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산에 다녔던것은 그냥 산이 좋아서였는데 요즈음은 복잡한 현실에서 

비켜서 있고 싶은마음이 나를 산으로 향하게 하는 것 같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원래 오늘은 김소장과 도봉산을 계획했었는데 하루종일 비소식이라
각자 알아서 하기로 하고  동반산행계획을 취소한다.

 

창밖을 내다보니 부슬부슬.  당장에 폭우는 없을 것도 같다.

우산하나 들고 배낭도 없이 집을 나선다. 

 

비오는 토요일아침. 산으로향하는 내가 웬지 청승맞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홀로 산행 때도  어색함에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홀로 산행에 산에는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니......

 

9:30
보람아파트 뒤편 수락산 들머리로 오른다.
발밑으로  축축히 젖은 흙의 감촉이 좋다.   등산로 옆으로
도토리나무잎들이 비에 젖어 번들거리고  싸리나무 잎새에는
물방울들이 은빛을 내며 방울방울......

 

비는 주변의 모든 것을 적신다.  마음도 적신다.

 

귀임봉에 오르니 부부산객 둘이 지나간다.
오늘같은 날씨에 산에 오는이들은  모두 어느정도의 증세가 있는
환자들이리라.

 

첫 번째철탑 지나기전 좌측으로  갈림길.
그 길로 계속 내려가면 샘터하나(아마 이름이 바위샘)가 나오고 

끝까지 가면 식당촌이 나오는데  바로 다음이 수락산역이다.

 

능선을 따라 계속 진행하여 두 번째 철탑을 지나니  지금은 주인이 바뀌었지만
예전에 SBS TV까지 나왔다고 자랑하며 길 옆에 요란하게
광고하며 장사하던 김삿갓주막터가  나온다.

 

이쪽 능선으로 귀임봉, 김삿갓, 치마바위, 철모바위 네곳뿐이던 주점이
벌써 두배 가끼이 그 수가 늘었다.  그리고 지금도 새로운 주막을
개척하려고 장소를 물색하는 이들이 있다.

 

 

수락산에 오면 산행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냥 뒤뜰을 걷는 기분이다.

 

조금 있으면 나뭇잎들은 단풍으로 물들고,  낙옆이 지고,
흰눈이 내리고 다시 나무에 새싹이 돋고..........
산은 항상 같은산일텐데  올때마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또 내마음에 따라 다르다.

 

능선을 따라 편안하게 걷는다.
편안한 이곳 능선길.  마음으로는 눈을 감고도 걸을수 있을 것 같다.

 

어느새 절터샘 갈림길 안부까지 도착.
계속 치마바위, 철모바위 향하여 진행하고 싶으나 오후에 일이 있으니
그냥 절터샘쪽으로 내려선다.

 

이곳까지 한 둘씩 가볍게 산행하는이들만 만났었는데 이쪽으로
접어드니 대여섯명, 일고여덟명의  단체산행팀들이 보인다.
단체사진까지 찍는것으로 보아  이들은 아마도 원정산행을
계획했다  날씨 때문에  이곳으로 땜빵산행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절터샘을 지나고 만남의광장 거쳐 장승이 서 있는곳을 지난다.
비는 오르기 시작할때와 별 차이가 없다.

 

12:30
어느새 덕성여대 생활관 옆을 지나고 나니 노점상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따근한 국물이 생각난다.


오뎅파는노점상 한편에 자리하고 오뎅과 막초한잔을 시킨다.

산위에서는 잔술이 한잔에 이천원,  산밑에서는 한잔에 천원.

 

역시 사람은 높이 오르고 볼일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