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66  삼각고지(1,462m)∼형제봉(1,453m)∼벽소령(1,430m)∼음정

 

산 행 일 : 2004년 12월 19일 일요일
산의날씨 : 흐리고 한때 싸락눈
산행횟수 : 지리산 자락 37회차
동 행 인 : 김정수
산행시간 : 7시간 23분 (식사 등 2시간 35분포함)

 

음정. 도로 차단 점 <0:52> 갈림길 <0:17> 옹달샘 <0:21> 삼정산 갈림길 <0:20> 지리 주능선(지
리 13-20) <0:11> 삼각고지 <0:23> 형제봉 <0:37> 벽소령대피소 <0:16> 구 벽소령(작전도로 휘
는 곳) <0:17> 벽소령대피소 <0:33> 갈림길 <0:41>도로 차단 점

 

산행(이정표 상)거리 : 18.4km ⇒ 도로 차단 점 <4.1> 갈림길 <2.5> 지리 주능선 <2.9> 벽소령
대피소 <1.1> 구 벽소령 <1.1> 벽소령대피소 <0.3> 작전도로 <2.3> 갈림길 <4.1> 음정

 

 

                       암봉에서 기회를 포착하여 벽소령대피소와 천왕봉을 촬영했다.

 

가을철 산화경방기간이 끝나고 처음 맞는 휴일, 애초에는 천왕봉에서 백두대간 종주산행 출정식
을 갖는다는 한 산우를 격려해줄 생각이었으나 이미 여원재에서 얼굴을 봤으니 두 달 넘게 같이
산행하지 못한 친구랑 지리산을 찾기로 하였다.

 

마천면 삼정리 음정에서 삼각고지∼형제봉∼벽소령대피소 원점회귀 거리가 만만찮아 친구에게 다
소 무리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2월 화엄사∼임걸령 샘 왕복산행과 뱀사골∼삼도봉∼반야봉∼묘향대∼뱀사골 코스도
소화해내었고 작전도로 구간은 큰 부담이 없을 듯 싶어 성삼재를 넘어 음정으로 달려간다.

 

콘크리트 포장길이 끝난 20여m 전방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생각나 몹시 가파른 급커브 길
을 돌아 오르니 벌써 승용차 2대가 자리 잡았고 최근 새로 만들었는지 색깔이 선명한 차량통행금
지 차단기가 길을 막고 있다.

 

 

                                                    차량통행 차단 점

 

10 : 08 차량이 수없이 오고갔는지 반질반질 다져진 수상쩍은 길을 따른다.
길이 패인 곳도 있었고 낙석주의 구간과 풀과 덤불이 자란 지점도 있었는데 낙석주의 구간 바위
는 자취를 감췄고 길이 넓어졌으며 왼편 계곡 가장자리에는 크고 작은 돌덩이가 쭉 늘여졌다.

 

아니나 다를까?
한전에서 설치한 맨홀 뚜껑이 보이고 어떤 지점에는 한국통신 것도 합세하였다.
대피소 직원들이라고 해서 보다 편한 생활과 함께 문화혜택을 누리지 말라는 법은 없으되 해도
너무했다는 기분이 들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세워놓은 2개씩의 전주는 더 속상하게 만든다.

 

흔히들 지리산을 '어머니 산'이라 부르는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는데 심산유곡과 깊숙한 산허리
까지 포장도로가 파고들었고 공원 경계선까지 카페며 모텔, 식당 등이 무분별하게 지어졌으며 양
수발전을 위한 댐도 만들고 이곳 저곳으로 길을 새로 만들고, 일부 몰지각한 기업체에선 산악훈
련을 한답시고 출입금지 기간에도 5백 명이 넘는 인원을 풀어 훼손에 한 몫 거들고 있으니 산신
령님의 애통한 울부짖음이 노여움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11 : 00 '↑벽소령대피소 2.6km *↓음정 4.1km' 지점.
작은 안내판에 의하면 2.5km를 치고 오른 주능선에서 다시 2.9km를 가야 벽소령대피소에 닿게되
는데, 친구는 벽소령까지 2.6km인 좋은 길을 따르고 싶어하는 눈치다.
이런 때는 간식을 먹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상책이다.

 

 

                                                      산길 들머리

 

11 : 15 별바위등으로 오르는 길은 초입부터 가파르고 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작은 바위로
이뤄졌으며 키 작은 산죽이 수시로 마중하고 죽어서 베어버렸는지 아름드리 나무가 막기도 한다.

 

 

                                   굵은 돌길, 베어버린 아름드리 나무도 있고

 

11 : 32 뜻하지 않은 옹달샘을 발견하고 다가가 보니 비록 가랑잎이 빠지긴 했어도 이 가뭄에 돌
틈에서 나온 깨끗한 물이 졸졸 흘러 한 여름에는 감로수 역할을 하리라 여겨진다.

 

 

                                                감로수가 따로 없을 옹달샘

 

곧 이어 '지리 13-17' 팻말을 지나고 잠시 흙 길이 나타난 가 싶으면 빗물이 타고 내려 절개지 마
냥 움푹 패였고 또 다시 돌길이 이어진다.

 

 

                                                       삼정산 갈림길

 

11 : 53 자꾸 뒤로 쳐지는 친구 때문에 쉬엄쉬엄 걸어 삼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올라서니
사위가 어두워지고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여 적당한 장소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부지런히 걷
자 추위가 한풀 꺾인다.

'지리 13-19' 지점에서는 원경 100여m 밖은 전혀 안보이고 금새 눈 아니면 비가 쏟아질 기세다.

 

 

                                                  주능선 갈림길 안내판

 

12 : 13 ' ← 벽소령대피소 2.9km / 천왕봉 14.3km * ↓음정(하산길) 6.6km' 안내판이 있는 주능
선에 오르면 위치번호가 13에서 01로 바뀌고 현위치는 '지리 01- 23'이다.    
차가운 운무가 얼굴을 쏜살처럼 스치니 가만히 기다리는 것보다 물 맛 좋기로 유명한 연하천 샘
물을 마시고 오면 친구가 상당히 앞서 갈 것으로 생각하고 0.7km 거리에 있는 연하천대피소를
향해 부지런히 가다 이제는 싸락눈까지 내려 뒷봉에서 돌아서고 말았으며 갈림길을 스쳐간다.

 

12 : 27 삼각고지에서 -표지가 없는 곳에서는 대략 짐작할 뿐이다- 전화기를 열어보니 밧데리 충
전을 안해 통화가 쉽게 이뤄지질 않는다.
밧데리를 겨드랑이 속에 넣고 문질러 겨우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삼거리를 지났다"고 한다.
홀로 올라 온 한 분이 배낭에서 겉옷을 꺼내 입은걸 보니 더욱 추워진다.

 

12 45 조금 더 기다렸다 같이 왔어야 했는데 금방 따라오리라 여기고 출발한 것이 잘못이었다.
부지런히 걷자 몸이 더워지고 가끔 내리던 눈도 멈췄으나 역시 바람은 차갑다.
 

 

                                       암봉을 우회하는 나무다리를 통과하고

 

13 : 08 형제봉을 부지런히 넘어간다.
사위를 휘감은 구름이 빠르게 비껴가고 햇빛도 순간 순간 비추면서 동시에 인근이 조망된다.
 

 

                                       형제봉 앞의 고사목도 추위에 떨고

 

13 : 15 다소 바람의지가 되는 거대한 암봉 굴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기로 하고 빈 뱃속을 우선
사과 한 개로 채운 후 암봉을 돌아 작은 바위 위로 조심스럽게 기어오른다.
지나온 능선과 삼정산, 마천 뒤의 백운산과 금대산 그리고 창암산은 잘 보이며 벽소령대피소가
아름답고 구름이 스쳐가기를 기다려 천왕봉도 살펴본다.

 

 

                                     천왕봉 사진은 가운데 암봉에서 촬영한 것이다.


 

                                                  친구를 기다리던 굴 앞


 

                                     육안으로는 삼정산 상무주암도 보였는데

 

반시간을 기다려도 친구 모습이 안 보이자 걱정스러워 형제봉쪽으로 다시 달려가 이름을 크게 불
러도 반응이 없어 다시 전화를 열어보지만 통화는 안되고 애만 태우는데 벨이 울린다.
연결되었다 끊어졌다하는 가운데 겨우 "연하천대피소로 잘 못 가 지금은 다시 갈림길에 도착했
다"는 내용을 알아채고 "벽소령대피소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오라"는 말
을 하고 나니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운동 삼아 가까운 산이나 다니는 친구가 오로지 나만 믿고
나선 산행 길을 보살피지 않은 내가 한없이 미워진다.

 

14 : 05 벽소령대피소를 향해 출발.

 

 

                                                   마당바위를 지난 지점에서
왼쪽 작전도로는 앞의 1,426봉 뒤를 돌아 벽소령 대피소로 이어지며 오른쪽은 덕평봉, 그리고 천
왕봉도 그리 멀지 않다.

 

 

 

                                  행여나 친구 모습이 보일 새라 뒤돌아보고 

 

14 : 35 벽소령대피소에 이르자 삼각고지에서 만났던 이가 "아직 친구를 만나지 못했냐?"며 궁금
해하였고 대 여섯 사람이 음정을 향해 가 버리자 산행객은 둘 뿐이다.
지루한 기다림은 또 시작된다.

 

 

                                             벽소령대피소에서 본 지나온 능선

 

15 : 01 덕평봉은 너무 멀고 구 벽소령이라고 하는 작전도로가 휘어지는 지점까지 다녀오기로 하
고 배낭을 둔체 '낙석주의' 팻말이 곳곳에 있는 위태로운 바위 모서리를 빠르게 지나면서 음정으
로 이어지는 길도 언젠가는 이런 모습으로 변해 보기 싫은 도로가 모습을 잃게 되리라는 희망이
이제는 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음정 도로 차단 점 앞에 '차량통행을 영구적으로 금한다'라는 팻말이 있으나 어찌 장담하겠는가.

 

 

                            구 벽소령으로 이어지는 작전도로는 기능을 상실했다.

 

15 : 17 마음이 착잡한데 "배가 너무 고파서 밥을 먹고 있으니 니도 먹어라"는 전화를 받고 구
벽소령에서 발길을 돌린다.

 

 

                                                       구 벽소령

 

15 : 34 대피소 취사장으로 들어가 의자 없는 식탁이 불편해서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밥을 먹으
니 참 맛이 없다.
한참 후 취사장으로 들어오는 친구를 보니 할 말이 없고 이른 저녁을 짓는 홀로 남은 이로부터
뜨거운 물을 얻어 커피를 타 주면서 "미안하다"고 하자 "연하천대피소를 지나고 높은 봉우리에서
돌아섰다"라고 하는데 모르긴 해도 명선봉까지 갔다온 것 같다.

 

16 : 17 산길이 아니고 도로를 따르므로 어두워지기 전에 음정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오솔길로 들어서 돌밭도 거슬러 도로로 내려서자 '늘보산악회' 방향표시 인쇄물이 질펀한 땅바닥
에 깔려 있다.

7시 반경 출정식을 하고 나서 성삼재까지 갈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버거웠던 모양이나, 어프로치
거리가 7km에 이르니 발빠른 산우는 성삼재까지 갔으리라 여겨진다.
후미가 미쳐 수거하지 못한 종이를 집어 주머니에 넣고 빠르게 내려간다.

 

16 : 50 별바위등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을 지나,
17 : 31 도로 차단 점에 이르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 차 뒤에도 2장의 인쇄물이 있어 그것
도 수거하고 불암산 님과 더불어 함께 한 사람들이 내려갔을 오솔길에서 족적이라도 찾겠다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간 종주 길에 행운이 함께 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