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9월 10~11일 (금,토 무박)

일기 : 찬비와 찬바람

누구랑 : 검은 독수리 4남매

오색 - 대청 - 설악동 (11시간)

 

 

*떠나기 앞서

 

타는 목마름으로 오매불망그리던 나의 애인, 나의 설악....

 

장도에 오르는 저를 위해 지인들이 술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비온다는데 괜찮겠냐고 하기에 산꾼은 정해지면 간다고 센척 했습니다.

" 이러다 정말 애인품에 영원히 안기는 거 아냐~"

권커니 자커니 불콰해져서야 출발지로 이동 하였습니다.

 

* 버스에서

 

설악이라고 적힌 버스만 보아도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낯익은 얼굴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버스에 오르니

비온다는 일기예보로 일행은 단촐합니다.

 

27인승버스 뒤편은 미팅용 테이블과 소파가 있어서 단골인

우리는 그 곳을 접수 했습니다.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있으니 뭐라도 해야겠지요?

포커, 고스톱?

땡,  아닙니다!

신성한 산행길에 노름이라니요!

그럼~

예 맞습니다!

이슬이들이 배낭에서 스물스물기어나오더니 안주와 함께 정열을 하더군요.^^*

진짜 더 마시기 싫었는데....

벌써 목구멍을 타고 뱃속으로 돌진을...(나쁜 넘들... 생각할 시간도 안주고~)

 

* 오색(02 : 15)

 

바람한점없는 날씨는 일기예보가 빗나간듯 보였습니다.

" 아싸~"

 

설악폭포까지 애인(설악)에게 미안하게도 술냄새를 풍기며 올랐습니다.

속도는?

역쉬 꼴찌....

다른팀의 선두에게 추월을 당할때쯤 되면 속도가 붙는 특이체질....(또 센척은^^*)

날이 흐려서인지 새소리도 안들리고 여느때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바람만 세차게 나무가지를 두어차례 흔들어 놉니다.

 

가는 빗방울이 내 얼굴을 간지럽힐때 드디어 알았습니다.

우리나라기상청의 예보수준이 만만치 않다는 걸....

 

* 비는 내리고...

 

개스가 일순간 몰려 와서 시계를 제로 상태로 만들더니

세찬 비바람이 옷을 적시고 등산화안은 금붕어도 키울 만큼 물이 찼습니다.

먹고 살겠다고 쉬면서 간식을 먹으니 추워서 움직이조차 힘듭니다.

 

4월부터 10월까지 즐겨입는 반바지차림의 저는 얼어 죽는 줄 알았슴돠.^^*

" 이러다 비가 눈으로 바뀌는 거 아냐~"

 

추워서 쉬지도 못하고 바로 하산 하였습니다.

시계는 새벽이 되어서도 극히 불량하여 설악인지, 동네 뒷산인지 분간이 안됩니다.

 

* 고행의 시간

 

손바닥 만큼 확보된 시야에서도 금강초롱과 마가목의 붉은 열매만이

저를 환영할뿐 설악의 능선들은 어디에 있는지 가늠 할 수도 없습니다.

그 큰 공룡도 코 빼기도 안 비추고 잔뜩 움크리고 있는 듯 합니다.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종아리는 비머금은 나무가지들에게 난타 당합니다.

" 내가 무얼그리 잘 못했다고..."

빗물이 흐르는 너덜겅과 철제계단은 미끄럼을 피하기 위해

평소보다 2배나 힘이듭니다.

 

오랜만에 만난 산친구는 참나무가지에서 피어나는 노루궁둥이버섯을

위안삼아 따서 줍니다.( 데쳐먹으면 쫄깃하고 맛있다고 하면서...)

 

설악이시여!

아무리 옷을 갈아입을 때 찿아 왔기로 서니

이렇게 철저히 가리시나이까?

 

새침떼기 나의 애인!!!

 

* 속살을 보여 주다.

 

양폭에서 하늘이 열리더니 흘러 가는 구름사이로 공룡능선과 1275봉, 천화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찔, 멍~,황홀.....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수동카메라는 비에 젖는 줄도 모르고 셔터를 눌러 댔습니다.

 

다시 커튼을 가리고 새침떼기 애인은 사라집니다.

" 자기가 무슨 요부라도 되는 줄 아나~"

 

* 비선대를 향하여

 

비가림을 해주는 바위밑에서 머루주에 포도안주를 먹었습니다.

비에 젖은 모습들이 왜이렇게 비루해 보이는지...^^*

그래도 먹고 살겠다고~( 거울이 없어서 그렇지 반바지에 추워하는 제가 제일 비루해 보였을 겁니다.ㅉㅉㅉ)

 

옆으로 보이는 계곡은 시원해 보이기는 커녕 뛰어들면

심장마비걸릴것 처럼 추워 보입니다.

 

비는 계속 죽~죽~

 

멀리 높아만 보이는 바위 중간에 금강굴이 걸려있고

아치형 다리를 건어니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귀경길

 

산악인의 집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요기를 마치고

다시 빗속을 걷습니다.

버스에 오르니 양양산 오징어, 놀래미, 숭어가 눈을 껌벅거리며

수고했다고 우리를 반깁니다.

이슬이는 언제 왔는지 같이 있더군요~

에어컨대신 히터를 튼 버스는 빗속을 뚫고 롤링을 시작합니다.

 

"새단장을 마치면 정식으로 데이트를 신청하리다!

 

그때는 커튼을 활짝열어젖히고 반가이 맞아 주소서!

 

나의 새침떼기 애인!!        나의 설악!!!!"

 

**추신** 다음날 집에서 그 쫄깃하다던 노루궁둥이 버섯을 식구들과 시식 해 보려고 하였으나 아내와 딸은 기피하였으며

             친구의 성의를 생각해서 저만 살짝데쳐 먹어 보았으나 도저히 씹히질 않아 다시 한시간정도 고았음에도 역시

             참나무 씹는 듯 하였습니다.

             친구야!    나는 먹을 만큼 먹었으니 남은 것 다 가져가서 실컷먹어라!  ( 아니면 상어나 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