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걸작 무등산 서석대와 입석대를 찾아서

 

산행일 : 2004. 12. 26(일). 흐림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증심사 입구 주차장 (11:06) 

  ☞문빈정사 (11:13)

  ☞증심교 (11:17. 150m)

  약수교 (11:18)

  ☞녹차밭 쉼터 (11:31~11:41. 약 300m)

  ☞토끼등 (11:56~12:04. 460m) 

  ☞동화사터 (12:46~12:49. 약810~820m) 

  ☞MBC송신소 (13:11~13:30. 약950m. 점심) 

  ☞중봉 (13:38~13:42)

  ☞구 군부대 정문 군사도로 삼거리 (13:49~13:54)

  ☞서석대 (14:18)

  ☞서석대 상단부 (14:30~14:40)

  ☞입석대 (14:55~15:15. 1,017m)

  ☞장불재 (15:24)

  너덜지대 (15:35~15:40)

  ☞중머리재 (16:03. 586m)

  증심사 (16:35)

총 산행시간 : 약 5시간 30분 (사진 301장 촬영하느라 거북이 산행)

구간별 거리 :

증심교→(1.4km)→토끼등→(1.0km)→동화사터→(약0.5km?)→중봉→(0.3km)→구 군부대 정문 →(약0.4km?)→서석대→(0.5km)→입석대 →(0.4km)→장불재 →(1.5km) → 중머리재 → (2.1km)→ 증심사

총 산행거리 : 약7.6km 

산행지도


 


 

산행기

  백운산님에게서 해남 달마산을 종주하자고 전화가 왔건만 선뜻 답을 못해준다.

몇 년 전 달마산을 마봉리 무선 중계소에서부터 도솔봉 거쳐 정상에서 미황사로 하산한 적이 있어서 나머지 얼마 되지 않은 구간이 가고 싶긴 했지만, 며칠 전부터 첨단골 산사람에게  무등산 좋은 코스 추천 좀 해달라고 메일을 보내니 너무 상세하게 두 차례에 걸쳐서 이메일을 보내온지라 이미 무등산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었다.

 

  갑자기 무등산을 찾게 된데는 산하 게시판에 권기철님의 무등산 산행기를 보면서부터 물밀 듯이 밀려오는 입석대에 대한 그리움을 도저히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아들 녀석하고도 같이 가기로 이미 합의가 된 상태인지라 더더욱 무등산에 올라야만 했다. 백운산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입석대와 서석대가 보고 싶어 미치겠는걸 어찌하겠는가.

주차장 부근의 산행 안내도

 

  일찍 출발한다는 것이 은근히 늦은 출발이 되어 증심사입구에 도착해보니 11시다.

첨단산인님이 알려준 대로 00예식장 주차장(종일 주차 4천원 균일)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는데 예비역 해병대 아저씨들이 교통정리에 여념이 없으시다. 혹시나 해서 공명님이 그중에 있지 않을까 유심히 살펴보지만 보일 리가 만무하다. 그는 오늘 1500산님, 첨단산인님과 입암산에 든다는 소식이 있었기에....

 

증심사 입구에서 교통정리 중인 예비역 해병아저씨들

 

                                 문빈정사

 

증심교

 

                                                                                                         약수교

 

  길옆의 음식점들은 옛날 그대로다. 다만 변한 것은 등산용품점이 몇 군데 들어서서 길에다 좌판까지 벌여놓고 값싸게 팔고 있었을 뿐이다. 상가가 아래로 내려갔기길 바라고 왔건만 예전 그 자리에서 예전 그대로 무등산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증심교 삼거리에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왼쪽으로 조금 가니 작은 철다리 약수교가 나온다. 약수교를 건너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간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한참 오르니 오른쪽에 녹차 밭이 나타나고 벤치 몇 개가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빈 벤치에 앉아 두유와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초코파이로 에너지를 축적한다.

쉼터앞의 녹차밭

 

  또 한참을 오르니 넓은 토끼등이 나온다. 많은 산님들로 부산하다. 아직까지 서석대는 보이질 않고 규모가 굉장한 너덜지대가 눈에 들어온다.

토끼등 이정표에서 길이 갈라진다. 여기서부터 중간 중간에 길이 갈라지는데 무조건 왼쪽 길로 오르면 동화사터로 가는 길이다. 너덜지대 바로 오른쪽으로 오르는 셈이다. 키가 작아 정겨운 산죽길 급경사를 오르다가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가 들린다.

자세히 살펴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마리가 열심히 나무를 쪼아대고 있다. 망원렌즈를 꺼내 카메라에 장착하고 최대한 줌을 당겨서 동영상을 찍는다. 삼각대가 없어서 많이 흔들린다. 아들 녀석은 처음 보는 딱따구리에 반쯤은 넋이 나간 상태다.

요즈음 녀석은 산에 오를 때마다 희귀한 동물들을 만난다. 월출산에서 청설모, 주작능선에서 바위를 타는 너구리, 흑석산에서 원숭이, 이곳에서 딱따구리를 보았으니 산교육(체험학습)이 따로 없다.

토끼등이 보인다.

 

토끼등의 이정표

 

동화사터 오르다가 너덜쉼터에서 내려다 본 토끼등 (줌 촬영)

 

 열심히 나무를 쪼아대는 오색 딱따구리

 

  잘 정비된 돌계단이 나오는 것이 동화사터가 지척에 있나보다. 돌계단을 잠시 오르니 동화사터 약수가 우리 부자를 맞는다. 시원한 약수를 한 바가지 마시니 이 보다 더 좋은 생명수가 따로 없다.

 잡목으로 우거진 동화사터는 규모가 제법 컸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동화사터를 벗어나자 언덕이 나오고 이어서 오른쪽 능선위로 송신탑이 보인다. 무등산 정상인 천황봉은 흐린 날씨와 안개로 뒤덮여 그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질 않는다.

멀리서 보아도 정상부위를 상고대가 하얗게 양털을 깔아놓은 듯 덮어버려 오히려 신비롭게만 보인다.

                        동화사터 직전의 돌계단

 

                                                                                                   동화사터 입구의 약수

 

  넓은 억새평원을 오르니 송신소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송신소쪽 능선으로 방향을 바꾸어 송신소 정상에 오른다. 안개에 휩싸인 천왕봉이 웅장할 뿐만 아니라 가히 장관이다.

mbc송신소 옆에는 많은 산님들로 시끌벅적하다. 대부분 식사중이다. 우리 부자도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컵라면에 온수를 붓는다. 라면이 부는 동안 천왕봉과 서석대를 줌으로 당겨 찍어보지만 흐린 날씨와 안개 때문에 선명한 사진을 얻기가 어려울 것 같다.

능선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송신소탑. 저곳으로 올라가야한다.

 

송신소에서 바라본 개스에 휩싸인 천왕봉. 가운데 뾰족한 곳이 서석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라면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먹어 치운다. 아들 녀석도 마찬가지다.

바로 앞에 있는 중봉가는길은 평지에 가까울 정도로 기복이 없다. 중봉에서 휘돌아보는 조망이 매우 빼어나다. 가을에 억새가 필 때 오면 기가 막히겠다. 중봉에서 군 작전도로까지 가는 길은 양쪽이 드넓은 억새평원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 길이 시멘트로 포장되어서 운치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높은 산에 올라와서까지 시멘트 포장도로를 밟아야하다니 걸으면서도 왠지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다.

송신소 안의 백구와 황구

 

중봉

 

중봉에서 바라본 서석대 (줌 촬영)

 

 

서석대 가는길의 멋진 억새평원.  환상의 길이긴 하지만 바닥이 시멘트라 옥에 티로 비추인다.

 

  작전도로에서 장불재쪽으로 향하다보면 바로 왼쪽으로 오솔길이 보인다. 여기로 치고 올라가면 얼마 안가서 다시 작전도로가 나온다. 여기서 왼쪽으로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오른쪽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오는데 등산로가 아니라고 현수막이 걸려있고, 조금 더 오르면 급경사에 훼손이 심한 등산로와 리본이 매달린 것을 볼 수 있다. 이 길로 올라가면 서석대에 오를 수 있다.

서석대 오르는 길. 심하게 훼손이 되어 계속 붕괴가 되고있다.

계단을 만들던지 통제를하고 우회로를 따로 내던지 해야할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바닥이 매우 미끄러워서 조심해서 올라야한다. 상고대도 여기서부터 볼 수가 있다.

서석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서석대 왼쪽으로 돌아서 급경사를 오르니 철책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 멋진 서석대 바위가 보인다. 철책과 바위사이로 등산로가 보인다. 그리로 올라서서 아들 녀석을 기다리니 바로 뒤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모양이다. 내려가던 한 산님이 아들 녀석의 손을 잡아 당겨 올려주고 내려가신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서석대

 

서석대 중단부에서

 

  작은 갈림길에서 오른쪽 급경사로 치고 오르니 서석대 상단부에 오른다. 바로 전의 상고대가 환상적이다. 서석대를 입석대에서처럼 바로 밑에서 올려다보길 원했건만 길을 잘 모르니 내키지 않게 상단부에 서게 되었다.

바람이 거세다. 아들 녀석은 춥다고 웅크리고, 천왕봉 쪽은 여전히 안개에 휩싸여 있다.

제발 한 번만 모습을 보여 다오. 

동영상을 찍고 입석대로 향한다.

서석대 상단부 바로 전의 상고대

 

서석대에 올라서서

 

서석대의 상고대

 

개스가 잠깐 걷힌사이에 재빠르게 촬영한 인왕봉

 

서석대 오른쪽의 바위들

 

서석대 오른쪽의 바위군

 

다시 개스에 덮여버린 인왕봉

 

기암과 개스에 휩싸인 인왕봉

 

서석대 상단부 쪽의 기암들

 

추워~~~~~ (서석대 상단부에서)

 

 서석대에서 입석대까지 가는 길은 오늘 산행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입석대에 가는 동안 뒤돌아보아도, 아래를 내려보아도, 옆을 보아도 너무 아름다우니 그 아름다움에 그냥 주저앉고 싶을 지경이다. 이를 어찌할거나.

입석대 가다가 되돌아본 서석대(왼쪽)

 

입석대 가는 길

 

되돌아 본 내려온 길

 

입석대 전의 기암들

 

저 아래 장불재가 보인다.

 

근사한 입석들. 입석대상단부로 보인다.

 

또 다른 입석들

 

  드디어 입석대에 들어선다.

80년대에는 이곳 입석대까지 밖에 개방이 되지 않아서  입석대윗쪽과 서석대쪽으로는 올라갈 수도 없었었다.

입석대까지만 올라와도 어디서 나타났는지 군인들이 내려와서 그들에게 주민증을 보여주고 구경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십수 년 전에 수없이 보고 감탄했던 입석대건만, 오늘 오랜만에 그를 대하니 이 벅찬 감격을 어찌 글로써 다 표현하리요. 온몸이 전율에 휩싸인다.

아! 대자연의 위대함이여!

가래떡을 토막 내서 세워놓은 듯,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을 옮겨놓은 듯, 그 기기묘묘함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니

보배로세. 보배로세. 무등산의 보배로세.

축복받은 광주시민이여!

무등의 기를 이어받아 자자손손 그 기상 영원하시기를......

입석대와 서석대의 동영상,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생생한 동영상을 보시려면 여기( http://blog.joins.com/pil6994 .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필요없이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드디어 입석대에 들어선다.

 

입석대에서

 

입석대

 

입석대 왼쪽

 

하늘로 치솟은 입석

 

입석

 

입석대 오른편

 

중앙부분

 

입석대

 

입석대의 부자

 

  입석대에서 내려가다 보면 바로 밑에 입석이 아닌 입석대의 돌기둥들과 똑같은 와석이 잔뜩 누워있는 곳이 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펄쩍 뛰어다니는 재미가 솔솔하고, 입석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장불재에서 산친구에게 물어본다.

“규봉암까지 갔다 올까? 갔다 오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리거든?”

“그만 내려가요.”

부자는 장불재에서 중머리재로 방향을 돌려 하산한다.

와석에서 올려다본 입석대

 

무너져 내린 입석 아닌 와석

 

장불재 가다가 올려다본 입석대

 

장불재에서 바라다 본 서석대 (줌 촬영)

 

장불재에서 바라본 입석대 (줌촬영)

 

장불재에서 바라본 서석대(왼쪽)와 입석대(오른쪽)

 

하산

 

  너덜지대를 가로지르다보니 이곳 또한 조망이 빼어나다. 잠시 뜨거운 물과 간식을 먹으며 눈을 즐겁게 해준다.

중머리재 못 미쳐서 1500산님에게 전화를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첨단산인님과 공명님, 셋이서 입암산인가를 타고 계시단다.

“인범이 그만 고생시켜!”

“알았슈.”

“저녁이나 같이 하고 싶은디~~”

“여기서 광주 갈려면 두 시간 이상 걸려서 아우하고 타이밍이 맞질 않아. 2일에 만나니까 그때 보자고.”

첨단님은 전화기를 꺼놨는지 온종일 통화가 되질 않는다.

중머리재로 하산 중 너덜지대에서 보이는 멋진 풍광. 봉황대로 추측. (줌촬영).

입석대, 서석대 뿐만아니라 곳곳에 저런 입석군들이 널려있다.

 

멋진 소나무 ( 윗 사진 중 소나무 부위만 줌 촬영)

 

  저 아래 중머리재가 보이고 바로 전 왼쪽에 약수터가 두 군데서 물줄기를 뿜어대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중머리재다.

어느 해던가 새해 일출 본다고 직장동료와 새벽에 수많은 인파에 쌓여 중머리재에 올랐었다.

흐린날씨 때문에 결국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날이 추워서 기다리는 동안 곳곳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 주변에서 수많은 산님들이 몸을 녹이는 것을 보고 경악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산에서 불을 피우다니 그 당시 상식으로도 이해가 되질 않았었다. 몇 년 후 지방뉴스에서 신년일출때 모닥불을 못 피우게 강력 단속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 후로 모닥불 피우는 관행은 사라진 것으로 안다.

 그래도 무등산에서 가장 정감이 가는 곳이 중머리재다.

중머리재

 

중머리재에서 바라본 화순 만연산(가운데 가장 뾰족한 봉).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오른 산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커다란 당산나무와 수많은 식당을 지난다. 보리밥집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삼겹살 굽는 냄새가 온 산을 진동시킨다.

옛날하고 똑같다. 왜 정비를 하지 않을까? 시에서 과감한 투자와 보상을 하여 아래쪽에 집단시설지구를 만들어 계곡의 상가와 식당을 이주해야만 광주시민의 자랑인 무등산을 살릴 수 있을 텐데....

무등산이 중병을 앓고 있다.


  증심사에 들러 한 바퀴 돌아본다. 대웅전의 문짝이 너무 멋있다. 한국의 미가 고스란히 거기에 담겨 있다.

증심사 바로 아래 보리밥집 따끈한 온돌방에 앉아 부자가 저녁을 먹는다.

증심사

 

                              대웅전의 문짝

 

                                                                                               대웅전 문의 화려한 문양

 

처마


 

푸짐한 보리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