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바라산-청계산 연속 산행기

 

                                         *산행일자:2005.1.30일
                                         *소재지  :경기 의왕/성남/과천/서울서초
                                         *산높이  :백운산567미터/바라산418미터/청계산618미터
                                         *산행코스:의왕고개-백운산-바라산-청계산-양재화물터미널
                                         *산행시간:9시45분-18시7분(8시간22분)

 

어제는 경기도의 백운산에서 청계산을 잇는 능선을 따라 저 혼자서 8시간 남짓하게 걸었습니다.

정월 초하루 날 백운산에서 광교산을 거쳐 수원의 경기대로 이어지는 능선을 종주했고, 이번에는 그 반대방향으로 백운산에서

청계산을 거쳐 양재의 화물터미널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뛰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벌써부터 별러온 경기대-광교산-백운산-바라산-

청계산-화물터미널의 전구간 종주를 어제야 비로소 마무리지었습니다.

 

아침 9시 45분 의왕의 고개 마루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큰아들이 과천 집에서 백운저수지-고천 간 지방도로와 백운산-모락산 산길이 만나는  이 고개까지 차를 태워주어 편하게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들머리에 들어섰는데 하루 전에 내린 눈이 산길을 덮어 먼저 오른 분들이 남긴 흔적이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들머리에 들어서 20분 남짓 걸어 다다른 공동묘지는 한 열흘후면 구정성묘로 엄청 붐비겠지만 어제는 아무도 찾는 사림이 없어

쓸쓸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아 햇살만은 가득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10시53분 해발567미터의 백운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오매기 고개를 지나 정상 도착 10여분간은 된비알의 미끄러운 눈길이어서 지난 번 보다 훨씬 어렵게 올랐습니다. 정상에 올라서자

쾌청한 날씨에 백운사에서 불어 올라오는 골바람이 차가와 겨울 특유의 냉랭함을 맛 볼 수 있었고 먼발치에 자리잡은 청계산의

망경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이 한 눈에 들어와 보기에 시원했습니다. 해지기 전에 저 망경봉을 거쳐 화물터미널에 다다르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아 커피를 마시고 곧 바로 바라산으로 출발했습니다. 백운산에서 북쪽으로 쭉 뻗은 능선을 따라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아이젠의 도움으로 조심스럽게 걸어 내려와 정상 출발 30여분 후에 고분재에 내려섰습니다. 백운저수지의 냉기를
실어 올리는 골바람으로  고분재에서 바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걷는 동안 흘린 땀을 식혔습니다..

 

11시54분 해발428미터의 바라산 정상에서 물을 마시며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정상에는 표지석이나 표지목 대신에 새안양등산동우회에서  산 이름과 산 높이를 적어놓은  안내판을 나무에 걸어 놓아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정상에서 바라재까지도 급경사의 내리막길이었습니다. 바라재 역시 고분재와 마찬가지로 백운

저수지에서 고기리로 넘아가는 고개마루입니다. 옛 날에는 학의동의 백운저수지와 고기리를 잇는 고개를 둘씩이나 낸 것으로 보아

이 두마을간에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시45분 425봉을 지났습니다.
425봉 직전의 400봉에 올라서자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이 길에 도가 튼 어느 산객이 잘못 안내된 길의 방향을 바로잡아 놓아

시 당국의 무성의한 길 안내를 질타하는 듯 싶었습니다. 400봉에서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철조망 옆으로 난 길을 따라 5-6분을

걸어 425봉에 다다랐습니다. 425봉에서 KBS중계소가 세워진 369봉까지의 능선 길은 그리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편안한

길이어서 걸으면서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었습니다.

 

13시13분 369봉에서 철조망을 넘어 하오개고개로 내려가는 지름길로 들어섰습니다.
몇 번이고 아이젠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분들의 산행기에 이 하산길이 경사가 매우 급하다고 되어 있어 참아 왔는데

그리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사가 급하고 눈길이 미끄러워 하오개 고개에 내려서기까지 정말 애를 먹었습니다.

하오개 고개에 내려서 아이젠을 풀고 자동차전용 국도를 무단 횡단하여 청계산 들머리로 들어서 약 4시간 동안의 백운산-바라산

산행을 마쳤습니다. 하오고개를 관통하는 3개의 차도 중 고속도로만이 굴속으로 나있고 나머지는 산허리를 잘라 낸 길이어서 이

길들이 개통된 날부터 분단의 슬픔을 감내해 왔을 바라산과 청계사의 산짐승들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3시 40분 하오개고개에서 청계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산행 시작 5분 후 다다른 공동묘지에서 짐을 풀고 점심을 꺼내 들었습니다. 빵과 떡으로 원기를 되찾고 따끈한 커피로 몸을 데운 후

공동묘지를 출발했습니다. 묘지 출발 20분 후에 청계동에서 올라오는 산길인 운중동 능선을 392봉에서 만나 오른 쪽으로 난 길을

잡아 쉬지 않고 국사봉으로 전진했습니다. 청계산으로 들어서자 산객들이 급작스레 많아져 일일이 인사를 나누기가 번거롭게 느껴

졌습니다.

 

14시41분 해발 540미터의 청계산 국사봉에 올라섰습니다.
392봉에서 국사봉에 오르는 오르막길이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해안에 이 산을 완전히 빠져나가고자 서둘러 국사봉을 출발해

석기봉으로 향했습니다. 이조 명신 정창손의 생명을 두 번이나 지켜주었다는 이수봉을 지나 석기봉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에서

막걸리 한잔을 사들어 목을 추겼습니다. 겨울철에는 맥주 한 캔씩 배낭에 넣고 다녀 정상주로 마셨는데 이번에는 미쳐 준비를 못해

막걸리로 대신했습니다.

 

16시 정각에 해발 608미터의 석기봉에 올라섰습니다.
청계산 최고봉인 해발 618미터의 망경대는 군부대가 점하고 있어 민간인의 출입이 불가능하기에 옆자리의 석기봉을 오르는 것으로

가름하곤 합니다. 2003년 11월  석기봉-혈읍재간의 아기자기한 코스를 함께 오른 서울대 AFB 산악회원들은 청계산을 그제 올랐는데

저는 사정상 같이하지 못하고 어제 혼자서 오르내렸습니다.

 

16시 40분 해발 583미터의 매봉에 올랐습니다.
매봉에 당도하니 과천시가 한눈에 들어와 어둡기 전에 산행을 마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매봉은 숱하게 많이

올라온 터라 오래 머무를 일이 없어 물 한 모금 마시고 바로 옥녀봉으로 출발했습니다. 계단 길을 따라 부지런히 내려가 원터골로

빠지는 원터고개에서 다시 오름 길을 밟아 옥녀봉으로 내 달렸습니다.

 

17시 20분 해발 375미터의 옥녀봉에서 떡 한 조각을 꺼내 들었습니다.
옥녀봉 조금 못 미쳐 시야가 탁 트인 전망 좋은 곳에서 까마득히 멀리보이는 백운산과 하루 내내 밟아온 능선들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옥녀봉에 오르자 박새로 보이는 아주 작은 귀여운 새들이 모이를 찾고자 땅위를 날아 다녔으나 건네 줄 모이를 준비하지 않아 안타깝고 미안했습니다. 해넘이로 서쪽 하늘이 조금 붉게 물들었는데 그제 다녀온 임진강변의 자유로에서 관조한 낙조에 비할

바가 못 되었습니다.

 

18시7분 옥녀봉 출발 40분만에 화물터미널에 도착하여 8시간 남짓한 하루 산행을 마무리졌습니다.

옥녀봉에서 화물터미널로 서둘러 하산하느라 서초구에서 공들인 길들을 그냥 스쳐 지나가 아쉬웠습니다. 잣나무 숲에 이르러 헤드

랜턴을 켰습니다만 청계산을 완전히 빠져 나오기 까지 어둠이 짙게 깔리지 않아 어렵지 않게 산행을 마쳤습니다., 화물터미널의

날머리로 청계산을 빠져나와 버스를 타기까지 한 5분사이에 사방이 캄캄해져 서두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산행에서는 나지막한 재들을 많이 오르내렸습니다.
어제 오른 산들은 고산이 아니어서 고개들도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오매기 고개, 고분재, 바라재, 혈읍재와 원터고개는 백두대간의

준령과는 달리 낮은 고개마루여서 우리의 선조들이 넘나든 체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산의 준령은 주로 군사목적 상 낸 것이기에

이 고개를 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을 것이지만, 사람들과 함께 온갖 풍문도 같이 넘었을 나지막한 재들은 이 동네 저 동네를 잇는

소통의 길이기에 정감가는 우리의 고개 길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이 재들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옮겨 담았고 또 이렇게 산행기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