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31(토) 흐림

가는 해 일몰과 오는 해 일출을 보려고 군산으로 갈려는 계획은

새해 아침의 날씨가 흐림 또는 눈이 내린다는 기상청 예보에 의하여

설악산 마장터 야영으로 변경되었다.

 

사당역에서 아침 7시에 만나 돌쇠님 차량으로 설악으로 출발한다.

차창 밖으로 태양이 솟았지만 흐린 날씨에 안개가 자욱한 탓으로

강력하게 타오르는 붉음을 잃고 흐릿하게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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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화양강 휴게소에서 차 한잔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시간.

동쪽 산 위로 태양이 솟았다.(08:35)

강물은 얼어서 하얀 눈을 안고 흐름을 멈추고 있지만

얼음 밑으로는 보이지 않는 흐름이 바다를 향하여 영원을 약속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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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흐름은 순조로워 막힘 없이 원통에 도착하여 부식을 구입하고,

백담사 입구 음식점에서 황태와 더덕구이 정식으로 아침을 먹는다.

맛깔 있게 차려진 음식이 입맛을 돌게 한다.

 

밑반찬으로 나온 곰취장아찌가 잘 숙성되어 새콤달콤하다.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깊은 맛에 취해 반주로 소주2병을 비운다.

진열대에서 전시되어 있는 50장 정도 담은 곰취장아찌 1통에 만원을 주고 구매하고,

 

따뜻한 식당에서 밖으로 나오자 얼굴을 스치는 맑은 공기가

겨울 설악의 싸늘하면서도 차가운 기운을 느끼게 한다.

토요일 아침이면 인파로 북적거리든 거리는

백담사로 가는 왕복버스가 눈 때문에 겨울내내 운행하지 않기 때문인지 한산하다.

 

용대리 삼거리에서 미시령 가는 옛날 도로로 따라 가면

오늘 산행의 출발지인 박달나무쉼터에 도착한다.(10:50)

주차비 5,000원을 지불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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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입구에 수문장처럼 버티고 선 창암은

암벽에 뚫려있는 구멍이 창문처럼 보인다고 하여 창암(窓岩)이라 한다

눈 밭을 가로지르는 희미한 발자국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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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를 머금은 남자도 밝은 웃음을 짓는 여자도

사랑을 꿈꾸는 선남선녀의 모습은 아름답다.

순백의 눈처럼 순결한 가슴에 뜨거운 정열로 넘치는 열정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

온달과 평강공주의 사랑.

우리 역사에 기록된 지순한 사랑 이야기는 신분을 초월한다.

 

그대!

“차갑게 즐겨라. 뜨겁게 놀아라.”

그리고 굿판을 벌여라.

 

아무리 무거워도 무겁지 않고,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지 않는 느낌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곳에는

체격보다 더 크고 무거운 배낭 속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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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간령을 넘어(12:00) 마장터에 도착한다.(12:20)

눈 속에 파묻힌 오두막 집과 통나무 집은 텅비어 있다.

 

대간령(샛령·새이령)은 설악산 마산봉과 신선봉 사이를 넘는 가장 쉽고 짧은 고갯길로

진부령과 미시령이 생기기 전에는 영동과 영서를 잇는 교통 요충지였다.

지금은 희미한 옛길만 남아있다.

산골 인제군에서 바닷가 속초로 넘어가는 옛길인 대간령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마장터(馬場).

마장터는 예전 영서에서 영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마루에 말을 쉬게 하던 일종의 말() 정거장이다.
마장터란 이름도 마방과 주막이 있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마장터는 바닷가 속초 사람들이 고등어, 명태, 미역 등 해산물을 지게에 지고 올랐고

내륙지역 인제 사람들은 감자와 콩, 팥 등 곡물을 지게에 지고 올라

수산물과 농산물을 교환했던 장터였다.


옛날에는 60여호가 살았고 주막이 있었다고 하는데

주위에 진부령과 미시령이 생기면서 이동수단이 차량으로 변하자 쇠퇴하기 시작하였고,

박통시절 무장공비 사건과 화전정리 사업으로 산간마을 사람들의 이주 정책에 의하여

주민들은 모두 이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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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쌓이고 세월이 흐르자 잊혀진 이곳에는

속세를 떠나 자유를 찾는 사람이 머물기도 하고

현실 도피형 인간이 찾아 오고

쫓기는 자가 숨어들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는 낙엽송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지난 세월 인간의 고단한 사연이 겹겹이 쌓여 있는 마장터는

옛사람들의 추억을 간직한 전설의 고향이 되었다.
하지만 설악산국립공원을 벗어난 이곳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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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간령 방향으로 30여분 더 진행하여 야영터에 도착한다.(14:00)

눈 속을 파헤쳐 텐트 칠 공간을 확보하는 조와

모닥불을 피울 나무를 주워오는 조로 나누어 신속히 야영준비에 들어간다.

 

작업이 진행 되는 동안 오늘의 홍일점 비담님이

따뜻한 차를 준비하여 한 잔씩 따라 준다.

2시간 동안 모두들 열심히 작업한 덕분에

눈 속에 우리들의 보금자리는 근사하게 완성되었다.(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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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비담님이 솜씨를 발휘하여 만든 떡볶이로 대신하며 곧 술자리로 이어진다.

풍족한 안주를 배불리 먹으면서

한 잔 두잔 오가는 잔 속에 사랑이 넘치는 것을 바라보는 것 또한 즐겁지 않으라.

 

사방은 어스레하게 어두움이 찾아오고

모닥불은 붉게 타오르데

뜨거운 열기는 한 겨울에도 훈훈함으로 감싼다.

 

설악아!

너는 내 마음을 알아주려나.

애 타는 심정을 술 잔에 담아 마셔 보지만

님아!

내 마음을 안아 주세요.

 

“올해 나의 가장 큰 행운은 당신을 만난 것”

애 타게 노래하는 내 사랑아!

겨울 설악의 밤은 어둠 속에서 사랑으로 너울거리고

취한 산꾼 윤대장은 술기운에도 마음이 설렌다.

 

 

2012.1.1.

새 날이 밝았다.

간 밤에 열기로 가득 찼던 모닥불에는 아직도 불씨가 남아 있다.

느긋하게 떡국을 먹고 천천히 철수 작업을 끝내고 하산을 시작한다.(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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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주차된 박달나무쉼터에 도착한다.(14:00)

서울로 가는 차량이 길게 밀려 있다.

백담사삼거리를 지나자 차량 정체가 더욱 심하다.

 

우리는 설악항 재건호 재진이네 집에서 저녁을 먹고 천천히 상경하기로 합의하고

차량의 기수를 돌려 미시령터널을 지나 설악항으로 향한다.

설악항 활어센타에 도착한다.(15:00)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

따뜻하게 맞이하는 재건호 선장님의 환영을 받으며

비담님이 조제한 폭탄주로 첫 잔을 개시한다.

 

이곳에서 시작된 술자리는 노래방으로 이어지고

나는 만취하여 세상 모르게 자면서 서울로 돌아왔다.(2012.1.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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