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견두산~천마산~깃대봉

1:25,000지형도=연파

2004년 12월 19일 일요일 맑음(-4~11.8도)   일출몰07:34~17:21

코스: 밤재터널11:30<1.0km>580m봉12:00<2.2km>견두봉 삼각점13:00<1.2km>견두봉정상(790m)13:30<5.3km>천마산15:30<2.5km>깃대봉16:30<1.7km>620m봉 하산지점17:00<3.0km>이평초교18:00

[도상17km/ 6시간 반 소요]

지형도    지형도
 

개요: 남원~구례간의 밤재터널에서, 전라남도와 북도를 가름하는 도계선 따라 서남진하면서, 견두산(774m)과 천마산(656m), 깃대봉(691m)을 거쳐 구례군 산동면의 이평마을로 하산하는 이번코스는 아주 특이하다.

전반부 능선상의 빼곡한 철쭉꽃 군락지는 한시간여동한 계속 이어지고, 천마산 오름길의  가시나무 밀생지역은 반시간여동안 진행되는데, 이 길은 짐승조차 뚫기 어려운 난코스다.

깃대봉서 본 천마산과 견두산       깃대봉서 본 천마산과 견두산
 

그러나 세상에, 이런 코스도 다 있구나! 싶을 정도의 이색체험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번 산길엔, 종류 다양한 가시넝쿨이 계속 따라다녀서 복장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만 한다.

밤재에서 지리산 만복대로 연결, 노고단까지 조망되고, 산행길 내내 북쪽의 남원 시가지와 남쪽의 구례 시가지를 내려다보면서도, 오지산행의 진수를 만끽할 수가 있다.

산행길을 격려하는 만복대    산행길을 격려하는 만복대
 

최고봉인 견두산은, 전에는 호두산으로 불렀다가 야생 들개들의 횡포가 극심해서, 호석을 세우고 이름을 고쳤더니 잠잠해졌다는 전설의 산이기도 한데, 곡성방면에서 바라보면 개머리처럼 생겼다고 한다.

이번 능선길의 전라북도 수지면의 수지천은,  섬진강으로 흘러들어 광양만으로 빠지고, 전라남도 산동면의 서시천 역시, 섬진강으로 유입되기는 마찬가지다.

서시천이 흐르는 산동면   서시천이 흐르는 산동면 
 

가는길: 88올림픽 남원 나들목에서 19번 국도로 밤재터널을 빠져 나와, 곧장 목장길 따라서 580m봉으로 치오르면, 성터처럼 생긴 파묘 아래로 오솔길이 잘 나 있다.

도중에 남원쪽으로 시야가 확 틔는 봉분을 지나쳐 억새 무성한 헬기장에 이르면, 만복대로 이어지는 지리산 영제봉능선이 노고단까지 조망된다.

만복대로 이어지는 영제봉능선    만복대로 이어지는 영제봉능선
 

오른발은 전북지방을, 왼발은 전남지방을 내딛는 도계선 따라걷기 산행은, 693m봉을 넘어서면서부터 빼곡한 관목지대가 펼쳐져, 자칫 방심하면 부상당하기 쉽다.

지형도상의 견두봉은 [남원시/1991년복구]의 삼각점 하나 달랑할 뿐이어서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 곳 보다 훨씬 더 높게 암봉으로 이루어진 사실상의 견두산은, 1.2km거리에 떨어져 앉았다.

지형도상의 견두산   
  지형도상의 견두산

철쭉꽃 군락지는 아예 터널을 이루어, 허리 잔뜩 꾸부리고 통과해야 한다. 가파른 오름길부터 암봉들이 들쭉 날쭉한데, 주변 산세는 물론 좌우로 내려 앉은 도시와 농촌들이 잘 조망된다.

짧은 로프구간을 딛고 올라선 암릉코스는 더욱 아기자기하고, 정상직전의 오버행 암벽엔, 고려시대의 [마애여래입상]이 조각되어 있다.

사실상의 견두산    사실상의 견두산
 

[견두산/해발774m]정상석의 고스락엔, 무덤 한 기가 사람들의 발길에 채이고 있다. 여기선,  천마산에서 깃대봉으로 향하는 주능선은 물론, 지금껏의 오름길도 적나라 하다.

[내려가는길2.2km/3.2km] 정상에서 내려선 안부에도 [구례산동4.8km/견두산0.6km/천마산5.3km]이정표 하나 더 있고, 좀 더 진행하면 최근에 정비한 헬기장이 반긴다.

견두산서 본 가야할 천마산과 깃대봉   견두산서 본 가야할 천마산과 깃대봉 
 

헬기장 이후론 무성한 잡목으로 진행이 어려운만큼, 등로도 자주 끊긴다. 무심코 능선따라 걷다가 급경사지역을 만나면, 되돌아가야 한다.

도중에 잘 살피면 산길은, 남동쪽으로 갑자기 휘어지며 리번 몇 개 달고 있다. 시야는 없어도 그 길따라 내려가면 다시금 남서쪽의 날등을 타게 된다.

천마산 가면서 본 견두산    천마산 가면서 본 견두산
 

무덤 두어 곳 지나치면서 산길은 편안해지다가, 남원시 수지면 유암마을에서 올라오는 작은 고갯길 하나를 만나게 된다.

여기부터 지형도상의 첫 번째 둔산치까지 1.5km구간은, 꽉 들어찬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아차! 할 때는 이미 늦었고 우회로가 전혀없어, 어쨌든 헤집고 나와야 한다.

능선 끝머리의 천마산    능선 끝머리의 천마산
 

둔산치를 벗어난 천마산 오름길에도 가시나무는 귀찮을 정도로 따라 오다가, 억새 속에 숨겨진 삼각점을 지나치면, 시야가 확 틔는 천마산 정상에서 사라진다.

[깃대봉3.3km/....]이정표를 떠난 천마산 내림길엔 솔갈비가 깔려서, 수월하게 [천마산1.3km/깃대봉2.0km]의 공사중인 둔산재로 내려설 수 있다.

오름길에서 본 깃대봉   오름길에서 본 깃대봉 
 

둔산재에선 둔기천을 옆에 끼고 도로따라 내려가면 이평마을에 당도할 수 있다. 그러나 날등타고 깃대봉까지 진행해서, 비득재로 내려서야 오늘의 전코스를 돌아볼 수 있다.

여기서도 포장길이 싫다면, 맞은편의 630m봉에 올라 지능선을 타거나, 비경의 계곡따라 내려가면, 더욱 멋진 오지산행을 즐길 수가 있다.

비득재 하산지점의 630m봉    비득재 하산지점의 630m봉
 

산행후기: 밤재터널에서의 출발은 작년 봄과 한달 전에 이어, 벌써 세 번 째다. 이쪽 지역의 산록들은, 지리산권역에서 살짝 비껴나 있으면서도, 산동면을 에워싼 지리산 서북부지역의 조망 코스로는 최적격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별로 찾아드는이 없어 오지산행을 만끽할 수 있는 지역이 많아, 호기심의 대상으로 남아있던 구간이기도 하다.

유순한 오솔길  유순한 오솔길 
 

그냥 무식하게 580m봉으로 치오르자, 다들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고스락엔 옛 봉수대인양 석축이 빙 둘러쳐 있어 의아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쪽 옛사람들의 매장방식이었고, 이장을 해간 빈터엔 잡초만이 무성했던 것이다.

남원시가지가 한눈에 다 조망되는 그 곳에서, 날등을 치고 나가기란 난감해서 살짝 내려섰더니, 빼곡한 송림 숲 터널 아래로 오솔길이 잘 나있다.

첫 번째 헬기장    첫 번째 헬기장
 

수월하게 첫 번째 헬기장에 당도했지만 억새만이 무성하다. 거길 벗어나자 이번엔, 소나무가 양 옆으로 비껴선 날등길은 관목지대의 연속이다.

진달래인가 하면 철쭉이고, 철쭉인가 하면 노린재나무들이 빼곡한 그길은, 챙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안면을 커버해 가면서 진행 해야만 했다. 소나무 등걸에 이마 탁 받친 앞선이의 아이쿠! 비명이 들려온다.

철쭉-1   
  철쭉터널

똑 같은 장면은 2km이상을 계속된다. 그러나 지형도상의 견두봉을 놓칠 수는 없어 유심히 살펴가노라니, 774m봉 떡갈나무 아래 억새틈새에삼각점 하나 살포시 드러나 앉았다.

별다른 표식이 없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철쭉군락이 잠시 사라진 틈새 진행방향으로 그럴싸한 암봉이 솟아 있다.  아하, 저기가 정상이구나! 직감으로 와 닿는다.

774m봉 삼각점    774m봉 삼각점
 

안부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는 철쭉 숲속을 빠져나와 한차례 된비알을 치오르자, 울퉁불퉁한 암봉들 끄트머리에 최고봉이 솟아있다.

정수리 아래에서 앞선이들이 불러 갔더니, 10여m의 수직절벽 상단에 새겨진 마애여래입상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부탁한다. 작은 동굴이 뚫린 하단엔 치성단도 있다.

마애여래 입상    마애여래 입상
 

안내문에는- 무릎아래가 결실되어 전체적인 규모파악은 어렵지만, 연꽃무늬의 좌대를 포함한 높이는 3.2m이고, 반원모양의 눈썹과 두툼한 코, 꽉 다문 입이 전체적으로 딱딱한 느낌을 주는데, 신체는 크고 우람하다. ....

한쪽 벽면을 타고 내리는 질퍽한 물기를 머금은 이끼로 눈이 쏠린다. 고려시대의 저것이 지금껏 보전되 온 것은, 어쩌면 이 이끼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애여래 절벽 틈새의 이끼    마애여래 절벽 틈새의 이끼
 

정상 무덤 주위론 일행들이 중식을 들고 있다가 반긴다. 사방을 한 바퀴 휘~ 둘러보는 걸로 만족하고, 헬기장을 지나쳐 천마봉을 향하는데, 선두팀이 되돌아오고 있어 연유를 물었더니, 능선 연결이 안된단다.

그럴리가! 한번 더 확인 했더니 날등은 급경사로 떨어지고 있어 왔던 길을 되짚었다. 진행방향과는 판이하게 130도 방향으로 내림길이 희미하게 나 있다.

천마산 가는길    천마산 가는길
 

긴가민가 조심스레 내려선 그 길은, 다시 동남쪽으로 능선을 이어가고 있다. 지형도를 자세히 살펴보니 마루금을 벗어난 우회로 표시가 잘 되 있다.

박달나무 잎새가 질펀하게 깔려서 미끄럽고, 가시덤불이 성가시긴 해도 대체로 유순한 편이다. 지형도엔 고갯길이 삼십여군데나 되던데, 현장의 재넘이는 거의 사라졌다.

특이한 무덤  특이한 무덤 
 

석축으로 빙 둘러싼 제단이 있어 올라가 봤더니 그것은 무덤이었다. 비문을 읽어보니 틀림없는 분묘인데, 처음 보는 기이한 형태다. 저 무거운 바위 아래다 어떻게 매장을 했을까?

비득치를 넘어서자 가시밭길이 나타난다. 푸른가하면, 누리고, 붉은가 하면 희색의,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딸기나무, 찔레꽃, 가시나무 수종들이 다 모인 듯한, 그 구간은 끝도없이 이어지고 있다.

가시밭-1   가시밭-1 
 

총각시절부터 산속을 헤집고 다녔어도, 이번처럼 지독한 험로는 처음이다. 아프리카 오지에나 있을 법한 가시나무 정글 지역을, 1,5km나 치고 빠지는동안 선두팀은 모두가 상처투성이다.

한여름이면 도저히 불가능한 그 구간을, 겨울철 단체산행 팀이었기에 돌파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렇듯 원시상태로 남아있는 집단 서식지역은, 생태계 보존차원에서 보호 관리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가시밭-2    가시밭-2
 

억새 속에 묻혀 있는 삼각점을 확인하고 올라선 천마봉엔, 친절한 안내문이 그간의 노고를 치하해주고 있다. [수고하셨습니다],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문구였다.

잠시 쉬다가 후미팀과 함께 하는데, 요즘 힘들어 해 하던 아내가 여기까지 따라붙어 반갑다. 쉽게 내려선 둔산재에서도 아내는, 가는데까지 가 보겠단다.  

친절한 안내문   친절한 안내문
 

깃대봉에서의 조망은 장관이다. 천마산 견두봉은 물론, 만복대와 노고단 틈새로 봉긋 솟은 반야봉이 반갑다. 오늘 코스에 있었던 철쭉과 마애불상, 이상한 무덤과 가시밭길이 새로운 감회로 와 닿는다.  

잠시 쉬는동안 누군가 물을 찾는다. 아끼던 식수와 바나나, 사과도 나누어주고 마지막을 향한다.

깃대봉의 쓰러진 깃대 뒤로는 천마산이...    깃대봉의 쓰러진 깃대 뒤로 천마산이...
 

비득재에서 아내 일행을 내려보내고 630m봉에 올라, 뒤처진 두 분과 함께 하산길로 내려섰다.

험난한 지능선을 피해 계곡으로 빠져든 그 길도, 수월하진 않지만 계곡수가 흘러 좋았다. 우와마을길 따라 내려온 이평초교앞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하산지점엔 어둠이 찾아들고...    하산지점엔 어둠이 찾아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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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penters-Top Of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