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서부 서북능선, 구름속에 바람속에 한기를 느끼고...

ㅇ산행지 : 설악산 서부 서북능선.
ㅇ산행일자 : 2011-06-22
ㅇ산행코스 : 한계령-서북능선삼거리-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 (8시간)
서북능선 산행안내

대승령에서 귀때기청을 지나 한계령 갈림길 삼거리까지 서부 서북능선은 이전에는 험하고 지루하기로 이름 나 있었다. 험한 구간에는 대부분 데크계단을 설치하여 지금은 험하지는 않다. 10여군데 너덜을 지날 때 발이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면 된다.

귀때기청(1,587m)에서 대승령(1,210m) 구간은 표고차가 300m 밖에 안되지만 3시간을 수 없이 오르 내린다. 오르내리는 것은 길지 않지만 내려간만큼 다시 올라 간다. 오르내림이 많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끼기도 하고 무더운 날에는 지치기도 한다. 서북능선 중간 한계령 갈림길에서 귀때기청봉 사이에 예닐곱게, 귀때기청에서 대승령까지 서너개의 너덜구간이 있다. 한계령 갈림길에서 대승령까지 서북능선 구간만 4시간-5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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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개방 등산로 중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이 오세암과 서부 서북능선이다. 서부 서북능선은 가 보고 싶었지만 험하고 지루하다 하여 생각을 접고 있었다. 산내음에서 수요산행으로 서북능선을 가니 가지 않겠냐고 한다. 산초스님에게 "험하다고 하는데" 하였더니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괜찮을 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가볼까?

나 보다 먼저 일어난 와이프가 비가 오고 있으니 설악산을 가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약속한 것인데 한두 시간 전에 안간다고 하기는 그렇고, 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갔다 올 꺼야 하고 컴퓨터를 켜고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오후 3시이후에 10mm 이내의 비가 오는 것으로 되있다.  이 정도 비라면 갈 수 있겠구나 하여 우의, 베낭커버, 여벌옷,그리고 비가오면 추울것 같아 자켓을 추가로 주섬주섬 챙겨 집을 나선다.  




가시거리 10여미터 구름속의 서부능선
나는 오늘 무얼 볼까? 무상무념으로 걷기만 할까?
비라도 오면...

지루하다는 서북능선에 구름까지 쌓였으니
지루하게 가지 않는 방법은 어떤 걸까?

숲을 보지 못하면 나무를 보고,
내 안의 나를 보며 가는 것은 어떨까?
설악이 나에게 설악을 보지 말고 너를 보고 가라는 것은 아닐까...
왜 그리도 상념이 많아지는지...


설악이 나를 잠시 구름 속에서 내려 놓으니 서북능선이 신비스런 선경을 연출한다.

  

  

  

  


눈물이 나는 것도 아닌데, 수 없이 안경을 벗어야 한다.
바람에 밀려 오가는 구름이 안경에 흔적을 남기고 간다. 김이 서려 앞도 보이지 않는다.

대승령 약 2km 전 지점부터 다리에서 지쳐간다는 신호가 올라온다. 에어파스를 뿌려보지만 ...
몸도 마음도 지치면 안된다. 몸은 지치더라도 마음은 지치면 안된다.
마음은 지치지 않았다. 지쳐가는 몸을 산행속도를 줄이며 회복해 간다.


구름에서 내려서는 것은 잠시일 뿐, 또다시 구름 속으로 빨려 들어야 한다.





서부 서북능선 갈림길 한계령삼거리, 이정표도 가까이 보아야 보인다.


설악이 오늘 서북능선의 아름다운 조망은 접으라는 것일까....


귀때기청 약 0.5km 전에서 점심식사를 하려 걸음을 멈추니 온 몸에 한기가 돈다.
서둘러 자켓을 꺼내 입고 식사를 한다. 귀때기청봉에서 서북능선 중간까지
구름을 실어 나르는 바람이 무척이도 세다. 때로는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
귀때기를 때리는 것 같이 겨울바람이 세다는 귀때기청, 여름에도 이정도로 부니 겨울에는 상당할 듯하다.

너덜지대에도 담을 것은 담아야...


시계제로, 몇미터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청파님


귀때기청은 원래 중청 옆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제가 제일 높다고 큰 소리 치고 다니다가
중청한테 " 대청 큰형님이 계신데 건방지게 군다"며 귀싸대기를 호되게 얻어 맞고 밀려나가
지금의 위치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그때 밀려 나가며 바위가 사방으로 튀어
귀때기청봉을 뒤덮고 있는 너덜이 만들어 졌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설악산 오형제는 왜 靑峰을 붙혔을까 ?
설악 오형제, 대청 1,708m, 중청 1,664m, 끝청 1,610m, 귀때기청 1,578m, 소청 1,550m 
대청봉은 조선시대 "靑峰"이라 불렀다고 한다. 
동국명산기에 의하면 " 그 봉우리가 높아서 높고 푸른 하늘을 만질듯하고,

멀리서 보면 단지 아득하고 푸르기만 하므로 그 최고 정상을 가리켜 靑峰이라 이름 하였다"
현대로 오면서  중청봉, 소청봉, 끝청봉과 그 귀때기 부위에 해당하는 귀때기청봉도
대청봉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하여 함께 靑峰이라는 이름을 붙혔다고 한다.

  

여기가 귀때기청이여...


청파님을 비롯한 선두그룹 4명, 서북능선 중간까지 함께 하다가 지쳐서 산행속도를
늦추다 보니 산행시간이 선두는 7시간 나는 8시간 한시간 차이가 난다.



길손들의 안내는 그대가, 너라도 있으니 반갑다.

  

설악 오형제가 여기에도 있다. 한 뿌리에서 다섯 형제가 함께 하고있다.
서북능선은 너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거진 숲도...

 

 


그리워서 다시 가고
제대로 못봐서 다시가는 설악산


  저 멀리 능선길에 철쭉꽃 필적에..........
잘있거라 서북능선 내다시 오리니 ?


 

 

댓글
2011.06.24 14:35
청파 윤도균
운영자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귀때기청 지나 능선길 코스까지
함께 하시다 다소 처지시는것을 알면서도
내딴엔 운영자님 산행 실력을 알고 남음이 있기에

내 욕심 채우려 가능 하면 7시간 이전에
장수대를 통과 하려는 마음에
나머지 구간 함께 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하지만 결과가 좋았기에
그것으로 함께 기뻐 합니다.

산행 하면서도 말씀 드렸듯이
운영자님 산행길 일취월장 하시는 모습
넘넘 아름답습니다.
늘 더욱 건강 안전 유의 하시며
즐산 이어 가시길 기원 합니다.
댓글
2011.06.24 14:53
산초스
하필 수요일부터 장맛비가 중부지방으로 내린다는 예보에 새벽에 집을 나서니
비가 내려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경춘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비는 내리지않아
좋았는데 한계령 위로는 구름에 잠기고...

잠깐 구름속에서 비가 내렸지만 점심식사후 부터는 날씨가 맑아지며 간혹보여주는
멋진 절경에 역시 설악이라는 환호와 함께 , 저는 맨 후미에서 86.9월 이후 두번째로
서북주능선 대승령까지 다녀와 즐거웠습니다.

물안개님의 B조와 보조를 맞추다 한계령에서 서북능선 안부 중간부터 약간 앞서서
올라오다보니 산행중에는 선두보다 더 빠른 청파님,운영자님,양지편님,여울님,제코님등
다섯분의 특공대분들은 식사시간에 잠깐뵙고 ...

하산후 버스에서 만났으니 ㅎ 정말 대단들 하셨습니다..
다음날 아침부터 쏟아지는 비를 생각하면 수요일 산행은 정말 축복받은 날씨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앞으로 자주 함께 산행하실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겠습니다.ㅎ
수고많으셨습니다 ^^**

댓글
2011.06.24 19:37
운영자
청파님
한계령에서 계단을 올라 사진을 한껏 찍고 앞서가는 팀이 중간정도인줄 알고
뒤따라 올려채다 보니 거의 쉬지도 않고 오르더군요.
귀때기청 갈림길에서 만나 중간인지 후미인지 물으니 선두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1시간 40분만에 저도 올랐습니다. 보통 2시간은 소요되는데..

귀때기청까지 너덜이 많았지만 비교적 완만하여
한계령에서 가파르게 올랐던 피로가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여차하면 귀청에서 되내려가려 하였으나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수 없이 오르내리다 보니 대승령 2.4km부근부터 다리에 무리가와
산행속도를 늦추었습니다.

그래도 대승령에 5시 전에 도착하였습니다.
대승령에서 장수대로 내려서는데 쉬어가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대승폭포 전망대에서 쉬고 있다 어슬렁 님을 만나
한참을 쉬다 출발하였습니다.

처음부터 8시간 정도를 생각하였는데 그 시간을 맞추웠습니다.
날씨가 좋아 사진을 많이 찍다보면 더 걸렸을 텐데

청파님의 체력은 대단하시더군요
청파님 그동안 접고 있던 서북능선을 잘 다녀왔습니다.

산초스님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비가 오길래
서북능선을 끝까지 산행을 하기에는 무리이고 갈데까지만 가보려고 하였는데
다행히 날씨가도와줘 하산하여 비가 내렸습니다.

서북능선이 매우 힘들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생각보단 그리 험하지 않았습니다.

후미 리드하시느라 산초님 수고하셨습니다.
산내음과 함께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댓글
2011.06.24 21:26
물안개
먼저 설악 서북능선 종주 축하드립니다.

저는 몇해전 가을에 다녀오곤 그 지루함이 싫어
언제부턴가? 귀떼기청만 다녀오는 코스를 선호하게 되었지요

이제는 긴산행은 자제하려고 한답니다.
오랫동안 산행을 할려고...
이대로 잘 유지하면 80세까지는 할것 같은데...

우리팀의 제일 고령자가 73세고..
이제 대부분 60을 넘겼으니..

멋진후기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