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리님의 최악산 산행기를 보고 제가 더듬었던 코스도 올리면 다른님들 산행에 도움이 될까해서 부족하지만 올려봅니다.

산행지도는 히어리님 산행기에서 발췌했으니 양해하시길 바랍니다.

 

 

§ 산행일자 : 2004년 12월 28일
§ 산행코스 : 괴소마을~저수지~능선안부~능선삼거리~암릉~묘지~괴소마을
§ 산행시간 : 2시간 7분

08:57 괴소마을
09:01 저수지
09:15 계곡갈림길
09:19 갈림길
09:25 능선
09:48 계곡갈림길
10:02 능선삼거리
10:20 암릉
10:44 묘지
11:00 농로
11:04 괴소마을



 

산행지도 정하지 않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일단 고속도로로 진입한 후, 임실의 백련산을 갈까 진안의 내동산을 갈까 고민하다가 "에라~ 그냥 가까운 동악산에나 올라갔다 오자." 하고는 곡성 톨게이트를 막 빠져나가는데 문득 앞을 막고 서있는 최악산의 수려한 산세가 내 마음을 빼앗아가버린다.

남원의 문덕봉~고리봉 능선이 잠시 섬진강 본류인 순화강에서 잠시 몸을 적신 다음, 동악산과 형제봉을 일구고 그 지세가 이어져 마지막으로 암릉이 수려한 산 하나를 세우고 나서 호남고속도로의 두터운 콘크리트속으로 잠이드니 바로 이 산이 최악산이다.
최고로 악한 산?
아래에서 올려다 본 산세도 그렇고 이름도 그렇고 하여튼 만만하게 볼 산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등산로 입구를 찾아나선다.

가끔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방향으로 가다보면 항상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게 해서 운전에 지장을 주는 최악산.
내가 최악산을 인지하게 된 것은 동악산 형제봉 산행안내도를 보다가 발견한 최악산 삼거리라는 것과, 동악산 산행안내도의 맨 왼쪽 끝에 조그맣게 표기된 산명을 보고나서였다.
그러나 그 뿐.
서적이건 인터넷이건 아무리 뒤져봐도 최악산에 대한 더이상의 자료는 없었다.
그러니 등산로 표지판이 있을리 만무했고 길이나 제대로 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나 나의 초인적인 육감과 지리감각으로 별 어려움 없이 등산로 초입을 찾고나니 이거 너무 싱겁다는 생각마저 든다.
곡성톨게이트를 빠져나와 27번국도 옥과방향으로 좌회전하여 200미터 정도 가자 삼기중학교 입구가 나온다.
삼기중학교를 지나서 콘크리트길을 따라 올라가자 이름도 희한한 괴소마을이 나왔는데 차는 마을앞 넓은 주차장에다 두고 골짜기를 따라 능선까지 쭈욱 늘어서 있는 전신주를 따르기로 한다.

콘크리트길을 따라 몇분 오르자 살얼음이 얼어있는 조그만한 저수지가 나타나고, 골짜기를 따르는 임도에서 벗어나 저수지 제방을 건너 반대편으로 산비탈로 오르는 길이 보이지만 표시기나 등산로를 안내할 만한 그 어떤것도 없다.
저수지 건너편 길은 하산할때 이용하기로 하고 임도를 따라 오르기로 했다.
자동차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나있는 임도는 얼마 뒤 울퉁불퉁한 자갈길로 변하고 폭우에 쓸려 무너진 곳도 가끔 나오더니 완전한 산길로 변한다.

계곡을 따르던 전신주가 오른쪽 능선을 향해 방향을 바꾸자 산행로도 다시 계곡길과 오른쪽 능선으로 오르는 비탈길로 나누어졌으므로 좀더 긴 산행을 위한 생각에 비탈길을 택했다.
잠시후 길은 다시 갈라졌는데 중계탑으로 향하는 오른쪽길을 버리고 왼쪽 희미한 길로 방향을 잡는다.
가파르게 변한 길은 수 분만에 능선에 닿게되고 괴티재에서 중계탑을 지나온 능선길과 만난뒤 능선을 타고 완만한 오름이 이어진다.
울창한 숲에 가려 방해받던 조망은 첫번째 만난 암릉에서 탁트이고, 형제봉은 물론 멀리 구름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반야봉과 노고단이 선명하게 보인다.

깍아지른듯한 암벽으로 이루어진 서릉이 나의 발길을 더 재촉하는 가운데 골짜기를 타고 올라오는 희미한 길을 발견하고 보니 계곡갈림길에서 곧바로 올라오는 길인듯 싶다.
경사가 약간 가팔라지면서 기묘하게 생긴 바위도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악어가 교미를 하고있는 것 같은 모양의 바위도 있고, 기둥모양의 암봉군도 있어 즐겁기만 하다.

"아! 표시기다."
바위능선을 우회하다가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메달려있는 낡은 표시기 하나를 발견한다.
낡을대로 낡아서 글씨도 보이지 않고 색도 바래있지만 산님들을 만난것처럼 반갑다.

등산시작 한 시간만에 다다른 능선삼거리.
선명한 백계남님의 표시기를 보니 여기는 제법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 같다.
계속 직진을 하다 하산할 방향이 등뒤에 있음을 알고 되돌아와보니 광주요산회 표시기가 서쪽능선으로 향하는 길을 가리키고 있었다.

칼날같이 날카로운 서쪽 능선은 최악산 산행의 백미.
능선의 왼쪽으로는 깍아지른 바위절벽을 이루고 있고, 능선 곳곳에 기암들이 솟아있어 마치 공룡능선을 연상케 한다.
특히 능선 중간에 나타난 남근모양의 바위는 보는이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암릉을 타고 오르내리는 사이 어느새 능선의 끄트머리에 와있다.
"아니 이런, 정상은 어디로 간거여."
이런 산에 정상을 표시해 놓은 뭔가가 있을리는 만무했지만 그래도 정상을 놓치고 나니 좀 섭섭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음 기회에 다시 찾아보는 수밖에...

괴소마을로 꼬리를 내리고 있는 능선을 타고 내려가다 거대한 암반위에 발을 디뎌놓고 보니 수십미터 절벽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되돌아와 가파른 우회로를 따라 내려가자 솔잎가리가 비단처럼 깔린 오솔길로 변한다.
왕릉처럼 커다란 묘가 몇기 있는 곳을 지나니 절개지를 내려서서 농로에 이르고 애초에 하산지점으로 잡았던 저수지는 보이지도 않는다.
개울의 징검다리를 건너자 곧바로 괴소마을 주차장으로 빠져나온다.

총 소요시간 2시간 7분.
산행시간이 너무 짧아 한나절 산행코스로 좋았지만, 동악산~형제봉~최악산을 아우르는 제대로된 산행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