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의 전쟁” 두 부부의 기백산-금원산-거망산-황석산 종주

“장마가 끝난 요즘에 산행시 특히 뱀을 조심하세요“


상기 사진은 거망산가는 억새군락지 등산로 바로 옆인데 뱀이 억새에 앉아
느긋하게 오후시간을 일광욕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종주중에 양지바른 땅위와 바위위에 앉아 있는 놈도 봤지만
특이하게 억새풀위에 앉아(?)있는 놈은 벌써 두 번째입니다.
"날아다니는지 원 억새풀위에 앉아있다니~~@@@"

인적이 드문 등산로 산행시는 뱀을 조심하시고
안전을 위해 겨울 스페츠를 착용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뱀 퇴치법과 뱀의 습성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김정길님이 게시판에 올린 뱀 퇴치법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산행지 : 기백산-금원산-거망산-황석산종주 (경남 거창군, 함양군 경계)
일    시 : 2004. 07. 04 (일)흐린 후 오후에 맑음
산행자 : 꼭지(아내)와 해병대부부 넷이서
교    통 : 자가운전



◑ 산행거리 및 시간

04:00 장수사일주문 산행시작
06:50-07:50 기백산(1,331m)
10:00 금원산(1,352.5m)
11:00-11:20 수망령(940m)
12:20-13:00 월봉산(큰목재) 갈림길
13:50 은신치
16:00 거망산(1,184m)
17:40 상자벌 갈림길 (황석산 2.9km 상자벌 2.8km)꼭지일행은 하산
18:15 북봉
18:50 황석산(1,190m)
21:30 연촌마을 유정리로 하산완료

총 산행시간 : 17시간 30분
총 산행거리(이정표기준 28km) : 장수사일주문←4.2→기백산←5.0→금원산←2.5→
            수망령←2.9→은신치←4.1→거망산←4.8→황석산←4.5→연촌마을(유정리)

◑ 후기

되도록 한 여름에는 종주를 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꼭 종주를 하실려면 능선길은 식수구하기가 어려우므로 얼음물을 배낭이 무겁도록
충분히 갖고 가시고 거망산 구간은 억새숲과 잡목이 우거지고 또한 뱀이 많으므로

긴바지와 긴팔셔츠를 입고 뱀에 대비해 스페츠를 착용하고 산행하신다면
안전 산행이 될 것 같습니다.



◑ 산의 개요

백두대간의 산줄기 소백산맥이 덕유산과 남덕유산을 치솟게 하고
다시 남덕유산에서 뻗어내린 산세가 월봉산(1,279m)을 거쳐
황석산-거망산, 금원산-기백산을 옹골차게 빚어놓았다.

이 네 산은 함양군 서상,안의,서하면과 거창군 위천,북상,마리면을 경계로 하여 서로
마주보고 있으며 여기에서 흘러내린 골짜기 물이 용추계곡을 지나 지우천을 이룬다.


황석산(1,190m)은 바위산으로서

기백산을 북쪽으로 마주보고 있고 덕유산에서도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정상 일대는 2개의 커다란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남봉은 북봉보다 더 뾰족하여 피라미드 형태를 이룬다.

가을철에는 산정상 바로 밑에서 거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온통 참억새로 빽빽하게 뒤덮여서 대장관을 이루는데,
그 때문에 능선의 선이 매끈하고 아름답게 보여 종주코스로 많이 이용된다.

임진왜란 때인 1597년 왜군에게 항거하다가 많은 사람이 죽음을 당한 “황석산성“은
함양군 <안의>사람들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유적이다.

정유재란 당시 왜군에게 마지막까지 항거하던 주민들이 성이 무너지자 죽음을 당하고
부녀자들은 천길 절벽에서 몸을 날려 지금껏 황석산 북쪽 바위 벼랑이
핏빛으로 물들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그 절벽을 “피바위”라고 한다.

또한 인근의 안의면 화림동에는 뛰어난 절경의 8개 못과 8개 정자,
즉 팔담팔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농월정·동호정·거연정·군자정만이 남아 있다.

거망산(1,184m)은 황석산 주 능선과 이어져있으며 기백산을 마주보고 있다.

6·25 때 빨치산 여장군 정순덕의 활동무대가 바로 거망산이며
정순덕에게 잡힌 국군 1개 소대가 무기를 빼앗기고 겨우 목숨만 건져
하산한 사건이 최근에야 밝혀졌다 한다.

금원산(1,353m)은

남덕유산에서 남동쪽으로 가지를 쳐 내린 월봉산(1,279m) 능선에서 갈라진 산줄기로
오른쪽 수망령(940m)쪽 능선 최고봉이 금원산이며
정상에서 남동으로 뻗어내린 능선을 타면 기백산과 만나게 된다.

금원산의 이름은 옛날 이 산에 살고 있던 금빛 원숭이를
원암이라는 바위에 잡아 가두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금원산에는 유안청 폭포, 자운폭포, 한수동계곡과 마애불 등의 문화유적이 많다.

기백산(1,331m)은 옛 이름이 지우산이며

봉우리의 바위들이 마치 누룩더미로 쌓은 여러 층의 탑처럼 생겼다 하여
“누룩덤”이라고도 한다.
산 남쪽에는 원추리와 싸리 군락으로 이루어진 기백평전이 펼쳐지며,
크고 작은 계곡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많아 천혜의 관광지로 꼽힌다.

특히 깊은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용추계곡과 용추폭포가 유명하고,
가을철 금원산에서 기백산을 거쳐 조두산(942m)를 잇는 능선의 억새밭도 장관이다.

사찰로는 남쪽 산기슭에 487년(신라 소지왕) 장수사의 부속암자로 세워진
용추사가 있는데, 현재 이 절의 일주문만(경남 유형문화재 54호) 남아있다.

그 밖의 문화재로는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상 (보물 530)이 있고
1983년 11월 기백산일대가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 야간에 자가운전으로 기백산 들머리 용추계곡 찾아가기

거창I.C에서 내려 우회전하자마자 검문소를 끼고 또 우회전
다음 신호대에서 무주방향으로 좌회전하여 계속가다 3번국도 무주 함양 갈림길에서
함양방향으로 좌회전 20여분 가면 우측으로 커다란 용추계곡 입간판이 보입니다.



◑ 산행기

기백산-금원산-거망산-황석산으로 ∩형으로 종주하면 차량회수도 용이하고
중간에 힘이 들면 수망령이나 은신암 더나아가 거망산에서 지장골로 탈출하기가
좋을 것 같아 장수사 일주문을 들머리로 해서 기백산부터 오르기로 합니다.

보통 성인(?)기준 12시간정도 걸린다지만 두 부부가 함께하다보니
우리 부인네들이 엄청 느림보인지라 2-3시간 더 넉넉히 보너스를 줍니다.

그럴려면 장수사 일주문에서 새벽 4시에는 출발을 해야 할 것 같아
00시 30분에기상하여 이것저것 준비하고 상인동으로 가 해병대아저씨를 태워
새벽 02시에 대구를 출발합니다.

비록 모두가 당일에 지리종주도 하였지만 한 달여 이런저런 일로 산행을 하지 못한지라
저 부인네들이 끝까지 종주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만
탈출하기 좋은 코스를 택하였으니 무리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수선한 세상사 다 잊고 이른 새벽부터 하루 종일을 산에서 보낼 수 있는
오늘 하루만큼은 우리도 부러움 없는 신선이 됩니다.

걸핏하면 종주 산행하는 신랑 따라다니는 것이 꼭지에겐 고역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같이 가자는 말에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으니 그 속내를 알 수가 없습니다.

해병대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리 종주때 23시간을 걸렸더니 이러쿵저러쿵 죽네 사네.. 나중에는
두 번 다시 종주산행은 하지 않는다더니 크윽-@ 한달을 넘기지 못하고
따라나서겠다니 그 속내도 아리송~~~

88고속도로에 접어드니 흐린 날씨에 간혹 소나기도 내리고 일기가 매우 불순합니다.
하지만 손꼽아 기다린 산행이라 또 차질이 생길까 염려가 되지만 오전은 흐리고
오후에는 개인다는 기상예보를 억지로 라도 믿어 봅니다.

밤길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다보니 벌써 용추계곡 대형 주차장입니다.
어스름한 어둠속에서 장수사 일주문이 예전의 영화로움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웅장하게 떡 버티고 있습니다.


04:00 장수사일주문 산행시작 (기백산 4.2km)

모두들 야간산행준비를 하고 이정표가 있는 일주문 좌측으로 돌아가니
주렁주렁 매달린 리본 표시기가 보이고 우거진 싸리나무사이로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초입에 이릅니다.

▼ 기백산 초입입니다.


돌길이긴 하나 임도수준의 좋은 길을 20여분 오르니 계곡의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장의자가 있어서 퍼질고 앉아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이제부터는 등로는 좁아져 비에 젖은 잡나무와 풀이 바짓가랑이를 쓸어내립니다.
모두들 지리종주후 한 달여 오랜만의 산행인지라 재잘재잘 힘듬도 잊고 잘도 오릅니다.

수량이 약간 많은 두세 군데의 계류를 건너고 키 큰 잣나무숲을 지나 능선안부에 이릅니다.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고 지나가니 오늘 대구는 32도라는데 여기서 좋은 피서를 하지만
땀에 젖은 옷 때문에 추워서 얼른 능선 따라 길을 재촉합니다.

▼ 버섯도 어떨 때는 꽃보다 이쁠때가 있습니다.


등산로 주위에는 여러 이쁜 야생화들이 피어서 손짓을 하고
산새도 재잘재잘 아침인사를 건네며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하얗게 몰려오는 구름을 뚫고 기백산이 오똑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바로 앞이 황석산과 거망산인데 안개구름이 숨바꼭질하며 조망을 방해하지만
멀리 안의면 방향의 경치는 시골의 정취를 흠뻑 먹음은 체 가슴을 확트이게 합니다.


06:50 기백산 정상 (장수사 일주문에서 4.2km 2시간 50분소요)

시간도 시간인 만큼 배도 고프고 하여 이곳에서 아침을 먹기로 합니다.
그때 산님들이 두 세분 올라오시는데 5시 넘어 출발했는데도 도착이 우리와 비슷하니
100분이 걸렸다고 자랑하시는데 느림보인 우리는? ㅋㅋ..
3시간이나 걸렸으니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기백산에서 1시간여 넉넉하게 휴식을 취하고 야생화꽃길로 환상의 능선인 금원산으로..
벌써 원추리가 지천에 피어있고 나리와 붓꽃, 이름 모를 여름야생화가 수도 없이
등로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 원추리가 지천에 피어서 환상의 꽃길을 열어줍니다.


기백산에서 금원산 구간중 유일한 암벽 코스를 지날 때의 그 짜릿한 쾌감..
산죽과 억새숲따라 상수리나무와 싸리나무군락으로 이어져 있는 환상적인 능선..

▼ 금원산가는 비스듬한 암능구간인데 해병대가 뭘 그렇게 벌벌떠느냐고 부인네들이 핀잔을 줍니다.


특히 아카시아꽃모양의 붉은 싸리나무 꽃은 더욱 운치를 더해줍니다.
그런데 능선길에는 소나무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주종이 상수리나무와 졸참나무 그리고 싸리나무가 거의 전부이고
가끔은 철쭉나무가 보이는 것 외엔 식물 생태계가 신기하기도 합니다.

구름안개 때문에 시야가 가려 전망은 좋지 않지만 숨바꼭질 하듯이 보일듯 말듯 다가오는
거망산과 황석산의 가려진 주능선의 유혹은 우리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합니다.

▼금원산 가는 길 안개 구름이 능선위로 파도를 탑니다. 신선이 따로 없네요~~^^


▼ 어이쿠 미끄러워~~@@


▼ 금원산 가는 길..


▼ 금원산을 향하여~ 여기도 산죽길이.. 산죽만 보면 사랑방은 그저 좋아 마냥 행복하기만 합니다.


유한청폭포 갈림길에서 금원산동봉으로 치고 오르니 사면엔 철쭉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봄에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코스가 될 곳 같습니다.


10:00 금원산 정상 (기백산에서 5km  2시간10분소요)

금원산에서 수망령 내림길은 계속 급경사로 이어집니다.
산짐승의 발자국과 커다란 개똥(?)이 보이는데 이 야산에 개가 있을리는 없고
아마도 멸종된 늑대가 살고 있는 듯 합니다.

▼ 금원산에서 되돌아본 동봉



등로 곳곳의 흙이 파헤쳐있고 고슴도치도 죽어 있는 것을 보니
금방이라도 산짐승이 뛰어나올 것 같아 배낭에 매단 스틱을 다시 꺼내어
혹시나 멧돼지라도 나타날까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 저 아래 수망령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1시간 여 끝없는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저만치 나무계단과 비포장도로가 보이고
해발 940m의 말로만 듣던 수망령입니다.
좌측에는 용추계곡 종주코스(기백산-황석산)대형 안내도가 세워져 있습니다.


11:00-11:20 수망령 (금원산에서 2.5km 1시간 소요)

양쪽 등산로입구에는 크고 널찍한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쉬어가긴 안성맞춤이라
계단 나무에 모두들 걸터앉아 얼려온 캔맥주로 목을 축이며 잠시 쉬어갑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7시간째 지금부터가 조금씩 힘들 때 인데도
모두들 여기서 탈출하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고 하니
쯔쯔.. 종주 좋아하는 무식한(?)사랑방과 해병대아저씨 때문에
오늘도 고고한(?) 부인들의 고생문이 훤하게 보입니다.

급경사 내리막을 1시간여 신나게 내려왔으니 이젠 1시간여 다시 오름길로..
수망령에서 거망산 가는 길은 지금과는 반대로 덩굴나무도 많고 잡목이 우거져
치고 오르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 월봉산자락과 칼바위가 보이고 멀리 남덕유산이 구름을 이고 있습니다.


▼ 풀숲이 우거져 점점 진행하기가 힘들어 집니다.



거기다 비온 후의 후덥지근한 무더위까지 가세하니 모두들 정신이 없는지 말도 없습니다.
상수리나무 우측으로 힐끗힐끗 월봉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능선 끝 칼바위와
그 너머 남덕유산이 희미하게 조망됩니다.
잡목을 헤치며 1시간을 다시 땀을 쏟아 부으니 월봉산 갈림길입니다.


12:20 월봉산, 남령재 갈림길 (수망령에서 1.5km 1시간 소요)


월봉산 방향으로의 전망이 좋아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자리를 찾는데
으으~~크악~~@@
“뱀“입니다. 그것도 두 마리나.. 오늘 횡재~? 뱀탕?? 아닙니다.
용의 자손과 조우했으니~@@

한 마리는 색깔이 물푸레나무같이 흰점이 있는 엄청 큰 독사 같은데
양지쪽 땅위에서 꾀아리를 틀고 앉아 일광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또 한 마리는 억새 풀위에 앉아 느긋하게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이방인이 다가가도 놀라지도 않습니다.
마치 자신이 만만한 듯~~ 생전에 이런 놈은 처음 봅니다.

성질 같으면 작대기로 두들겨 패 주고 싶으나
불청객이 산주인(?)을 두들겨 팰 수 는 없는지라 살살 달래서 보냅니다.
아마도 지루한 장마 후에 햇빛이라 뱀들이 몸을 말리려고 나왔나 봅니다.

뱀을 쫓아 보낸 후 가야할 길을 조망합니다.
황석산은 아예 시야에 보이지 않고 바로 앞의 월봉산과 그 너머 남덕유산
지나온 금원산 기백산이 흐린하늘과 짙은 녹음 사이로 선명하게 자태를 뽑냅니다.

꼭지는 뱀을 보고 난후 놀라서 어떻게 가야할지 걱정을 태산같이 하는지라
귀신 잡은 해병대아저씨를 선발대로 앞세우고 풀을 헤쳐 나갑니다.
뱀에 신경쓰다보니 자연히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고..

전망 좋은 둔덕에서
점심을 먹으려는데 또 뱀을 만납니다.
이놈은 바위위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가 지놈도 전망이 좋은지
목을 길게 빼고 마을 어귀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 사람이 다가 오던말던 천하태평입니다.


<김정길님>의 뱀 퇴치법이 생각납니다.
절대로 바위를 잡을 때는 뱀이 있나 없나 확인하고 손을 짚으라 했는데
“설마 그런 일이 일을 라구..” 반신반의 했는데 오늘 이 뱀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둔덕에서 또 뱀이 있나 없나 확인하고 도시락(콩밥,김치,쥐포조림,깻잎저림)으로
체력을 보충하며 가야할 길을 조망하니 아직도 황석산은 까마득 시야에 보일듯 말듯..

▼ 가야할 능선길.. 끝머리가 황석산인데 가물가물 겨우 시야에 들어옵니다.


에구~@
억새는 우거져 진행하기도 힘들고
억새풀위에 또 앉아있는 뱀이 있나 없나 살펴야 하고..

부인들의 걸음은 더욱 느려지고..
갈 길은 멀고..      
  “이게 무신 생고생이고~~@@”  - 사랑방의 넉두리 -


13:50 은신치 (월봉산 갈림길에서 1.4km 50분 소요) 은신암 갈림길

40여분 점심을 먹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은신암 갈림길에 도착합니다.
탈출~~?
후후~ 아무도 아직은...

▼ 억새군락지 너머 좌측이 기백산입니다. 저기에서 이곳까지 왔다니~~@



계속 진행합니다.
행여나 뱀에 물리면 어떻하나 불안한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 체
간혹 몇 사람씩 등산객이 지나가는데 아무도 뱀을 본 사람은 없다하여
뱀을 조심하시라고 일러둡니다.

수망령에서 황석산으로의 등산로는 기백산 - 금원산과는 영 다르게
억새풀과 잡목이 우거져 진행하기가 힘들고 정글을 연상케 합니다.

물론 기백산에서 이곳까지 등로 어디에도 소나무는 자생하지 않고
덩굴나무와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싸리나무가 많은 이상한 식물생태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끔 억새군락지의 탁 트인 조망이 지루함을 달래주어 위안이 되긴 합니다만..

은신치(은신암 갈림길)를 조금 지나 그 방정맞은 생각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사랑방이 앞서서 풀을 헤치며 억새 군락지를 지나는데 우측으로..
또 뱀이 한 마리 허리까지 자란 억새풀위에 앉아 일광욕을~~

크윽~~@@
자주 만나다보니 이젠 사랑방도 태연하여 놀라지도 않고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헉~! 이놈 봐라 ”
어쭈~~ 산 주인장답게 근사하게 폼도 잡아주네요~~

산하 가족을 위해 이놈을 모델로~~
저 이놈 땜에 하산할 때까지 내내 무섭고 불안해서 뒤 꼭지가 캥겼습니다.
왜냐고요?
모델료 달라고 계속 쫓아오는 것 같아서.....@@

▼ 키만큼 자란 산죽길을 올라서면 바로 거망산입니다.


16:00 거망산 정상(은신치에서 4.1km 2시간 10분소요)

▼ 지나온 능선과 좌로 월봉산 그 너머는 덕유산


산행시작 12시간만에 드디어 두리뭉실한 둔덕의 거망산에 도착합니다.
억새숲과 어우러진 빼어난 조망
지리산에서 뻗어 내린 백두대간 그 능선의 장쾌함~~~

육십령 고개마루와 덕유산 종주길 제일 힘든다는 “마의 구간” 할미봉
그 오똑한 암봉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 육십령 고갯마루와 우측에 덕유산종주길 제일 힘든다는 “마의 구간” 할미봉 그 오똑한 암봉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저 할미봉을 지날 때는 맨날 야간산행으로 가다보니 가까이서만 보다가
멀리서 이렇게 뾰족한 할미봉을 조망하긴 처음입니다.
멀리서 그 전체를 바라보니 과연 “마의 구간“ 칼날 같은 암봉의 모습입니다.

▼ 해병대 부부


잠간 휴식을 취하는데 해병대아저씨와 부인들이 조금씩 힘들어합니다.
시간도 많이 지체되었고 황석산까지 4.8km 이상태로 진행한다면 앞으로 4시간은
족히 걸릴 듯 하니 도착하면 저녁 8시
잘못하면 탈진해서 조난 당 할 수도 있겠다싶어

부인들은 탈출시키기로 합니다.
거망산 억새숲을 내려서니 바로 우측으로 황석산(4.6km) 거망샘터(30m) 이정표가 있고
좌측으로 지상골(3.1km)하산로가 있습니다.

하지만 등로가 희미해서 불안하기도 하였는데 이곳에서 하산하지 않고 조금 더 가겠다고 하니
식수가 모자라 해병대아저씨를 샘터로 보냅니다. P.T한병 물은 받아왔지만
도랑에서 흘러내린 물이라 우째 식수로 사용하긴 집집하다고 말하는 해병대아저씨

설마 마시고 죽기야하겠냐며 일단 갖고 가기로 합니다.
억새 군락지와 등로 주위에는 원추리와 나리가 활짝 웃으며 반겨 주지만
모두들 힘이 드는지 이젠 입을 꾹 다문 체 걷기만 하고..


17:40 상자벌 갈림길 (황석산 2.9km 상자벌 2.8km)꼭지일행은 하산

힘들어하는 꼭지와 친구분은 여기에서 하산하기로 합니다.
하산로 입구엔 리본도 많이 달려있고 등로도 뚜렷한지라
꼭지와 둘이서 내려가도 길 잃을 일은 없겠다싶어 안심을 하고 내려 보냅니다.

해병대아저씨도 무릎이 많이 아픈 것 같아 같이 하산하라고 권했으나
아픈 내색을 않은 체 사랑방과 함께 황석산까지 가겠다고 하니 그 남자의 의리가
사랑방의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 무명봉을 넘으니 이제야 황석산이 손에 잡힐 듯 1시간여 거리로 다가옵니다.


에구~@ 부인들만 보내기가 어찌 불안하긴 한데..
그 약간의 불안이 결국은 현실로.. 나중에~~ 꼭지 일행이 무사히 하산은 하였으나
불어난 계곡물을 건너지 못해서 119를 부르고 또 한바탕 난리를~~@@

이제 남자 둘이만 남게 되니 진행속도가 엄청 빨라집니다.
해병대아저씨도 무릎 때문에 내리막길만 약간 느릴 뿐 정상속도를 내니
드디어 황석산의 그 환상적인 암봉이 지척에서 손짓합니다.

▼ 황석산 북봉입니다. 우회하라고 주의표시가 있지만 로프가 보이는 것을 보니
   오를 수도 있을 것 같아 다음에 조용할 때 공룡등(?)을 타보기로 합니다.


18:15 황석산 북봉

북봉 바로 앞 전망바위 아래에 이르자 <우회하시오>라는 주의표시가 있습니다.
위를 올려다보니 조망이 너무 좋을 거 같아 위험을 무릅쓰고 위로 올라갑니다.

바로 앞에는 쩍쩍 갈라지고 크고 삐죽삐죽한..황석산 북봉..
공룡의 등어리를 빼다 박은 듯한 북봉의 암능이 허리를 구부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마지막 숨은 비경.. 천혜의 절경이라 그저 황홀할 뿐입니다.

여기까지 와서 이 비경을 구경 못하고 내려간 꼭지일행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다음에 한번 더 오기로 하고 그때 저 북봉의 아슬아슬한 암능도 타보리라 여운을 남깁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는지라 우회길로 하여 황석산으로 향합니다.

▼ 거북바위와 황석산 암봉


▼ 드디어 오늘의 종착지 황석봉의 비경입니다.아래는 황석산성



18:50 황석산 정상 (거망산에서 4.8km 2시간 50분소요)

▼ 황석산 정상. 맞은 편은 황석산의 좌측 날개인 북봉..


▼ 아래는 복구한 황석산성이며 뽀족한 암봉은 황석산의 우측날개인 남봉입니다.


북봉에서 30여분 우회길로 오름과 내림을 반복하니 해병대아저씨는 무릎이 많이 아픈지
뒤로 쳐지기만 하는지라 걱정이 됩니다.
정상 암벽 50m 아래에서 잠시 쉬라하고 혼자 황석산 정상으로 향합니다.

두세 개의 로프가 매달려 있으나 직벽이 아니어서 그냥 두 손으로 바위를 잡고
정상에 오르니 몸을 날릴 듯이 세찬 바람이 불어옵니다.

커다란 암봉 그 큰 등치에 걸맞게 작은 정상석이 황석산의 주인이 되어
좌우 남봉과 북봉을 호령하며 홀로 외로이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 정상에서 바라본 백두대간과 육십령고개마루 우측 할미봉과 남덕유의 서봉


임진왜란때 왜군에 쫓긴 부녀자들이 절개를 지키기 절벽으로 뛰어내려 피로 얼룩졌다는
피바위가 저 아래에 있고 정상 좌우 양쪽에는 예전의 모습을 복원한 황석산성이
튼튼한 요새지로 남봉과 북봉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 황석산 아래 슬픈 전설을 간직한 핏빛의 암벽..
  임진왜란때 왜군에 쫓긴 부녀자들이 절개를 지키기 이곳으로 뛰어내려 핏빛으로 물들었다는 피바위


벌써 날이 어둑해 서둘러 연촌마을 유정리로 하산을 서두릅니다.
해병대아저씨는 아픈 무릎을 잡으며 발걸음을 내딛는데 무척 고통스러워 보여
괜히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1시간여 내려오니 날도 어두워 도깨비불을 켜고 또 야간산행을 합니다.
언제쯤 이 야간산행을 면할지~~@@

그때 꼭지의 전화~~
하산은 무사히 하였는데 비온 후라 계곡물이 많아서 건너지를 못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종주 좋아하는 신랑 만나 생고생하는 불쌍한 꼭지..??

우리는 하산하려면 한 두시간은 더 걸릴텐데..
갑자기 정신이 멍해집니다.
무리하게 억지로 건너지 말고 침착하게 기다리라 하고 055-119를 부릅니다.

이러쿵저러쿵 한참을 설명을 하는데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휴대폰도 꼭지와는 가끔 터지다 안 터지다 속을 썩입니다.
마음은 급하고 20여분 지났을까..

삐리릭~~!!
119 아저씨의 전화~ 출동 하기전 주민에게 무사히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줍니다.
산행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119를 불러보고 또한 도움의 따뜻한 손길을 받게 되니
아직도 현실은 각박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의에 사신다는 젊은 총각청년 <박영래>님
이분이 지나가다 이를 보고 직접 계곡에 들어가 꼭지일행을 무사히 건너 주었답니다.
거기다가 주차장까지 태워주었으니 고마운 마음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만나지 못해 대신 전화로 인사를 드리니
멋쩍어 하며 도리어 겸손해 하는 그분의 밝은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
좋은 처녀 만나서 장가도 가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빌어드립니다.

그후~~

천천히 하산하여
황석산 연촌리 들머리인 <용추농원> 입간판 앞에서
꼭지를 기다리며 17시간이 넘는 오늘의 느림보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 무더운 날씨에 주야 애쓰시는 운영자님 관리자님께 감사드립니다 **

*** 더욱 힘내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