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기산 산행기

 

ㅇ 일시 : 2004. 12. 25(토)
ㅇ 위치 : 충북 영동군 양산면 호탄리 (높이 585m)
ㅇ 코스 : 주차장-헬기장-갈기산-암릉구간-안부-주차장 (약 7.5km. 3시간)
ㅇ 찾아간 길 : 대진고속도로- 금산 I.C - 영동방향-20분 진행-월영산입구- 갈기산주차장

 

    갈기산. 충북 영동에 있는 산. 천태산과 금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산. 대전에서 40여분이면 찾아 갈 수 있는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산. 금강 줄기와 암릉이 너무나 좋았던 산. 그러나 내가 몰랐던 산. 성탄절 날 아내와 창하를 데리고 그 산을 찾아간다.

  

    대진고속도로에서 금산 I.C로 빠져나와 영동방향으로 15분여 달리자, 절벽과 금강 줄기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천내들 강변이 나오고, 약 5분여 더 진행하자 갈기산 주차장이 도로변 옆에 보인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자 시원스런 금강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행을 하며 저 강을 한없이 볼 수 있다니---기대감이 산행초입부터 가슴을 설레게 한다.

  

   주차장에 있는 산행 안내도를 보고 아내와 창하에게 무리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코스를 정한 후 산행길로 접어든다. 산언덕을 하나 올라서자 바로 조망이 시작된다. 산행 초입부터 이렇게 조망이 가능한 산이 있다니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다. 갈기산 왼쪽 능선의 절벽과 절벽 밑으로 휘몰아쳐 오는 금강줄기가 시원스레 가슴을 씻겨주고 가는 풍경. 참 좋은 산일 것 같다는 기대를 또다시 갖게 한다.

  

   오랜만에 산에 따라 나선 창하와 고리봉에서 죽을 고생을 하였던 아내도 몸이 훨씬 좋아졌는지, 아니면 갈기산이 보여주는 풍경에 반하였는지 조금은 가파른 오름길을 잘도 올라간다. 오름질 내내 조망이 가능한 강줄기와 오른편의 보기 좋은 월영산이 오름의 힘겨움을 훨씬 덜어주고 있으리란 생각이다. 주변의 풍경에 시선을 빼앗기며 그렇게 1시간여 오르자 갈기산 정상이다.

  

    갈기산 정상. 정상에 서자 풍경이 참 좋다. 이제까지 보아온 금강줄기가 한줌의 거침도 없이 한눈에 들어오고, 가야할 능선이 산이름 그대로 말갈기처럼 늘어선다. 오름길에는 보이지 않던 암릉과 암봉들도 신바람난 감탄사를 불러내기에 충분한 모습으로 다가선다. 눈을 조금 멀리하자 천태산이 바로 코앞에 다가서고, 585미터의 낮은 산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골과 시원한 조망들이 시선 가득 늘어선다. 이곳저곳의 풍경을 사진기에 담으며 한참동안을 정상의 풍경 속에 시선을 빼앗기다,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힌 후, 천천히 점심을 먹는다.

  

   얼큰한 라면과 밥 한술. 그리고 아내와 아들. 점심을 먹으며 천천히 다시 금강줄기를 바라본다. 한차례 갈기산의 품으로 휘몰아쳐 몰려왔다가, 절벽 앞에서 튕겨지며 멀리 휘돌아 나가는 물줄기. 흐르는 것 같지도 않고 아무 소리도 없는 그 물줄기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의 품으로 왔다가 사라져 가는 세월도 저와 같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아무 소리도 없고 흐르는 것 같지도 않은, 그러나 분명히 흐르고 있는 저 무정한 세월. 저렇게 왔다가 저렇게 휘돌아 흘러가고 결국은 사라져 가는 것을---갑자기 가슴 한쪽의 성곽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어찌 막으랴 저 흐름을---다만 흐르는 동안 저 물줄기처럼 맑고 깨끗하고 고요하기를 바랄뿐이다----

 

    이제 조심조심 암릉길로 접어든다. 암릉길로 접어들자 정상에서 보았던 모습보다도 훨씬 보기 좋은 절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좌측과 우측으로 깊고 커다란 바위절벽이 시원스레 뻗어나가고, 가야할 능선이 아슬아슬하게 길을 열어준다. 강에서부터 휘몰아쳐 오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아슬아슬한 갈기능선을 타는 스릴 넘치는 산행. 재미있고 멋있는 풍경이다. 갈기능선을 타면서 보는 풍경과 재미는 갈기산 산행의 제일경이 아닌가 싶다. 어린 창하와 아내가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도 '멋있네, 나에게 딱 맞는 산이네' 소리를 연발하며 산행의 묘미를 만끽한다.

  

    1시간여 동안의 능선 길을 마치고 이제 하산 길로 접어든다. 월영산으로 가는 종주길의 중간안부에서 하산을 시작한다. 처음엔 약간 가파르지만 조금 지나자 너무도 부드럽고 평탄한 길이 1시간여 동안 이어진다. 하산길 내내 노래를 그치지 않는 어린 창하.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던지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노래란 노래는 모두다 부르는 것 같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가족을 즐겁게 해준다는 일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귀가 길에는 경관 좋은 천내들 강변에 들려 잠시 눈을 씻고 바람을 맞는다.

  

    너무도 가까이 있었지만 모르고 지냈던 산. 금강의 조망과 능선의 암릉이 너무도 좋았던 산. 가족 산행지로는 제격일 것 같은 산. 갈기산이 있어 우리 가족의 성탄절은 즐거웠다.

  
 

(오름길에 본 금강줄기)


 

   (정상에서 본 천태산과 금강)

  
 

(갈기산 정상)


 

(가야 할 갈기산 능선)


 

(능선 우측 풍경-능선 끝이 월영산)

 

(능선 좌측 풍경)


 

(능선 암릉)


 

(능선 암릉)



  

(아슬아슬한 암릉구간)


 

(천내들 강변과 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