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4. 02. 15 (일)맑음

산행지 : 덕유산(영각-남덕유산-월성재-삿갓대피소-황점)

동행자 : 꼭지(아내)와 둘이서

교   통 : 자가운전

 

02:00 대구출발

03:15 함양 나들목

03:30 서상 I.C

04:00 영각

 

04:30 영각매표소

06:10 능선안부(남덕유산 0.9km)

07:10 남덕유산(1,507m)

08:10 월성재

09:30 삿갓봉(1,418m)

09:40-10:20 삿갓대피소

11:30 황점매표소

 

총 산행시간 : 7시간(11.2km)

 

 

남덕유에서의 일출과, 동이 틀 무렵 그 시간에 더욱 빛이 나는 설화,

끝없이 펼쳐진 능선길의 설경을 보기 위하여

초저녁에 두어 시간 눈을 붙이고 여느 때와 같이 일찍 꼭지와 출발을 한다.

 

영각매표소에 도착하니 아직 개점전이라 불빛하나 없고

빠끔히 열려있는 철문너머로 가야할 길은 깊은 어둠에 쌓여 있다.

 

등 너머의 초승달이 그나마 가여운 빛으로 위로의 눈길을 보내주니

일상의 먼지를 털며 조용히 철문을 들어선다.

 

초입엔 하얀 눈이 쌓여 있는지라 미리 아이젠을 착용하고

권경선님이 도안한 <한국의 산하>패찰을 처음으로 배낭에 매달고..

 

야간산행이 가져다주는 고독과 어둠과의 싸움,

앞서 간 산님들은 없고 대신 끊어졌다 이어졌다.. 남겨져 있는 무서운 짐승발자국

어제의 산님들 발자국은 날리는 눈으로 인해 거의 지워져 있고

금방 지나간 듯한 토끼와 작은 놈의 멧돼지 발자국이 선명히 등로에 새겨져 있다.

 

꼭지와 둘 만의 산행이라 세찬 바람에 부딪치는 나무소리에도 무서움의 신경이 곤두선다.

"내가 미쳤지.. 이 시간에 지금 내가 머하는건지.."

혼자 중얼거리며 걸음을 재촉하는데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뒤따라오는 꼭지..

 

가파른 오름 길, 몇 번이나 힘들어하는 꼭지를 잡아당기며 능선 안부에 도착하니

<남덕유산 0.9km> 이정표와 함께

세찬 칼 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며 아주 직격탄을 날린다.

 

이곳부터 1시간여 가파른 철계단길.. 바람과 싸워야 함으로

방한 마스크를 하고 옷 깃을 세운다. 둘 만의 서러움에

잠시 숨을 고르며 혹시나 하여 뒤를 돌아보아도 뒤따르는 산님들의 불빛 하나 보이지 않고..

 

태백산에서의 꼭두새벽..그 많은 인파의 산님들과는 영 대조적으로 둘 만의 외로운 산행이 된다.

주차장에서는 관광버스 한대와 여러 산님들이 보이던데 그분들은 어디로 갔을까..

연수원 길로 올라갔나..

 

혼자 중얼거리다 커억~!! 급경사 철계단과 마주친다.

 

어둠속 하늘을 뚫을 듯이 꼿꼿이 서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공포의 철계단

아~~! 저 너머엔 천상의 설국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천상을 향한 발걸음은 이다지도 힘든단 말인가..

“지난번 하산 때는 몇 개 안되어 보이던데 에구 그새 철계단이 늘어났나....???”

꼭지의 중얼거림.. 정말 계단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한 걸음 한 걸음..

남덕유산 턱 밑에 이르러서야 마지막 철계단을 벗어난다.

두 번 다시 오르고 싶지 않은 철계단..

꼭지왈 “에구 그래도 할미봉 보단 낫다... ”

“........??”

 

아 ~!! 여기가 바로 천상의 설국이다.

 

이른 새벽, 고생한 보람이 너무 크게 느껴질 만큼

  등로엔 동녘하늘 사이로 환상적인 설화의 터널이 이어져 있다.


 

눈부신 하얀 빛, 온갖 모양으로.. 희미한 초승달을 사이에 두고

  추위와 칼바람에 날리는 눈을 먹고 자란 설화(빙화)가 그 위용을 뽐내고 있지 않은가..


 

그 고운 설화의 터널을 지나며 일상의 모든 상념들이 녹아져 내림을 느낀다.

"아~~!! 역시 이 맛이다.." 야간산행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

 

남덕유산 정상

 

 

여명이 밝아 오고 일출의 환한 빛은 서봉과 육십령, 향적봉으로 향한 끝없이 이어진

주 능선을 비추며 환한 날개를 편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

바위에 기댄 채 몇 컷 일출의 사진을 담아본다.

 

<혼자보기가 아까워..추가사진 1> 남덕유에서 바라본다.

  걸음을 재촉하는 향적봉까지의 막힘없는 능선 길.. 저 멀리 향적봉이 아른아른 손짓을 한다.

 

남덕유에서 월성재로 향하는 내리막 경사

 눈발에 덮혀 보이지 않아 깊이를 가늠해 등산로를 찾는다.

 옆으로 한 걸음만 벗어나면 허리까지 잠기는 눈이다.


 

바람이 직접 때리는 사면엔 눈이 날려 발자국도 지워지고 없어

  오늘은 우리가 처음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남덕유산을 내려와 서봉 - 삿갓재 갈림길에서 바라본 하얀 설원의 서봉 주 능선

 

뒤 돌아본 남덕유산.  사면엔 칼바람으로 인하여 비단결 처럼 곱게 백설로 덮혀있다.

 

월성재로 향하며 .. 그 황홀한 설경에 다시 걸음을 멈춘다.

 

 

↓남덕유에서 월성재까지의 설경은 마치 바다 속의 하얀 산호초에 잠긴 듯 너무나 아름답다.


 

 

 

 

<혼자보기가 아까워..추가사진 2> 월성재 가는 길..

  사면의 고고한 설경과 우측 동녁하늘을 이고서 파도타는 듯한 선명한 산마루금과의 조화..

  잊지못할 한 폭의 덕유화다.

 

월성재가 가까울 무렴 몇 몇의 산님들을 만난다.

적막강산 산중에서 에구 얼마나 반가운가..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 산님들..

 

“반갑습니다..” 외로움을 벗어 던지며 인사를 건넨다.

이름도 다정한 <하나 둘 산악회>

이젠 이분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삿갓대피소까지 동행을 하게 된다.

 

월성재에서 잠시 ..

 


 

월성재에서 삿갓봉을 향한 등로엔 심설의 설경이.. 아! 역시 겨울의 덕유산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반틈은 눈속에 뭍혀버린 조릿대와 손잡으며 걷는 꼭지의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 보인다.

 

월성재를 지나며 뒤꼭지가 근지러워 다시 돌아본다. 서로 어깨를 견주고 있는 남덕유산과 서봉의 위용


 

↓아침햇살을 듬뿍 받으며 삿갓봉을 향하여.. 부지런히..

 

삿갓같이 생겼다는 삿갓봉

급한 경사 오름이라 꼭지는 옆길로 대피소로 보내고

나는 어적어적 무거운 발걸음으로 삿갓봉으로 오른다.

 

삿갓봉에서 바라본 남덕유로 가는 주 능선길 조망


 

삿갓봉에서 바라보니 향적봉이 그윽한 눈길로 유혹의 손길을 보내온다.

 

삿갓봉을 끼고 도는 비스듬한 사면의 눈꽃, 그 황홀한 설경..

 

자연이 만들고 조물주가 창조할 수 있는 한계는 그 끝이 없음을 보여준다.


 

아담한 삿갓대피소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잠시 차 한 잔으로 휴식을 갖는다.

 

삿갓 대피소에서.. 향적봉이 오라는 그 유혹을 뿌리치며 황점 하산 길로 내려선다.


 

계곡을 내려오며..

새벽보다는 10도이상의 기온차가 나는 따뜻한 날씨..

얼음장속으로 청아하게 흐르는 봄의 소리를 듣는다.

등로는 눈이 녹아 질퍽하고.. 이미 계곡 아래에 까지 성큼 다가온 덕유의 봄..

.......

 

생각보다 빨리(1시간10분여) 황점에 도착하여 택시를 부르려니

휴대폰이 거의 터지지 않는 지역이다.

“세상에 아직도 대한민국에 이런 오지가 있다니..” 
 

할 수 없이 매표소 아저씨께 택시를 부탁하니 친절하신 매표소 아저씨

마침 영각매표소로 가신다며 태워 주시겠단다.

에구, 이렇게 고마울 때가.. 
 

갤로퍼 벤 뒤칸에 꼭지와 짐짝(?)이 되어 다시 영각사로 향하니

37번 지방도 아직도 빙판이 많아 미끌미끌 위험한 고갯길을 넘으면서

설경에 취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 산거북이 - 덕유산 아침을 이렇게 몰래 훔쳐(?) 맛보는 재미도 있군요.^^ 신선합니다. 사진보는 재미또한 일품! 차량회수까지 절묘한 인연! 부~럽습니다.
# @@@..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산거북이님께 들켰군요. 사실 인적없는 월성재까지 둘이서 멋지게 훔쳐보았는데.. 하지만 훔쳐보도록 원인 제공 하신 분은 거북이님입니다. 지난 주 님의 덕유산행기와 사진을 보고 작정한 일이니까요.. 감사드리며..~^^

▣ 이수영 - 이젠 산행스타일을 바꾸셨나요? 꼭두새벽 부터 산행을 시작해서 일출을 보시고 점심시간도 안되어 산행을 끝내시는군요..무언가 터득하신 것이 있었나??....대단한 열정 입니다. 꼭지님 역시 대단하고요.
# 과분한 칭찬이십니다. 산을 향한 저의 마음이 그렇게 좋게 비치셨다니.. 다만 저는 꼭두새벽이라도 산을 향해 떠날 수 있음에 그저 행복함을 느낍니다. 또 일찍 돌아오면 다른 일도 할 수 있으니 더 좋고요.. 다만 올 때 졸음운전을 해서 그게 탈이지만..

▣ 고석수 - 그 세찬 바람도 비켜간..축복받은 날이었습니다^^아마도 덕유가 사랑방님 내외를 알아본거 아닌지^^사진이 정말 좋습니다 수고스러움이...언제까지나 두분의 안전산행을 빕니다
# 새벽의 덕유산 날씨는 무척 추웠습니다. 바람도 많이 불고.. 그래서 더욱 많은 감동을 받고 왔나봅니다. 하지만 황점 하산길에서는 날씨가 더워서 반대로 초여름처럼 느껴지더군요.. 늘 안전산행 하십시요..

▣ 물안개 - 여명이 밝아오며 피어나는 설화가 가장 멋진 눈꽃인것같아요.덕유산하면 당일 향적봉에서 남덕유까지 당일 종주로 나섰다가 무릅고장으로 삿갓재에서 황점으로 하산했던 아픈기억이 있는산.올해의 목표는 덕유종주로 정했는데 건강이 따라줄런지 모르겠어요.선녀와나뭇꾼이 천상의화원에서 노니는모습같아 행복해 보이는군요
# 저의 바램도 물안개님과 같습니다. 육십령에서 향적봉-백련사까지 꿈결같은 넉넉한 덕유의 능선길을 당일 종주해 보는 것입니다. 종아리가 댕기도록 무릎이 얼얼하도록.그래서 엉금엉금 기어가는 한이 있어도..언제 쯤 그 바램이 이루어질지.. 올해는 물안개님의 종주 바램이 꼭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늘 안전산행 하시고 건강하십시요..

▣ 낚시와등산 - 항상 산사랑님의 산행기가 기다려 지는군요...
# 또 고요히 찾아주시는 님의 마음을 읽습니다. 허접한 산행기.. 기다려 주시는 산님이 계시니 산으로 향하는 저희들의 마음도 늘 기쁘답니다. 건강하소서..

▣ 서정길 - 산사랑방님의 글과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10여년전 무주스키장 건립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멋모르고 겨울 향적봉을 올랐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그 당시에는 산이라고는 전혀 알지못했던 무뢰한이였던지라 힘들었다는 기억밖에는 없습니다. 헌데 오늘 산사랑방님의 글과 사진을 보니 덕유산을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걷잡을 수 없습니다. 이번 토요일 밤 당장 떠납니다. 유혹을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제가 놀라서 한참을 들여다 봤던 산행기.. 바로 서정길님의 산행기 였습니다. 글을 어찌나 재미있게 잘 쓰시던지.. 돌아오면 다시 또 보거싶어지는 덕유산.. 지금 저도 향적봉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을 띤 철계단 그래도 다시 또 오르고 싶은.. 덕유에 가시거든 많은 걸 담아 오셔서 이곳에서 풀어주시길 기원합니다. 잘 다녀 오시길...

▣ 구자숙 - 그저 앉아 공짜로 덕유산에 일출을 감상하고 나니 너무 고맙습니다. 덕유산의 유혹을 .... 항상 두분 가시는 발걸음에 축복내려주시길....
# 코스모스님! 반갑습니다. 엉덩방아로 무너질까 염려하는 가리왕산. 선자령의 세찬 바람에도 끄덕없이(?) 서 계시는 코스님..^^  언제 쯤 덕유종주길 다 함께 걸어볼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건강 하소서..

▣ 권경선 - 눈과 바람이 연출해준 덕유의 겨울풍경 멋집니다. 외로울 정도로 호젓한 부부만의 야간산행..부부의 정이 더욱 도타와 질것 같군요. 춥고 두려운 시간이 지나고 겨울산에 해가 뜨면 위력이 대단하지요? 저는 황홀함과 함께 마음까지 훈훈해 지는걸 느꼈습니다. 즐산 하시길.....
# "덕유의 겨울 풍경" 정말 멋있더군요. 거기다가 하얀 운무까지 깔려있었다면 .. 그 위로 붉은 햇살이 고개를 내 밀었다면 .. 아마 우린 넘 황홀하여 기절했을 겁니다. 늘 산하를 위해 애쓰시는 권경선님께 감사 드리며...

▣ 홍익재 - 정말 멋있는 산행을 하셨네요. 이쁜 사진 잘 봤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 님의 고운 발걸음에 감사 드리며.. 그 고운 발걸음들이 저를 더욱 산으로 향하게 하나 봅니다. 건강 하시길 기원 합니다.

▣ 푸르뢰 - 항상 기대감만으로 기다리는 설산입니다. 따뜻한 방안에서 뺨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의 아리함과 함께 눈길가는 곳 마다 눈이 빗어낸 산수화는 그야말로 흥분에 휩싸이게 합니다.
# 겨울 설경은 자연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걸작이죠. 그래서 우리의 산하가 더욱 아름다운지도 모릅니다. 조금 있으면 푸릇푸릇 새싹이 돋고 이름모를 예쁜 야생화가 피어나는 봄의 화사한 능선길 .. 또 다른 유혹의 손길로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 잡겠지요..벌써 아지랑이가 눈에 선합니다.  늘 안전 산행에 유의 하시고 건강하십시요..

▣ 이송면 - 아..... 덕유산. 할말이 없습니다. 그저 대~단해요... 입니다. 어제 17일 휴무여서 전남장성의 방장산(방등산)을 다녀왔습니다. 눈이 녹아 질척이는 산길을 걸었는데 덕유산은 뽀드득이군요. 하하.. 잘 봤습니다. 언제나 그리운 산이 그곳에 있어 사는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행복한 산행 하셨습니다. 
#  이송면님 반갑습니다. 님의 말씀대로 겨울의 덕유산은 정말이지..너무 아름다워서.. 산행기를 올리고, 이쁜 사진을 올리고 하는 것 조차도 그저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근간 님의 근황이 궁금하였는데 지리산 종주길은 아직 못 가신가 봅니다. 방장산 다녀오셨다니 몸은 많이 좋아 지신듯 하군요. 늘 안전에 유의하시고 건강하세요..

▣ 삼포친구 - 너무 좋네요..덕유산.. 간다간다.. 결심을 수십번 아직도 못가고 있습니다..2월 가기전에 꼭 가야겠네요..
▣ 코리아마운틴 - 이어지는 산행길...아름다움의 풍경....감사합니다.
▣ 김정길 - 새벽 설경의 사진 정말이지 너무너무 좋습니다. 가히 명작입니다. 좋은 산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었군요,

▣ 김근일 - 너무나 멋지군요~.. 탐나고 부럽네요... 올 겨울 상고대를 맞이하러 꼭 한번 가고 싶읍니다. ... 구경 참 잘 했읍니다.... 저도 다녀오면 그림(사진) 올리리다~ 님처럼 좋은 맑은 날 이었으면 좋겠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