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길산-예봉산 산행기

 

              *산행일자:2004.12.25일
              *소재지  :경기 남양주
              *산높이  :운길산610미터/갑산546미터/적갑산561미터/예봉산679미터
              *산행코스:조안보건지소-수종사-운길산-갑산-적갑산-예봉산-상팔당              

              *산행시간:9시35분-16시45분(7시간 10분)

 

어제는 다섯 주만에 저 혼자서 긴 시간 산길을 걸어 제대로 몸을 풀었습니다.
운길산과 예봉산을 따로 따로 올랐던 몇 해전부터 운길산-갑산-적갑산-예봉산을 한번에 이어서 산행을 해야겠다고 꿈꾸어 왔는데

어제야 비로소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작년부터 어느 한산을 정해 오르내리는 "점의 산행"을 줄이고 몇 개의 산을 이어서 오르는

"선의 산행"을 주력해왔는데 어제 꿈같은 운길산-예봉산의 주능을 뛰어 올 한해 "선의 산행"을 마무리지었습니다.

 

9시35분 남양주의 조안보건지소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청량리에서 잡아 탄 시내버스가 1시간 남짓 겨울 아침의 한강변을 달려 9시 20분에 양수리에 도착해, 9시30분에 출발하는 송촌리행

마을버스로 갈아타 조안보건지소로 이동했습니다.

 

10시20분 수종사에 도착했습니다.
보건지소에서 차 길을 따라 40분을 걸어올라 새로 세워진 석불입상을 카메라에 담은 후 5분을 더 걸어 수종사에 다다랐습니다. 554년

동안 두물머리를 바라보며 아침을 맞았을 수종사에서 짐을 풀고 목을 추겼습니다. 자정에 크리스마스 미사를 올리고 아침에 부처님을

뵈었으니 하루사이에 동서양 모두에서 최고의 성인으로 떠받드는 두 분에  다 인사를 올린 셈입니다. 겨울햇살이 따사롭게 다가오는

이 아침에 수종사에 올라서서 한강변을 조망하며 행복에 취해 있다가 크리스마스 특수로 과로해 몸살을 앓고 있는 실비아님이

떠오르자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15분을 쉰 후 수종사 오른 쪽으로 난 길로 들어서 600봉을 올랐습니다..
올 겨울 들어 눈이 전혀 내리지 않아 겨울산행의 진수를 맛 볼 수 없었지만 날씨는 제법 쌀쌀해 땀을 식혀주었습니다. 600봉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운길산으로 전진하는 중 가장 나이든 나무가 소개된 안내판을 보고, 그 내용을 요약해 수첩에 옮겨 적었습니다.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제일 오래된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BIG TREE 또는 GIANT SEQUIS 로 나이가 4,000살이고 키가

100미터이며, 우리나라에서는 1,100살을 먹은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가 가장 오래된 나무로 그 키는 60미터라 합니다.

 

11시27분 보건지소에서 약3.5키를 걸어 해발 610미터의 운길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정상 바로 옆에 처음 본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어 확인해보니 남양주시 환경사업소에서 한강유역의 상하수 관리용으로 세운 무선

중계기이었습니다. 금강산을 발원지로 하는 북한강이 영월 대덕산에서 출발한 남한강을 산아래 두물머리에서 만나 서울로 내닫고

있음을 한눈으로 볼 수 있는 이곳 운길산 정상에서 이어서 오르내릴 예봉산까지의 주맥을 일별했습니다.

 

7-8분을 쉰 후 산객들로 붐비는 정상을 출발, 예봉산을 향해 왼쪽의 한강과 나란한 방향으로 나있는 능선 길을 내달렸습니다. 해발

450미터대의 능선 길을 걷던 중 저희 회사에서 같이 근무했던 한 팀장으로부터 실비아님과 같이 점심식사를 하겠다는 전화를 받고

나자 안심이 되었고  고마웠습니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는 4개의 봉우리를 연속해 오르내리며 한 시간 동안 환상적인 흙 길의

능선을 밟아 다다른 고개사거리에서 바로 예봉산으로 오르지 않고 오른 쪽으로 난 임간도로를 따라 갑산으로 향했습니다.

 

12시44분 약수터에서 짐을 풀고 김밥으로 요기를 하며 십 수분간 휴식을 취했습니다.
올 겨울 들어 날씨가 가장 냉랭해 점심을 먹는 동안 손끝이 시렸고, 땀이 식어, 내려간 체온을 올리고자 따끈한 커피로 몸을 데운 후

갑산으로 출발했습니다. 7분 후 도착한 사거리 새재에서 오른 쪽으로 난 길로 들어서 천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올라섰습니다.

 

13시30분 헬기장을 거쳐 무선중계기가 세워진 갑산으로 추정되는 봉우리에 올라서자 구리시가 멀리 보였습니다. 잠시 숨을 돌린 후

서둘러 새재로 돌아가 이번 산행의 목적지인 예봉산을 향해 쉬지 않고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14시4분 운길산-예봉산의 주능과 만나는 삼거리인 463봉에서 짐을 풀었습니다.
고개사거리에서 갑산을 거쳐오느라 곧바로 이 봉우리로 오를 때보다 약 1시간 반은 더 걸렸을 것 같아 오래 쉬지 않고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3.3키로 떨어진 예봉으로 출발했습니다. 새우젓고개를 지나 미덕고개에 이르기까지 능선길이 완만해 걷기에 편했습니다.

마포나루에서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등짐으로 저 나른 새우젓을 양주골에 팔러 다녔을 새우젓아저씨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새우젓

고개를 지나며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14시45분 철쭉 군락지를 지나 해발 561미터의 적갑산에 도착해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지나가는 산객이 철쭉꽃에 홀려 가던 길을 멈춘다하여 척촉 또는 산객으로도 불리는 진달래과의 철쭉은 그 꽃잎이 진달래와는 달리

독이 들어 있어 빨아먹을 수 없다하여 연달래라고도 한답니다.. 적갑산으로 보여지는 작은 암봉에 올라서자 한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써늘해 정신이 바짝 들었습니다.

 

15시30분 패러글리딩 활공장과 철문봉을 지나 해발740미터의 예봉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6년 전 광주 오포의 활공장에서 하늘을 날아 패러글라이딩의 묘미를 얼마고 맛보았는데 사정상 이를 잇지 못해 지금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과 약종, 약전 3형제가 학문을 연마했다던 철문봉에서 예봉산 정상에 오르기까지 마지막 땀을 흘렸습니다.

정상에 올라서 잠시 숨을 돌리자 사람들과 친숙해진 참새 만한 작은 새들이 모이를 찾는 듯 산객들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그 귀여운 새들을 용케도 카메라에 담고 나자 곧 이어 골짜기에서 날아 올라온 까마귀들이 그들 특유의 군무를 펼쳐 보여 정말

볼만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길조로 널리 알려진 까치보다  까마귀를 더 좋아합니다. 까치는 산을 오르는 제게 도시에서

환송인사를 하지만, 까마귀는 깊은 산 속에서 환영인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어느 산을 가더라도 빼놓지 않고 산객을 반기는

새는 아마도 까마귀가 유일한 듯 싶습니다. 옛 날에는 까마귀의 까악까악대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30년 넘게 산을

찾은 지금에는 그 소리가 정겹게 들려와 산행 중 까마귀가 나타나지 않으면 궁금해지고 걱정되기도 합니다.

 

15시 45분 팔당리로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약 2.3키로의 하산 길은 늦어도 한시간이면 족할 것이기에 정상에 오를 때까지 걱정했던 어둠이 나래를 펴기 전에 산행을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하자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절반쯤 내려와 팔당대교와 한강이 한눈에 꽉 잡히는 암봉에서 잠시 쉬면서 산을 오르는

한 젊은이로부터 버스정류장 가는 길을 안내 받았습니다. 젊은이의 얘기대로 예봉산과 맞대면하고 있는 검단산을,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한강의 절경을 카메라에 옮기기에  오후 늦은 이 시간은 역광으로 좋지 않고 아침시간이 적당한 것 같습니다.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해발 200미터 대까지 하산하다  능선에서 좌회전하여 상팔당 등산로 입구로 내려섰습니다. 겨울의 푸르름을 대표하는

끈질긴 생명의 소나무 숲이 하루의 마지막 빛을 발하고 서해로 가라앉는 석양과 대조되었습니다.

 

16시 45분 상팔당 예봉정에서 청량리행 버스에 올라타 약 7시간동안의 선의 산행을 마쳤습니다. 과천 집에 돌아와 저녁 미사에 다녀온

후 실비아님에 전화를 걸어 건강상태를 물었더니 아침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답해와 기뻤습니다.

 

내년에는 산행횟수를 조금 줄이고자  합니다.
올 한해 한주도 거르지 않고 일요일에는 산을 올랐고, 쉬는 토요일에도 산행을 하여 통산200산 등정을 마쳤으며 70년대에 오른 한국의

명산들을 다시 올랐습니다. 서울의 5대수호산을 제대로 종주하며 산행기를 남겼고, 총 16회에 걸쳐 한북정맥을 단독으로 종주해

나름대로 원 없이 산을 찾아 올랐습니다. 내년에는 기왕에 시작한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것으로 만족하고자 합니다. 내년에도 시장상황이

어렵게 돌아갈 것 같아 산행횟수를 줄여 회사경영에 매진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