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0409 화엄사∼임걸령 샘 원점회귀

산 행 일 : 2004년 2월 15일 일요일
산행횟수 : 지리산 31회차
산의날씨 : 맑음, 바람
동 행 인 : 김정수
산행시간 : 9시간 13분 (식사 휴식 2시간 09분포함)

화엄사 <0:34> 연기암 <0:50> 중재 <0:58> 무넹기 <0:22> 노고단재 <0:44> 피아골삼거리
<0:07> 임걸령 샘 <1:01> 노고단재 <0:27> 노고단대피소 2회 <0:46> 중재 <0:45> 연기암(13분)
<0:32> 화엄사

봄철 산불예방 출입통제 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반야봉을 등산하고 싶다는 친구의 말을 따르기로
하였다.

노고단은 흰 눈을 뒤집어썼으나 차일봉 줄기는 눈이 안보여 성삼재로 무난히 오를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오산이었다.
19번 국도에서 천은사 방향으로 틀어 천은제 조금 밑에 이르러 '차량통행제한' 표지가 세워진 것
을 보게되었고 매표소까지 가서 확인한 결과 "천은사 까지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천상 돌아설 수밖에 없었고 얼마 전에 탐방한 만복대라 내키지는 안했으나 "당동에서 작은고리봉
을 거쳐 만복대나 다녀오자"고 하니 "화엄사에서 갈 수 있는 길이 없냐?"는 뜻밖의 말을 꺼내는
것이 아닌가.
"등산로는 있는데 가보고 싶냐?"
"야! 썩은 무라도 찔러 봐야할 것 아니냐"
"그래? 그럼 화엄사로 가자"

녀석, 악명 높은 코재 오름 길 맛이 어떤지 한 번 체험해 봐라.
화엄사부터 노고단 까지는 표고 차가 1,200여m에 달해 이를 극복해야하는 산행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거의 일직선으로 뻗은 계곡은 굴곡이 심하지 않아 코재 근처에는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급
경사가 이어진다.

09 : 27 화엄사 주차장 출발.
반야다원 왼쪽 이정표에 '노고단 7.0km'로 표기되었으니 왕복 14km로 반야봉 등산은 어렵겠다.
반듯하게 자연석이 깔린 등산로는 왼쪽에 계곡을 끼고 이어졌다.

09 : 44 시누대가 빽빽한 길을 한참 가다보니 화장실이 있고 곧 이어 '노고단 6.0km * 화엄사
1.0km' 이정표를 지나 길 바닥에서 솟는 물도 보게 되었다.

09 : 55 약 10m 거리를 둔 어진교와 어은교 나무다리가 두 가닥 물줄기 위에 만들어졌는데 이제
부터 계곡은 오른쪽으로 계속 따르게 된다.

10 : 00 커다란 눈을 부릅뜨고 내려다보는 지하여장군 앞을 지나 콘크리트길로 올라섰다.
'← 연기암 0.2km * ↑ 노고단 5.0km * ↓ 화엄사 2.0km'

서서히 급해지기 시작하고 비록 낙엽은 졌으나 원시림으로 인하여 주변을 바라볼 수 없어 답답한
이 등산로는 노고단을 오르거나 지리산 종주에 나선 이들은 누구나 반드시 밟아야 하는 길이었지
만 성삼재 도로가 완공되고 나서는 이 고난의 길을 택하는 등산객들이 소수에 이른다고 한다.

10 : 13 '참샘터. 노고단 4.5km * 화엄사 2.5km'
"노고단대피소에서 자고 온다"며 하산하는 사람이 있고 우릴 앞선 사람들과 추월해 가는 사람들
이 더러 있는데 차가 성삼재로 오르지 못한 탓인지 모른다.
이따금 흙 길이 나오기도 하나 끝없이 펼쳐지는 돌길이 부담을 준다.
친구와 발을 맞추려다 보니 내가 더 피곤하여 적당한 곳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평소대로 앞섰다.

10 : 41 국수등(노고단 3.5 * 화엄사 3.5)을 지나면서 얼음을 살짝 덮은 눈을 보게 되는데 어젯밤
아니면 새벽에 내렸을 것이다.

10 : 55 가파른 계단을 타고 중재(노고단 3.0 * 화엄사 4.0)로 올라 돌 위에 걸터앉자 무넹기를 넘
어온 바람이 몹시 차가운데 유난히 많은 땀을 흘리며 힘겹게 다가오는 친구가 안쓰러워 10여분
휴식을 취했다.

11 : 23 집선대(노고단 2.5 * 화엄사 4.5) 때가 때인지라 폭포수는 볼 수 없고 이제 산비탈이 벌
떡 일어선 것처럼 가파른, 이 코스를 유명하게 만든 코재 오름 길이 전개되었다.

11 : 58 눈썹바위(노고단 1.5 * 화엄사 5.5)로 오르는 동안 숨고르기를 자주 하게되고 여기 저기서
땀을 훔치며 쉬는 사람들을 보니 역시 보통길이 아니다.

12 : 05 무넹기. 성삼재에서 노고단재로 이어지는 큰 도로에 이르자 맥이 풀려 목조로 지어진 전
망대를 지척에 두고도 엉덩이만 걸칠 수 있게 물기가 마른 콘크리트 난간에 주저앉았다.

12 : 15 대피소로 가는 길은 썰매장이 따로 없고 지름길은 돌계단이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다.

12 : 45 대피소 앞에서 잠시 지체한 후 노고단고개에 올라 우선 철망부터 바라보니 3월 3일 부터
입산을 통제한다는 표지가 부착된 문은 활짝 열렸다.
반야봉 까지 왕복 11km 거리이고 노루목에서 치고 올라야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

13 : 29 그러나 몹시 아쉬워하는 친구도 그렇거니와 나도 그냥 발길을 돌리고 싶지 안해서 왕복
6.4km 거리인 임걸령 샘까지 2시간을 예상하고, 겨우 한 사람이 지날 수 있게 러셀된 북사면 눈
길을 빠르게 걸었으나 수시로 스쳐 가는 많은 사람들로 인하여 지체되기 일쑤였다.
2005년말 까지 휴식년제로 묶여 덤불이 덮어버린 왕시리봉 갈림길과 돼지평전, 피아골삼거리를
차례로 지났다.

14 : 20 임걸령 샘.
친구는 눈에 띄게 수량이 적어진 물을 두 병이나 담고도 10분이 훌쩍 지난 뒤에야 도착했다.

14 : 42 노고단 고개로 되돌아 가려면 작지만 오르막이 더러 있으니 예상했던 2시간은 더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샘과 작별했다.
피아골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을 모르고 지나쳐버린 두 사람이 약 5분 간격으로 차례로 길을 물어
허둥지둥 뛰어 가는 것을 끝으로 우리만 남았다.

15 : 43 노고단 표지석을 내려버린 돌탑 주변을 돌며 이곳 저곳을 필름에 담고
16 : 02 대피소에서 따끈한 원두커피로 목을 축이며 본격적인 하산 준비를 한다.

16 : 12 지름길을 따르다 뭔가 허전해서 보니 카메라가 없다.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을 허겁지겁 올라 돌탑 앞에 있는 카메라를 찾게 되었지만 내가 요새 왜 이
런지 정말 짜증이 난다.

16 : 40 무넹기에서 기다리던 친구가 "전화를 계속 했다"고 하나 전화기가 꺼져있었다.
내리막길 걸음은 빠르지만 한없이 이어지는 돌 길이 무릎 위를 아프게 만들었다.
17 : 50 참샘 물로 갈증을 달래고,

연기암 아랫길로 들어갔다 화장실 쪽 길이 막혀 경내를 돌아보지 못하고 돌아섰는데 금새 어둑어
둑해 지더니 시누대 밭을 지날 때는 이정표 글씨도 잘 안 보였다.

18 : 40 화엄사 불빛에 위안을 얻고 기를 써 주차장으로 돌아오자 다리가 풀려버렸다.
20km를 더 걸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운전을 해야하는 친구의 다리를 잠시나마 편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으로 지리각식당 앞에 차
를 세우게 하자 불빛을 본 여주인이 잽싸게 문을 열고 나오며 반갑게 맞아준다.


▣ 황금별 - 대단하시네요 저도 지리산종주는 했지만 늘 아쉬운 점이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를 도보로 오르지 못했다는점인데 산행기가 다음산행시에는 정말 참고 될 것 같습니다 잘 앍어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하시길..
▣ 최선호 - 고맙습니다. 볼폼 없는 글 참고하시겠다니 영광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산행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