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봉산 다락능선, 포대능선 , 계곡

 

* 산행일    2004년 9월 4일
* 누구와    홀로
* 산행 코스 
     도봉산 매표소 - 다락능선 - 포대능선 - 신선대 - 뜀바위 - 마당 바위  - 도봉 계곡 - 도봉산 매표소  
     
오늘은 어느 산에 갈까..  그래, 도봉산에 가자.
지하철을 타고 가다,  1호선으로 바꿔 탄 다음 도봉산역에 내린다.

 

도봉산 매표소에 사람들이 표를 사려고 줄을 서 있다. 옆으로 지나치면서  
입구에서 정기산행권을 보여주니 직원이 웃으면서 지나가라고 손짓을 한다.
정기산행권 산것은 잘한 일이구나. 조금 걸어 올라가니 광륜사가 보이고  다락능선과 도봉주능선이
갈라지는 곳이 나온다. 어느 길로 갈까나 ?  다락능선과 포대능선을 가자. 요즘들어 자주가는 방향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길..  숲속의 오솔길과 자그마한 바위들의 연속이다. 계속 걷다가 오르다가
보니 어느새 오른쪽으로 수락산이 훤히 보이기 시작한다. 이러한 것도 산행의 한 맛이다. 다른 산과
능선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올라가는 것, 자그마한 바위위에서 잠시 쉬면서 수락산과 올라온 길과
도봉산의 다른 곳의 풍경을 감상한다. 자, 다시 올라가자.

 

1시간 정도를 올라갔을까.. 드디어 포대능선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왔다. 여기서 보는 포대와 사패능선의 곡선과
망월사의 풍경은 다락능선의 매력중의 하나이다. 망월사 ? 달을 보내는 절 ? 달을 잊는 사찰 ?
저곳에서 바라보는 달의 모습이 어떠하길래 그런 이름이 붙여진걸까 ?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가봐야지.
혼자서 망월사를 바라보며 이리저리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다락능선길. 조금만 더 가면 그 웅장한 도봉의 주봉우리들을 볼수있으리라 기대를 하며
조금 올라가다보니 왼쪽으로 도봉산의 주봉우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이 만드렁내는 장관.
역시..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대자연이 빚어낸 참으로 웅장한 모습.. 요즘 북한산의 숨은벽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풍경. 능선을 가며 두어번정도 바위에서 서서 바라보게 된다.

 

쇠말뚝으로 이어진 곳을, 바로 옆으로 바위를 릿지하시는 산님들을 보며 부러움을 가진채 그러나 분수를 알기에,
손과 발을 이용하며 꾸준히 오르니 어느새 포대능선과 만나는 곳에 도착한다.  다시 이곳에서 주변의 경치를
잠시 감상하게 된다. 내가 올라온 다락능선, 사패능선과 사패산, 자운봉과 신선대, 송추방향의 계곡..
어디로 갈까 ? 잠시 생각하다 그냥 주능선 방향으로 마음을 정한다. 참, 도봉산을 올때마다 노인분들이
정말 산을 잘 타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긴 산행 경력이 한두해이시랴..

 

포대능선의 또 하나의 백미인 내리오르막길을 거쳐 능선 정상을 지나 신선대 앞에 왔다.
신선대, 왜 이름을 그렇게 붙였을까 ? 신선들이 노니는곳 ? 예전 신선들이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바둑을 두시며
놀았던 곳일까 ? 아무튼 신선은 아니지만 이곳에 올라 주변을 조망하면 정말 상쾌하다.
오늘도 자운봉에는 오르지 못한다. 다른 산님이 올라 만세를 부르는 광경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다.
언젠가는 나도 오를수 있겠지. 주능선으로 가더라도 바위를 타지는 않고 옆의 우회길을 가게 된다.
숲속 길을 걷는 것은 상쾌하다. 어려운 경사길이 나오면 조심조심..

 

어디까지 갈까.. 우이암을 넘어 우이동으로 ? 주봉을 넘어 주 계곡으로 ?     그런 생각을 하며 가다가
오늘은 그동안 가지 않았던 곳을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퍼뜩 든다. 그래서 뜀바위를 지나서  바로 왼쪽으로
수직하강을 시작한다. 급한 각도의 경사길.. 조금 내려가보니 어느새 산속의 오솔길.. 과연 이곳이 어디일까 ?
하는 생각을 하다가 도봉산 속의 어느 산길이겠지 하고 속으로 웃으며 길을 계속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마당바위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고보니 별로 멀리 가지 않았던가 보다. 마당 바위에서 잠시 쉬면서
풍경을 바라보다가 천축사가 아닌 성도원 방향으로 길을 재촉한다.  능선길을 가다 올려다보니
봉우리들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에 디카로 찰칵찍고 내려가다 우측의 계곡을 발견하고 그리로 내려간다.

 

하산길에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쉬는 것도 또 다른 재미, 삼천궁녀가 낙화암에 빠질때 아니 심청이 인당수에
빠질래 과연 그랬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양말을 벗고 내려놓은 배낭과 디카를 자갈위에 가지런히 놓고
발을 푹 담근다. 신선놀이가 따로 없다. 산에는 물도 있어 좋은 곳이다. 나무와 숲과 바위와 더불어..
게다가 높은 하늘과 맑은 공기와 부러운 구름도 있고..  모두가 내가 좋아하는 객체들..
하긴 요즘 재미가 들기 시작한 오수.. 산속에서 바람이 선선한 넉넉한 곳에서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바라보며
잠시 낮잠을 즐기는 것도 또 하나의 신선놀이인것 같다. 산에 오면 신선이 되는 것일까 ?
다른 분들의 산행기 게시판을 읽어보면 릿지를 하게되면 그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던데..  아무래도
나는 릿지는 천천히 배워야 할것 같다. 하긴 가끔식 하게되는 바위오르기도 즐거움이기는 하지만..

 

계곡 길을 따라오며  내려오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이나 대상이 있으면 그냥 디카를 들이대고 찍게된다.
이제 사진을 찍는 것도 산행의 한 부분이 된듯하다.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매표소를 지나니
어느새 다시 시끄러운 서울의 시내에 와 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더할나위없이 상쾌하다

이제 산행을 한지 삼년 가까이 된다. 산행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무엇이었던가 ?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나약해지는 몸과 나오기 시작하는 아랫배를 보면서 이래서는 안되겠다 생각하고
자전거, 인라인, 조깅 등 운동과 레져를 겸해서 할수 있는 일들을 찾다가 등산이라는 항목을
깨닫고는 무조건 북한산에 평상복 차림으로 나섰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다.

 

인생은 선택의 과정이라고 했지만, 이제 인생의 반을 지나고 불혹의 시기에 막 들어서는 나에게
산행을 하고 있다는는 것은 정말이지 탁월한 선택인것 같다.  친구들은 산행을 취미로 하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가 아니냐 말하지만 오히려 왜 내가 어린 시절부터 산행을 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들 정도이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주변의 사람들도 그러했고.. 하긴 그래서 "서른 즈음에" 라는 노래가 히트하기도 했고.. (노래도 좋고 가사도 의미있고)
"서른, 잔치는 끝났다" 라는 시집이 불티 나듯이 팔리고 읽히곤 했다. "30"이 주는 무게가 너무나 무겁기도 했다.

 

이제 "불혹"
"불혹" 이란 과연 무엇을 말함일까 ?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인생의 모든 것이 뚜렷하게 되는 시기라는 말씀일까 ?
공자님의 놀라운 통찰을 느끼게 되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한다.

과연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삶을 지탱할수 잇을까 ?
불행히도 아직 나는 삶에서 불혹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주변의 친구들도 아직 자리를 잡은 사람은 별로 없고 모두 힘들어 한다. 공자님때보다 살기가 더 힘들어 진것일까 ?
직장 다니랴.. 아이들 키우랴.. 자기 몸 돌보랴.. 그야말로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산행을 하게되면 많은 갈림길에서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 하나를 선택하면 그대신 다른 모든 길은 포기해야 한다.
앞으로 나는 여러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마치 산행에서 하나의 길을 선택해서
가야만 하는 것처럼,  길을 바로 선택하고 그 길을 끝까지 가고 싶다.

도봉산 매표소

 

다락능선과 주능선 갈림길

 

오름길에서 바라본 수락산 전경

 

망월사와 능선

 

다락능선에서 바라본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다락능선과 포대능선이 만나는 곳 ( 어느 길로 갈까 ?)

 

포대능선에서 바라본 다락능선길

 

포대능선에서 쇠줄이 설치된 오르내리막길

 

자운봉과 신선대

 

도봉산 최고봉인 자운봉

 

뜀바위 뒤 주의문

 

마당바위

 

하산길에서 본 도봉산 봉우리들

 

도봉산 입구의 도봉산 안내도

 

 

도봉산 역

 

 

* The Road Not Taken
   - R.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
I took the one less travel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