하자며 권한다. “이렇게 귀한 것을!!!!......없어서 못먹지~잉.........”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내심 즐겁게 3잔을 받아 마시고....... 다시 안부로 내려가 오르니 616봉이다. 이제부터 조심해야한다고 선답자들은 이야기한다. 청운봉으로 가려면 무조건 좌측의 급경사면을 따라가야 하며 어중간하게 내려가면 흥국사가 나온다는 이야기들이 많았음을 기억한다. 착한 아이들처럼 좌측 길을 택해 급사면을 내려가는데  앞서가던 남자들이 “뱀이다!”소리친다 . 가서보니 얼룩무늬 살모사 새끼로 보이는 녀석이 얼굴은 감춘 체 이리저리 움직인다. 한 남자분이 살모사 새끼가 있으면 어미가 이 근처에 있다는 말을 하자마자 마눌은 슬그머니 내려가 버린다.

  

↗어휴! 매번 만나니........

  

 


 ↗건너편 용화봉과 우측 616봉

  

  

7.삼악산은 3개의 독립적인 산이라고 해야...


 

내려간 만큼 올라야한다는 것은 산행의 진리....................그만 좀 내려가라며 속으로 말해보지만.........급사면은 계속되고......지도상에는 깨끗하고 부드러운 능선길로 나타나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산을 하나 내려가 오른다고 느낀다. 청운봉을 향해 다시 오르니 돌탑이 수북히 쌓여있는 청운봉(546)이 나타난다. 북쪽으로는 리본들이 많이 달려있는데 아마 작은 촛대봉(665)을 거쳐 계관산 북배산으로 가는 길인 것 같다. 청운봉에서 용화봉 가는 길은 처음에 소나무길로 포근하지만 바로 급경사로 이어진다. 청운봉 하산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금방 그칠비는 아닌 것 같다. 아침에 가파른 암릉길인 등선봉 오르는 도중에 비가오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고.............우산을 꺼내 쓰고 소나무사이를 걷는다. 삼악산은 말이 세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세 개의 독립된 산이라고 해야 할 것같다. 능선으로 연결되었다기 보다는 급사면을 한참 내려가 다시 급하게 엄청나게 오른다.

  

 

  

↗청운봉 가는길

 

 ↗청운봉 돌탑
 

↗의암호

 

 

8.삼악산의 정상 용화봉(645)


 

청운봉을 출발한지 1시간 10분만에 용화봉에 도달한다. 검은 정상석에는 654m라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645m 가 맞다. 그리고 삼악산의 정상은 바로 이곳 용화봉(645)이다. 사실 용화봉(645) 바로 지나면 636봉이 나오고 그 옆에 635봉이 있어 혹시 이 세 봉우리를 일컬어 삼악산이라고 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용화봉 좀 지난 곳에서 비속에 점심을 먹는데 방송에서 날씨가 안 좋을 거라고 떠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비가 와서 그런가? 산행객들이 별로 없다. 날씨가 제법 싸늘해져서 이제는 따뜻한 물에 컵라면이 제격인데 하도 바위를 오르내리면서 모골이 송연했던지 아침도 아직 안 먹고 두시가 되었는데도 배가 고픈 줄 모른다.

  

 ↗용화봉에서 본 전경
 


 

9.잘못 표시된 정상석들


 

눈물의 라면과 식은 밥을 빗속에 한 그릇 뚝딱 말아먹고 바로 옆에 있는 636봉에 오른다. 스테인레스로 만든 정상 표지판이 있는데 “삼악산 654m” 로 표시되어 있다. 조금 전 지나온 용화봉도 654m고 이것도 654m 면 어느게 진짜냐? 실제 삼악산 정상은 용화봉(645m)으로 정상 고도수치도 두개다 틀린 것 같고 이곳은 아마 636봉 인 것 같다. 잡지나 신문에 의암호를 조망하는 사진이 나오는데 바로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오히려 용화봉보다 전망은 수려하니까............636봉에서 능선을 바라보면 진행할 방향에 635봉이 보인다. 저길 거쳐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이 쉽게 든다. 오늘 비가 온다는 말에 중미산에 가려고 중미산 지도를 가져오고 삼악산 지도를 복사해 오지 않았지만 삼악산 오고 싶은 갈망에 여러 산행기들을 읽어 놓은 공덕을 스스로 믿고 있어 한치 의심이 없다.(상원사 가는 정상적 하산등로는 635봉가기전 남쪽으로 꺾어 내려가야 한다)비가 많이 내려 하산을 서두른다.

  

↗636봉의잘못된 정상석(?)

  

↗636봉에서 본 635봉.......저리로 가면 안되지.....


 

10.635봉을 거쳐 길 없는 험한 곳으로 하산하다.


 

635봉을 오르니 도봉산 포대능선의 쇠밧줄이 나오고 계속 공룡 등짝 같은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한참을 씩씩대며 미끄러운 바위를 내려가는데 한 30분 지났나? 아무리 가도 고도가 줄지 않는다. 등로도 거의 끊기고 길이 희미하다. 그 흔한 리본도  찾아볼 수 없고............분명 밧줄이 있어야하는 급경사 바위 사면인데도 아무것도 없다. 분명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은데 확실한건 삼악산 주능선상에 있다는 믿음뿐........왜냐하면 삐죽삐죽한 봉우리들을 계속 넘어왔고 의암호의 경관이 막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도도 없으니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냥 밀어 붙이기로 하는데.............

 

↗포대능선?

 

11.길없는 바위사면에서 미끄러지다.


 

이건 하산하는 게 아니라 거의 미끄럼상태 .....비가와서 바위 사면들이 매우 미끄러워 다리로 설수가 없다. 무조건 엉덩이를 바위에 붙이고 비비면서 내려오는데.........경사가 있는 바위 사면에 발의 지지가 무너지면서 한 5m정도 슬라이딩 추락한다. 이 광경을 본 마눌은 뒤에서 비명을 지르고..........................푹신한 낙옆 흙속에 한 30cm 깊이로 푹 꼴아 박는다. 사면에 미끄러지면서 오른쪽 무릎이 완전히 접히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는 아찔한 생각이 스친다. 작년에 비슷한 상황에서 미끄러지면서 오른 무릎이 꺾여 연골이 찢어져 아직도 완쾌가 되지 않은 까닭이다. 정신을 수습하여 다친데가 없는지 확인해보니 무릎에서 피가 좀 나고 긁힌 찰과상이 전부여서 경미하다. 오고싶었던 삼악산에서 신고식이 좀 거세다고 생각하며 다시 하산을 서둔다. 바지는 빗속에 미끄러져 진흙덩어리를 덕지덕지 묻히고 있고....손발 할것없이 새카맣다. 몰골이 ㅠㅠ......... 거지가 아니라 연탄배달 나온 사람이 틀림없다.

  

↗고사목과 붕어섬

  

↗저 만만치 않은 절경 능선으로 내려와야 하는건데


 

12.삼악산장에서 본 의암호는 한폭의 정물화


 

얼마나 흘렀을까? 우측 의암호의 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한 40도 정도의 자갈 너덜지대를 지나니 상원사가 나오고 우리가 놓쳤던 상원사 앞쪽 능선길이 보인다. “저기로 내려왔어야 하는데..........쩝............” 하기야 앞 능선의 삐죽 삐죽한 모양을 볼때 저기도 쉽지는 않았겠다고 서로를 위로한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무렵 따뜻한 느낌이 드는 산장이 나타난다. 삼악산장으로 들어가 차한잔에 춥고 지친 썩어 문드러질 육신을 녹인다. 산장주인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우리가 내려온 상원사 뒷능선길은 사람들이 다니지는 않지만 이곳 지리를 아는 분들만 다니는 험한 길이란다. 삼악산장에서 보는 의암호의 풍광은 한폭의 정물화같다. 모든 것이 의암호 수면에 떠서 정지되어 있는 것 같은............. 비가와서 운치를 더해주고.............

 

↗산장에서 본 정물화

 

13.아름다운 기억에 상흔은 희미해지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얼마전 산 만보계가 없어진 것을 그때서야 안다. 아마 미끄러지면서 몸에서 떨어져 나간 것 같다. 그것으로 액땜해서 다치지 않은거라고 마눌이 말한다. 강촌교까지 가야하는데 비가와서 사람들이 차를 여간해서 태워주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려 어느 마음씨좋은 아저씨의 차로 강촌교 육교에 도달하니 아직 견인되지 않은 우리 차가 비속에 있다. 마눌과 나는 진흙투성이의 옷을 차속에서 갈아 입고 서울로 향한다. 삼악산! 고생한 기억은 희미하고 “의암호에 고즈넉이 떠 있는 아름다운 산”이란 생각에 미소가 져진다. 차가 정체되는 마석쯤에서 소리가 없어 조수석의 마눌을 보니 오늘 산행이 너무 고달팠던지 숨소리만 들린다. 색~색 

  

Kitaro     " Passage of Li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