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최악산(697m) 넘어 공룡타고 동악산(735m) 까지

▲ 산행일 : 2005. 1. 29(토). 짙은 안개 속 싸락눈.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삼기면 괴소리 (09:00)

  ☞ 최악산 정상 (10:30~10:40. 697m)

  ☞ 형제봉 서봉(일명 대장봉) (11:10~11:25. 약720m) 

  ☞ 형제봉 동봉 (11:43~12:10. 약735m) 

  ☞ 길상암 갈림길 (12:34) 

  ☞ 청류동계곡 (13:27)

  ☞ 배넘어재 (13:59~14:03. 약510m)

  ☞ 동악산 (15:18. 735m)

  ☞ 도림사, 배넘어재 갈림길 (16:10)

  ☞ 도림사 (16:43~16:47)

▲ 총 산행시간 : 7 시간 47분

▲ 산행지도

 지도상의 형제봉은 대장봉(형제봉 서봉)이고 고도는 655.6m가 아니고 약 720m이다. 가장 굵은 고딕체 곡과 성자 위의 봉우리가 형제봉 동봉(약735m)이다.

▲ 산행기

  이미 도림사에 차를 한대 갖다놓고 곡성 나들목에서 기다리고 계신 공명님과 백운산님을 만나 괴소리 마을로 두 대의 차는 올라간다. 마을의 오른쪽으로 돌아올라 비포장도로가 시작되는 곳에 차를 주차한 후 임도 비슷한 넓은 길을 따라 세 명의 산님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올라가지만 그 좋은 길은 무덤에서 그 명을 다한다.

  무덤의 왼쪽에 희미한 길이 보이기에 무작정 올라가지만 그 길은 점점 희미해져서 나중에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오른쪽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는 게 낫겠기에 능선으로 올라서보니 아주 희미하게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보인다.

산행 들머리. 이길로 오르면 중간에 길이 없어진다. 왼쪽에 보이는 수려한 산은 반월산으로 보인다. 저 능선으로 올라야 최악산을 제대로 감상할것으로 생각됨.

  왼쪽의 보이는 산줄기가 제법 볼만한데 안개가 오락가락해서 잘 보이질 않는다. 한 참을 올라가니 지난주에 올라왔던 능선과 만난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뚜렷하지만 며칠 전에 눈이 와서 그런지 지난주 일요일에 오르내렸던 내 발자국이 잘 보이질 않는다.

  680봉을 지나 최악산 정상에 올라 주변의 풍광에 빠져든다.

                                    최악산 오르다가 바라 본 안개에 휩싸인 통명산

                                                        저기가 최악산 정상

                                                              힘 좋다.

                                           최악산 정상에서 바라 본 북쪽 능선.

                                                          최악산 북쪽 능선

  능선을 따라 가는데 싸락눈이 내리고 안개가 짙게 드리우기 시작한다. 대장봉에 올라 잠시 간식을 먹고 형제봉으로 발길을 돌린다. 형제봉 오르는 길은 빙판길이라 대단히 미끄러워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오른다. 지난주부터 착용하기 시작한 아이젠이 탈 부착이 무척 간편(착용하는데 1분도 안 걸림. 아이들 인라인 스케이트처럼 버클식)해서 마음에 속 든다. 다만 내리막에선 앞쪽 버클이 계속 조여져서 발이 아파오는 단점이 있다.

                                                                   대장봉

                                       대장봉과 형제봉 중간에 있는 안부 오거리

                                형제봉(동봉) 정상. 짙은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형제봉에서 바람을 피해 자리를 잡고앉아 점심을 먹는데, 이번에는 백운산님이 특식 콩나물국을 끓여 오셔서 따끈한 국에 말아먹으니 그 맛이 최고다. 정상에서 콩나물국이라... 기막힌 발상이다.

  부처바위쪽으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은 급경사에 빙판구간이 많아 매우 위험한데, 백운산님은 아이젠을 아예 착용하지도 않고 잘도 내려간다. 나 같으면 여러 번 넘어졌을 것인데, 균형감각을 천부적으로 타고 난 모양이다. 체조선수로 나갔더라면 대성했을 것이다.

그 뒤로 산행 끝날 때까지 백운산님은 줄곧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았고, 한 번도 넘어지는걸 보지 못했다.

                          형제봉에서 바라 본 부채바위(삼인산님이 칭하는 일명 족발바위)

  부채바위를 지나 길상암 갈림길에서 공룡능선으로 직진을 한다. 안개 속에 조망은 거의 제로상태인데도 어렴풋이 보이는 공룡의 능선은 우리를 감탄시키기에 충분하였다. 특별히 위험한 구간은 없었다. 안개 속에서도 공명님은 사진 찍기에 바빠 항상 맨 뒤에 처져있다.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는 것 만 같다.

                                             길상암(오른쪽)과 공룡능선가는 갈림길

                                                    공룡능선에서의 백운산님

                                              공룡능선 중간쯤의 한 봉우리

                                                         가야할 공룡능선

                                                          공룡능선의 끝자락

  공룡능선이 끝날 무렵 갑자기 천길 낭떠러지가 앞을 가로 막는다.

왼쪽으로 내려서니 거의 수직에 가까운 급경사 하산길이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우릴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와이어 줄이 있어서 내려가는데는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맨 앞에 그의 전공인 수직벽 줄타기의 달인 공명님(해병대출신)이 순식간에 내려가시고,

중간에 내가 엉금엉금 내려가는데, 갑자기 위에서 내려오시던 백운산님이 줄도 안 잡고 아이젠도 안 찬 상태에서 거의 수직에 가까운 길을 펄쩍 펄쩍 뛰어서 내려가더니 금세  저 아래 너덜지대에 내려선다.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산신령이 환생을 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데, 겁이 없는 건지, 아니면 천부적으로 균형감각을 타고 난 것인지 참으로 대단한 산꾼이다. 내가 지금까지 겪어보았던 산님 중에 아마 최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수직 하산길을 내려가려하고 있는 공명님.

                         바람처럼 날아가는 두 분을 따라 가느라 오늘 온종일 죽는줄 알았다.

  너덜지대를 지나니 청류동 계곡이다. 계곡을 가로질러 오르니 배넘어재와 도림사로 가는 길이 나온다. 여기서 배넘어재로 올라 동악산 정상으로 가자는 두 분의 의견에 “어휴! 그만 내려갔으면 좋겠네.” 하면서도 따라간다.

어제 백운산도 만만찮은 산행이었는데, 그 피로가 가시기도 전에 오늘 너무 무리를 하는 게 아닌가, 이러다가 몸살 나지.

                                                       배넘어재 오르다가

  그다지 급하지 않은 길을 오르니 배넘어재에 이른다. 동악산 정상을 향해 다시 힘든 산행이 시작된다. 두 고수는 저만치 앞서가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작은 암봉을 왼쪽으로 돌아 계단에 오르니 다른 산님들이 뒤따라온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런 악천후(강풍, 싸락눈, 안개)에 장비도 갖추지 않고, 저러다가 조난사고가 나는 것인데, 너무 산을 가볍게 보는 것 같아 충고 한 마디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서 하질 못한다.

그들은 점심도 안 먹고, 게다가 한 분은 청바지에 운동화, 모두들 아이젠착용하지 않고...

                                                               배넘어재

                                                               모진 풍상

                                               우리 뒤를 따라오던 다른 산님들

                                                        뒤돌아 본 능선길

                                                          저기가 동악산 정상

  작년까지 있었던 정상에 있던 허영호 대장의 등반 기념석이 보이질 않는다. 누가 치웠을까? 정상석도 위치가 바뀌어 있다. 하산 길에 서서히 날이 개이기 시작한다.

                                                               동악산 정상

                                    하산 길에 되돌아 본 멀리 형제봉과 가운데 공룡능선.

                                                                신선바위

                                     배넘어재(오른쪽)와 도림사(왼쪽)로 가는 갈림길

                                                            청류동 계곡

                                                             암반위의 옛글

                                                             스님과 도림사

  도림사 계곡의 너른 암반에는 무슨 글씨가 그리도 많이 새겨져 있는지, 무식해서 해석도 제대로 안되니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옛 선비들은 자랑삼아 새겼을 것인데, 나같이 무식한 놈에겐 공해로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낙서로 보이기까지 하니 일단 인간은 배우고 볼일이다.

                                도림사 아래 계곡에 있는 바위. 분명 고인돌이었다.

                                                                   무릉반석

                              반석위의 옛글

                                                              단심대라...

                                                                                                  서산강론이라...

부자의 시도 있고..., 하지만 한글로 된 시는 어이해 한 수도 없는지...

                                                             저 아래 공명님이...

                                     무릉반석. 여름에는 저위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공명님의 차를 타고 차를 회수하러 괴소리로 되돌아간다.

차 문을 열려고 열쇠를 찾아보니 없다. 내 옷에도 없고 배낭 안에도 없다. 이상하다. 중간에 잃어버렸나? 난감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요새 산만 타면 하나씩 잃어버리니 시산제고사라도 한 번 지내야할까보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환하게 밝아진다.

아하!

조끼 안주머니에 넣어두고서 바깥 주머니들만 몇 번을 찾았으니 나올 턱이 있나.

백운산 왈

“형님 요새 왜그려어~?”

“너도 내 나이 먹어봐라.”

“형님 5년 전에도 그랬잖아.”

공명

“푸하하~~~.”

히어리

‘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