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그림 몇 장과 바꿀만큼 값싼 목숨은 아니다만
교만의 댓가를 혹독하게 치르른 날이었다
지 주제에 무슨 극한체험을 한다고... 웃겨 너 증말 웃겼어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흔적 : 천동리주차장-천동야영장-주목감시초소-비로봉-어의곡주차장(4시간 30분)(비로봉에서 바로 어의곡으로 하산함)





10:44
천동리주차장
산문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에서 신고식의 줄이 너무 길어 ㅠㅠ





내려다보니 다리안 폭포는 완전 빙벽이 되어있고 허영호 기념비를 지나며 뒤돌아보다
초반부터 갑자기 숨이 가빠오고 발목을 잡아채는 듯한 옥죄임에 완전 의지상실이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정상적인 산행을 못할 것같아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날머리(어의곡)으로 이동해서 빽산행을 하든지
결정을 내려야했다. 내 곁엔 늘 천사처럼 내 불편을 해결해주는 산친구가 있다. 7년지기 산친구 왈 "천동야영장까지 천천
히 올라가보고 안되면 다시 내려와서 어의곡으로 이동하자"고 했다. 생전 처음 내 등짐이 산친구의 한쪽 어깨 신세를 지게
된다. 최후의 보루 아니 마지막 남은 내 자존심일지도 모르지 그렇게 내 등짐은 무임승산을 하게되고 카메라만 달랑 매고
서도 벌벌 기어가는 내 몰골은 상상만해도 정말 불쌍하게 여겨졌다. 그러다가 '참 아이젠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아예 아이젠을 벗어 들고 오르니 계산대로 조금 가벼워진 걸음이 되었다. 오래전에 구입한 아이젠은 완전 구형으로
눈 깊은 산 그것도 하산용이란 걸 나중에 하산 시 알게된다. 걸음도 변형을 해서 걸어야했다. 옆으로 삐져 나온 고리 때문
에 내가 내 발에 걸려 넘어지게 요상한 모양새의 아이젠이었다. 단 한가지 장점이라면 깊은 눈 속에서도 미끄럼 제어가 확
실 하다는 것 ~와우! 최고 완전 최고!! ㅋㅋ 그 아이젠 덕분에 평길에서 대자를 그리며 뻗어야했다.

앞 쪽으로 쇠톱이 없고 중간부와 뒤쪽으로 쇠발톱이 있는 요상한 모양의 아이젠이니 당연 오름길에서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 고약한 넘을 벗고서야 비록 굼벵이 걸음으로나마 비로봉으로 오르게 되었다.






12:16
등짐까지 매고서도 나를 훌쩍 앞서가는 산친구 덕분에 야영장이 있는 쉼터까지 무임승산 했다.
여기서 힘을 내어 비로봉으로 오르기로 하고 등짐을 받아 매고 느릿느릿 굼벵이 걸음으로 간다.









혼미해진 몸과 마음이 조금 추스려졌는지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야영장 쉼터에서 몇 장의 그림을 담는다

















저어기 위에 이정목 역할을 하는 나무가 보이는 지점에선 늘 뒤돌아보게된다.
흐릿하지만 그곳에선 산그리메를 만나게 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 나무는 좀 더 수척해진 듯하다(?)
그도 나처럼 나이가 든 탓일지도 모른다 ㅋㅋㅋ





이 지점을 통과하는 산님들이 여자들을 주목하며 다들 한마디씩 한다. "올라가지 않는 것이 좋을걸요. 어휴! 우리도 죽다
살아난 듯해요. 그러니 웬만하면 내려가세욧!!" 그러나 누구 하나 되돌아 내려가려는 여자는 없었다. 줄을 이어 오르던 산
님들이 잠시 끊어진 틈을 타 혹한을 견디고 선 나무들을 바라본다.





비로봉 그
*바람에 맞서기 위해 전투준비를 하는 전사들이 잠시 쉬어가던 삼거리에서 나도 그렇게 했어야는데
주목관리초소로 들어가려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입추의여지 바늘 꽂을 틈도 없는 난리통에 한쪽에선 라면을 끓
이는 족속들도 있었다. 천사의 도움을 받아 겨우 겉옷을 하나 더 꺼내 입고 무장을 한 뒤 전쟁터로 진격을 하게
된다.





한 달 전에 걸었던 연화봉 능선이 눈 앞에 달려들고 죽령을 딛고 올라선 삼형제봉 도솔봉 능선이
갈맷빛 그리움을 남긴다. 연화봉으로 가는 노 중에도 비로봉 칼바람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 칼
바람도 날을 세우고 산님들을 괴롭힐 것이다.





기대와는 달리 상고대는 없지만 유난히 푸른 하늘이 파란 물감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다.
그 언젠가처럼 칼바람이 멀리 마실 나가고 볕이 따사로운 날이라면 저어기 저 비탈에 자
리 잡고 앉아 맑은 차 한 잔에 하늘빛 푸르름을 적당히 받아 섞어 휘이휘 저어 하늘빛차
한 잔 천천히 마시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다만 바람일 뿐이다.





거친 산릉이 깎지 낀 아래는 영주땅 풍기 삼가리 비로사가 있는 곳이다. 비로사에서도 두 번 입산도 했었다.





주목관리초소 들어가기 전 비로봉에서 내려오는 산꾼들 표정도 장난이 아니다.





얼굴을 감싸 버려 누가누군지 알아 볼 수 없는 산님들이 내려가고 또 까맣게 올라가고





참 맛나게 생긴 음식을 앞에 두고 침을 질질 흘리던 견공처럼 이 산릉의 흘러내림을 보노라면
마음속에 숨겨 둔 보물찾느라 심장이 나 살았노라 펄떡펄떡 방아질 그리곤 침 질질~~~~~~





그래 저어기 저 산마루에 보물이 있나보다!! 기차놀이라도 하는지 긴 줄이 이어지는 모양새가.
올라간다 계단 사이 넓은 곳이 많은데 된바람이 뒤에서 휘익~ 밀어붙이니 그 먼 다음 계단을
후울쩍 뛰어 오른다. 와우!! 내가 힘이 없어 비실거리는 걸 바람이 눈치채고 등을 밀어주나보다.
야무진 착각을 해가며 정신없이 미는 바람에 떠밀려 올라간다.





서로 눈을 마주칠 수 없는 상황이라 저 위의 긴박함을 알려주는 이도 없더라





13:42
다행히 고스락에는 몸을 가눌 수 있을만큼이더라. 와중에 인증샷! 박아대느라 정상석은 자꾸 숨는다
그래서 좌우상하 쓰윽 훑어보는 것도 성공했다





비로사가 있는 삼가리 방향이다

이후 1키로간은 사진이 없다.
내가 죽었기 때문이다.
아니 죽을 것 같아 살기 위해 발버둥만 치다보니 사진은 없다.

어떤 기자는 혹한 취재를 하다 구안와사가 되었다더니
며칠이 지난 오늘까지도 얼굴이 군데군데 얼어 벌건 흔적이 남아있다.




그러나!!!
국망봉을 훔쳐본 후 내리막 계단을 디딘 이후 나는 나를 붙잡을 수도, 찾을 수도, 없는 공항의 상태에  빠지게된다
이미 홀로 나를 세우기에는 무력했다. 한 줌의 티끌도 되지 못하는 몸과 의지마저 바람의 마력에 홀려 마치 영혼
을 상실한 빈껍데기처럼 타다만 종이 재처럼 아무렇게나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면도날로 팔목을 도려내는 듯한 느낌에 정신을 차려보니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
는다. 왜? 내가 죽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시력을 잃었나? 다행인지 둘 다 아니었다. 우째 이런 일이 @#$ 우쒸!!
안경이 완전히 얼어 앞이 캄캄하였던 것이다. 안경은 내 눈인데  그 눈을 뺄 수밖에 없었다. 흐흐 산에 다니고 첨 당
하는 일이다.

안경을 카매라의 숨은 방에 동침 시키고 나름 정신의 날을 세워 칼바람과 대적을 해보려 애쓰며 계단을 내려서는데
이건 또 먼 시츄에이션? 나무계단에 길게 누운 남자산님 그리고 코 밑에 피가 나고 여자산님 걱정스레 들여다보며
피를 닦아주는데 내려가고 올라가고 산꾼은 많은데 아무도 왜그러냐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야! 여기 대한민국
맞나?? 내가 죽게 생겼으니 니 하나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거 아닌가? 잠시 몇 초의 정적이 흐르고 그 남자 일어난
다 잠시라도 누워있으면 급 동사할 상황이다. 그러니 일어날 수밖에 다행이다!를 외치며 맘 편히 가던 길 간다. 아!
그렇구나. 지금은 전시상황이구나! 예비상황이 아니라 전시상황이구나.  비록 포성은 없지만 실전이었던 것이다 





이 상황은 전시상황을 벗어나 국망봉과 어의곡 갈림길에서 올려다 보는 비로봉이다
산님들이 하나의 점이 되어 기꺼이 말뚝이 되어주었다. 너나 나나 다 미친 것들이지.
산에 미친 것들이지!!





어의곡에서 올라오는 님들은 아직은 저어기 위의 전시상황을 모를 것이다. 모른대도 말해주고 싶지 않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가지 말라고 죽을 힘 다해 말려도 그들은 결국은 가고 말테니까.





국망봉, 상월봉을 거쳐 신선봉, 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들이 눈에 들어오는 걸보니 이젠 살았다 싶다





당신은 바람과 싸울 만한 군인이 아니야. 그냥 나처럼 한 점 티끌일 뿐이지
그 모양새로 저어기 저 능선에 서보라구! 곧 알게될거야 내가 왜 당신을 걱
정하는지를......





성큼 다가선 그리움으로 조금 전의 두려움을 잊게하는 설산
낡은 몸 그리고 새것이나 진배 없지만 오랜된 낡은 아이젠과
의 고된 하루도 끝나간다. 내림길 어의곡 3.8키로 이정목을 만
나며 1시간후에 닿을 것을 계산하며 다리 조금 벌린 자세 유
지 하며 하산 ㅎㅎ 천사님 이럴 때 내 뒷모습 담아줘야는디.
아까운 기사거리 놓쳤네 그려!!





15:04
다시 말짱해진 몸과 마음이 되었다.
죽었다가 살아났으니 다음 토욜엔어느 산으로 가지??





육교 위에서 장난치다
달이 안보여서
불빛을 가지고 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