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목요일), 8시 50분에 집을 나서서 전철을 타고 마천역 1번 출구를 나오니 10시 15분. 버스 종점과 비호부대 사이의 길로 들어가서 나오는 첫번째 삼거리에서 연주봉옹성으로 가는 능선길을 타기 위해 좌측으로 꺾어진다. 직진하면 서문으로 오르는 길이다. 전철 출구에서 20분 쯤 걸으니 성불사가 나오고 성불사 정문을 지나면 바로 오늘의 남한산 들머리이다. 들머리에서 스틱을 편다.

 들머리에서 칠팔분 쯤 걸으면 쌍바위약수터가 나오고 등로를 구불구불 오르게 된다. 얼어 붙은 개울을 건너 좀 더 올라가면 조망이 툭 트이는 시원한 능선길을 밟게 된다. 산불감시초소와 연주봉옹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11시 45분 경 나무벤취 두 개가 설치된 봉우리에 닿는다. 5분 쯤 쉬면서 가벼운 간식을 먹는다.



성불사 좌측의 남한산 들머리 - 연주봉 능선길을 타기 위해 좌측길로...



등로의 정경.



얼어 붙은 개울을 건너서...



지릉길.


 11시 57분 연주봉옹성 앞에 닿으니 월담하지 말라는 경고표지판이 부착돼 있다. 옹성의 성곽을 따라 쭉 내려가니 본성 가까이에 터진 부분이 있어서 그 곳으로 들어가 연주봉옹성의 최정상부분으로 되올라간다. 이 곳이 해발 457.8 미터의 연주봉 정상이다. 연주봉에 오르니 지금까지 올라온 능선길과 초록색 페인트를 칠한 산불감시초소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서문으로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들고 긴 코스지만 능선을 타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본성에서 연주봉옹성으로 나오는 암문은 매표 관리를 위해서 폐쇄해 놓았다. 이 곳에서 서쪽으로 5분 쯤 걸어가면 서문이 나오고 마천동에서 서문으로 오르는 돌계단길이 서문의 바로 앞에 있다. 서문을 통과하여 서문매표소에서 남한산성도립공원입장료 천원을 지불하고 수어장대가 있는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연주봉옹성의 최정상인 연주봉 - 해발 457.8 미터.



연주봉옹성에서 지나온 능선길을 돌아보며...



연주봉에서 서문으로 가는 길.



서문.


 서문에서 15분 만에 수어장대에 닿는다. 수어장대 입구에는 청량당이 있는데 인조 2년 남한산성을 쌓을 때 성의 동남쪽 부분을 책임지고 공사하다가 기일 안에 공사를 끝내지 못 하고 경비횡령의 누명을 쓰고 참수를 당한 이 회와 이 소식을 듣고 한강에 투신자살한 이 회의 부인과 소실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사당이라고 한다. 청량당에서 돌계단을 오르니 위풍당당한 수어장대가 보인다. 그리고 한 구석에 매바위가 있는데 이 회가 참수를 당하는 순간에 매 한 마리가 바위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사라졌다는 바위다. 수어장대의 왼쪽에는 탁지부측량소삼각점이 있는데 대한제국 말기에 탁지부에서 설치한 구삼각점 표석이라는 설명을 새긴 표지석이 그 우측에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이 해발 482.6 미터인 청량산 정상이리라.

 수어장대에서 내려와 4분 만에 천주사터에 닿는다. 돌로 만든 큰 원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천주사터에서 나무계단길을 내려가서 다시 돌계단길을 오르니 영춘정이라는 이름의 팔각정이 나오는데 현판은 걸려 있지 않다.



수어장대.



매바위.



수어장대 왼쪽의 탁지부측량소삼각점 - 해발 482.6 미터의 청량산 정상.

 


천주사터.



천주사터에서 영춘정으로 가는 산성길.



영춘정.


 성곽을 따라 쭉 걷다 보니 남문(지화문)에 닿는다. 이 곳에서 다시 성곽을 따라 나아가니 12분 만에 제1남옹성으로 나가는 암문과 본성 밖으로 나가는 암문이 설치돼 있는 초단파매표소가 나온다. 매표소 이름의 유래를 모르기 때문에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이름이다.

 초단파매표소에서 5분 만에 보수공사중인 제2남옹성에 닿는다. 그 바로 앞에는 남장대터가 있다. 시계를 보니 13시 37분. 남장대터에서 20여분간 식사를 하고 다시 성곽을 따라 걷는다. 제2옹성부터는 성곽의 여장이 거의 다 훼손되어 타고 남은 형해같은, 무너진 여장의 잔존하는 일부만이 이따금 모습을 보이면서 귀중한 호박처럼 역사의 유물로 남아 있다.



남문(지화문).



초단파매표소와 제1옹성 암문.



보수중인 제2옹성.



제2옹성 앞의 남장대터.

 


무너진 성곽의 여장.


 동문 근처에 이르니 훼손된 성곽은 개축돼 있다. 성곽을 따라 걷다 보니 동문이 내려다 보이고 저 멀리 포장도로 위로는 망월사가 올려다 보인다. 거의 빙판길이 다 된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니 시신을 성 밖으로 내보내는데 사용했다는 시구문이 나오고 개울물이 성 밖으로 흘러 내려가는 조그만 수문이 나온다. 그리고 차들이 질주하는 포장도로 건너편에 현판이 걸려 있지 않은 동문(좌익문)이 보이고 광지원에서 올라오는 포장도로에는 이 곳이 남한산성이라는 우람한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동문에서 다시 성곽을 따라 걷는다. 산성길은 구불구불 유장하게 이어진다.



길게 이어지는 남한산성.



성곽 아래의 동문과 포장도로 위의 망월사.



동문 못미처의 암문인 시구문.



광지원에서 올라오는 길의 남한산성 표지석.



현판이 없는 동문(좌익문).



동문에서 이어지는 산성길.


 동문에서 20분 쯤 나아가니 장경사에 닿는다. 성곽을 따라 그냥 진행하려다가 십분 쯤 시간을 내서 장경사에 들른 것이다. 불사리탑이 인상적이다.

 장경사에서 다시 성곽을 따라 십분 쯤 진행하니 장경사신지옹성으로 나가는 암문에 닿는다. 암문으로 나가니 적군의 공격을 다양한 방향에서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본성 밖으로 길게 늘여 쌓은 신지옹성과 바로 앞의 한봉이 보인다.

 다시 성곽을 따라 걷다 보니 딱딱 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들려서 주위의 나무를 주의깊게 살펴 보니 한 마리의 딱따구리가 나뭇가지를 열심히 쪼고 있다. 줌을 최대한 당겨도 딱따구리의 모습이 그리 크게 나오지 않아서 비탈을 올라 접근하니 인기척을 느끼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남한산성에는 딱따구리가 적지 않게 살고 있는 듯하다. 산성길을 돌면서 호젓한 길에서는 나뭇가지를 쪼는 딱따구리의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15시 20분에 동장대터에 닿는다.



장경사의 대웅전과 불사리탑.



장경사신지옹성과 한봉.



호젓한 산성길.



나뭇가지를 열심히 쪼고 있는 딱따구리.



동장대터.


 외성인, 벌봉이 있는 봉암성과 한봉이 있는 한봉성까지 갔다 오려면 서둘러야 한다. 동장대터를 지나서 벌봉과 한봉으로 가는 암문을 나서서 좌측으로 가니 낙석경고표지판이 두 개나 설치돼 있고 위험해 보이는 길이다.

 암문의 우측으로 가니 암문 하나를 더 통과하게 된다. 동장대터에서 십분 이상 진행하니 한봉까지 1.4 킬로미터가 남았다는 봉암성의 이정목이 나타난다. 5분 후에는 챙성암문의 이정목이 나타나고 한봉까지 1 킬로미터가 남았단다. 챙성암문을 지나서 여장이 무너진 성곽을 좌측으로 끼고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니 등로는 완만한 오르막으로 변하고 한봉성을 설명하는 표지석과 한봉까지 0.6 킬로미터가 남았다는, 한봉과 벌봉 사이의 이정목이 나타난다. 그 곳에서 여장이 무너진 성곽을 따라 십분 쯤 더 진행하니 이 곳이 한봉이라는 이정목이 나타나고 그 곳에서 정상으로 생각되는 곳에 오르니 어렵지 않게 삼각점이 설치된 해발 418.1 미터의 한봉 정상에 닿는다.



동장대터를 지나서 한봉과 벌봉으로 나가는 암문.



암문을 나가서 우측으로 진행하면 또 나오는 암문.



봉암성의 이정목 - 한봉으로 진행.



챙성암문.



한봉으로 가는 내리막길과 좌측의 여장이 훼손된 성곽.



삼각점이 설치된 한봉 정상 - 해발 418.1 미터.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간다. 아까 챙성암문에서 내려왔던 가파른 내리막이 이제는 가파른 오르막이 되어 숨을 가쁘게 한다. 챙성암문을 지나서 벌봉으로 향한다. 치성을 드리는 치성터에서 더 올라 벌봉의 최정상인 바위에 오른다. 바위 옆에는 이 꼭대기까지 성곽을 쌓았었는지 훼손된 성곽의 일부가 형해처럼 앙상하게 남아서 바위 옆에 위태롭게 붙어 있다.

 벌봉을 내려와서 다시 남한산 정상을 찾는다. 벌봉에서 동쪽의 성곽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성곽을 낀 등로는 완만한 오르막으로 변하고 두 번째 오르막의 꼭대기에 삼각점이 설치돼 있다. 이 곳이 매표소에서 받은 남한산성 안내도에 521.1 미터로 표기돼 있는, 남한산성의 최정상부분이다. 보통 해발 606 미터로 불리우고 있지만 515.2 미터인 벌봉과 비교해 봤을 때에 80 미터 이상 더 높다고는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안내도의 표기가 더 신뢰할 만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표기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가 두 개의 암문을 통과해서 북문으로 향한다. 해가 서산 너머로 지고 있다. 저 멀리 오른쪽에 연주봉옹성이 조금씩 더 분명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아직 북문에 닿지도 못 했고 까마득하게 보일 뿐이다.



해발 515.2 미터인 벌봉 정상의 바위와 훼손된 성곽.



벌봉의 치성터.



벌봉에서 동쪽의 성곽을 따라 한봉 쪽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삼각점이 설치된 남한산 정상 - 해발 521.1 미터.



해가 지고 있는 산성길.


길게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성길.



연주봉옹성이 우측 끝에 보이는 산성길.


 17시 50분이 넘은 일몰시각에 보수공사중인 북문에 닿는다. 이 곳에서 포장도로보다는 성곽길을 택해 오른다. 나무탁자가 있어서 삼사분 정도 간식을 먹으며 쉬다가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어쩔 수 없이 오늘의 하산길도 야간산행이 된다.

 연주봉옹성을 거쳐서 서문매표소를 나오니 18시 15분 경. 주위는 어둡지만 아직 희미한 빛이 남아 있다. 서문 바로 앞의 돌계단을 내려선다. 잠시 내려가다 보니 하산 중에 내려다본 야경이 황홀해서 사진을 한 컷 찍는다.

 18시 30분이 되니 완전히 어두워져 배낭에서 후래쉬를 꺼내 든다. 구불구불 돌아서 내려가는 하산길은 군데군데 위험한 부분도 있어서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마침내 18시 53분에 날머리에 닿는다.

 비호부대 부근까지 내려가니 배가 고프고 술도 한 잔 하고 싶어진다.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리다가 식성에 맞을 듯한 메뉴가 있는 술집 문을 열고 들어가서 포천찹쌀동동주 한 되와 김치전, 감자전을 한개씩 시켜서 술과 안주의 그릇을 다 비우니 배가 부르고 취기도 올라서 식사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마천역에서 전철을 타고 귀가한다.

 50년 가까이 서울에 살면서 이제서야 처음으로 남한산성 일주를 했다는 것이 너무 늦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서 항전하다가 삼전도에서 청 태종에게 항복한 인조와 국제정세에 둔감하여 계속되는 전란에 시달리며 기울어가는 조선의 파란만장한 운명과 함께 그 당시 두 번의 왜란과 두 번의 호란에 피폐해진 민초들의 끔찍한 상상불허의 애환이 산행중 순간순간 불현듯이 뇌리를 스친 하루였다.



보수공사중인 북문.



북문에서 서문으로 가는 산성길 1.



북문에서 서문으로 가는 산성길 2.



하산길의 야경.



남한산 날머리 - 호국사에서 올라오는 길.



오늘의 산행로 - 약 19 킬로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