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도 아랫섬의 칠현산(통영)

 

 


  사량도와 칠현산

 

  행정구역상 경남 통영시에 속해있는 사량도는 지리적으로 고성군과 사천시(삼천포) 앞 바다에 떠 있습니다. 사량도는 그 독특한 이름으로 인해 처음에는 사랑도라고 잘못 불러지기도 하였으나 이제 산꾼들 사이에서 이 섬을 모르고는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섬이 되었습니다.


  사량도는 동강(桐江)이라 불리는 해협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큰 섬이 마주보고 있습니다. 면소재지가 자리한 북쪽에 있는 섬을 윗섬(상도)이라 하고 그 건너편에 있는 섬을 아랫섬(하도)이라 부르는데, 이 두 개의 큰 섬을 본섬으로 하여 수우도와 농가도 및 대섬 등 작은 섬 몇 개를 부속도서로 거느리고 있습니다.


  한려수도 중심에 자리한 사량면의 윗섬(상도)에는 지리망산∼불모산∼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있는데, 수려한 기암절벽과 함께 쪽빛 남해바다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인기 산행대상지역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오늘 방문하는 칠현산은 아랫섬(하도)에 위치한 해발 349m의 산으로서 윗섬의 남쪽에 가로로 뻗은 산줄기를 따라 7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어 칠현봉(七絃峰)이라 하는데, 이 가운데 망봉(해발 310m)에는 옛 사량진의 봉수지가 있습니다.

 

 


  사량도 이름의 유래와 한자표기

 

  사량도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하여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섬에 뱀이 많이 서식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과 이성계가 남해 금산에 올라 동쪽바다를 바라보니 이무기가 헤엄쳐 가는 모습 같아서, 또는 암행어사 박문수가 고성군에 있는 지금의 문수암에 올라 두 섬을 바라보니 짝짓기를 하는 뱀처럼 생겼다는 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자료 : 정찬효의 칠현산 야생초 산행).


  사량도는 한자로 蛇梁島라고 표기합니다. 그런데 자료를 검색하다보니 "사"자는 뱀이 많아 뱀사(蛇)자를 쓰지만 "양"의 경우 혐오감을 주지 않기 위해 어질량(良)자를 사용하여 사량도(蛇良島)라고 표기한다는 글이 있습니다(2007. 3. 21 이천뉴스). 이 문제가 궁금하여 사량면 홍보과(055-642-6119)로 직접 문의하니 "어질량"자로는 결코 표기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사량도 뱃길

 

  대전∼통영간 고속국도 통영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온 등산버스(A산악회 주관)가 통영시내를 거쳐 삼천포항으로 진입하는데 도로가 막혀 아까운 시간을 다 소모합니다. 당초 계획된 시각보다 다소 늦게 도착하였으나 두 산악회가 여객선 한 척을 전세 낸 덕분에 출발시각을 조절할 수 있음이 천만다행입니다.


  여객선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선실의 좌석은 제법 안락하고 또 선장이 구수한 목소리로 구명조끼까지 알려주니 마음이 놓입니다. 그러나 필자는 편안한 선실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만큼 늘어진 팔자는 아닙니다. 갑판 위로 올라가 시시각각으로 펼쳐지는 한려해상의 다도해를 카메라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배를 타고 난 후가 더 바쁩니다.


  그렇지만 갑판 위에 올라 바라보는 사방의 풍경이 너무나도 실망스럽습니다. 왜냐하면 바다 위에는 짙은 해무(海霧)가 끼어 있어 우리나라의 교량 중 가장 아름답다는 "창선·삼천포 대교"도, 또 규모가 가장 크다는 "삼천포 화력발전소"도 우중충한 안개의 희생양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창선-삼천포 대교>

 

  <삼천포 화력발전소>

 

  <순식간에 해무가 감싼 발전소>


  가까워 졌다가 멀어지는 희미한 섬들을 우울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눈앞에 우뚝한 산 하나가 시야 가득히 들어옵니다. 바로 사량도 윗섬의 대항선착장에 도착한 것입니다. 몇 명의 승객이 내린 후 다시 뱃머리를 돌린 배가 아랫섬(하도)의 덕동선착장으로 가는 동안 상도의 기암으로 이어진 능선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면서 탄성을 지르다 보니 어느새 덕동선착장입니다(14:00).  

 

 <윗섬의 대항 선착장에 들렀다가 떠나면서 뒤돌아본 모습>

 

   <윗섬의 기암>

 

 <윗섬의 고동산>

 

   <배가 지나간 뒤의 흰물결>

 

   <바다 양식장>

 


  영악한 아이들

 

  배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은 신속하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마침 해초류 양식장을 지나가는데 새콤하고 짭짤한 바다특유의 냄새가 콧속으로 스며듭니다. 필자의 고향은 내륙이지만 고등학교를 마산에서 다닌 인연으로 이러한 바다냄새를 맡으면 제2의 고향을 찾은 것 같은 향수를 느낍니다.

 

   <덕동선착장에서 내려 바라본 윗섬의 옥녀봉능선>

 


  어린이 3명이 바닷가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기에 한 등산객이 무얼 잡는지 물어보니 쳐다보지도 않은 채 모르겠다는 대답이 들려옵니다. 이들은 도회지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활터전에 들이닥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뭘 물어보는 것에 대하여 귀찮다는 목소리입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텔레비전의 영향으로 도시나 시골 가릴 것 없이 순박하고 순수하기보다는 너무나도 영악해 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바닷가에서 노는 어린이>

 

  <해초류 양식장>

 


  동강과 쪽빛바다
 
  조그만 사찰인 불광사를 지나 도로를 따라 가다가 오른쪽 등산로입구팻말을 보고는 산 속으로 숨어듭니다. 공해가 없는 섬이라서 원래 공기가 맑지만 숲 속으로 들어오면 더욱 상쾌한 기분을 맛봅니다.


  깔딱 오르막을 쉼 없이 오르니 능선 삼거리입니다(14:20). 여기서부터 하산지점의 전망대까지 시종일관 능선으로만 산행을 합니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고도를 높입니다. 능선의 오른쪽으로는 상도의 금평포구와 그 뒤로 톱니같은 옥녀봉 능선이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 형체가 분명하며, 왼쪽으로는 하도의 묵방항과 움푹 들어간 바다의 쪽빛 물결이 뱀의 머리처럼 뚝 불거져 나온 땅 사이로 잔잔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동강 건너 윗섬의 금평항과 옥녀봉(좌) 및 고동산(우)>

 

 <묵방항과 뱀머리>

 

  <뒤돌아본 능선>

 


  윗섬과 아랫섬 사이는 물론 바다인데도 불구하고 오래 전부터 현지 주민들은 이곳을 동강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래서인지 지도에도 동강이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능선의 잘록이에서 등성이로 오르는 등산로가 매우 가파르고 험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오르내릴 수 있는 것이 예상 밖입니다.


  봉화대터가 있는 망봉에는 조그만 돌탑이 몇 기 쌓여 있습니다. 그러나 이정표가 없으니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입니다(14:46). 안부에 서니 고만고만한 봉우리 네 개가 줄지어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날씨가 화창할 경우 조망이 매우 좋을 텐데 희미한 연무(煙霧)가 온 사방을 뒤덮고 있어 매우 아쉽습니다. 앞으로 언제 다시 이곳을 찾을지 기약할 수가 없기에 안타까운 심경을 금할 수 없습니다.

 

  <윗섬의 금평항>

 

   <가야할 능선>

 

   <봉수대터가 있는 돌탑 뒤로 보이는 윗섬의 고동산>

 


  칠현산(七絃山) 정상

 

  다시 가파른 길을 내려와 눈앞의 등성이를 치고 오르니 정상인 칠현산(349m)입니다(15:17). 정상에는 네모난 오석(烏石)에 산 이름을 새겨 글씨가 하늘을 향하도록 묻어 두었으나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표석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배경으로 풍경을 배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늘 같이 흐린 날은 더욱 그러합니다.


  그리고 정상 표석도 윗섬과 평행하도록 설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배경을 넣고 사진을 찍으면 표석이 대각선으로 보이는 것이 흠입니다. 이정표에는 덕동에서 정상까지 1.9km를 걸어왔으며, 읍포까지는 1.4km를 가면 된다고 안내합니다. 

 

   <지나온 능선>

 

  <지나온 능선>

 

  <능선의 기암>

 

   <가야할 능선>

 

 <동강 너머 보이는 윗섬>

 

   <지나온 능선>

 

                                                         <칠현산 표석>

 


  잘 정비된 등산로

 

  정상을 내려오며 뒤돌아보니 다시금 짙은 안개가 몰려와 산봉우리를 희미하게 감쌉니다. 가야할 능선의 봉우리도 흐릿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상당히 가파른 오르내림 길에는 친절하게도 나무계단을 잘 설치해 두어 이용하기는 편리하지만 너무 과잉서비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곳에는 굵은 로프만 걸어두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는 통영시에서 사량도를 관광섬으로 개발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2년에 걸쳐 정비작업을 한 결과입니다.

 

 <뒤돌아본 칠현산>

 

 <안개에 휘감기는 지나온 봉우리>

 

 <가야할 용두봉> 


  마지막 높은 봉우리인 용두봉을 지나 하산 길의 전망바위 위에도 사람들이 올라가 있지만 필자는 그냥 지나칩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이기에 릿지할 능력이 없으면 포기하는 것이 상수입니다.

 

   <뒤돌아본 용두봉 하산갈>

 

 <읍덕읍포 선착장>

 

   <읍포마을>

 

 <바위 전망대>


  읍덕읍포 선착장에는 고기잡이배들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잔잔한 바다에 각종 양식시설이 떠 있는 사이를 흰 포말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여객선이 평화로운 한려해상의 정경을 잘 그려주고 있습니다. 전교생이 5∼6명뿐이라는 사량초등학교 읍덕분교를 지나 마을버스정류소(승선장)에 도착하여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16:15). 약 4km도 안 되는 거리를 2시간 15분 동안 걸었습니다. 등산코스는 덕동항/불광사/능선삼거리/망봉(봉화대터)/칠현산/마당바위/용두봉/읍덕초등학교/읍포선착장입니다.   

 

   <선착장 앞 양식장>

 

   <천착장 뒤로 보이는 뱀머리>

 


 


 


   어촌마을 사람들

 

  1960년대 농어촌 근대화사업의 일환으로 새마을사업을 추진할 당시 지붕을 개량한 것처럼 보이는 민가의 처마 밑에는 모녀(또는 고부)인 듯한 아낙네 둘이 방금 채취한 나물을 열심히 다듬고 있고, 그 옆에는 4명의 주민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승선장 안내소 옆에는 완두콩이 알을 여물고 있는데, 꽃이 핀 식물과 동시에 자라고 있습니다. 한적한 어촌마을의 그림 같은 풍경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입니다.

 

   <완두콩>


  산악회 등반대장의 소개로 필자의 산행후기를 자주 본다는 여성 팬(fan)을 만나 인사를 나눕니다. 변변치 못한 글과 서투른 사진이지만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이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기쁜 일입니다.


  전세를 낸 유람선이 기적소리를 울리며 포구에 도착하자 모두 신속하게 승선하여 다시 서울을 향해 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타고갈 유람선>

 


  에필로그

 

  사량도 아랫섬의 칠현산은 현재 개발 된 등산로로는 겨우 2시간(널널하게 잡아도 3시간) 남짓한 산행거리입니다. 물론 유람선을 대절하지 아니하고 처음 내린 덕동선착장까지 1.5km를 마저 걸어가려면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관계당국에서는 정상 남쪽으로 뻗어 있는 대곡산(303m)능선의 등산로를 정비하여 내년부터 추가로 개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적어도 4∼5시간 정도의 산행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바다양식장 뒤로 보이는 옥녀봉 능선>

 

  <선미 뒤로 보이는 칠현산 줄기>

 


  오늘 산행을 위하여 지하철과 등산버스 그리고 여객선으로 이동하는 데만 왕복 16시간이 소요된 반면, 산행은 겨우 2시간 정도 했기에 경제적으로 따지면 이는 한 마디로 미친 짓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산행시간이 아니라 산행의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아 주요등산로를 걸을 때 윗섬처럼 줄지어 기다리거나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과 어깨를 접촉할 일도 없는 한적한 산길입니다. 

  
  시종일관 윗섬의 지리망산에서부터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능선을 바라보며, 사방팔방으로 탁 트인 다도해의 정취를 맛보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더욱이 한려수도에 우뚝 솟은 산을 답사했다고 수첩에 기록해 두는 쏠쏠한 재미까지 보탠다면 그 기쁨은 두 배가 됩니다(2007. 5. 5). 끝.

 


펜펜의 나홀로 인생
산행.여행기, 산행후기.자서전 출판, 야생화, 유머, 세계의 열쇠고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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