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지 : 억산(944m),북암산(894m) (청도 운문)
2. 산행일 : 2004. 4. 12
3. 코 스 : 계류건너 주차장(11:50) – 등심바위(12:27, 5분휴식) – 삼각점봉(12:50) – 헬기장(13:30, 5분휴식) – 팔풍재(14:22) – 억산정상(14:44, 5분휴식) – 사자봉(15:25) – 문바위(15:42, 5분휴식) – 북암산정상(16:03, 5분휴식) – 팔풍재(17:15) – 계류합류점(17:28, 5분휴식) – 대비사(18:00) – 능선갈림길(19:10) - 주차장(19:40) ----- 총소요시간 7시간 50분(휴식시간 30분 포함)
4. 동 행 : 홀로산행
5. 후 기 :

11시 50분. 운문사앞 계류건너 주차장.
갈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차를 몰고 나섰지만 야속하게도 시계바늘은 이미 산행에 필요한 시간을 훨씬 넘기고 있다.
오늘도 꽤 바쁜 걸음이 되는가 보다.
들머리는 쉽게 찾는다.
주차장에서 계류를 따라 조금 오르자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계류를 만나는 지점에서 다시 왼쪽편에 급한 오르막이 보인다.
마음이 급해 경사를 의식하지 못하고 땀을 빼기 시작한다.
좁은 길이 여럿 보이나 등심바위 방향으로 난 길만 쫓는다.

12시 27분. 등심바위.(5분휴식)
몇 개월 전 운문산과 억산을 종주한 뒤 억산의 모습에 매료되어 운문사 방면에서 다시 한 번 오르고 싶어 그동안 별렀던 터다.
오늘은 덤으로 북암산까지 갔다 돌아 올 작정인지라 시간상으로 많이 촉박할 수 밖에 없다.
봉우리 정상에 평평하게 올라 앉은 등심바위까지는 제법 가파른 오름길의 연속.
등심바위 아래 너른바위에는 중년남녀 한 쌍이 헐떡거리며 오르는 산객을 측은한 듯 바라보고 있다.
자일을 잡고 바위 위에 올라 서자 넓직한 반석은 수십명이 자리잡고도 남을 듯하다.
신선이 따로 없다.
천계에 올라 선 듯 자연과 한몸이 됨은 이런 느낌일까.

12시 50분. 삼각점봉.
등심바위를 급하게 내려서면 능선으로 이어지고 숨을 고르면서 편한 걸음으로 바뀐다.
남쪽 방향으로 보이는 억산의 또 다른 모습이 괴이하다.
거대한 암봉을 도끼로 내려쳐 둘로 쪼개어 놓은 모습처럼… 이를 두고 억산의 전설이 있다고 하더니만.

13시 30분. 헬기장.(5분휴식)
바위암석길은 양념. 능선 오름길에서 겨울잠을 깨고 나온 뱀을 본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동물이라 잠시 걸음을 멈추고 행차를 구경한다.
운문사와 대비지를 좌우로 끼고 능선길은 이어지고 폐기된 것과 다름없는 헬기장에 당도한다.
억산의 암봉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와 있지만 결코 녹록하지는 않다.
크고 작은 봉우리를 몇 번 오르내려야 억산가는 능선에 접어 들 것으로 보인다.

14시 22분. 팔풍재.
능선합류지점으로 올라서는 오르막은 장난아니다.
한바가지 땀을 쏟아 내고야 능선길에 접어들지만 억산으로 가는 오른쪽길은 야속하게도 급하게 아래로 떨어진다.
안부로 내려선 지점이 팔풍재.(직진 : 정상 0.5K, 오른쪽 : 대비사 2.6K, 왼쪽 : 상운암계곡,치마바위 1.7K, 오던길 : 운문산 2.9K)

14시 44분. 억산.(5분휴식)
암봉아래에 서면 목을 하늘로 꺾어야 그 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금방 다시 목을 꺾어 아래로 시선을 바꿔야 한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려 산객을 덮칠 것 같기 때문이다.
정상이 코끝인데 가는 길은 다시 암봉 아래를 돌아 올라야 한다.
정상을 호락호락 넘기지 않는 게 또한 억산의 매력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억산에서의 기억은 상운암으로 모아진다.
지난 겨울 운문산과 억산을 종주할 때 지나쳤던 운문산 정상 아래의 상운암은 왠지 모르게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천편일률적인 사찰의 모습에서 조금 비켜나 있는 모습때문일까.
능선을 걸으면서 수없이 되돌아 보았던 암자였는데 오늘도 아득하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여전히 정겹다.

15시 25분. 사자봉.
정상에서도 그리 오래 머물 수 없다.
시간이 허락않기도 하지만 이제는 북암산을 찾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완만한 능선길이 계속 이어진다.
능선갈림길에서 오른쪽 방향의 암봉은 아마 사자봉인 듯. 아무리 바빠도 들러야 할 곳은 들러야 직성이 풀린다.
암봉을 올라서 사위를 둘러 본다.
저만치 구만폭포를 품은 구만산이 눈에 밟힌다.
구만산과 북암산을 같이 오르려던 지난 산행에서 모자란 시간 때문에 북암산을 포기하였던 기억도 새삼스럽고…

15시 42분. 문바위.(5분휴식)
사자봉을 돌아 나와 다소 경사가 있는 오르내림을 반복한 후 다시 커다란 암봉에 다다른다.
전망하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장소.
잠시 배낭을 내리고 숨을 고른다.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가 틀림없이 정상일진데 다가가는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16시 03분. 북암산.(5분 휴식)
또 다시 급하게 내리고 오르기를 한 차례.
땀이 온 이마를 채우고야 정상으로 들어선다.
조그만 돌탑에 누군가 어설픈 글씨로 북암산임을 표시해 놓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이름표가 없는 곳에 뜻있는 사람이 간이이름표라도 달아 둔다는 건 나 같은 초보산객에게는 너무도 감동스런 일이다.
관목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 조망은 별로지만 오랫동안 미루어 왔던 한가지 숙제를 해냈다는 기쁨이 그보다 우선한다.

17시 15분. 팔풍재.
마음은 북암산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석골사로 하산하고 싶지만 가야할 길은 다시 원점으로…
당초는 딱밭재에서 천문지골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촉박할 듯 하여 대비사로 내려 서기로 한다.
북암산에서 되돌아 나와 팔풍재에서 왼쪽길로 내려선다.

17시 28분. 계곡합류지점.(5분휴식)
이미 준비해 온 식수도 바닥이 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대비사 방향으로 접어든다.
마른 계곡을 얼마 지나자 반가운 물소리가 들린다.
귀가 번쩍 뜨인다.
목마른 자의 본능에서 물소리는 사막의 신기루처럼 황홀하다.

18시 00분. 대비사.
자갈길, 흙길의 내리막은 끝없이 이어진다.
시간은 점점 산객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대비사를 지나면서 오른쪽으로 운문사로 향하는 들머리를 유심히 찾지만 도통 보이지를 않는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 결국 희미한 산길을 따라 등심바위 방향으로 키를 잡는다.

19시 10분. 능선갈림길.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도 좀처럼 길은 줄지 않는다.
하늘이 서서히 어둠에 휩싸일 즈음 등심바위를 지나 오던 능선이 눈에 익어 보인다.
반갑기 그지없지만 운문사 방향으로 내려 서는 길을 찾는 것이 급선무.
다행스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 속에서 희미한 길이 보인다.
이미 어둠이 주위를 둘러 싸고 있지만 내려가는 길은 뚜렷하다.
후래쉬를 꺼낼까 하다 그만둔다.
서서히 어둠에 적응한 시력덕분에 길을 따르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불빛을 좇는 나방처럼 지그재그 하산길을 내려서자 주차장 주위를 밝히는 가로등이 오늘따라 유난히 밝아 보인다.

19시 40분. 주차장.
산이 있어 좋은 것으로만 알았지만 오늘 같은 산행은 정말 지독한 경험.
다시 한번 산에 대하여 진지함과 경각심을 함께 배운 산행이라고 해야 할 듯.


▣ 산거북이 - 푸르뫼님 ! , 갈수록 세심, 대담해지시는 영남알프스 파고들기입니다. 제 걸음으로는 추리컨데 10시간 이상 걸리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좀 어려울 것 같군요.^^ 억산 방면 산행경험이 한번 뿐이라 지도와 책을 보며 다시 공부하였습니다. 억산의 매력을 저도 다시한번 느껴 볼려 합니다. 홀로산행에 항상 안전산행하세요.^^
▣ ### - 산거북이님의 관심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님의 말씀처럼 한동안 영남알프스의 마력(?)에 흠뻑 빠져 있었더랬습니다. 하여 이젠 조금 간격을 둘까 생각합니다. 이번 산행의 억산은 또 다른 모습과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욕심과 무리함의 극치였던 점 또한 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님의 관심과 응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항상 즐거운 산행하시길 바랍니다.
▣ 이두영 - 내가 좋아하는 영남 알프스의 멋진코스를 다녀 오신 산행기 잘읽었읍니다 참으로 무궁 무진하고 광대하지요 저도 년30회 정도는 영남알프스 어느골짜기를 돌아 다닌답니다 잘보고갑니다 즐산하십시요
▣ ### - 미흡한 산행기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남알프스는 산님들에겐 크나큰 축복의 산이라 여겨집니다. 아름다움은 물론 산님들이 즐기기엔 모든 조건을 갖춘 산이기 때문이죠.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산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