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밤머리재~왕등재~쌍재

1:25,000지형도=생초. 사리

2005년 1월 30일 일요일 흐림(-5.3~0.4도)   일출몰07:30~17:54

코스: 밤머리재10:30<3.3km>왕등재935.8m12:30<4.0km>왕등습지14:30<2.0km>고동재15:30<2.2km>쌍재16:30<2.0km>새터마을17:00

[도상13.5km/ 6시간 반 소요]

지형도 지형도
 

개요: 경상남도 산청군의 삼장면과 금서면의 경계선상에 놓인 지리산 동부지역의 끝머리 왕등재는 왕등습지가 있는 서왕등재(1050m)와 동왕등재(935.8m)로 나뉜다.

지형도에는 두 곳 다 왕등재로 표기를 해서 혼선을 막고자 마니아들 사이에 편의상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980m봉서 본 웅석봉까지의 태극날등 서왕등재서 웅석봉까지의 태극날등
 

신라에 패망한 가락국의 왕이 피신해서 신하들과 함께 토성을 쌓고 살았다는 서왕등재는 지금도 허물어진 석축이 남아있어 전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능선 한가운데로 습지를 이룬 이곳은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탐방객을 위한 답사로도 만들어졌는데 한겨울에도 솟아나는 용천수는 북쪽으론 금서면의 수철계곡으로, 남쪽으론 삼장면 유평계곡의 원류를 이룬다.

왕등습지 왕등재 습지
 

안내문 안내문
 

이번 가는길의 남쪽으로 흘러내린 유평계곡물은 덕천강따라서 진양호로 흘러들어 남강물과 만나서 낙동강이 된다.

북쪽의 방곡계곡물과 수철리의 지막계곡물을 비롯한 골짝물들은 경호강~ 남강따라서 진양호로 흘러들었다가 덕천강물과 함께 뒤섞이면서 낙동강 물줄기 따라 삼랑진을 거쳐서 부산 앞바다로 흘러든다.

도토리봉서 본 덕천강이 흐르는 삼장면 도토리봉서 본 덕천강이 흐르는 삼장면
 

가는길: 중부고속국도 산청 나들목에서 59번 지방도로 밤머리재에서 내리면 서쪽의 도토리봉(897m)고스락까지는 제법 가파르게 치올라야 한다.

그러나 조망이 좋은 고스락에 서면 천왕봉을 정점으로 한 왕등재능선이 동. 서 왕등재를 지그재그로 태극무늬를 그리는 모습이 일목요연하고 바로 뒤에선 웅석봉이 어여 가라 등 밀어부치고 있다.

왕등재능선 뒤로 천왕봉 왕등재능선 뒤로 천왕봉
 

도토리봉서 본 웅석봉 도토리봉서 본 웅석봉
 

동왕등재는 지근 거리로 아주 가까워 보여도 봉우리 네개는 넘어야하고 정상이 가까울수록 남동쪽이 급사면을 이룬 날등을 타게되는데 산길도 투박하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정상에 서면 천왕봉은 더욱 가깝고 가까운 서왕등재가 더 멀어보인다. 북으론 금서면의 왕산. 필봉산 옆으로 경호강변의 산청군 산야가 뚜렷하고 남쪽의 삼장면 일대가 훤하다.

동왕등재서 본 천왕봉 동왕등재서 본 천왕봉
 

동왕등재서 본 가야할 980m봉 동왕등재서 본 가야할  980m봉 
 

동왕등재서 980m봉까지는 뚜렷한 변화가 없고 가끔은 날등을 피해서 상수리나무 무성한 우회로를 한참씩 따르기도 한다.

가는길엔 대원사방면으로의 하산길도 열려있는데 또렷한 윤곽의 대원사 뒤편으론 장대한 치밭목능선이 비둘기봉에서 흘러내려와 삼장천에 발 담그고 있는 그 뒤론 황금능선이 맥을 같이하며 겹쳐보이기도 한다.

대원사와 치밭목능선 대원사와 치밭목능선
 

동. 서왕등재의 중간지점인 980m봉은 약간의 억새가 있는 작은 암봉이어서 앞 뒤로의 조망이 좋다.  

더욱 가까워진 천왕봉의 모습하며 하봉 쑥밭재를 경유하여 서 왕등재까지의 지리주능은 더욱 친근감으로 와 닿고 뒤돌아보면 동왕등재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며 웅석봉으로 내닫는 날등속에 밤머리재는 묻히고 없다.

980m봉서 본 천왕봉 980m봉서 본 천왕봉
 

980m봉서 본 쑥밭재 980m봉서 본 쑥밭재
 

관목림과 송림, 산죽과 떡갈나무지역을 번갈아가며 서왕등재 올라가는 등산로 오른쪽 금서면은 급경사를 이루지만 산길은 유순하다.

그러다 서왕등재에 서면 진행방향 바로 맞은편의 왕등습지에서 하봉으로 향하는 주능선 말고도 북북서 방면의 왕산. 필봉방면으로 지능선하나 뚜렷하게 살아나가고 있어 호기심을 부추긴다.

 유평계곡뒤로 치밭목능선 유평계곡뒤로 치밭목능선 
 

이번 코스의 핵심포인트 왕등재습지에서 쌍재까지의 도상거리6km에 달하는 왕등재북북동능 가는길은 초입을 잘 찾아야 한다.

확실한 방법은 왕등재습지 안내문이있는 곳으로 내려서지 말고 곧장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날등타고 가면 된다.

그러나, 왕등재습지로 내려서면 습지를 한 바퀴 빙 돌아나가는 이 곳의 지형적인 특성으로 악천후일 경우엔 주능선길도 놓치기 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서왕등재서 본 왕산 필봉 서왕등재서 본 왕산 필봉
 

왕등재습지에선 40도방향으로 진입하면 틀림없고 십여분 내려서면 990m봉 오름길에서 직등길과 왼쪽 우회로로 나뉜다. 이 때에는 반드시 직등길을 따라야 한다.

산죽속의 왼쪽 우회로가 수월해보여서 그리 진입하기 쉬운데 그 길은 예상과는 달리 방곡마을길이어서 990m봉으로 올라가려면 한참 우회를 해야한다.

990m봉 하산길의 암릉지대
   990m봉 하산길의 암릉지대
 

990m봉 이후론 날등을 따라도 산길은 전혀없다. 암릉지역이 길게 이어지고 관목수림이 무성하긴 해도 산행길의 천적 청미래라든가 가시나무 종류가 없어 하산길은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차량통행이 가능한 비포장도로 고동재에 내려서면 왕산. 필봉산등산로 안내도와 [왕산3.7km /오봉]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새봉~상내봉
      새봉~상내봉
 

고동재에선 임도만 따르면 수월하게 수철마을 혹은 반대편의 오봉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쌍재를 가려면 암봉의 601.3m봉을 넘어야 하는데 정상에는 지형도상의 삼각점이 없다.

유순하기만 한 625m봉은 억새초원지대로 단칸살이 산불감시초소가 있지만 지키는 이 없고 이후론 임도를 만나면서 수월하게 쌍재에 도착할 수 있다.

625m봉서 본 990m봉
   625m봉서 본 990m봉
 

 625봉서 본 동왕등재
  625m봉서 본 동왕등재
 

[왕산1.5km/고동재2.2km]이정표가 있는 쌍재에선 차라리 왕산으로 올라 구형왕릉으로 하산하는 편이 산행의 묘미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새터마을 가는길은 고령터채취장 산복도로가 어지럽게 이어져 식상하기 쉬우므로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곧장 대밭골로 빠져서 계곡따라 내려오면 한결 수월하다.

하산지점 새터마을 하산지점 새터마을
 

마지막 하산길에서 본 출발점 밤머리재
   마지막 하산길에서 본 출발점 밤머리재
 

산행후기: 근 4년여만에 다시찾은 왕등재능선은 그동안 제법 변했다. 산길도 넓어졌고 수없이 팔랑거리는 리번에서 참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구나 하는 걸 느끼겠다.

도토리가 길바닥에 질펀해서 자주 미끄러지던 그 길을 오늘은 쌓인 눈에 자주 미끄러지면서 도토리봉에 올라서자 천왕봉을 중심축으로 산청군의 모든 산야들이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도토리봉을 향하여 도토리봉을 향하여
 

힘들여 동왕등재로 올라보니 쌓인 눈에 삼각점은 찾을길 없지만 대원사계곡을 사이로 한 치밭목능선이 길게 드리워져 지난 여름 저 능선에서의 즐거웁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지리산의 그 수많은 지능선 중에서 으뜸을 뽑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저 능선을 추천할 것이다. 왜 좋은지는 가 봐야 알겠지만 아무나 흉내를 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평탄한 우회로 평탄한 우회로
 

아무리 육산이라곤 해도 심설이 쌓인 주능선길과 전인미답코스를 탐방하는 오늘의 전코스를 산행대장은 소요시간 여섯시간으로 잡아놓았다.
계획은 항상 후미 기준으로 삼아야하고 더군다나 지리산은 어느 지역을 탐방하더래도 최소한 일곱시간은 잡아줘야 하는데, 좀 무리한 감이 없지않나싶어 일행들보다 앞서가기 시작한다.

끈질긴 활엽수 끈질긴 활엽수 
 

왕등재습지에 도착하고 보니 발자국은 여러갈레로 흩어졌다. 재작년 여름에 수철마을에서 계곡타고 올라와 방곡으로 하산한 적이 있었지만 오늘 보니 그 모습이 사뭇 새롭다.

전에는 없었던 방갈로처럼 생긴 생태답사로가 생겼고 안내문도 내걸려서 한 바퀴 휘돌아보다가, 한겨울에도 이곳의 용천수는 도랑을 타고 물이 흘러내려가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왕등재습지 도랑 왕등재습지 도랑
 

선두팀이 러쎌로 다져놓은 서왕등재 북북동릉으로 접어들자 990m봉을 앞둔 갈레길에서 얕은생각에 우회로 산죽속으로 발길 들이밀었더니 웬 걸, 이길은 서서히 방곡마을쪽으로의 지능선을 타는게 아닌가!

급히 서둘러 990m봉으로 올라서는덴 성공했지만 우회로 아닌 우회로 때문에 한동안 우회를 해야만 했다.

990m봉 하산길 990m봉 하산길 
 

선두팀이 앞서가긴했어도 990m봉이후의 하산길은 녹음이 무성한 여름철이라면 도저히 뚫고나갈 수 없을 정도의 빼곡한 정글지역이다.

뺨과 귀를 원없이 두들겨맞은 이길엔 다행스럽게도 가시나무종류는 없었고 암릉지역에서의 조망도 그런대로 좋아서 길 양편의 방곡마을과 수철마을은 물론 하봉으로 향하는 새봉도 뚜렷했다.

쌍재를 향하여... 쌍재를 향하여...
 

고동재에 도착하자 함께하던 일행들은 임도따라 내려가겠단다. 나중에사 알았지만 오늘 참석 과반수가 넘는 숫자가 모두 여기서 단축코스로 빠진걸로 봐서 나의 예상은 적중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쌍재까진 가야한다. 중도에 세명이 따라붙더니 사진 몇장 찍는새 나보다 훨씬 앞에 가고 있다.

후반부의 오솔길    후반부의 오솔길
 

쌍재에 도착해 임도따라 걷다간 끝도 없겠다. 안되겠다싶어 막무가내로 대밭골로 빠져들고보니  밤밭에서 마을길은 잘 이어지고 있다.

종점에 도착했으나 앞선이들이 보이질 않아 아마 임도따라 갔나보다 싶어 버스를 수철마을로 향하게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제서야 그들은 터벅터벅 잔뜩 볼멘 얼굴로 내려오고 있다.

미로같은 임도 미로같은 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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