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회차 산행 세째날

 

2011. 8. 1. 월요일

 

마늘봉안부쉼터(06:50)~응복산~만월봉~1210봉(우회)~신배령~두로봉~차돌바위~동대산~진고개휴게소(18:55)

 

<고무신>, <오시리스>

 

 

오늘도 눈을 뜨니 새벽 4시다.

바깥은 여전히 빗소리가 요란하다.

다시 잠깐 잠이 들었다 5시에 일어난다.

<고무신>은 불러도 대답이 없다.

 

5시 30분경 다시 <고무신>을 불러 깨우고

출발준비를 한다.

 

오늘은 12시간 정도 산행을 해야 하기에 6시에는 출발해야

오후 6시에 도착할 수 있기에 서둘러야 한다.

 

흠뻑젖어 땀에 쩔은 옷으로 갈아입자니 춥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땀 냄새가 지독하다. 차라리 어제 빗물에라도 옷을 빨아 둘 걸

하는 생각이 든다.

 

텐트와 타프를 철수하고 7시가 조금 못되어 산행을 시작한다.

어제 보다는 1시간 이상 빨랐지만 계획보다는 1시간 늦은 시각이다. 

 

첫 봉우리 응복산까지 쉬지않고 한달음에 도착한다.

다시 잡목을 헤치고 올라 만월봉에 이르러 잠시 쉬며

주먹밥을 한입 베어문다.

 

신배령에서 라면이라도 끓여 식사를 하기로 하고

1210봉으로 가는데 길은 우회하도록 되어있다.

우회로를 따라가니 출입금지 팻말과 금줄이 쳐져있다.

이곳이 신배령이었다.

 

지도상 트랙에 표시된 신배령이 잘못 표시되어 있어

이곳이 신배령인지 모르고 그냥 지나쳐 트렉에 표시된

신배령에 이르자 그곳은 안부가 아니라 그냥 숲 길이다.

 

한참을 지도를 펴 살펴보니 트렉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과

출입금지 팻말이 있는 곳이 신배령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라면을 먹기는 틀린 것 같고 그냥 배낭에 굴러다니는

음식으로 행동식을 하고 진고개까지 가기로 한다.     

실은 비가 와서 라면을 먹기도 어려웠다. 

 

비가 점점 많이 내려와 몸이 추워지기 시작한다.

비날판초우의를 3,000원 주고 사서 2년간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다.

 

비날 판초우의는 그런대로 사용할만 했다.

다만, 나뭇가지에 걸리면 찢어질 우려가 있어

나뭇가지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는 있다.

 

이번 3일간의 우중산행에서 몇가지 알게된 사실이 있다.

우선 OR모자의 재발견이다. 여름에는 다소 더운 느낌이 있어 망사가 있는

모자를 자주 썼는데 모자 창이 너무 힘이 없어 이번에는 OR모자를 쓰고 왔다.

 

이 모자는 창이 구겨져 있어도 머리에 쓰면 창이 펴진다.

그래서 햇빛을 잘 가릴 수 있고, 비를 막아준다.

특히 안경을 쓴 사람은 창 넓은 모자가 좋다.  

 

캡형 모자는 머리 뒷부분으로 해서 목뒤로 들어가는 비를 막을 수 없는데

이 모자는 목 뒤에 떨어지는 비를 모자창으로 막고 배낭으로 빗물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몸 안으로 빗물이 들어오지 않는다.

 

또 한가지는 속옷의 문제이다.

옷을 많이가져가면 좋겠지만 박산행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산행시 입는 속옷은 입고, 잠잘때 입는 마른 속옷 1벌만 가져가는데,

산행시 입는 속옷이 다 젖게 되면 다음날에는 부득이 젖은 속옷을 입고 산행을 하면서 말려야 한다.  

 

체온으로 옷을 말릴때에는 속옷의 부피가 작아야 한다.

땀배출이 잘되는 것은 물론이고 얇고(부피가 작고) 몸에 붙는 옷이 잘 마른다.

 

젖은 옷을 장시간 입게 되면 몸에 습진이 생기고 가렵고 따가워 산행이 힘들어 진다. 

그래서, 산행을 하면서 빨리 말릴 수 있는 옷이 좋다.   

 

마지막으로 등산화다.

젖은 등산화를 신고 장시간 산행을 하면 처음엔 발이 부르트는 정도이지만

며칠 지나면 부르튼 발이 물러져서 갈라지기 시작한다. 

발이 갈라진 상태에서 젖은 신발을 신고 있으면 상처난 곳에 물기가 들어가 무척 따갑다.

 

따라서 최대한 등산화 안으로 물이 안들어 가도록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우선 비닐을 양말에 끼워 등산화 위를 덮어두면

바지를 타고 내려오는 물은 등산화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된다.

 

그래도 몸을 타고 내려오는 물은 막을 수가 없다.

빗물이 몸을 타고 들 정도인 경우에는 방수가 되는 바지를 입는 것이 현명한 것 같다

 

방수바지가 없거나 어쩔수 없이 등산화 안으로 물이 들어왔다면,

발의 안전을 위한 특별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발에 물기를 닦고 얇은 마른 양말을 신은 다음 비닐봉투에 발을 넣어 감싸고 

그 위에 젖은 등산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신으면 발이 부르트는 것을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다. 

 

이 경우 비닐이 찢어질 우려가 크고 다소 미끄럽기 때문에 

산행시 조심해서 발을 디디도록 주의해야 한다.   

 

어느새 두로봉에 도착했다.

두로봉은 헬기장이고 정상석이 설치되어 있다.

두로봉 옆에 감시초소가 하나 있다.

   

비에 흠뻑 젖은 상태에서 발견한 감시초소는 호텔 부럽지 않은 곳이다.

그곳에서 비에 젖은 옷을 벗어 짜고, 잠시 쉬면서

술을 한잔 마시니 속이 따뜻해 진다.

1시간 정도 쉬는 사이 비는 조금 잠잠해 진다.

 

두로봉에서 동대산까지는 4시간 이상 걸릴 것 같은데

아무래도 6시 안에 진고개 도착은 어려울 듯 싶다.

부지런히 가는 수 밖에 없다.

 

<고무신>이 힘이 나는지 앞서 달리기 시작한다.

나도 부지런히 뒤따라 간다.

 

6시경 동대산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마지막 남겨 놓은 물 한모금을 마져 마시고

진고개로 내려선다.

 

계단길과 돌길을 내려서는데 발바박을 두들겨 패는 듯 아프다.

등산화 끈을 힘껏 조으니 마취가 된 듯도 하고 조금 나은 것 같다. 

나는 장거리 산행을 할때마다 발바닥이 아프다.

 

등산화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은데 해답을 알 수 없다.   

 

 계단을 다 내려오니 휴게소 건물이 뿌연 안개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7시가 다 되어서 진고개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

휴게소에 가니 젊은 부부가 우리를 측은한 듯 쳐다본다.

택시를 부르려 하니 자기자 태워주겠다고 한다.

 

강릉으로 가서 목욕을 하고 터미널로 가니 12시 30분차 밖에 없다고 한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근처 식당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차시간에 맞추어 터미널로 가서 버스에 올라 곧바로 잠이 들어 버렸다.

 

부산에 도착하니 5시 30분이다.

노포동에서 <고무신>과 헤어지고

집에 도착하니 6시가 넘었다.

 

이것으로 3회차 백두대간길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