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악산(김천)에서의 하루 
 

일   시 : 2004. 12. 19(일) 맑음

산행지 : 황악산1,111m(김천시 대항면)

산행자 : 꼭지(아내)와 해병대부부 넷이서

교   통 : 자가운전 
 

10:30 직지사 매표소(산행시작)

11:30 운수암

11:50 능선안부(대간 갈림길)

13:00-13:40 황악산 비로봉

14:00 형제봉

14:40 신선봉

16:20 직지사(산행끝) 
 

총산행시간 : 6시간 (12km 정도)

 


 

김천 황악산(黃嶽山) 

충북영동과의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의 한줄기로 높이는 1,111m이다.

예로부터 학이 많이 찾아와 황학산(黃鶴山)으로 불렀다고 하며 서남쪽에 연봉을 이룬

삼도봉(三道峰:1,176m)·민주지산(珉周之山:1,242m)과 함께

소백산맥의 허리부분에 솟아 있다. 
 

주봉(主峰)인 비로봉과 함께 백운봉(770m)·신선봉(944m)·운수봉(740m)이 치솟아 있으며,

산세는 평평하고 완만한 편이어서 암봉(岩峰)이나 절벽 등이 없고

산 전체가 수목으로 울창하다. 
 

특히 직지사 서쪽 200m 지점에 있는 천룡대로부터 펼쳐지는 능여(能如)계곡은

대표적인 계곡으로 봄철에는 진달래, 벚꽃, 산 목련이 볼 만하고

가을철 단풍 또한 절경을 이룬다.

그밖에 내원(內院)계곡과 운수(雲水)계곡의 경관도 뛰어나다. 
 

또한 백운봉,비로봉,신선봉,운수봉이 아담하게 감싸고 있는 직지사는

신라 눌지왕2년418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한 고찰로 문화재로는 석조여래좌상과

3층 쌍석탑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부속암자로는 백련암,운수암이 있다. 
 

        - 네이버에서 발췌 -


 

산행기 
 

요즘 며칠 동안 꼭지(아내)와 해병대부인이 김장하랴

망년회다 친구들 계추다 하여 모임도 많고 여러 가지 할일이 많아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나? 어쩐다나. 
 

그러면서도 토요일 날 밤에는 윤형주,이용복,유심초..등

고전(?) 가수들이 참여하는“추억의 낭만 콘서트”에 가서

“오빠”소리도 목청 것 외쳐보고

ㅋㅋ~ 돈 안 드는 오빠를 옆에 놔두고 엉뚱한데 가서 비싼 오빠타령이라니~~@@ 
 

그 좋은 구경 다하고 몸도 피곤할 텐데 휴일은 집에서 가만히 쉬면 어디가 덧나나?

또 산에까지 따라나서겠다 한다. 애당초 혼자 도망가기는 다 틀린 일이다.

거기다가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며 장거리대신 짧은 코스로 산행을 다녀오잔다. 
 

참내~~@ 

간 큰 남자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어쩔 수가 없지.

늦잠을 자고 7시30분이 지났는데도 해병대아저씨가 연락이 없어

둘이서 조용히 다녀오기로 하고 산행준비를 하는데

전화벨소리가 유난히 크게 따르릉 울리기 시작한다. 이크~~ 드디어 해병대다. 
 

“어 아직 산에 안 갔네~~~~~~ ”오 마이 갓 드디어 잡히고 만다.

“그래 아직 안 갔다. 마침 지금 갈려고 하는데~~@”

“기다려~! 금방 갈 테니”어휴 무서운 해병대의 명령이다. 
 

어디를 갈까 망설이다 대구에서 가까운 김천의 황악산을 선택한다.

황악산이 마음에 드는 것은 주능선이 동그란 원형이라 종주산행의 멋도 즐길 수 있고

소원인 대간(?)도 밟아볼 수 있고 유명한 직지사를 두루두루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김천 가는 길에 1시간여 재잘재잘.. 걸죽한 해병대의 입담은

새로 구입한 차량용 GPS만큼이나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해주니

역시나 해병대와 우리는 영원한 콤비???

그래서 오늘 하루도 언제나 처럼 유쾌하고 멋진 하루가 될 듯싶다. 
 

또한 산행 후 그 유명한 산채정식을 맛볼 수 있을 테니 그때까지 졸졸 굶어도 좋고

5-6시간의 널찍한 산행에다 하산주로 동동주 한 사발 들이킨다면

쩝쩝~~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닌가. 
 

산행코스는 ▽형으로 하기로 하고 직지사를 들머리로 운수암을 거쳐

능선에 올라 주능선인 대간 길을 밟으며 비로봉에서 잠시 쉬고

좌측 능선인 신선봉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관광단지를 지나 직지사 매표소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매표소(1인당 2,500원)를 통과하니 우측으로 고찰인

직지사의 웅장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우측에 직지사를 끼고 시멘트길을 오르니 멀리 황악산이 손짓한다.


 

직지사경내는 하산할 때 들러보기로 하고 운수암으로 포장도로를 오르니

학이 많아서 황악산이라 하였다는데 그 고고한 학은 보이지 않고

대신 양지쪽에 제철모르는 진달래가 활짝 피어서 반겨준다. 
 

날씨는 겨울날씨답지 않게 따스하고 좋으나

흐리고 가스가 차서 원거리조망이 별로 좋지가 않다. 
 

포장도로지만 별로 지루한줄 모르고 30여분 오르니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명부에 서명하고 우측 계곡을 끼고 오르니 좌측으로 <중암>갈림길이 나오는데

등산로는 우측 운수암,백련암으로 이어져있다. 
 

▼운수암 오르는 길


 

우측 운수암을 빗겨서며 그냥 직진하니 해병대가 사랑방을 향해 눈짓을 한다.

“왜 운수암을 들르지 않고??”또 사랑방을 놀리려는 장난기 섞인 눈짓이다.

“와~~? 오늘은 그냥 지나 갈기다.”하기야 예전 같으면

혼자 가서 사진이라도 한방 박고 와야 직성이 풀리는데.. 
 

이제부터는 전형적인 흙길의 오솔길로 이어진다.

잘 다듬어진 나무계단도 좋고 무엇보다도 사면에 산죽길이 있어서 더욱 좋다.

특히나 겨울철에는 산죽의 푸르름이 눈에 잘 띠고 산죽 길을 걷고 있으면

온몸이 날아갈 듯이 상쾌해짐을 느낀다.

 


 

20여분 올라 능선안부에 도착하니 좌측으로 황악산정상, 우측으로 여시골산 이정표가 있다.

아마도 우측 여시골방향이 추풍령 대간길로 이어지는가 보다.

지금부터는 고만고만한 능선으로 황홀한(?) 대간길이 아닌가. 
 

이상하게도 이곳의 이정표는 방향만 표기되어 있을 뿐 거리는 전혀 표시가 없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갈 때까지 가라는 건지, 마음을 비우라는 건지, 몰라서 안적은 건지..

“어이 해병대는 아나~~~?”

 

 
 

양지쪽의 등로는 녹아내려 질퍽하고 능선의 찬바람은 북쪽사면에 피어나는

하얀 서릿발사이를 파고들며 그 자존심을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별로 힘들지 않은 오름길. 지도에는 백운봉이라 표기되어 있는데

걷다보니 어디가 백운봉인지 모르고 그냥 지나친다. 
 

▼멀리 백두대간능선이 추풍령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다.


 

▼비로봉아래 전망 좋은 암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신선봉까지의 주 능선

 

▼억새숲 넘어 젖무덤 같은 좌측봉우리가 정상인 비로봉

 

▼비로봉아래 억새숲인데 멀리 김천시내가 조망된다.


 

정상 아래는 헬기장이 있고 바람에 일렁이는 앙상한 억새 숲 속에는

여기저기 산객들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도 바람이 잔잔한

양지쪽에 앉아 오늘은 도시락대신 빵으로 점심을 때우기로 한다.

하산하여 산채정식으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로봉정상은 시야도 흐리고 나뭇가지에 가려 조망도 별로 좋지 않다.

여름에 꼭지와 둘이서 다녀온 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각호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가물가물하게 눈 속으로 비쳐지니 새삼 그때의 탁 트인

조망이 눈에 선하여 힐긋힐긋 고개는 자꾸 그쪽으로 간다. 
 

▼정상에서 바라본 민주지산방향의 조망


 

▼비로봉정상석과 거울 같은 백두대간 해설 판


 

▼가야할 신선봉방향의 주 능선

 

능선 길은 생각보다 걷기도 좋고 바람도 잔잔해 산행하기는 안성맞춤이다.

모두들 이정도 등산로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걷겠다면서

전혀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함지박같이 생긴 두 개의 봉우리가

형제봉으로 추정되는데 표지석이 없어 알 수가 없다. 
 

▼아기자기한 오솔길의 능선


 

▼지나온 비로봉


 

▼뒤돌아 본 형제봉?


 

비로봉에서 1시간여 걸었을까 등로가 두 갈래 Y자로 나누어진다.

우측은 대간길인 바람재로 이어지는 길이고 좌측은 오늘의 하산길인

신선봉으로 이어지는데 약간의 경사길로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낙엽길이다. 
 

▼대간 갈림길인데 신선봉으로 하산로는 좌측이다.


 

▼지나온 능선의 조망

 

계곡은 어디가 등산로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낙엽이 쌓여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가을에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의 고운 색깔은 간곳없고 자기 살을 비벼대며

이리저리 바람에 날려 한줌 흙으로 돌아 갈 채비를 하고 있는 낙엽들..

 


 

이 작은 낙엽 속에는 인간의 삶, 즉 우주의 철리가 담겨져 있다 한다.

김광균은 “낙엽은 폴란드의 망명정부의 지폐”라고 했고

이어령은 “낙엽은 퇴색한 생명의 조각”이라고 했으며

구르몽은 “낙엽의 빛깔은 정답고 쓸쓸하다”고 했다.

그러면 오늘의 낙엽은 무슨 의미를 던져줄까.

비움인가? 
 

봄날엔 연초록의 새싹으로 세상에 나와

푸르고 싱싱함으로 한여름의 따가운 뙤약볕을 이겨내며 밤을 지새우고

그 가을날 아름답고 고운 자태를 뽐내다 그것도 잠시뿐 
 

스스로의 몸을 버릴 줄 아는 낙엽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은 무엇을 버릴 줄 아는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볼 일이다.

 


 

낙엽 속에 우리의 모습을 파묻으며 잠시 상념에 젖는다

사각사각 부서지는 낙엽소리는 애절한 음향의 메아리로 다가오는데

하늘 어디를 올려다보아도 가을날의 그 황홀한 빛깔은 찾을 길 없다.

 

 

아래로 내려서니 그윽하게 맑은 계곡 물 또한 저절로 걸음을 멈추게 한다.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찬물에 손을 담그니 하늘사이로 우리의 얼굴들이

어른어른 흩어져 내리고 손을 담그기조차 부끄러울 정도의 맑은 물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건만 어찌되었는지 우리 앞의 시간은 정지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무꾼의 도끼자루는 산에 있으면 잘 썩는가 보다.

6시간의 산행을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간은 후딱 지나가 버렸다.
 

천천히 직지사에 들러 유명한 대웅전 앞의 3층 쌍석탑과

천불을 모셔놓은 비로전과 천불상, 여기저기 구경을 끝내고

관광단지 청산식당에 들러 꼭지가 뒤로 넘어가도 모를 정도로 맛있는

산채정식과 동동 뜨는 동동주로 건배하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비로전과 삼층석탑

  삼층석탑은 통일신라말기(9세기)의 석탑인데 문경군 산북면 도천사터에

  있던 3기의 석탑중 하나로(2기는 대웅전 앞에 있음)1974년에 이곳에 옮겨왔다 한다.

  천불상이 모셔진 비로전은 고려 때 초창되었으며 임진왜란 때 유일하게 화를 면한 건물이다.

 


 

▼비로전의 천불상인데 고려시대에 조성되었다.


 

▼연못속에 비치는 3층석탑의 모습은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을 연상케 한다.

  아사녀가 저 탑의 그림자를 보면 무척이나 좋아 할텐데..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 
 

석가탑을 창건할 때 김대성은 당시 가장 뛰어난 석공이라 알려진 백제의 후손

아사달을 불렀다. 아사달이 탑에 온 정성을 기울이는 동안 한 해 두 해가 흘렀다.

남편 일이 하루빨리 성취되어 기쁘게 만날 날만을 고대하며 그리움을 달래던

아사녀는 기다리다 못해 불국사로 찾아갔다. 
 

그러나 탑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여자를 들일 수 없다는 금기 때문에 남편을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천리 길을 달려온 아사녀는 남편을 만나려는 뜻을 포기할 수 없어

날마다 불국사문 앞을 서성거리며 먼발치로나마 남편을 보고 싶어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스님이 꾀를 내었다.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그마한 못이 있소.

 지성으로 빈다면 탑 공사가 끝나는 대로 탑의 그림자가 못에 비칠 것이오.

 그러면 남편도 볼 수 있을 것이오." 
 

그 이튿날부터 아사녀는 온종일 못을 들여다보며 탑의 그림자가 비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무심한 수면에는 탑의 그림자가 떠오를 줄 몰랐다.

상심한 아사녀는 고향으로 되돌아갈 기력조차 잃고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못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탑을 완성한 아사달이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그 못으로 한걸음에 달려갔으나

아내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아내를 그리워하며 못 주변을 방황하고 있는데,

아내의 모습이 홀연히 앞산의 바윗돌에 겹쳐지는 것이 아닌가. 
 

아사달은 그 바위에 아내의 모습을 새기기 시작했다.

조각을 마친 아사달은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하나 뒷일은 전해진 바 없다.

후대의 사람들은 이 못을 <영지> 라 부르고 끝내 그림자를 비추지 않은 석가탑을

<무영탑> 이라 하였다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 앞의 삼층석탑

 

   


 

▼천왕문에서 사천왕을 모델로 해병대아저씨가 열심히 찍고 있다.

  해병대의 그 포즈가 더 좋아 계속 그렇게 폼 잡고 있으라 해놓고 도망간다.


 

▼동자승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뜻만 안다면 무척 재미있을 텐데..

  그 속에 담겨진 심오한 진리는 무엇일까?


 

 

         - 감사합니다. 산사랑방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