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소장봉~사자산~노적봉(호남07)

1:25,000지형도=칠보. 능교

2004년 12월 26일 일요일 구름많음(-5~2.9도)   일출몰07:40~17:26

코스: 윗보리밭마을11:00<3.8km>구절재12:30<4.0km>소장봉14:00<2.8km>석탄사경유 국사봉갈레길15:00<3.0km>노적봉경유 오룡마을16:00

[도상13.6km/ 5시간 소요]

개념도    개념도
 

개요: 전라북도 정읍시 산내면과 칠보면을 가르는 능선따라 서남진하다가 순창군 쌍치면의 오룡마을로 내려서는 이번구간은 이렇다할 유명산이 없다.

다만 반곡리의 소장봉(427m)과 노적봉(545.9m)만이 최신 지형도에 표기되 있지만 현장엔 삼각점도, 정상을 나타낼 표식도 없다. 그러나 현지인들이 사자산으로 부르고 있는 500m봉 아래에는 석탄사(石灘寺)가 있어 그나마 볼꺼릴 제공하고 있다.

석탄사를 품은 사자산    뒤편으로 석탄사를 숨긴 사자산
 

태고종 사찰인 석탄사는 신라 선덕여왕 시절의 의상대사 창건설이 있으나, 그 당시엔 백제 영토여서 신빙성이 떨어진다. 선조때의 정유재란, 고종때의 동학란, 6.25 동란을 거치면서 소실과 중창을 반복하다가 1986년에야 사찰다운 면모를 갖추었다고 한다.

유물로는 범종과 오층석탑, 약사불상, 십일면관세음보살상 등이 전한다. 대웅전을 등지고 바라본 왼쪽 언덕 위를 무제등()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은 옛날부터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다.

 석탄사     석탄사
 

석탄사를 일부러 들렀다가 고당산을 바라보며 내려가는 산행길 마무리엔 왼쪽으로 칠보산(553.3m)이 수청저수지 위로 그림같이 떠 있다.

고당산(641.4m)직전 굴재에서 천주교 성지 오룡마을로 내려서는 이번 코스 북쪽의 칠보천은, 동진강 따라 서해로 빠져들고, 남쪽의 사적천, 매죽천, 추령천은, 옥정호를 거쳐 섬진강 따라 남해바다로 흘러든다.

수청저수지와 칠보산   수청저수지와 칠보산
 

가는길:윗보리밭 마을 무래실고개에서 올라가는 450m봉은 무척 가파르다. 그러나, 정수리에 서면 소군실 마을을 빙 둘러 쌓은 산록들 너머로 이번 구간에 진행해야할 정맥길 날등은 가없이 뻗어가 호기심을 부추긴다.

산길엔 가시나무가 무성해서 얼굴을 할퀴고 바짓가랑일 낚아채기 일쑤다. 그러나 구절재 하산길은 짙은 송림 숲 터널이어서 쉽게 2차선 도로로 내려설 수 있다.

첫봉(450m)에 올라서 본 가야할 산하   첫봉(450m)에 올라서 본 가야할 산하 
 

구절재 이후로 등로는 서북방향으로 휘어지며 허궁실마을을 활처럼 휘어 도는데 ,안부 이후론 참나무 수종이 주종을 이루며 산색을 바꾼다.

능선길의 어떤 쌍분묘에는 무덤을 일부러 갈라놓기라도 하려는 듯 산길이 중앙으로 나 있다. 허궁실마을 쪽으론 벌목을 해서 지나온 산하가 뚜렷하게 조망된다.

허궁실마을 야산서 돌아본 지나온 능선들    허궁실마을 야산서 돌아본 지나온 능선들
 

마리재에서 철탑을 지나 서남진하는 날등길 왼쪽의 감투봉 일대는, 병충해로 죽어간 소나무들을 말끔하게 짤라내 안쓰러움으로 다가온다.

[정읍478]삼각점의 366.7m봉을 내려섰다가 다시 치오르는 소장봉은 제법 가파르다.

삼각점이 있는 366.7m봉   삼각점이 있는 366.7m봉
 

막상 소장봉에 서면 아무런 표시도 없고 소나무 몇그루 짤려져 나갔다. 사적골재로 미끄럼 타듯이 쏟아지면 포장길이 산허리를 돌아나가며 석탄사로 향하고 있다.

그냥 그길 따라 진행하면서 뒤돌아보면 소장봉은 제법 높게 솟아있고 그 뒤편으론 칠보면의 너른 평야와 도심이 잘 내려다 보인다.

소장봉과 칠보면   소장봉과 칠보면
 

포장길의 사자산으로 향하는 절개지엔 산악회 리번이 팔랑거린다. 그러나 산행을 좀 더 재미있게 하려면 유서깊은 석탄사를 찾아보는 것도 유익하다.

신라시대부터 있어왔다는 석탄사에는 대웅전은 물론 종각과 삼성각, 염불전과 요사채가 있지만 작은 폭포를 이룬 절 뒤안의 약수가 유명하다.

무제등   무제등
 

날이 가물면 고을 원님이 행차하여 기우제를 지냈었다는 무제등으로 올라, 안부에서 소로길 따라가면 다시금 정맥길과 연결된다.

십여분간의 산죽밭을 통과해서 노적봉 가는길 489.5m봉의 [정읍 476]삼각점에선 국사봉(655.1m) 쪽이 뚜렷해 조심해야한다. 서진하는 정맥길엔 노적봉이 우뚝해서 압박감으로 와 닿기도 한다.

 석탄사서 본 노적봉   석탄사서 본 노적봉 
 

노적봉 오름길은 수월한데, 오른쪽 급사면 아래 칠보천변의 49번국도와 서쪽 저 멀리 칠보산을 곁눈질 하며 걸을 수 있다.

먼 옛날 누군가 이장을 해갔는지 분지처럼 푹 파인 노적봉 정상 역시 표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맞은편의 고당산을 바라보며 하산하는 숲길엔 솔갈비가 수북하게 쌓였다.

가야 할 고당산   가야 할 고당산
 

굴재에선 좌우로 시야가 확 틔는데 북쪽으론 널찍한 수청저수지가 칠보산을 등에 업고 있고, 남쪽으론 종암못이 조용하게 흘러가는 하늘의 구름을 담고 있다.

오룡마을엔  천주교회가 있다. 병인박해(1866년)때 천주교 신도들이 고당산 자락으로 숨어들었다가 건물을 지었는데 6.25 때 불탄 것을 1957년에 재건했다고 한다.

오룡마을   오룡마을 
 

산행후기: 삭풍이 불어대고 간간히 미세한 눈가루가 휘날리는 정맥길  첫 봉우린 버겁다. 그러나 두툼한 방한복보다는 빠른걸음으로 추위를 쫓는다.

한고개 넘고, 두고개 넘어 세 번째 봉우릴 내려서자, 구절재 이차선 도로에서 진행방향을 바꾼다.

구절재   구절재
 

약초꾼 세명이서 깊은 구덩일 파고 있다. 아저씨 무얼 캐세요? 맙니다 마! 전에 우연히 만난 어떤 아줌마는, 우리 아저씬 틈만 나면 산으로 야생 마를 캐러 다닌다고 하기에 그게 돈이 됩니까?

하고 물었더니, 일관에 십오만원은 받을 수 있는데 그 보다는, 재배 마와 반반씩 섞어서 갈아마시면 장에는 최고의 보약이라고 했다.

푸르름 사이로 소장봉이...    푸르름 사이로 소장봉이...
 

엊저녁의 과음으로 속이 메스꺼웠는데 봉우리 세 개 넘고나자 언제 내가 골골했던가? 피로가 싹 가시고 지금 남보다 한 발 앞서가고 있다. 만약에 마라도 갈아먹고 싸우나나 들락거렸으면 이토록 상쾌해질 수가 있을까?

산이 좋아서, 변화가 좋아서, 그 푸르름이 좋아서 숲속을 파고들면 그 곳엔 항상 무료종합병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보는 얌생이  돌아보는 얌생이 
 

허궁실골을 돌아나가며 왜 마을이름이 허궁실일까? 윗허궁실, 아랫허궁실...? 민가도 없는 산자락엔 밭뙈기들만 서너곳 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무덤들을 돌아나가는데 뽀삐만한 얌생이 두 마리 조용히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다.

너무 귀여워 카메라 꺼내들자 요놈들 헐레벌떡 자릴 털고 일어나 쫄레쫄레 도망간다. 그래도 포즈 한번은 취해주고 숲속으로 사라진다.

이번코스의 특징, 소장봉에서    이번코스의 특징, 소장봉에서
 

이번 산길엔 유별나게도 소나무가 많이 짤려져 나갔다. 솔잎흑파리인가 뭔가하는 전염병이 나돌아 그 지경이 되었겠지만 푸르름이 좋은 나로선 저으기 실망이 크다.

황갈색의 진부함이 싫고 빤질빤질한 정맥길도 싫증나기 쉽다. 그럴 때의 석탄사는 호기심으로 잔뜩 와 닿는다. 포장도로가 끝 닿는 그 곳은어떤 곳일까?

경내 초입의 이끼    경내 초입의 이끼
 

경내의 고색창연한 칠층석탑이 신라시대의 걸작품임을 단박 알아보겠지만 안내문이 없어 아쉽다. 종각 안의 범종은 최근에 제작된 걸로 보인다.

염불전의 불상이 미륵보살인 걸로 봐서 태고종 사찰임을 짐작케 하는데, 삼성각 뒤편의 약수터로 발길 옮겼더니 작은 폭포 하나 결빙되어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는다.

작은폭포   작은폭포
 

맑고 깨끗한 고드름과 약수, 그리고 돌틈새의 이름모를 난초...! 날씨는 춥지만 한 모금 맛을 본다. 그 때 택시 한 대 경내로 들어오고 한 분이 내려선다.

수고 많으십니다! (칠보산을 가리키며)저기 보이는 저 산 이름이 뭐지요? 글쎄요, 우리는 그냥 수청산이라고 합니다. 합장 대신에 동문서답이 오간다. 내가 궁금한 건 석탄사의 내력이 아니라 저기 멀리 보이는 저 산 이름인 것이다.

석탄사 약수   석탄사 약수
 

정맥길로 돌아나가는 따뜻한 길목에 앉아 허기를 달랜다. 일행들 서너명 내앞을 추월해간다. 아이쿠야, 지금 내가 한가로울 때가 아니지! 자리 툭툭 털고 일어나는데 정코스를 타신 분들이 계속 앞서간다.

가는길엔 산죽이 있어 반갑다. 지난 여름 지리산에서, 특히 장당골에선 이 산죽들 때문에 무척 고생했었는데, 오늘은 와 이리 좋노! 그 기분은 십여분만에 끝났다.

유일한 산죽   유일한 산죽
 

국사봉 갈림길을 지나치며 저 길도 한번 가보고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저 좀 그럴 듯한 지능 지곡만 보이면 호기심으로 와 닿는건 병중에서도 중증이다.

노적봉에 올라 맨 후미팀과 합류를 한다. 일찍 내려가봤자 오늘의 이 정경들을 다시보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커피한 잔 얻어 먹고 한참을 노닥거리다 하산을 해도 오늘 코스는 짧은 기분이다.

갈아엎은 무우밭   갈아엎은 무우밭
 

굴재는 무밭을 그대로 갈아엎어 토막난 무들이 볼 성 사납다. 땀흘려 가꾼 농작물을 갈아엎는 심정은 어떨까! 옆에서 같이한 숙녀분이 무 한단에 천원도 안하더라고 했다. 이 김장철에...!

천주교 성지 안내문을 읽으며 오룡마을로 내려가는 길가엔 복분자딸기 밭이 많이 띈다. 농민 여러분 힘내세요^^**!

   대체작물 복분자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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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같은 사랑-최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