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님)과의 송별산행을 위한 매봉 코스 악천후 속 사전답사

 

Mt. 0506   백운산 매봉(865.3m)
 
산 행 일 : 2005년 1월 29일 토요일
산의날씨 : 흐리고 한때 싸락눈, 강풍
산행횟수 : 백운산 21회차
동 행 인 : 부부산행
산행시간 : 4시간 20분(식사 14분포함)

 

백운산밸리 주차장 <0:14> 도로 끝 <0:14> 큰 바위(집터 흔적) <0:35> 지계곡 <0:26> 호남정맥
능선 삼거리 <0:38  왔다갔다 17분포함> 1,048봉 <0:23> 827봉 <0:22> 매봉 <0:10> 고사리 갈
림길 <0:12> 매봉 윗봉 <0:24> 임도 종점 <0:23> 유성민박 위 도로 <0:05> 주차장

 

* 참고 : 백운산 상봉 ∼ 매봉은 도상거리 3.3km임.

 

 

                                      내회교를 건넌 오른쪽 길가에 세워진 등산안내도

 

지난 1월 2일 한산 남도가족 산행시 2월 중순에 서울로 완전 이주하는 백운산 님(신동대)과의 송
별산행 계획을 논의한바 2월 6일 진짜 백운산을 목적지로 결정했었다.
흔히들 찾는 옥룡쪽에서 가벼운 산행을 하려고 했으나 멀리 안산에서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1,500
산 김정길 님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그 분의 미답산인 매봉 코스를 미리 고지하고 사전 답사
를 한다는 것이 늦어지고 말았다.

 

 

                                                    매봉코스 구간도

 

기온이 뚝 떨어지고 오후 일기가 사납겠다는 보도가 있으나 더 미룰 수 없어 아내랑 둘이 집을
나서 2번 국도를 따라 진상 소재지를 지나고 수어댐 쪽으로 진입하여 억불봉 코스가 있는 구황을
스쳐 골짜기를 타고 오르는 길이 말끔하게 포장되었으며 민박 촌을 거슬러 가는데 관광버스 한
대가 뒤 따라 온다.

 

도로가 넓은 지점에 주차한 버스에서 내리는 산행 객에게 매봉 코스를 물어보니 잘 모르고 복사
한 안내도를 펼쳐 보이며 "계곡을 타고 정상에 오른 뒤 신선대쪽으로 하산할 것"이라고 해서 약
200m가량 더 진행하자 백운산밸리 족구장 겸 주차장인 넓은 공터가 나온다.
- 2번 국도에서 15km 거리 -

 

            

 

                                             주차장을 나서 본 노거수

 

10 : 10 주차장을 나서 매봉으로 오르는 길이 보이길 고대하며 포장도로를 향해 오르다 오른쪽
산자락에서 고로쇠 물 채취 준비를 하고 있는 나이 많은 부부에게 매봉 코스를 묻자 "마을에서
올라야 하는데 길을 잘 못 들었다"라고 하는데 되돌아서기가 싫다.
내 계획은 매봉으로 올라 정상을 둘러본 뒤 계곡을 따라 내려오고 송별산행은 거꾸로 계곡으로
정상에 오른 후 지리산을 조망하며 매봉 쪽으로 내려서려고 했었는데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넓은 길이 끝나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10 : 24 포장길이 끝나고 비포장 길을 조금 가니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좌우로 길이 갈린다.
계곡을 건넌 곳에는 표지기가 없고 표지기들이 매달린 오른쪽 길을 따른다.
계곡 건너편은 음달이라 눈이 수북히 쌓였으나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은 잔설만 남았고 바위 지대
를 지나면 키 작은 산죽 길이 교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10 : 38 커다란 바위, 옆에는 움막 터로 여겨지는 것이 있다.
잠시 후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 한 남자와 다섯 여인들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우리를 바라보
는 시선들이 곱지 않다.
"고로쇠 물 채취 준비작업을 하러 가는 중" 이라는 남자가 "이 지역은 2월 1일부터 입산금지다"
라고 해서 "아직 봄철 산화경방 기간이 아닌데 어찌 그러느냐?"고 되묻자 젊은 여인 왈 "고로쇠
물을 훔쳐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계획을 바꿔야겠네요?"
그들과 거리가 멀어지자 아내가 하는 말에 동감이다.
괜히 시비에 휩싸일 필요가 없으며 자칫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진틀에서 시작하자고 해야겠어. 다들 이해하겠지 뭐" 

 

11 : 05 지대가 높아질수록 산죽 밑에 눈이 많아 바위들이 있는 곳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단체 산행객들은 계곡을 건넌 길로 가버렸는지 소식이 없다.
낙엽이 수북한 길을 따르면 계곡이 Y형으로 갈리고 이내 계곡을 좌우로 낀 능선으로 치닫는다.
눈이 길을 덮어 버렸고 능선으로 몰린 눈은 발목까지 빠진다.  

 

 

                                                        눈 쌓인 능선

 

11 : 30 길이 왼쪽 계곡과 오른쪽 능선으로 나뉜 곳에서 사면을 타고 진행하는데 희미해지고 상
태도 나빠 다시 능선으로 오르자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고 강풍이 몰아친다.

 

11 : 39 능선 삼거리는 몸을 가누기가 어려울 정도이고 사면에서 바람에 쫓겨 능선으로 올라 이
룬 설벽은 발을 헛디디면 허벅지까지 푹 빠진다.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려 가면서 방향이 이상해 나침반을 보니 동북 방향이다.

 

정상 남쪽 능선으로 올랐다면 북쪽으로 가야만 하는데 억불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아닌 매봉
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길로 오르고 만 것 같다.

앞이 보여야 지형지물을 이용할텐데 싸라기눈이 뺨은 물론 눈(目)까지 두들겨 패니 정신이 하나
도 없고 와중에 정상을 향해 간답시고 뒤돌아 섰으나 아쉬워도 포기하는 것이 상책일 듯 싶다.

 

 

                                           상봉을 향해 가다 포기해야만 했다.

 

11 : 56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 와 조금이나마 바람 의지가 되는 곳에서 스패치를 꺼내 아내에게
채어주려고 하니 "당신이 착용하고 러셀해라"며 고집을 피운다.
근래 힘들어하는 아내를 생각한답시고 나 혼자만 배낭을 챙기느라 스패치도 빠트린 것이다.
칼바람을 맞은 손이 시리다못해 깨질 것 같은 고통을 안겨준다.

 

12 : 17 눈밭에 굴러도 큰 상처는 없으리란 생각에 빠르게 걸어 헬기장 같기도 한 작은 공터를
이룬 1,046봉을 지난다.
온 세상을 날려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괴성을 내지르며 난리치는 바람에 날린 살짝 언 눈가루까
지 온 몸을 강타하고 춤을 추는 나목 가지에 두들겨 맞기도 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매봉을 향해 가는 길에서
 
12 : 34 안부로 내려섰다.
그래도 언덕빼기보다는 낫다.
12 : 40 그러나 지체하지 않고 827봉을 넘어 간다.
     
13 : 02 능선 분기봉에서 2분을 더 가자 '하동42 1985재설' 삼각점이 박힌 매봉에 이르렀는데 삼
각점의 글씨를 4211로 봐야하는지 어쩐지 이상하다.

 

 

                                           매봉 삼각점은 눈속에 묻히지 안했다.

 

지형도에 매봉에서 내회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안보여 잡목을 헤치고 내려간 바람의지에
서 아내가 라면을 끓이는 사이에 길을 찾으려고 더 내려가자 누군가가 코팅해서 매달아 놓은
A-4 용지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어 살펴보니 '↖ 고사리 * ↓ 매봉 * ↗ 천황재'라고 적혀있다.

 

일단 점심밥을 먹고 매봉 앞 봉우리로 가서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거기에도 길이 없으면 상당히
먼 도로를 따르는 한이 있더라도 뚜렷한 길이 있을 천황재로 가는 수밖에 없다.
불어터지기 일보 직전의 라면을 게 눈 감추듯 하고 커피도 타 보지만 금새 식어버리니 움직여서
체온 강하를 막아야겠다.

 

앞봉으로 뛰어 가 주변을 돌아보지만 길이 없다.
그런데 분명히 능선이 분기하고 있어 잡목을 헤쳐 나아가자 '부산대학교 2기 범죄예방전문화과정'
이라 쓰인 노랑 리본이 떨어져 나갈 듯 몸부림친다.

 

13 : 38 강찬 바람을 피하고 있는 아내를 불러 능선길로 들어서니 비교적 뚜렷한 산길이 우리를
인도한다.
참나무 사이를 비집기도 하면 지루해하지 말라고 바윗길이 더러 나온다.
길이 희미하거나 헷갈리는 지점엔 앞의 표지기가 있으니 염려되지 않는다.

 

14 : 02 임도 종점 앞에 이르렀다.
임도는 거들떠보지 않고 산길로 들어서 한동안 가는데 표지기가 없다.
당연히 길도 자취를 감춰버렸다.
다행히 가시덤불이 방해하지 않으니 그런 대로 진행할만하다.

 

'길을 잃었을 때 하산중이라면 계곡을 따르라'는 말대로 골짜기를 따르니 허방과 흔들거리는 돌을
덮어버린 낙엽이 신경 쓰이게 한다.

저지대로 내려오자 바람소리가 잦아들고 시계도 넓어진다.
오른쪽으로 청색 지붕 건물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솔밭을 통과한다.
민박 집과 도로가 가깝게 보이는 절개지를 타고 내려간다.

 

 

                                      청색 지붕집 앞 절개지. 시계가 넓어졌다.

 

14 : 25 물 흐르는 계곡 바위들을 건너 뛰어 밑 부분이 아치형으로 멋들어지게 만들어진 다리 오
른쪽으로 올라서니 백운산밸리가 지척이다.

 

14 : 30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주차장에 이르자 승용차 한 대가 노거수 방향으로 진행하더니 차
를 돌려 내려가 버린다.

 

 

                                                   내회교 - 귀가 길에

 

여름철이면 어치 계곡을 찾는 이들이 많다.
내가 처음 계획했던 대로 매봉에서 정상에 오른 후 억불봉 방향으로 조금만 진행하면 나오는 갈
림길에서 계곡을 끼고 내려오다 땀이라도 씻으면 참 좋겠고 역으로 지리산을 마주보고 내려와도
어느 코스에 뒤지지 않을 매우 훌륭한 코스임이 분명할 것 같다.
또한 주차장 조금 위에 있는 송어장에서 회와 매운탕을 곁들인 식사를 하면 금상첨화일 테고-

 

내회마을을 벗어나 수어댐을 돌아가는 길엔 산에서는 눈이었던 것이 빗방울로 변했고 만족스럽지
못하나 현장답사를 마치고 나니 홀가분하다.
이제 남도 가족 분들에게 오늘 보고 느낀 것을 알리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