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역에서 8시 41분발 경춘선을 타고 강촌역에 도착하니 10시 15분 경. 9월 9일(목요일)의 산행지는 춘천의 검봉산과 봉화산. 철도 건널목을 건너서 5분 정도 걸으니 강선사로 들어 가는 방향표지판이 보인다. 그 방향표지판을 따라서 이십분 정도 걸으니 검봉산 등산로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나오고 그 곳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수분 정도 더 올라 가니 강선사가 나온다. 그러나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서 강선사 주위를 돌아 보니 강선사를 지나서 검봉산으로 올라 가는 등산로는 없는 듯하다. 그래서 다시 등산로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내려 와서 검봉산 들머리에서 10시 55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강선사와 강선사로 오르는 가파른 시멘트 계단.


 


강선사 못미처의 검봉산 들머리.


오른 손에 스틱을 짚고 올라 가는 검봉산의 등로는 초입부터 거칠고 가파르다. 울창한 나무들로 그늘진 등로이지만 땀이 뚝뚝 떨어진다. 가파른 비탈길을 25분 정도 올라 가자 로프가 설치된 곳이 나타난다. 그 곳을 오르니 사람 한 명이 로프를 잡고 겨우 빠져 나갈 수 있는 구멍바위가 보인다. 구멍바위를 통과하니 다시 쇠사슬과 로프를 잡고 오르는 곳이 나온다. 이 곳에서 스틱은 거추장스러운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이 암릉지대를 15분 만에 통과하니 샘터로 내려 가는 방향표지판이 보인다. 꽤 거치른 내리막길을 5분 정도 내려 가니 샘터라는 표지판과 함께 바위 틈으로 샘물이 솟아 나온다는 샘터가 있었지만 샘터는 말라 있고 샘물을 받는 통에는 더러운 물만 고여 있어서 실망하고 다시 올라 간다.


 


검봉산에서 처음 만난 암릉지대의 로프가 설치된 곳.


 


구멍바위 입구.


 

  

구멍바위 출구.


 


구멍바위 직후의 쇠사슬이 설치된 곳.


 


말라 버린 샘터.


내려 온 곳으로 되올라 가서 20분 정도 오르니 검봉산에서 처음으로 조망이 툭 터진 곳을 만난다. 표지판은 없지만 어떤 산행기에서 이 곳을 전망대라고 설명해 놓았는데 이 곳에는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바위 한 개가 있었고 북한강과 북한강 건너로 바라 보이는 삼악산의 조망이 훌륭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삼악산.


 


전망대의 바위.


이 곳을 지나 30분 정도 암릉지대를 올라 가니 해발 465 미터의 강선봉이 나타난다. 그런데 강선봉에 오르기 전에 올려다 본 강선봉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어서 다시 올라 온 길을 되내려 가 올려다 본 강선봉의 모습을 찍는다.


 


강선봉 - 485 미터.


 


암릉길에서 올려다 본 강선봉.


 


강선봉에서 본 검봉산.


강선봉에서 조심스럽게 암릉지대를 내려 가서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 갔다가 오르막길을 오르니 10분 만에 검봉산 관망대에 도착한다. 관망대의 조망이 무척 좋다. 전망대에서는 검봉산의 북쪽이 조망된다면 이 관망대에서는 검봉산의 남쪽이 조망된다. 다시 관망대에서 내리막길을 5분 정도 내려 가니 걷기 편한 지릉길이 펼쳐진다. 검봉산에서 처음 만나는 편한 길이다. 이 길을 유쾌하게 걷고 있으려니 산 밑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부른다. 돌아 보니 소방대원 두 사람이 멀리서 구조 요청 전화를 하지 않았느냐고 큰 소리로 묻는다. 아니라고 대답하고 계속해서 걷는데 다가와서 또 묻는다. 아니라고 또 대답하고 함께 걷는데 앞에서 세 사람의 산행객이 말벌집을 건드려서 말벌에 쏘이는 바람에 오한과 현깃증, 두드러기가 나서 119를 불렀다고 한다. 산에서는 예상 외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음을 재삼 깨닫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다시 검봉산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14시 10분 경에 정상에 도착하니 해발 530.2 미터라고 표기된 정상표시석과 함께 삼각점이 설치돼 있다.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각이지만 식사를 준비하지 않았고 식욕도 별로 나지 않아서 가지고 온 음료수와 참외 한 개, 과자 한 조각을 먹는다. 정신을 맑게 해 주는 냉커피와 함께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을 우두둑 깨물어 먹으니 몸은 땀으로 범벅이 돼 있지만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산중에서 땀을 흘리며 산행을 하다가 중간에 쉬면서 먹는 얼음 한 조각의 맛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리라. 그리고 땀의 다량 배출로 인한 염분을 보충하기 위해 미숫가루에 소금을 많이 넣어서 보온병에 차게 만들어 온 미숫가루물을 마신다.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개운해짐을 느낀다. 검봉산 정상에서 15분 이상 지체하다가 벌들이 귀챦게 달라 붙어서 쏘일 염려도 있어서 봉화산으로 가는 길을 재촉한다. 과일쥬스의 냄새를 맡고 벌들이 달려드나보다. 내리막길을 내려 가는 데 한 걸음 앞에서 도마뱀 한 마리가 놀라서 바위 틈으로 몸을 숨긴다. 좀 더 내려 가니 다람쥐가 놀라 달아나고 지릉길에 이르니 청설모 두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이상한 울음 소리를 내며 나무 줄기를 타고 올라 간다. 20분 정도 걸으니 문배마을까지 1.8 킬로미터, 강촌리조트까지 2.8 킬로미터라는 방향표지판이 나온다.


 


검봉산 관망대.


 


관망대에서 내려다 본 조망.


 


관망대에서 검봉산으로 가는 지릉길.


 


검봉산 정상표시석과 삼각점.


그 곳에서 문배마을로 가는 길로 간다.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비좁은 길의 왼 쪽으로는 나무와 수풀이 무성한 가파른 비탈이다. 이런 길을 20분 정도 걸으니 구곡폭포, 문배마을로 가는 길과 백양리로 가는 길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 삼거리에서 오른쪽의 백양리 쪽으로 다시 20분 정도 걸으니 이전의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갈라졌었던 길로 보이는 길과 만나고 다시 문배마을과 백양리로 갈라지는 사거리가 나온다. 20분 전의 삼거리에서 구곡폭포, 문배마을로 가는 길이 이 곳에서 만나기 때문에 삼거리가 아닌 사거리이다. 왼쪽의 내리막길로 내려 가면 문배마을이고 오른쪽의 능선길로 가면 백양리인데 이 길은 백양리역 쪽으로 가는 길이 아니고 능선 종주 산행을 위해 봉화산으로 가는 주능선길이다. 백양리 쪽으로 걸어 가니 한 사람이 겨우 다닐 비좁은 길의 오른쪽으로는 실족하면 사람이 굴러 떨어질 정도의 가파른 비탈이고 등로의 일부는 살짝 주저앉은 곳도 있어서 조심스럽게 통과한다. 삼십여분 후 숲길을 가는데 등로가 희미해진다. 직진하려다가 이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등산지도를 꺼내 보니 봉화산으로 가는 길은 중간 쯤에 좌측으로 구부러져 있어서 문배마을 사거리에서 한 시간 쯤 걸린다는 봉화산길을 30분 쯤 왔으니 이 곳이 방향을 바꾸는 지점으로 생각되어 좌측의 숲길을 헤치고 나아가니 쭉 가면 봉화산이라는 반가운 방향표지판이 나온다. 그 방향표지판을 지나서 20분 쯤 가니 로프지대가 나온다. 범바위로 오르는 로프이다. 로프를 잡고 범바위에 오르니 16시 30분 경. 잠시 쉬면서 심한 갈증을 느껴 남은 과일쥬스를 모조리 마시고 수통의 물도 한 모금만 남기고 다 마신다. 문배마을을 거치지 않고 검봉산과 봉화산을 종주 산행하려면 중간에 식수를 보충할 곳이 없기 때문에 미리 충분한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 범바위에서는 조망은 좋은데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로 변하고 어디로 내려 가야 할지 난감해진다.왼쪽으로 내려서다가 알바를 하게 될 것 같아서 다시 올라 와서 지형을 살피니 아무래도 왼쪽 밖에 마땅한 길이 없어서 암릉을 조심스럽게 수분 정도 내려 가니 길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암릉길에 이어 비좁은 숲길을 헤치고 나아가니 범바위에 오른 지 30분 만에 문배고개 사거리에 도착한다. 우측으로는 가정리, 좌측으로는 구곡폭포 관광지 입구의 주차장으로 가는 임도가 나 있고 방향표지판에는 봉화산까지 10분이 소요된다고 적혀 있다.


 


검봉산에서 문배마을로 가는 지릉길.


 

  

문배마을과 백양리로 갈라지는 삼거리 - 이 두 길은 20분 후에 문배마을 사거리에서 만난다.


 


문배마을과 백양리(봉화산 주능선길)로 갈라지는 문배마을 사거리.


 


범바위로 올라 가는 로프지대.


 


범바위를 지나 암릉길과 숲길을 빠져 나온 후의 문배고개 사거리.


이 곳에서 가파른 지릉길을 15분 정도 숨가쁘게 올라 가니 드디어 해발 487 미터의 봉화산 정상표시석이 보인다. 이 곳에서 수통의 마지막 남은 물 한 모금을 다 마신다. 그리고 산행 전에 계획한 대로 주차장까지 내려 가서 구곡폭포와 문배마을을 들러 보기로 한다. 10여분을 쉬다가 좌측의 숲길로 조금 내려 가다보니 아까 정상으로 오르던 로프지대가 보여서 이 길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오르던 길에서 거의 직진하는 길을 택해서 내려 간다. 수분 후에 이 길도 아니라는 생각에 되올라 가려고 하다가 그냥 그 길로 내려 가게 된다. 한참 내려 가니 해는 서산 너머로 기울어 가고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는데 능선길은 끝도 없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시계를 보니 여섯시가 넘었는데 길이 직진하는 길과 가파른 내리막길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내리막길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 온다. 과감히 내리막길을 선택한다. 그런데 이 길이 민가 쪽이 아니라 인적이 없는 깊은 골짜기로 내려 가는 길이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자신의 판단을 믿어 보기로 한다. 지친 상태에서 이 길을 되올라 갈 가능성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십여분 이상 꾸준히 내려 가니 건물이 내려다 보인다. 내리막길을 다 내려 오니 한 민박집의 뜰이다. 개가 짖고 있는데 시계를 보니 18시 20분. 민박집의 아주머니에게 구곡폭포와 문배마을로 가는 길과 소요시간을 물으니 구곡폭포까지는 20분, 문배마을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구곡폭포는 몰라도 문배마을까지는 이 시각에는 힘들다고한다.

일단 주차장에서 구곡폭포 매표소 부근의 매점까지 가서 시원하게 얼린 500 밀리리터의 물을 사 마시고도 모자라 산에서 흘러 내린 물이라는,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 마신다. 그리고 입장료를 내고 구곡폭포 쪽으로 올라 가니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구곡정을 지나서 나무계단을 올라 구곡폭포에 접근하니 수십 미터 높이의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의 장관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사람도 없는 와중에 섬칫한 느낌마저 불어 넣는다. 그 웅장함이란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이다.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더 이상의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설치한 로프까지 가니 폭포수에서 떨어지는 미세한 물의 입자들이 얼굴에 튀어 닿음을 느낀다. 구곡폭포의 장관을 열장 정도 찍었지만 집에 와서 PC로 사진을 보니 일몰후라서 새카맣게 나온다.

다시 주차장까지 내려 오니 19시 30분이다. 20시 경에 있는 막차를 기다려 타고 강촌역에서 내려서 막국수를 한 그릇 시켜 먹고 20시 21분발 상행선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강촌역까지 급히 가서 표를 끊고 승강구로 나가니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이 두 산은 생각보다 매우 힘든 산이다. 해발 500 미터 안팎에 불과하지만 능선의 기복이 심하여 오르내림을 여러번 반복해야 하고 그 오르내림이 심한 편이어서 단순히 높이와 약도상의 거리로 산행시간과 난이도를 예측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생각보다 험난한 종주 산행을 힙겹게 마칠 수 있었다. 서운한 것은 구곡폭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 했다는 것과 문배마을에 들러 유명한 산채정식과 동동주를 맛보지 못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자신의 산행로를 분석해 보니 자신이 봉화산 정상에서 내려 온 길은 창촌중학교로 가는 능선길이었고 다행히 중간에 주차장 쪽으로 빠지는 내리막길이 있어서 해가 지기 전에 능선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이 번의 산행에서도 제각기 조금씩 틀린 등산지도가 좀 더 완벽하게 보완돼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등산로의 방향표지판도 초행길의 산행객의 입장에서 좀 더 세심하고 친절하게 설치되기를 절실히 바란다.


 


봉화산 정상표시석 - 487 미터.


 

  

구곡폭포로 올라가는 나무계단.


 


구곡폭포에서 흘러 내린 계류.


 

 

예상 외로 험난했었던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