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히 먼 시간을 돌아 아차산에 올랐다.

 

거기서 마침 남산 너머로 붉게 물드는 노을을 보았다.

 

남산타워는 검게 실루엣만 보이고, 디카가 있었다면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풍경이었다.

 

늦은 오후 동갑인 친구 셋이서 강변역에서 만나  막걸리를 준비하고,

택시를 타고 아차산 입구로 가서 정담을 나누며 능선길을 걸었다.

 

우리는 소띠(61년생)

 

소 3마리

 

한마리는 호랑이와 섞인 소이고,

 

한마리는 말과 섞인 소,

 

나는 돼지와 섞인 소??!!!!

 

허물없이 내밀한 얘기까지 나누는 사이이다보니 주변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길옆의 소나무만 한아름 눈에 들어 왔다.

 

머릿속에선 70년대 중학생시절 까까머리 친구와 개구리알 주우러 왔던 풍경이 아슴프레했다.

 

해거름이었다.

 

적당한 바위에 앉아 막걸리를 시나브로 각자 뱃속으로 흘려 보냈다.

 

얼굴에도 노을이 내려앉은 친구의 얼굴에서 언뜻 세월을 느끼고,

그 모습은 내모습을 비추이는 거울인 듯 했다.

 

분주한 도회를 끼고 흐르는 한강은 건물숲에 가렸다 다시 나타나 서해로 흘렀다.

 

 

멀리있는 산만 생각해 온 나에게 아차산은 미안함으로 다가왔다.

 

적당한 암릉과 부드러운 코스는 머나 먼 옛시절 고구려와 백제가 한강을

사이에 두고 살풍경했던 흔적을 찿을 수 없었다.

 

어둠이 곱게 퍼지는데 하늘은 아직 푸르스름한 기운을 잃지 않았다.

 

우리와 아주 가까운 산에서,

산에서 만나 친해진 친구들과 가벼히 걸으니 긴코스의 산행보다 알뜰한 행복이 밀려 왔다.

 

온전히 어둠이 내린 낯선 골목길 모퉁이에서 탁한 것과 맑은 것을 섞고

갑장 산꾼들의 우정도 섞었다.

 

꼭 먼데 있는 산만 바라 볼 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