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는 산길을 걷고  또 걸으며.. 지리종주산행기

- 일   자 : 2004.7월 13~15(2박3일)
- 날      씨 : 호우경보
- 인      원 : 저니
- 배경음악 :  물고기자리(이안)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성삼재∼노고단∼뱀사골산장∼연하천∼벽소령산장∼음정
[산행시간 2박3일 식사/사진촬영시간포함]


    
    
:::::산행에 앞서:::::
7월에 주어진 선물(4일간의 휴무)을 어떻게 보낼까 며칠 고민하다... 2년전... 지리종주의 유혹(?)을 떨쳐버리지못하고 또다시 여름지리산을 품에 안을려는고 종주계획을 세웠다. 두번째 종주... 장마기간의 틈새지만 일기에보는 출발하는날(13일)날 흐리고 갬이고.. 그외날은 구름많음뿐... 빗소속이 없는듯하기에...



부산출발(07:00)∼하동(08:30)∼구례(10:12)∼성삼재(11:00)


2002년 종주는 천왕봉 일출에 포인트를 맞추었는데, 올해는 지리3봉(노고단,반야봉,천왕봉)을 모두 올라가보는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첫날은 뱀사골, 두번째날은 세석산장 예약을 마쳤다. 비교적 여유있는 일정이라 지리산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여정이다. 산장에서 이틀을 보내야하기때문에 취사도구랑 갈아입을 옷등등 넣다보니 벌써 45리터 배낭이 배가 불록하게 나왔다.. 출발전날 가벼운 설레임에 이지저리 뒤척이다 6시에 집을 나서 사상터미널에서 도착 7시출발인 구례행 시외버스에 몸을 싣는다..



☞ 다시찾은 지리산 성삼재휴게소

곤양과 하동 그리고 화개장터를 경유해서 구례에 도착하니 10시10분쯤되었는데... 바로 성삼재로 올라가는 차와 시간이 연결이되어있어 참 편리하다. 화엄사를 거쳐서 천은사매표소로 올라가는데 간간히 구름사이로 햇볕이 보이는것이 이젠 비걱정은 하지 않아아도 되는듯 싶어(앞으로 겪어야할 엄청난 일도 모른채.....ㅋㅋㅋ)어린아이처럼 마냥 기분이 좋다...


** 첫째날 **
성삼재(11:00)∼노고단(12:10)∼임걸령(15:04)∼반야봉(16:46)~뱀사골산장(19:00)




☞ 노고단고개밑에 위치한 현대식 건물의 노고단대피소

차내는 피아골로 해서 하산하는분들외.. 종주를 하는사람은 없는듯하다. 성삼재에 올라서니 주차장은 한산하고 시원스런 바람이 먼저 인사를 한다. 발아래로 펼쳐진 지리산의 장엄한 산세에 압도당한 느낌이다.

코재를 거쳐 노고단산장까지 이어지는 콘크리트길을 올라가는데 검은구름이 가끔씩 밀려오는것이 편탄하지만은 않을 종주여정을 미리 말해주는듯하다. 노고단대피소를 지나 종주관문인 고개에 도착 탐방로가 이어지는 정상도 자욱한 운무로 쌓여있어 신비감을 더해주는것 같다..



☞ 운무에 싸여 신비감을 더해주는 노고단정상모습

안내소에 예약 확인을 하고 탐방시간을 기다리는데 바람이 점점 세차게 느껴지는것이 금방이라도 비가올것 같은 예감이 들어 국립공원직원에게 기상을 물어보니... 중부에있던 장마전선이 밑으로 다시 내려온다고 한다. 이게 무씬 소리(??) 분명 기상청 일기예보는 14일과 15일은 비소식이 없었는데...

인상좋게 생긴 국립공원 직원의 안내로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탐방로주위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원추리와 야생화가 조금씩 옛모습으로 돌아가는 노고단을 보는것 같다. 이곳은 일제시대때 미선교사가 처음 발을 디딘후 해방후 군사지역으로 오래남아있었다고 한다...

탐방로가 개설되어있는 이 나무계단길이 군차량들이 오르는 길이였다고 설명이 덧붙인다.. 탐방로 중간쯤 바위에 흰색으로 적어놓은 일당백이라는 글자와 해골그림이 아직 남아있어 예전에 군작전지역이였음을 말해주는것 같다.



☞ 주능선 샘터중 가장 물맛이 뛰어난 임걸령샘터

넓은정상에는 거대한정상석과 돌탑이 세워져있고 섬진강이 보이는 나무전망대가 깔끔하게 단장되어있다. 언제 다시 맑은날 꼭 한번 더 탐방을 하고싶다는 아쉬움을 간직한채 고개로 내려왔다. 잠시 탐방안내소에 내려놓았던 배낭을 다시메고 등산화 끈을 조은후 국립공원직원의 즐거운산행을 하라는 말을 뒤로한채 종주길로 내려섰다.

돼지령을 거쳐 임걸령에 도착.. 시원한 샘물에 김밥과 방울토마토로 점심을 마치고 일어서니 더욱더 날씨가 흐려지는것 같다. 하늘색도 몇번 바뀌고... 맑았다가 다시 흐려지고하는것을 봐서는 기층이 상당히 불안한것만은 사실인것 같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운무로 인해 지척에있는 반야봉의 모습도 보이질 않늘걸 봐서는....

 


☞ 끊임없이 밀려 올라오는 운해

임걸령을지나 노루목까지는 반야봉을 올랐다가 다시 노고단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이보인다. 노루목에 도착... 잠시 배낭을 벗어둔채 스틱과 디카만 들고 홀가분하게 반야봉오름길을 오른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반야봉오름길은 철계단을 올라서자... 산안개로 둘러싸인 반야봉정상이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살포시 제 모습을 보여준다.



☞ 덩치에 비해 자그마한 반야봉 정상석

이곳 반야봉은 노고단, 천왕봉과 더불어 지리산의 3대봉우리중 하나인데... 자그마한 정상석은 노고단과 천왕봉에 비해 보잘것없어 보이고 정상석옆에는 키만한 돌무덤이 보인다. 날씨가 쾌청하면 시원스럽게 양쪽으로 부채살처럼 펼쳐진 주능선의 조망이 천하일품일텐데... 안타까운 심정이야 어찌 다 표현할수있을까?



☞ 지리산의 첫날밤은 뱀사골산장에서

짧은 반야봉과의 만남을 뒤로한채 하산... 오늘은 삼도봉만 넘어 화개재에서 뱀사골산장으로 내려가는 된다. 삼도봉을지나 화개재로 이어지는 길고긴 나무계단을 내려서자 넓은공지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종주능선중 가장 고도가 낮은 화개재다. 2년전에는 그냥 무성한 풀에 헬기장뿐이였는데... 주변을 깔끔하게 단장을 하여 전망대와 나무의자도 만들어놓아 토끼봉을 앞두고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인것 같다.

화개재에서 200m내려서자 뱀사골산장이 보인다. 새로지은듯한 취사장과 샘터도 깔끔하고 작지만 아늑한 산장이라는 느낌이든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산장앞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밤하늘을 보니 별 하나없는 칠흙같은 밤이다. 새벽부터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온다고 산장주인이 말하지만.. 그래도 혹시... 혹시나 맑은날이였어면 하는 꿈을 간직한채 보내는 지리산의 첫날밤이다.  


** 둘째날 **
출발(11:30)∼화개재(11:40)∼토끼봉(12:18)∼연하천(14:30)∼형제봉(16:10)∼벽소령(16:40)



새벽녁에 바람소리에 깼는데.. 캄캄한 산장안에는 시계조차도 없어 도무지 몇시쯤되었는지 알수가 없다.
잠결에 디카시계를 보니 한시를 조금 넘은듯싶다. 밖에나오니 아직 비는 오지않고 바람은 조금씩 더 세차게 부는것 같다. 비가올려면 지금쯤와야하는데...



☞ 깔끔하게 단장된 화개재에서

후두둑 후두둑....이건...분명 빗소리다..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 밖에 뛰쳐나오니 전날밤의 간절한 기도는 어디로 갔는지... 장대비가 내리고 있다.. 그래도 아침이 되면 날씨가 좋아지지 않을까하는 한가닥 희망을 갖고 예정시간에 아침식사를 하고... 빗줄기가 약해질때까지 기다렸다. 한시간 두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줄기차게 내리는 빗줄기에 마음이 조금씩 조급해짐이 느껴진다.

오늘은 세석까지 가야하는데 오히려 더 굵어지는 빗줄기에 이제는 산행을 포기해야할지도 모르다는 걱정이 앞선다. 산장주인 말로는 오늘부터 호우주의보가 발표되고 내일까지는 많게는 200m넘는 집중호우가 예상되고있다고 한다. 더이상 진행은 무리고 노고단으로 다시 돌아가든지... 아니면 계곡물이 불어나기전에 뱀사골로 하산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 토끼봉을 오르는길... 뒤로는 솜사탕처럼 생긴 운해가

큰 맘먹고 온 지리산인데... 이대로 하산하기에는 넘 아깝고 최악의 경우에는 뱀사골에서 하루 더 보내기로 하고 비가 그칠때까지 기다렸다... 9시,10시,11시,를 지나 정오가 가까워지자 그토록 퍼붓던 빗줄기도 가늘어지고 바람도잠잠해진것 같다.

산장주인은 날씨가 좋아졌지만 아직 호우주의보로 통제가 되고있고... 정 가고싶다면 연하천산장에 가서 그쪽 지시를 받도록 하라는 말을 듣고 망설임없이 바로 배냥을 메고 출발했다. 화재개에 올라서니 구름이 걷히고 날씨가 정말 맑았다. 이런 날씨라면 한달음에 천왕봉까지 갈 태세였다.

잠깐의 맑음은 오래가질못하고 토끼봉을 지나면서부터 다시 운무가 밀려오더니 드디어 번쩍하는 섬광에 이어 천둥이 치고... 정말 하늘에 구멍이 뚫렷는지.. 물을 퍼붓는듯한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고어텍스 등산화도 두시간정도 지나자 물이 들어오기는 마찬가지다..



☞ 산장보다 대피소라는 말이 어울리는 연하천

연하천 산장... 산장이라는 말보다는 대피소라는 말이 어울리는 허름하고 작은 산장이다. 잠시 비를 피하고 점심을 먹으로 취시장으로 들어서는데 산장주인왈... 이곳에 하루자던지 아니면 음정으로 해서 하산을 권유한다. 라면을 끊여 따뜻한 국물을 먹고있는데 뱀사골에서 늦게 출발한 광주에서 오신 두총각분과 청주 교원대 교수님을 비롯한 8분이 도착을 한다.

따뜻한 원두커피한잔 마시고 난뒤 일단 벽소령까지 가기로했다. 그래야 다음날 선택할수있는 폭도 넓어지고 난방이나 여러시설 또한 연하천보다 나을것 같다. 벽소령까지는 2시간30분정도의 거리로 형제봉만 빼고는 크게 볼것없는 심한 너덜길의 연속이다. 걷기고 불편하고 비가와서 더욱더 조심스럽다.  



☞ 자그마하게 보이는 벽소령산장

형제봉을 지나자 능선너무 예쁜 통나무의 벽소령산장이 보인다... 이제 30분정도만 가면 될것 같다.. 벽소령산장에 도착하니 산장직원이 호우경보 때문에 있는사람들도 다 하산시키고 통제를 하는데 어찌왔는냐고 야단(?)부터 친다. 오랜시간 비를 맞고와서 오늘 하루만 재워주면 내일아침 일찍 하산하겠다고 약속을 하고서야 겨우 문을열어준다.

나무로 만들어진 산장안은 깨끗하고 로비도 있어 더 따뜻하게 보였다. 우선 비에 맞은 옷부터 갈아입고 따뜻한 온풍기 바람에 몸을 따뜻하게하니 조금 살것 같다. 산장오른쪽으로 돌아가면 화장실과 취사장이 있고 의신쪽으로 60m내려가면 샘터가 있다.  



☞ 나무로 만들은 따뜻한 벽소령대피소 내부 모습

같이온 분들과 저녁식사를 준비하고있인데 투명하게 만들어져있는 취사장 천정이 우박같은 빗방울에 금방이리도 깨어질것 같은 느낌이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있는데 산장직원이 들어와서 하는 이야기가 조금전에 떨어진 낙뢰에 발전기가 고장이 났다고 하며 내일아침까지 오늘처럼 비가 많이 내리면 계곡물이 많이 불어 하산도 어렵다고한다... 큰일이다.. 내일까지 휴가인데... 어떡하지?? 불가피한 일이라면 오히려 하루 더 있다 가도 좋을것 같은 생각까지든다.

아마... 오늘저녁 뉴스에는 이렇게 나올것이다...
<오늘 집중호우로 인해 지리산 대피소에는 미처 하산하지못한 일부산행객들이 고립되어있다고...>
그 일부산행객중에 나도 한명?? ...ㅋㅋㅋ


내일은 오늘보다 낫겠지.. 비가오고난 다음날 산행하면 정말 좋은데...그렇게 되었어면 얼마나 좋을까? 지리산의 두번째 밤은 벽소령에서 보낸다. 참... 이곳 벽소령은 벽소명월이라고 했는데... 혹시 밖에 한번 나갈볼까? 이런날 무슨 명월?? 그나저나 내일 하산걱정을 먼저해야되니... 참 얄굿다...


** 셋째날 **
하산시작(09:25)∼임도길(09:40)∼음정(11:10)∼함양(13:00)∼부산(15:50)




☞ 운해가 걷히지 않은 벽소령산장의 아침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는 오지않고 대신 강한 바람에 운무로 인해 시계는 몇 미터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탁하다. 슬리퍼를 신고 세석으로 가는 길을 몇번이나 왔다갔다하며 하산을할까... 아니면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 생각하다 운무가 쉽게 걷혀질것 같지않아 하산하기로 결심하고 아침을 먹었다..



☞ 아쉬운 발걸음.. 음정으로 하산길

아침식사후.. 나를 포함한 다섯명은 하산하고 여덟분(교원대학교)은 오후3시까지 더 기다려보고 천왕봉으로 갈지 아니면 하산할지 결정을 한다고 한다.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음정마을로 산행길을 잡아 내려오는데 짚차가 지나갈만큼 임도길이 넓다.. 아마.. 산행로보다는 오늘같이 집중후우때나 다친사람이 있을때 활용하는 길인듯 싶다..

마을로 내려갈수록 날씨는 맑아지고... 벽소령으로 오르는 산님들도 보인다. 하산길에 작은 폭포가 있어  얼굴을 씻고 있는데 조금전에 올라갔던 짚차가 내려오면서 고맙게도 마을버스정류소까지 태워준다고 한다. 얼른 차에 올라 기상을 물어보니 조금전에 통제가 풀렸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알았어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다시 올라갈 시간도 없고...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는수밖에...

음정마을에서 함양으로 와서 점심을 먹고 부산으로 내려오는 버스를 탔는데.. 오늘처음 운행하는 직행노선이란다. 부산까지 1시간40분이면 도착한다고 한다. 돌아오는 차내에서 삼일간의 피로로 꾸벅~꾸벅~ 졸다보니 어느새 부산이다..  탁한공기. 많은사람들, 차량소음, 이제 다시 도심으로 돌아온것이다..


2004년도 여름종주... 2박3일동안 기상악화로 고생을 많이했지만... 배낭에는 담아온 아름다운 지리산의 추억은 세월이 흐를수록 생각이 많이 날것이다.. 바램이 있다면.. 올 여름 가기전에 꼭 못다한 종주를 꿈을 이루고 싶다.......^^*